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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송, 국내가요 등

수런수런, 잡설/ Je vais seul sur la route 나홀로 길을 가네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6. 7. 21.

  신부/서정주


<신부는 초록 저고리 다홍치마로 겨우 귀밑머리만 풀리운 채 신랑하고 첫날밤을 아직 앉아 있었는데, 신랑이 그만 오줌이 급해져서 냉큼 일어나 달려가는 바람에 옷자락이 문돌쩌귀에 걸렸습니다. 그것을 신랑은 생각이 또 급해서 제 신부가 음탕해서 그 새를 못 참아서 뒤에서 손으로 잡아당기는 거라고, 그렇게만 알고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가 버렸습니다. 문돌쩌귀에 걸린 옷자락이 찢어진 채로 오줌 누곤 못 쓰겠다며 달아나 버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40년인가 50년이 지나간 뒤에 뜻밖에 딴 볼일이 생겨 이 신부네 집 옆을 지나가다가 그래도 잠시 궁금해서 신부 방문을 열고 들여다보니 신부는 귀밑머리만 풀린 첫날밤 모양 그대로 초록 저고리 다홍치마로 아직도 고스란히 앉아 있었습니다. 안쓰러운 생각이 들어 그 어깨를 가서 어루만지니 그때서야 매운재가 되어 폭삭 내려 앉아 버렸습니다. 초록 재와 다홍 재로 내려앉아 버렸습니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했던 시절, 이 신부가 되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평생 지고지순을 실천해야하는 비극적 운명이 내 운명일 것 같은 예감에 밤을 새워 울고 또 울며 맞이했던 그 새벽, 나는 마치 내 영혼의 새로운 지평이 열리는 듯 이상한 충만감이 밀려들었던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첫날밤도 치루지 못한 신부가 40년, 50년, 첫날밤의 모습 그대로 도망친 신랑을 기다리다가 다시 찾아온 신랑의 손길에 고스란히 재가 되어 내려앉았다니, 이 무슨 해괴망측한 태도였을까? 그녀의 저항은 고작 기다리는 것뿐이었던가? 그토록 오랜 세월 자신을 변화시키지 않고, 코웃음이 절로 나오는 지금에 반해,

   사춘기 시절, 그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게 생각되었던 것은 내 내면 어딘가에 그녀의 수동성과 유사한 내가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문득 묻고 싶어지는 시간이다.

   무척이나 진취적이며 개인적이어서 충분히 나르시시스트라고 자칭하는 나, 아니었던가? 어느 덧 반백이 지나 귀밑머리마저 해끗해진 지금, 그때의 비극적 운명의 떨림이 전혀 낯설지 않은 것은 무슨 까닭일까? 아니 낯설기는커녕 지조를 지키지 못하고 살아 온 지난날들이 후회스럽기까지 한 지금의 내 마음의 정체는 무엇일까?

   소설 '벚꽃'에서의 송금수는 충분히 자존감이 있는 주인공으로 그렸다고 생각했는데 합평을 통해 얻은 객관적인 송금수의 모습은 전혀 내 의도를 담아내지 못했다는 결론에 이르는 지금,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물음이 있다. 내가 쓴 소설의 주인공은 나의 분신일진데, 첫 남자 겐조에게 마음을 뺏긴 후 평생을 그를 기다리는 듯 기다리지 않고 그저 자신 앞에 주어진 삶에 충실했던 그녀의 정체성은?

마치 종이인형처럼 전혀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 송금수의 남자 겐조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전혀 현실감이 없는 남자의 어떤 고유한 상이 그대로 내 소설 속으로 환치되었단 말인가?

  내 운명은 서정주의 '신부' 속 비극성이 그대로 재현되는 것은 아닐까?  이 모호한 두려움의 정체는 무엇일까? 송금수도, 달래도, 오로라까지, 나의 분신이라고 여겨지는 이 소설 속 주인공들의 삶이 내 DNA속에 내재된 내 삶일 것만 같아 쓸쓸하기만 한 저녁이다.

  인생은 왜 이렇게 시고 달고 짜고, 그리고 쓰고  오만가지 맛을 요구하는가?


러시아 민요 - Ja Vais Seul Sur La Route [나홀로 길을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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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 vais seul sur la route 나홀로 길을 가네 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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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 Vais Seul Sur la Route - Svetlana -


vyihazhu azin iya na darogu skvozituman kremnistyi pustz blertzit notchi tzikha pustyinya vnemlet bogu I zvezda zvezdoiu gavarit

나 홀로 길을 나섰네 안개속을 지나 자갈길을 걸어가네 밤은 고요하고 황야는 신에게 귀 기울이고 별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네


nebesakh torzhestvenna I tchudna spit zimliya siyannie golubom schuto zhe mne tak bolno I tak trudna zhudu li iya tchivo zhaleiu li a tchiom

하늘의 모든 것은 장엄하고 경이로운데 대지는 창백한 푸른빛 속에 잠들어 있다 도대체 왜 나는 이토록 아프고 괴로운가? 무엇을 후회하고 무엇을 기다리는가?


ush ni zhu ot zhizni nitchivo iya I ni mne proschulova nitchutz iya ischu svabodyi I pakoiya iya b hatzel zabyitziya I zasnutzya

아! 삶 속에서 더 이상을 바라지 않고 지나가 버린 날에 아쉬움을 느끼지는 않는다 나는 자유와 평온을 구하고 싶네 이제 내 자신을 찾기 위해 잠들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