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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에피소드 41. 양양이의 글 - 벚꽃에 대해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6. 5. 23.

김은님 소설의 후반부를 생각하며....

 

전화로 말씀을 드릴까 동영상으로 촬영할까 하다가 이 경우에는 문서가 보다 적합할 것같아 몇 글자 뼈대만 요약해서 첨부합니다.

 

장편소설 <벚꽃>은 연습용으로 만족하기에는 아까운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소설을 통해 지금의 시대를 발언할 수 있는 조건이 이 안에 이미 갖추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소설의 주제는 (이미 의견교환이 되었듯이) 군산 자체이고 왜색이 농후한 벚꽃입니다. 금수는 모든 사람들이 터부시하는 일본인의 아이를 가졌고 그 아이를 낳아 자식으로 키웁니다. 다른 식으로 표현하면 일본제국주의는 자신들의 피를 우리 땅에 이식하고 물러간 셈이지요. 고종팔은 금수의 뱃속에 든 에어리언이고 금수와는 말할 것도 없고 이 땅의 운명과도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입니다. 고종팔을 떼어내면 금수도 없고 금수도 죽는 관계인 셈인데요...이러한 금수의 존재 자체가 군산이라는 도시의 성격과 오버랩되는 점이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마무리 대안 A : 금수가 낳은 아이가 고종팔 하나가 아니라 두 명이 되는 것은 가능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환각에 매료되듯이 일본인 겐조에게 넋이 나가 그의 아이까지 잉태해버린 금수, 그런 금수의 아이가 하나는 밑바닥으로(고종팔), 하나는 엘리트코스를 밟으며 성장하고

나중에 운명적으로 충돌하고 부딪칩니다.

 

이 과정에서 고석동(하얀가면, 최태풍)은 금수 모자를 보호하고 도와주는 역할을 하려고 하지만 일본인의 피를 수혈하고 거기에 도취되어 일본인의 탯줄을 몸에 지니게 된 금수는 그런 고석동에게 마음이 가지 않습니다. 그것이 금수가 나쁜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됩니다.

 

소설의 마무리 안 중 하나인 A형은 이러한 내용을 충실히 묘사하면서 최태풍과 고종팔 금수가 힘을 합쳐 자신들의 삶의 존엄을 회복하는 식으로 갈 수가 있고 그러한 마무리안을 채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살인이라든가 복수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입니다. 내 뱃속에 사는 에어리언을 죽이면 나도 죽습니다. 안중근 역시 ’(금수)의 일부이고 안일표는 를 키워준 아비입니다. 안중근이 다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은 진실을 알고 난 뒤의 금수 마음이 아닐까 합니다. 군산이란 소도시는 이 모든 모순들이 집합된 복합적인 성격의 도시인 것이죠. 누가 죽거나 제거되어야 할 그런 도시가 아닌. (복수, 살인을 정당화하면 군산이라는 도시도 의미를 잃게 됩니다. 군산은 일본색과 조선색이 함께 공존하는 도시인 것이고 그럴 때만이 가치를 가집니다)

 

말은 이렇게 쉽지만 이 내용들을 수습하고 마무리하려면 얼마나 많은 고민과 갈등이 있어야 할까요?

 

마무리 대안 B : 처음 생각했던 대로 고종팔 하나만이 금수가 낳은 자식인 것으로 가는 안인데요...이때는 고종팔과 금수라는 인물이 일본인 + 한국인 = 군산의 역할을 해야 하는 셈입니다. 여기에서는 심재술이 공연을 의뢰한 것처럼 잔잔한 마무리, 잔잔한 수습이 가능해지리라 봅니다. 금수자체가 군산이고 우리 근대사의 성격을 한몸에 품은 케릭터 그 자체가 되는 것이지요. 지금까지 이 소설 <벚꽃>은 이러한 식으로 달려온 소설입니다. 하지만 A안보다는 좀 심심한 게 사실이기는 합니다.

 

지금 급박한 시간을 놓고 보면 A안 보다는 B가 더 무리 없이 6월말까지 수습하기에 적합하다고 봅니다만 김은님이 선택하셔야 할 문제인 것 같고요. 워낙 열심히 하시니까 A안도 기간 내에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피력해 봅니다.

 

헷갈리지 않게 하기 위해

전화가 아니라 문건으로 간단히, 요점만 간추려봤습니다. 이러한 방향성을 가지고 이번주 과제를 쓰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좋은 하루 되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