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부작 미니 시리즈 시놉시스
1. 기획의도:
억울하면 출세해라 한국인의 불멸의 도그마이자 넘지 못할 패러다임이다. 그러나 그 출세라는 것이 과연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문화소비에 대한 삶의 질이 예전에 비해 월등이 향상되어 각자의 자아실현을 통한 주체적으로 인간다운 존재를 완성해나가려는 욕구가 어느 때 보다도 강한 지금, 그러나 우리는 어떤가?
성적과 친구와의 갈등으로 인해 자살하는 학생들이 늘어가고, 채우지 못하는 자신의 욕구를 사회적 약자를 향해 분출하며 희생양으로 삼고 있는 세태, 난폭한 경쟁만을 유도하는 사회체계 속에서 승자독식을 게임을 받아들여야하는 상황, 이러한 과정 중에서 누군가는 인생의 패배자가 되어 잉여 인간으로서의 차별과 불공정한 삶을 살 수 밖에 없는 현실. 미래에 대한 꿈보다는 지금 발등의 불을 끄느라 자신을 돌볼 겨를조차 없는 긴박하고 불안하고 두려운 일상들...
삶이 누르는 압박에 의해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을 지경이지만, 결코 삶을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 몫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사람들, 즉 잡초처럼 밟히고 밟으면서도 자신의 인생에 충실하고자 몸부림쳐야 하는 것이 우리 본연의 운명은 아닐까, 잠시 답답하지만 또 그렇게 알고 살아나가야 하는 것이 우리 네 삶의 진정한 모습은 아닐까?
대체로 한국인들의 인생 싸이클을 요약해보면 탄생, 입시경쟁, 취업, 연애. 결혼, 육아, 자손교육, 자손의 독립, 노년, 죽음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싸이클에 맞춰보면 10대엔 성공한 부모와 20 대에 좋은 학벌, 30대엔 탄탄한 직장, 40대엔 경제적 여유, 50대엔 자녀교육의 성공. 60대엔 자녀의 성공적인 자립, 등등으로 성공한 인생의 단면을 연결할 수 있지만...
여기 어머니의 자궁 속에서 부터 삼류인생으로 출발한 한 남자가 있다.
고종팔 1945년생,
일본인 아버지의 피를 받았으나 한국인으로 살 수 밖에 없는,
결코 자신의 선택이 아닌 시절의 선택으로 출발한 인생,
늘 삶에 충실하고자 발버둥치지만 장애물을 만나 좌절을 해야만 했던 인생,
마음으로 느껴지는 자신의 섬세한 감정조차 챙길 줄 모르면서 살아 온 삼류인생,
사회와 역사라는 거대한 틀 속에서 그 물결에 휩쓸려 다치고 부서지는 인물.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오뚝이처럼 일어나는 인물,
그를 둘러싼 인물들이 서로를 향한 미움과 갈등으로 곧 자신을 태우고 상대를 파괴하는 삶의 단면을 통해, 혹은 서로를 사랑하고 보듬고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우리는 지금 무엇을 놓치고 있고 어디로 가고 있나를 한 번쯤 물어보고 답하는 기회가 되기를...
2. 등장인물:
- 고종팔(송금수의 아들)
키가 크고 기골이 장대함. 횃 눈썹 가진 날카로운 이미지의 얼굴.
단단하며 고집이 세며 책임감이 강하고 말수가 적으며 내면은 감성적이고 따뜻하며 음악을 좋아하고 노래에 소질이 있는 인물.
1945년 일본인 겐조와 어머니 송금수 사이에서 태어나나 고석동이라는 인물에 의해
고씨 성을 받고 한국인으로 세상에 나온다.
기생인 어머니가 싫어 16살 중학교 시절, 돈을 벌기위해 조깃배를 탔다가 납북되면서부터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다.
다시 남한으로 돌아왔지만 빨갱이 아버지 고석동을 둔 까닭에 불안에 떨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을 타파하고자 깡패 최태풍 밑으로 들어가 새로운 인생을 설계한다. 하지만 생각만큼 돈을 벌수도 없고 어머니마저 최태풍과의 인연으로 최태풍과 가까이 지내는 것을 참지 못해 월남참전을 결정하게 되고 월남에서 돌아왔을 때는 전쟁의 상흔과 월남 여자 흐엉의 죽음으로 인해 괴로운 나날을 보내게 된다.
최태풍의 도움으로 때마침 미군들을 위한 군산 아메리카타운이라는 곳에서 제2의 인생을 출발한다.
한편 그는 최태풍의 비호를 받으며 어머니 금수가 운영하는 다방 아네모네에 근무하는 공숙희라는 여자는 월남여자 흐엉을 연상케하고 공숙희의 유혹에 공숙희를 취하게 되지만 공숙희를 버리고 만다,
아메리카타운에서 근무를 하며 자신이 버린 공숙희의 죽음을 목격하게 되고 양색시들과 함께 폭동을 일으켜 2년형을 언도받아 감옥에 가게 된다.
출소한 종팔은 다시 어릴 적 싸웠던 곽중근의 음모에 의해 삼청교육대로 끌려가며 탈출하자는 최태풍을 돕지 못해 죽게 만든 죄책감에 시달리며 6개월 만에 군산으로 돌아오며 깡패생활을 청산하려 한다.
새로운 인생을 꿈꾸는 종팔에게 어느 날 친모 겐조가 찾아오고 겐조가 조총련이었고 16살 납북되었다 풀려난 이래로 간첩활동을 했다는 누명을 쓰고 10년형을 언도 받는다. 그 배후에는 아버지 곽일표의 죽음과 종팔이 연결되어있다는 오해를 한 곽중근의 음모가 있었다.
어머니 금수의 도움으로 7년만에 풀려난 종팔은 이제는 그 누구의 시선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고자 하는 맘으로 양키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삶을 계획하며 하루하루 성실히 살아간다. 종팔의 가게에 이웃골목인 쉬파리골목의 술집여자들이 찾아오게 되고 조연화라는 인물, 어딘지 흐엉과 공숙희 혹은 어머니를 연상하는 그녀를 맘에 두게 된다. 어느 날 조연화가 깡패로 보이는 남자에게 폭행당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조연화를 구하게 되지만 깡패집단의 오해를 사게 되고...
결국 조연화와의 결혼을 감행하지만 조연화가 근무하던 곳이 불이나는 책임을 떠 안게 되는 일이 벌어지자 난감하기만 한데...
결국 최태풍의 도움으로 종팔의 삶은 부서지지 않고 조연화와의 미래를 꿈꾸기도 하지만 또 다시 시련에 부딪히고...
- 송금수(고종팔의 어머니)
중키에 호리호리한 몸매를 가지고 있고 늘 쪽진 머리를 하고 있으며 동양형 미인. 14살에 군산 소화권번의 새끼기생으로 출발하여 춤과 소리에 능해 군산최고의 기생으로 성장해 민살풀이 춤의 명인이 된다.
가난한 째보선창에 사는 14살 금수는 가족들을 위해 군산 소화권번 새끼 기생으로 팔려가는 신세가 된다. 2년의 공부 끝에 드디어 최고의 성적으로 기생이 되며 일본인 최고 갑부 구로즈미와 일본인 경찰서장 다카끼의 총애를 받게 되지만...
다카끼의 음모로 정신대에 끌려갈 위기에 처한 금수는 구로즈미에게 구원의 손길을
부탁하며 구로즈미의 첩의 신분으로서 구로즈미의 여름 별장인 개정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젊은 구로즈미의 비서인 겐조와 사랑에 빠져 아들 고종팔을 잉태하지만
해방이 되자 겐조가 쫒겨나고 겐조 대신에 조선인 서기였던 고석동과 살림을 차리게 되고 겐조의 아이는 고석동의 아들로 키우게 된다. 고석동에게 맘을 주지 못하는 금수는 고석동으로부터 독립하고자 다시 기생신분으로 살아가지만 고석동의 폭정을 피해 서울로 도망갔다가 전쟁을 피해 군산 째보선창으로 내려 오지만...
빨간 완장을 찬 고석동은 금수의 마음을 돌리려 애를 쓰지만 곧 전쟁은 끝나고 고석동이 죽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며 아들 종팔을 데리고 새 삶을 꾸려가고자 해망동으로 이사하며 뱃전에서 장사를 하는데...
기생시절 함께 춤과 노래를 했던 인물들이 다시 금수를 세상 밖으로 끌어내고 금수는 춤과 소리를 하며 생계를 연명하지만 아들 종팔은 그런 어머니가 싫어 그만 학교를 채 졸없하지도 않고 돈을 벌겠다고 조깃배를 탔다가 납북되는데...
아들 종팔을 구하기 위해 이젠 조선인 신분으로 돌아와 군산 경찰 서장에 부임한 과거 다카끼, 현재의 곽일표에게 몸을 더럽히고...
기생시절 최태풍과의 인연으로 최태풍의 도움을 받아 아네모네 다방의 마담이 된 금수는 최태풍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곽일표에게 복수하는 과정을 보게되고...
아들 종팔이 월남에서 귀국하고 아메리카타운 사건으로 인해 감옥을 가게되고 뒤이어 삼청교육대로 끌려가는 시련을 몸소 보게 되며 자책을 하는데...
일본인 남편 겐조가 찾아오고 또 다시 간첩 누명을 쓴 아들을 감옥에 보내고...
삶의 질펀한 질곡을 걸으며 어느 날 전통문화예술가인 심재술의 도움으로 대통령앞에서 춤을 추게 되고...
- 최태풍(군산그랜드파의 오야붕. 송금수를 사모하는 인물)
작은 키에 뚱뚱한 체격을 가지고 있으며 배운 것은 없으나 소설낭독 듣기를 좋아하는 서정적이고 넉넉하고 넉살 좋으며 따뜻하고 불도저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 16살 이래로 평생을 송금수를 가슴에 품고 사는 순정파적 인물.
어린 나이 10살에 순창 진메 고향을 혈혈단신으로 떠나 군산에 정착하는데...
14살 인력거꾼으로 금수를 만나게 된 인연으로 오매불망 금수를 짝사랑하는 인물.
금수의 아들 종팔을 휘하에 두며 금수와의 인연을 이어가면서 과거 자신에게 모욕을 주었던 곽일표의 복수를 하게 되는데...
곽일표와 곽일표의 아들 곽중근의 음모로 삼청교육대에 끌려가 죽을 위기에 처하나 부하 필대의 도움으로 도망쳐 나오게 되고, 또 다시 곽일표에게 복수를 다짐하다 결국 곽일표를 죽이지만...
사랑하는 여인 금수의 아들 종팔이 자신이 저지른 곽일표의 죽음으로 간첩누명을 쓰자 괴로워하는데...
곽일표의 아들 곽중근이 종팔에게 새로운 누명을 씌우려 하자 종팔을 대신해 곽중근을 차로 들어 받으며 질긴 악연을 끊으려 하는 인물...
- 곽일표( 군산경찰서장)
중키에 바짝 마른 몸매로 비열하고 야비한 인상의 소유자. 탐욕스럽고 음흉한 인물로 기생인 송금수를 짝사랑하며 평생을 괴롭힘.
일제시대 다카키라는 이름으로 일본인 행세를 하며 군산경찰서장으로 근무하다 금수를 흠모하나 금수가 마음을 주지 않자 사사건건 금수에게 시비를 걸며 자신의 마음을 주체하지 못한다.
해방이 되자 다시 곽일표란 이름으로 군산경찰서장에 부임하게 되고 금수의 아들 종팔이 납북된 사건을 통해 금수와 재회하게 되며 종팔을 구해준다는 구실로 금수를 취하는데...
최태풍과의 과거 인연으로 국회의원선거에 몇 번을 낙선을 하게 되고 배후에 최태풍이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최태풍과 금수의 아들 종팔을 삼청교육대에 보내는데...
결국 최태풍의 복수로 살해를 당하게 되고...
- 곽중근(곽일표의 아들)
중키에 단단한 체격을 가지고 있고 고집이 세고 자존심이 강하며 말 수가 적고 영민하고 교활함, 출세 지향적 인물로서 고종팔에게서 받은 상처를 평생 달고 다니며 고종팔을 괴롭히는 인물.
고등학교 시절 종팔과 싸움이 붙어 벌거벗겨진 채 쫓겨 난 아픔을 격고 나 종팔을 만나게 되자 그때의 복수를 감행하는데...
아메리카타운의 데모에서 선봉장에 선 종팔을 잡아 들여 2년형을 언도받게 하고 종팔을 삼청교육대에 보내고 결국 간첩누명을 씌워 10년형을 언도 받게 하는데...
그것도 모자라 이제 막 인생의 새 출발을 시작하는 종팔의 결혼식 날 종팔에게 또 다른 누명을 씌워 잡아들이는 음모를 꾸미는 중, 최태풍에 의해 살해되는 인물...
- 고석동(고종팔의 호적상의 아버지. 송금수의 호적상 남편)
큰 키에 마른형의 몸매를 가지고 있으며 하얀 얼굴에 신경질적이며 날카로운 얼굴을 가지고 있으며 단단하고 고집이 세며 영민하나 속을 알 수 없는 인물. 평생을 첫사랑 송금수를 잊지 못하나 6.25 이후 북한으로 넘어가는 인물.
정읍 고부의 동학농민운동의 선봉장에 선 아버지에 의해 가족이 뿔뿔히 흩어지자 옥정리 고씨문중으로 흘러와 문중의 도움으로 상고를 졸업해 일본인 갑부 구로즈미의 조선인 서기로 취직해 구로즈미의 재산을 관리하지만 속으로는 조선 독립을 위해 일하는 인물, 중학교 때 금수를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되지만 구로즈미의 첩으로 들어온 금수를 보며 여전히 사랑을 하게 되고...
금수가 겐조의 아이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해방이 되자 금수를 강제로 취하게 되고...사랑받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분노로 금수를 학대하게 되고.. 금수가 도망치고..전쟁이 터지자 금수를 다시 만나 진정한 마을을 보이려 애를 쓰지만 끝내 금수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월북하는 인물...
- 홍금보(송금수의 의붓동생)
큰 키에 남성다운 몸매를 가지고 있으며 말 수가 적고 고집불통. 똑똑하고 의지가 굳으며 내면이 따뜻한 인물.
의붓동생이지만 누나 금수를 도와주려는 인물로서 고석동과 함께 조선독립을 위해 일하고 해방이 되자 조선건국운동을 위해 힘쓰다 월북하는 인물.
- 조연화(고종팔의 처)
작은 키에 여린 몸매를 가지고 있으며 착하고 순정파적 기질이 있고 감성적인 인물. 기구한 팔자를 가진 인물로 사창가를 전전하다 고종팔과 결혼하나 곧 자궁암에 걸리는 인물.
어린시절 과부인 어머니를 따라 곽일표의 집으로 들어갔다가 어머니가 죽자 오갈데가 없어진 연화는 곽일표의 아들 곽중근에게 성폭행을 당하게 되고 아이를 임신하는데.
억지로 아이를 유산시키고 내쫒긴 연화는 술집 작부로의 삶을 시작하게되고 사창가로 팔리고 팔리다가 감둑 쉬파리 골목까지 오게되며 종팔을 만나 사랑에 빠지며 종팔과 결혼하게 되지만...
- 오봉댁(송금수의 계모이자 홍금보의 친모)
음흉하고 자기만 아는 속물근성의 여자. 여릿한 몸매.
아들 홍금보를 데리고 금수아버지의 재취가 되어 금수를 키우는 인물. 먹고 살기가 막막 하자 어린 금수를 기생으로 들여보내며 생계를 유지한다.
전쟁이 나자 아들들이 학도병으로 나가고 혼자 남게 되는데...
전쟁 후 살길이 막막 하자 집주인 째보 황씨의 재취자리로 가게 되며 금수와 비로소 화해하게 되는 인물...
- 박필대(최태풍의 부하)
성실하고 우직한 인물, 평생 최태풍의 부하로 살며 최태풍에 대한 믿음을 이어가는 인물, 한때는 종팔을 질투하기도 하지만 최태풍에 대한 마음을 종팔에게 투사하며 종팔을 돕는 인물...
극장 기도로서 종팔을 만나 종팔을 최태풍에게 소개 시키나 월남전에 갔다 온 후에 군에 남는다.
삼청교육대 조교로 착출되어 삼청교육대에 끌려온 최태풍과 종팔을 만나게 되는데...
최태풍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며 결국 최태풍을 구하자 자신도 군복을 벗고 다시 최태풍의 휘하에 들어가게 되고 최태풍 대신에 곽일표을 죽음으로 모는 인물... 복수의 화신 곽중근에 의해 ‘군산아편밀수 사건’의 주범으로 5년형을 언도받다가 최태풍의 죽음소식을 들으며 지금까지 최태풍이 말하지 않은 최태풍의 진실된 마음을 종팔에게 전하게 되고...
감옥에서 풀려나자 깡패생활을 접고 택시회사 사장으로서 자수성가를 하게 되고 종팔과 노년의 삶을 함께 하는데...
- 구로즈미(군산 최고의 갑부)
단신에 안경을 쓰고 있고 성실한 반면 과학적인 두뇌와 치밀한 성격으로 조선 땅을 야금야금 취하는 인물, 조선말을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습득해 조선인을 연구하고 조선인을 착취하는 일본인의 전형을 보여주는 인물..
하지만 그 속엔 임진왜란 당시 전라도에서 끌려간 조선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조선 문화에 대한 깊은 공감을 가진 인물...
금수가 기생시험에서 추는 춤을 추는 것을 보고 감탄하며 금수에게 경도되나 한 번도 금수를 여자로 취하려 하지 않아 혹시 남색가에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느끼게 하는 인물...
- 겐조(구로즈미의 서기, 종팔의 친부)
훤칠한 키에 삐쩍마른 체형, 횃눈썹을 가지고 하얀 얼굴을 가져 날카로운 인상.
심지가 굳고 사색적인 성격, 어려서 구로즈미에게 입양되어 구로즈미와 떨어질 수 없는 인연으로 구로즈미의 비서로서 그림자처럼 구로즈미를 따르게 된다.
금수가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 감탄해 남몰래 금수를 흠모하다 금수를 품에 안게 되며 해방 후에도 조선에 남아 새 삶을 찾기를 희망하지만...
- 이서운(금수의 기생어머니)
째보선창 금수의 옆집에 살던 인연으로 나이 40이 가까워오자 금수를 새끼 기생으로 키우고자 금수의 계모 오봉댁을 꾀이는 인물.
금수의 새끼 기생의 소리 선생이자 금수의 후원자.
- 째보 황씨(황선주의 아비)
야비하고 교활하며 여색을 좋아하는,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째보 입을 가진 인물.
금수의 째보선창 본가의 실제의 주인,
금수의 첫사랑 황선주 아비.
40에 본처를 잃고 금수를 호시탐탐 노리는 인물.
전쟁후 오봉댁을 재취로 들임.
- 그 외 인물들
금수의 아버지, 히또미. 박종대. 권번장. 황선주. 공숙희. 흐엉. 김갑순. 김연화. 공태수. 공태수 검사의 아내. 공은희. 심재술. 장씨. 장판소. 시장통 아주머니. 기생들...
등등
3. 줄거리
너른 논산 벌과 강경을 지나온 금강의 황톳물은 느긋한 물살을 육지에 대기위해 부단히 철벅거리던 서해 짠물을 만나, 활처럼 휘어져 Y 자 모양의 포구를 이루었다. 그곳에 째보선창이 있었다.
군산 째보선창에 사는 14살 송금수는 병든 아버지와 동생들을 위해 계모 오봉댁의 손에 의해 소화권번 새끼 기생으로 입적하여 소리와 춤을 배워 2년 만에 일등으로 기생시험을 치르고 기생이 된다. 벚꽃이 분분히 날리는 날 기생합격 소식을 가지고 째보선창 본가에 간 날 집주인 째보 황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하기 직전 도망쳐 나오며 기구한 운명을 시작한다. 째보 황씨는 금수의 첫사랑 황선주의 아비였다.
김갑순의 도움을 받으며 춤과 소리에 뛰어났던 금수는 명월관, 만수장, 근화관등의 요릿집을 드나들며 조선인 한량들과 일본인 지주들의 추앙을 받으며 군산 최고의 기생으로 거듭난다. 그런 금수에게 침을 흘리는 군산경찰서장 다카끼는 금수에 대한 분노로 금수를 정신대로 발탁한다. 금수는 정신대를 피하기 위해 군산최고의 부자 일본인 구로즈미의 첩이 되어 개정 구로즈미의 개정 별장으로 들어간다.
개정별장엔 조선인 서기 고석동이 드나들며 일본인 아주머니 히또미가 거주하고 있었고 정작 구로즈미는 정읍에 본거지를 두고 있었다. 구로즈미의 군산 땅을 관리하는 조선인 서기 고석동은 중학교 시절 금수의 첫사랑 황선주의 친구였으며 째보선창에서의 첫 만남부터 금수를 짝사랑하던 남자였다. 예기치 않은 장소와 상황에서 금수를 만난 고석동은 오매불망 금수에게 접근하지만 금수는 황선주의 친구였기에, 자신이 구로즈미의 첩의 입장이 되어 있으므로 고석동을 멀리한다.
정작 구로즈미는 송금수를 건들이지 않고 금수는 구로즈미의 비서인 젊은 겐조와 사랑을 나눠 아이를 임신하게 된다. 해방이 되고 구로즈미가 일본으로 떠나고 남겠다는 겐조를 위해 동생 금보를 찾아 가지만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하고 삼일장을 치룬 후에 돌아와 보니 이미 겐조는 떠났고 혼자 남은 송금수는 고석동에 의해 강간을 당하며 자살을 결심하나 배속 아이를 생각해 다시 살고자 결심한다.
그 와중에 의붓동생 홍금보가 고석동의 사람 됨됨을 전하며 송금수에게 고석동을 의지하라고 하지만 임신한 자신을 겁탈한 고석동에 대한 분노로 송금수는 쉽게 고석동을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해방되던 해 11월 금수는 아들을 낳고 고석동의 호적에 올리게 되며 고석동과 송금수는 부부의 인연을 맺게 된다. 고석동은 구로즈미와 겐조가 떠나자 구로즈미의 재산을 조선건국자금으로 흡수하는데 일조를 하고 자신 또한 구로즈미의 재산 얼마를 개인재산으로 가로채 금수의 환심을 사려고 노력하나 금수가 마음으로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자 술과 여자를 가까이하고 갈등하며 금수를 돌보지 않으려 한다.
쌀독에 쌀이 떨어지자 금수는 젖먹이 아들을 안고 다시 요릿집을 전전하며 돈을 벌지만 남편 고석동은 폭언과 폭력을 행사하며 금수를 구박하게 되고 금수는 고석동을 피해 의붓동생 금보와 함께 서울로 떠난다.
곧이어 6.25가 터지자 남로당 활동을 했던 금보를 서울에 두고 금수는 아들 종팔과 함께 다시 째보선창 계모 오봉댁의 오두막으로 돌아오게 되며 두 남동생이 이미 학도병으로 전쟁터에 나간 사실을 깨닫게 된다.
반동분자로 몰리게 된 상황에 처한 오봉댁과 금수에게 빨간 완장을 찬 고석동이 나타나 쌀과 옷과 보석을 나눠주며 다시 환심을 사려하지만 곧 수세에 몰린 남로당 출신의 고석동은 오봉댁에게 금수에게 전해주라는 물건을 남기고 사라지고 욕심이 눈이 먼 오봉댁은 고석동이 옥정리 고씨 문중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죽었을 것이라는 거짓말을 하며 고석동이 금수에게 남긴 물건을 가로챈다.
전쟁이 끝나자 먹고살기 힘들었던 오봉댁은 째보 황씨의 집으로 들어가고 금수는 아들 종팔을 데리고 해망동으로 이사한다.
기생 금수의 재주를 기억하고 있던 장판소가 해망동 선창에서 생선 일을 하고 있는 금수를 찾아와 다시 금수는 기생의 신분으로 돌아가 춤과 소리를 하나 머리가 커진 아들 종팔은 어머니의 기생 노릇에 상처를 받으며 어머니를 만류한다. 금수는 아들의 마음을 알지만 아들 몰래 군산의 요릿집 대신에 멀리, 전주, 이리, 김제. 만경지역의 잔칫집을 전전한다.
자신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어머니 금수가 소리와 춤을 추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16살 종팔은 어머니 대신 돈을 벌기위해 친구 종대의 아버지의 조깃배를 타고 나갔다가 북한으로 납북 당한다.
아들의 배가 돌아오지 않자 금수는 아들을 찾아 백방으로 노력하지만 6개월이 지난 후에야 겨우 아들의 배가 납북되었고 인천으로 돌아왔지만 간첩누명을 썼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들을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금수는 기생시절 자신을 괴롭혔던 다카끼. 이제는 곽일표란 이름으로 다시 한국인으로 거듭난 군산경찰서장을 찾아가 호소를 하게 된다. 곽일표는 금수에게 인공시절 남편 고석동이 저지른 만행을 언급하며 종팔이 빨갱이 새끼라는 말로 금수룰 불안케 한다. 곽일표는 금수의 처지를 이용해 금수의 몸을 탐하고 아들 종팔이 군산으로 호송되어 다시 재조사를 받고 풀려나지만 아들 종팔은 멍한 얼굴로 바다만 바라볼 뿐 납북당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고 정신을 놓고 살자 금수는 불안하기만 했다.
한 달 만에 아들 종팔이 할머니 오봉댁을 찾아 가겠다고 하자 그제야 안심이 된 금수는 멀어져가는 아들 종팔의 뒷모습에서 종팔의 친부 겐조를 떠올리게 된다.
할머니 오봉댁을 찾은 종팔은 금수에게 하지 못한 말을 전한다. 아버지라 알고 있는 고석동과 외삼촌 둘이 북한에 살고 있다는 소식을 할머니에게 전하며 어머니에게 하지 못한 답답한 속내를 드러내며 자신의 상황에 두려움을 느낀다. 할머니집을 나오며 종팔은 자신의 앞날에 대한 두려움으로 ‘지금 나는, 어디로 가야할까?'라는 자문을 하게 된다.
불안감과 두려움과 빨갱이 자식이라는 비밀을 안고 사는 종팔은 친구 종대를 찾아 새로운 인생을 계획하게 되고 종대의 사촌형 필대의 소개로 군산의 그랜드파 최태풍의 부하로 들어가게 된다. 최태풍은 금수보다 서, 너 살 아래인 순창 진메 출신으로 14살에 고향 진메를 떠나 군산에 정착했다가 20살 무렵 깡패가 되어 그랜드파의 두목으로 성장한다.
비록 초등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한 최태풍이었지만 지적욕구가 있는 성품으로 소설낭독을 즐겨 듣는 취미를 가지고 있었으며 종팔이 부르는 양키노래에 홀딱 반하는 낭만적이고 따뜻한 정이 넘치는 인물이었다.
최태풍과 금수는 특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었다. 술자리에서 다카끼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만 금수가 명월관으로 가기위해 대기해놓은 인력거를 타려고 할 때 금수를 뒤 따라 나온 다카끼가 금수에 대한 화풀이를 인력거꾼인 최태풍에게 하게 되어 최태풍의 얼굴이 피범벅이 되었고 다카끼에게서 멀어지자 금수가 자신의 손수건으로 피를 닦아내주고 팁으로 번 돈을 쥐어 쥐자 최태풍은 그날 이후로 금수를 오매불망 사모하게 된 인물이다.
종팔이 금수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 최태풍은 금수를 찾아내 자신이 접수한 다방을 맡아 줄 것을 부탁하고 아들 종팔의 눈치를 살피던 금수는 마지못해 승낙하는 아들 종팔을 보고 영화동의 다방 아네모네의 마담이 된다.
최태풍은 일본인이라고 생각했던 다카끼가 사실은 한국인이었으며 곽일표란 이름으로 군산경찰서장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복수를 다짐하는데 때마침 곽일표가 국회의원 출마로 도움을 청하자 복수의 기회로 삼고 곽일표의 과거를 상대편에게 흘려 곽일표를 낙선시킨다. 금수와 최태풍은 통쾌한 복수의 결과에 취해 둘만의 웃음을 흘리지만...
종팔은 어머니 금수가 깡패인 최태풍과 가까이 지내는 것에 불만을 느끼며 돈을 벌기위해 필대를 따라 월남전에 참전했다 돌아온다.
금수의 아네모네 다방엔 깜치라는 별명을 가진 공숙희라는 19살 처녀가 과묵하고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종팔에게 반해 종팔을 유혹한다.
종팔은 유혹하는 공숙희를 취하지만 다음날 공숙희로부터 도망치고 때마침 다방 아네모네가 문을 닫게 되자 공숙희도 떠나고 종팔은 공숙희를 잊으려 한다.
직장인 아메리카 타운에서 종팔은 어느 날 마리라는 여자의 죽음을 목격하게 된다. 마리가 공숙희라는 사실을 알고 종팔은 절규한다. 양색시 마리와 마리의 친구 써니가 미국 병사 마이클에 의한 사망이라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마이클의 구속이 늦어지자 분노한 양색시들과 종팔은 마산방죽을 지나 미군부대까지 돌격하며 미군 부대 앞에서 시위를 하고 차에 방화를 하다 구속돼 종팔은 2년형을 언도 받는다.
출소한 종팔은 곽일표와 곽중근의 농간으로 최태풍과 함께 삼청교육대에 끌려가 모진 고문으로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하게 된다. 때마침 필대의 도움으로 최태풍은 탈영을 하게 되고 종팔은 6개월의 훈련기간을 마치고 군산으로 돌아와 숭림사에 있는 최태풍을 만나게 된다. 최태풍은 자신을 삼청교육대에 보낸 곽일표와 곽중근의 복수를 다짐하지만 종팔은 깡패생활을 접고 평범한 삶을 택하겠다고 다짐하며 최태풍의 제안을 거절한다. 최태풍은 필대를 시켜 곽일표를 살해하지만 증거가 없어 곽일표의 죽음은 묻히게 된다.
어느 날 종팔은 어머니의 아네모네 다방에서 친부라는 일본에서 온 겐조를 만나게 되어 일주일을 함께 보내며 어머니와 겐조와의 사연을 듣게 되고 늘 북한에 있는 고석동을 아버지라 생각해 불안하기만 했던 마음을 달래게 된다. 하지만 곽일표의 아들 곽중근은 자신의 아버지의 죽음과 종팔이 관계가 있다는 오해를 하고 얼마전에 다녀간 겐조가 조총련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미끼로 복수의 차원으로 종팔에게 간첩누명을 씌워 10년형을 언도받게 한다.
어머니 금수는 감옥에 있는 종팔을 위해 민살풀이 춤의 명인으로서 공연을 하던 중 우연히 정전이 된 무대에서 애끓는 육자배기를 통해 아들을 잃어버린 어머니의 마음을 호소하게 되고 대통령의 마음을 사게 되어 종팔은 특사를 받게 되고 7년 만에 출소하게 된다. 종팔은 자신이 간첩누명을 쓴 경위에 대해 알고 싶어 하지만 최태풍도 그 누구도 대답해주지 않는다.
출소한 종팔은 최태풍의 권유로 대명동 양키시장에서 작은 점포를 운영하는데 양키시장 옆 쉬파리골목의 수정궁에서 일하는 조연화라는 색시가 종팔에게 관심을 보인다. 종팔은 연화가 과거 곽중근과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망설이던 중 연화가 백안관파의 깡패에게 폭행을 당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연화를 구하게 되는데 백안관파 일당은 종팔을 그랜드파의 일원으로 오해해 호시탐탐 복수의 때를 기다리는데...
군산경찰서장이 되어 나타난 곽중근은 백안관파를 사주해 그랜드파를 ‘군산아편밀수사건’으로 엮어 최태풍을 제외한 일당을 감옥으로 보내며 복수를 하게 된다.
연화와의 결합을 망설이던 종팔은 결혼하기로 작정을 하며 마지막 인사로 연화가 일하던 수정궁을 찾게 되는데 하필 종팔과 연화가 다녀간 수정궁에 불이 나는 바람에 곤란한 지경에 처하고 만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최태풍이 곽중근의 차와 충돌해 최태풍도 곽중근도 즉사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며 망연자실한 어머니 금수와 함께 최태풍의 장례를 치르며 최태풍이 남긴 서류봉투와 필대를 통해 최태풍이 자신을 대신해 복수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머니 금수도 곧 죽음을 맞게 된다.
어머니 금수가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내 연화마저 자궁암 3기로 죽을 날만을 기다리는 종팔은 절룩거리는 모습으로 아내를 픽업트럭에 태워 시장과 골목을 전전하며 생활비를 벌게 된다.
이제 종팔은 아픈 아내 연화를 휠체어에 태우고 절룩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벚꽃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전국노래자랑 출현을 위해 집을 나서고 있다.(끝)
16부작 미니시리즈 <벚꽃> 시나리오
제 1 회
1. 전주, 군산 전용도로 대야구간(오전 10시)
화창하고 약간 바람이 부는 오전.
하늘엔 두둥실 뭉게구름.
한가한 전용도로에 빨간색 컨버터블 오픈된 채 GM대우 선전 판 스치며 달리는 차.
긴 머리를 나부끼며 은희는 운전석에, 지은은 그 옆 좌석에.
버스커버스커의 ‘벚꽃 엔딩’ 노래가 스피커를 타고 흐르고.
지은: (양손을 하늘로 뻗으며 바람을 느끼며)
야호, 지대로 왔군.
은희: (살짝 지은을 돌아보며)
그만 음악 좀 바꾸면 안 될까?
지은: (터질 듯 미소)
뭘 그래, 좋기만 한데.
은희: (미간을 찡그리며)
헐, 벌써 몇 시간 째야?
지은: 난 범준이 목소리 넘 좋아.
은희: (설득조로) 해도 너무 하잖아.
지은: (말을 돌리기라도 하듯, 은희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어디부터?
은희: (살짝 미소)
뭘, 어디부터야. 하제 그리고 은파 유원지지.
지은: 하제는 석양 무렵에 가야 좋다든데.
블로그 보니깐.
(스마트 폰으로 뒤적뒤적 블로그를 찾는 중)
은희 (생각에 잠긴 듯)
2. 은희의 회상
오전 10시 은희네 거실. 창문 밖으로 비가 내리고 있음.
피아졸라 음악이 낮게 흐르고 있음(cafe 1930/Javier Albares, 첼로
Marisa Gomes. 기타.)
홈웨어를 입은 40살이 갓 넘은 우아한 자태의 여인 즉 은희의 외숙모가 손에 신경림 시집 ‘사진관집 이층’ 들고 있고.
앞 쪽에 커피 잔. 뜨거운 커피 김이 오르고..
은희의 무릎 위에 하얀 고양이 한 마리가 엎어져 있고..
한 손으로 은희가 고양이의 몸을 연신 쓰다듬으며.
은희가 쇼파에 앉은 엄마의 무릎아래서 무엇인가 간청.
은희: (잔뜩 애교를 떨며) 플리즈, 맘. 제발.
엄마: (못 들은 척, 눈을 시집에 고정한 채)
은희: (얼굴을 엄마의 얼굴 밑으로 가져다 대며)
응, 응, 응
엄마: (여전히 같은 자세)
은희의 무릎 위에 있던 고양이 펄쩍 뛰어
엄마의 무릎으로 뛰어 오르며 널브러지고
엄마가 고양이를 안아 올리며... 뽀뽀하고...
은희: 그래. 커피 박물관 가서 터키쉬 커피 끓이는 방법 배워 올게.
응, 엄마아.(간들어지게)
엄마: (시집을 내려놓고 엷은 미소 띠며 은희를 지긋이 바라본다)
정말이지? 확실히 지은이지?
은희: (간절한 어조로)
엄마, 나 못 믿어? 처음으로 지은이랑 단 둘이 외박이잖아.
지은이도 나도 공연이 없는 주말이잖아.
이번 못 가면 언제 이런 기회가 오겠어?
우리 역사에 이런 날이 몇 번이나 있겠냐구?
못 믿겠으면 지은네 엄마에게 전화해봐.
엄마: (근엄한 얼굴로)
알았어. 이번뿐이다. 절대 다음엔 안 돼.
은희: (신이 난 듯)
알써 알써.
은희 일어서며 엄마를 안고 볼을 부빈다.
고양이가 은희와 엄마를 번갈아 혀를 핥는다.
은희 흡족한 표정으로 고양이를 안아 뽀뽀하고...
3. 군산가는 승용차 안(오전)
은희는 정면을 보며 운전 중.
지은은 스마트 폰을 뒤적거리며 무엇인가를 찾는 중.
지은: (기쁜 듯, 스마트 폰을 은희에게 들이대며)
찾았어. 찾았어.
4. 은희의 스맛트폰에서 Jigo's Friday란 블로그가 화면에 보이고
5. 승용차 안
지은: 뭐라 써 있냐면...
(스마트 폰을 들여다보며)
“흐릿한 구름 뒤로 숨바꼭질하는 뿌연 해.
배경으로 부는 바람,
저만치 물러난 바다가 풍기는 냄새에 끌려가다 만난 풍경들...
갯내음 성성하고 석양을 인 바다가 천상을 노래한다.”
6. 하제 전경
뿌연 해변 가로 막 석양이 지는 모습.
폐선들이 즐비해있고
개망초가 흐드러지게 피어있고
바람에 살랑살랑 풀들이 움직이는 넓은 땅이 보이고.
탁한 바다는 잔잔한 물결이 일고 있다.
바다위에 반사된 빨간 노을...
7. 다시 승용차안(오전)
은희: (살짝 미소)
그래? 그렇다면 이따 석양 무렵.
지은: (신이 난 듯) 콜.
우선 은파 돌고 점심은 복성루 짬뽕.
오후엔 근대 역사박물관부터
오케이?
지은이 혼자 떠든다.
은희의 반응이 없자 흘끗 은희를 쳐다보다 다시 스마트폰으로...
8. 은희의 회상
은희 10살 무렵 외할머니가 돌아가시는 날,
상복을 입은 외삼촌과 외숙모.
은희를 가운데 뒤고 나란히 뒷좌석에
피곤한 듯 외삼촌과 외삼촌이 좌석으로 몸을 푹 기대고 있다.
땟국물이 낀 얼굴에 아쉬운 듯 10살의 은희가
승용차를 뒷좌석에 타고 가며 되돌아보니
주황색 노을 낀 하늘에 수평선으로 침몰하던 이글거리던 태양.
점점 멀어지는 바다와 석양과 마을...
외삼촌과 외숙모가 눈을 감고 잠든 표정이 보이고
10살 은희는 눈치를 보며 자꾸 번갈아 외숙모와 외삼촌을
바라보다가 뒷좌석을 백 밀러로 보는 운전수와
눈이 마주쳐 은희 살짝 미소...
9. 다시 은희와 지은의 승용차안.
은희와 지은이 탄 차가 전용도롤 빠져나오며
군산 대학교가 보이고..
은파 호수공원 팻말이 보이고.
음악을 줄이고 호수 공원 안으로 차를 돌려 진입한다.
은희와 지은이 탄 차체 위로 벚꽃이 분분이 날리고...
은희가 음악의 볼륨을 낮추고...
산책 나온 사람들의 웃고 떠드는 모습이 보이고.
오픈된 차를 처음 보는 듯
산책 나온 사람들이 호기심을 띤 표정으로
은희와 지은에게 시선을 주고...
은희와 지은이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좌우를 살피고...
은파의 잔물결이 햇빛을 반사하며 반짝거리고..
사람들 위로, 은희와 지은의 차 위로
벚꽃이 분분히 날리고....
타이틀 <벚꽃>이 서서히 떠올랐다가 서서히 사라진다.
타이틀 위로 벚꽃이 분분히 날리고...
10. 째보선창 포구(오후 2시경)
짙은 해무가 내려앉은 포구에 비가 내리고 있음.
바다에서 선창가를 향해 오색 깃발을 단 조깃배들이 하나, 둘 등장.
드러나는 배 앞으로 갈매기들 끼룩거리고.
소년 하나가 “배가 들어온다고 소리치고.
부둣가에 선 사람들이 입항하는 배들을 향해
두 손을 들어 흔들고...
선창가 주위로 장돌뱅이. 지게꾼, 선주, 객줏집 색시, 아이들, 개들이 선창가를 향해 일제히 몰려감.
왁자지껄한 째보선창의 모습.
서서히 비가 그치며 파시를 열 준비를 하는 상인들...
11. 째보 선창가(오후)
객줏집 처마 밑에 오봉댁과 째보황씨가 선창을 바라보고 서있음.
오봉댁 삼십 중반.
째보황씨는 오십 중반을 넘어 보이는 중 늙은이.
째보황씨: 만선인가 봅소. 모다 오색 깃발을 꽂은 걸 봉께.
오봉댁: (황씨에게 몸을 바짝 기대며 콧소리를 내며)
벚꽃이 안 젖던 가비요.
해마다 이만 때면 조기떼가 몰려오곤 했응께로.
보릿고개 넘기라고 하늘이 우덜을 살리는 것이지유.
어르신네 요정도 한 바탕 난리가 날 것 이지만.
지도 한 몫 두둑이 챙겨야 쓰것는디유.
이참에 물건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어른께서 쬐매 신경 써 주시면 그 은혜 평생 잊지 않것쓰유.
째보황씨: (입을 헤벌쭉거리며)
약조 하나만 허면 내가 자네 청 쪼까 못 들어 주것는가?
금수더러 한 번 황모정에 들르라고 허던가.
오봉댁: (미간을 찌푸리며)
글씨, 고것이유. 아직 배우는 처지라서.
권번에서 알면 쫓겨난다고 혀서유.
지가 그렇지 않아도 몇 번 갸한티
황씨 어른에 대해 말을 붙였는디.
갸가 그렇게 대답혀니 지도 어쩔 방도가 없어서...
(말끝을 흐린다.)
째보황씨: (짜증이 배인 듯한 목소리로)
권번 갸들 몰래 한 밤중에 잠껀만 들르라고 허랑께.
내 말을 그리 못 알아듣소?”
오봉댁: (윽박지를 태세로)
알것구먼유. 지가 한 번 더 수고허야겠구먼유.
그나저나 마선주님 배에 실린 참조기가 씨알도 분명 굵을 것인디.
(발채만한 입을 씰룩거린다.)
째보황씨: (목소리에 힘을 주며 오봉댁을 흘겨본다.)
자네혀고 나혀고 비밀로 혀고.
요번 시험 합격혀면 금수 우리 황모정도 좀 들락거리게 현다고
약조만 혀소.
선주 마씨에게는 내 말을 건네 볼팅게.
오봉댁: (주눅이 든 목소리에 애교를 떨며)
약조혀지유. 갸,
금수가 지 애미 말이라면 인당수라도 빠질 것이고만유.
약조허죠. 암먼유.
째보황씨: (단호한 목소리로)
그럼 그 약조만 믿고 내 선주 마씨에게 갔다 올팅게.
자네는 배 대는 데서 좀 기다려 보소.
황씨가 총총히 사라짐.
오봉댁은 가슴을 쓸며 살찐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선창가로 내달림.
12. 이서운네 집(낮)
겨우 방한칸, 부엌 한 칸의 오두막.
툇마루에 쭈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우는 이서운.
사십을 바라보는 나이답게 쪼그라진 몸매와
주름살이 보이는 얼굴의 이서운과
아직 삼십 중반을 갓 넘은 금수의 계모 오봉댁이
바구니를 들고 서 있고..
오봉댁과 이서운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음.
이서운:그랑께, 권번에 들어가서 소리와 춤을 배워 기생만 되면야 식구들 입에 거미줄 칠 일은 없을 것잉께.
내 말 한 번 믿고 보내 보랑께유.
오봉댁:그려도 기생은 좀 거시기 현디.
차라리 부자영감 재취자리를 알아보는 게 더 나을 거 같은디유.
13. 오봉댁의 상상
오봉댁은 째보황씨와 금수를 떠올린다.
오봉댁이 고개를 흔들고...
14. 다시 이서운의 집
이서운:그랴면, 내 우선 쌀 한가마니를 먼저 보낼 것이고
오봉댁이 뀌어간 액수를 탕감혀 줄팅게.
금수를 권번에 보내 주구랴.
권번에 드는 비용은 전부 내가 대줄 것잉께 염려 붙들어 매고.
일단 금수가 기생이 되기사혀먼 금수 갸가 번 돈으로 철철 마다
지 엄니 색동저고리 입게 혀 줄 것이고
박하분이야 덤으로 가져 올 것은 당연지사고
동상들 월사금도 문제가 안 될 틴디. 고건 내가 장담혀유.
15. 오봉댁의 상상
화려한 한복감과 박하분을 앞에 둔 오봉댁,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모습.
눈이 휘둥그레지는 옆집 아줌니들...
부러운 듯 한복감을 만져보며
오봉댁 자랑스럽게 박하분을 얼굴에 바르기도 하며.
16. 다시 이서운 네 집
이서운이 만면에 미소를 띠고 있는 오봉댁을 바라보며
야릇한 웃음을 띠며,
오봉댁이 넘어 오고 있다는 것을 짐작하는 듯 표정...
오봉댁:고것이, 그렇다면 영감혀고 한 번 더 상의혀 보고 말씀 드릴팅게 하룻밤 더 말미를 주랑께유.”
이서운:그랴면, 내 옥비녀를 오봉댁에게 내 주리라.
오봉댁:(희색이 만면)
그랴면 영감헌티 말은 넣어 볼팅게 쬐매만 기둘려 보소.
이서운:이따 저녁때라도 기별 넣으소.
내 나가기 전이면 더욱 좋고.
내 맴도 변할 줄 모릉께, 알아서 허소.
양순이도 있는디, 금수 헌티 먼저 말 형겄잉게.
오봉댁:하고, 알았어유,
오봉댁 급한 발걸음으로 이서운의 집을 나선다.
이서운:(눈을 흘기며)
썩을 놈의 여편네가 욕심은 많아서.
(혀를 끌끌 찬다.)
17. 째보선창가(낮)
사람들이 북적대며 이곳저곳에서 큰 소리로
손님을 부르는 생선장수들...
잔 술 파는 아낙들...
과일 파는 사람들...
엿을 파는 사람들.,..
오봉댁이 소쿠리를 끼고 뱃전으로 달리고 있다.
오봉댁:(혼잣말로)
그려. 그렇게 혀야지.
썩을 여편네. 그랴도 내가 니 속셈을 모를성 싶으냐.
금수 끼고 용돈이라도 벌라코 허는 것을 내도 눈치 백단인기라.
뭐 교육비를 대 주것다고.
말짱 금수 등골 빼먹으려고 작정허는 그 응큼한 속셈.
흥, 지금은 내사
내 발등의 불 끄고 급급혀지만
갸가 기생만 되면야 내 입성도 해결되겠지만서두
그땐 내도 갸 한테 단단히 이르겄구먼.
암만, 전실 자석이긴 혀도 갸가 지 엄니 말이라면
접시물이라도 빠져 죽을 가시내랑께.
갸가 그려도 키워 준 은공은 절대 모른 체 하는 아니는 아닝께......
오봉댁이 총총히 뱃전을 향해 걸어간다.
18. 금수의 본가 (밤)
금수의 아버지( 사십 중반)와 오봉댁이 앉아 있다.
금수 아버지 빠금 담배를 피고 있고..
오봉댁이 금수 아버지의 눈치를 살핀다.
오봉댁:근디 말이유, 저짝 기생 이서운이 말이유.
금수 아버지 못 들은 척
오봉댁:금수 아부지,
그 수밖에 더 없는디유.
올 보리 고개 넘기기 힘든디, 새끼들 배곯아 죽어도 좋소?
금수아버지:(답답한지 , 담배만 뻐끔, 뻐끔)
오봉댁:그려서 뭔 수라도 있당까요?(슬슬 화를 낼 모양)
금수아버지:(담뱃불을 짓이기면서) 그랑께 갸를 꼭 기생 만들어야것소.
오봉댁:(화를 내면서) 글면 재취자리라도 괜찮것소?
금수아버지:뭔 재취자리, 그 어린 것을. 지속으로 난 자석 아니라고.
오봉댁:그러면 어짜란 말이여유., 쌩짜 같은 새끼들 굶어 죽일 작정이유?
금수아버지:(대답을 하지 않고 한참을 기다리다)
방도를 생각혀봅시다.
금수:(물기있는 목소리로)
아부지, 엄니 말씀데로 혀는 것이 좋겄시유.
당장 식구들 생각혀는 것이 지도 맘이 좀 편할 것인디.
오봉댁:그려유.
야 말이 그른 것 하나도 없지 않겄시유.
지라도 젊으면야 기생질이라도 나서겄지만서두.
다른 것 있겄시유?
지금 당장은 우선 살아야 하니께유.
금수아버지:금수야, 참말로 미안허구나.
금수:아니여유, 아부지.
금수아버지:내사 건강키만 허면.
금수:아부지가 다시 건강해지면야 지가 다시 나오면 된잖아유.
오봉댁:암먼, 암먼유.
당신이 건강해져서 지게라도 질 수 있으면야.
건강해질려면 우선 잘 드셔야 허지 않겄시유.
금수:아부지, 엄니 말씀이 옳당께유.
금수아부지:(답답한지 담배만 짓이기고 고개를 들지 못한다.)
19. 째보선창가(석양 무렵)
금수 아버지가 혼자서 바다 앞에 쪼그리고 앉아 생각에 잠겨있다.
짙은 해무 사이로 갈매기들이 끼룩 거리다가
서서히 해무가 사라지며 하늘에 노을이 비치고 있다.
금수 아버지가 바다를 향해 혼잣말을 하고 있다.
금수아버지:자네가 글케만 가지 않았으면 그 어린 것을...
(눈물을 훔친다.)
20. 금수아버지의 회상
여섯 살의 금수와 이십대 초반의 금수 친모가
다정히 수다 떠는 모습을 상상하다,
금수 아버지가 노름꾼들과 함께 노름을 하다
돈을 털리고 무참한 표정으로 노름꾼들의 모습을 구경하다
분연히 일어서 나온다.
금수아버지가 술에 취해 집안 살림을 때려 부수며
금수 친모에게 악을 써대는 모습...
금수 친모 금수를 안고 우는 모습이 보이고
금수 친모의 어여쁜 모습(이십대 후반)이 해무 속으로 사라진다.
21. 째보선창 물가
금수아버지: (혼잣말)
이자와 내 무슨 염치로 자네 생각을 허고 있으꺼나.
다 내 탓인겨. 조상님이 물려주신 전답을 다 노름으로 날린 것도.
홧김에 술 쳐먹고 난리 핀 것도 다 내 잘못인것여.
쬐매만 더 기달려주지 그렸는가?
그렸으면 그 어린 것이 기생팔자는 안 될 성 싶은디...
금수 아버지의 얼굴에 눈물이...
석양이 비친 붉게 물든 바닷물...
금수아버지의 한 숨 쉬는 소리...
22. 금수본가 안방(이른 아침)
금수아버지와 오봉댁, 금수가 앉아있다.
오봉댁:그랴니, 어쩌것냐?
금수와 아버지 고개만 숙이고 대답을 하지 않는다.
오봉댁:영감, 한 마디 허소.
야가 공부혀러 들어가면 쉽게 나오지 못헐틴디.
금수아버지:(한 참 후에)
그려. 미안허다. 어쩌것냐.
그랴도 옆집 아줌니가 엄니처럼 잘 돌봐준다고 약속 혔으니께.
오봉댁:서운타 말그라.
아부지도 이라고 일도 못혀고.
동상들은 어리고.
내 혼자 힘으로 이렇게 키워 났으니께 니가 쬐매만 도와주면
니 동상 상고 졸업혀면 그땐 시집가거라.
알것제. 원망혀지 말고.
금수아버지:그랴. 지 엄니 말데로 금보 상고 졸업혀서 밥벌이 허거들랑
그땐 니도 그만 두고 시집가서 살아야제..
금수 눈물을 흘리는지, 고개만 끄덕 끄덕.
금수 아버지가 몇 번이고 금수의 굽은 어깨를 다독이고.
오봉댁은 일어서더니 방을 나간다.
금수 아버지가 마른기침을 해대고
금수가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23. 권번 학습장(낮)
20여명의 새끼 기생들이 일본어 공부와
소리와 춤을 배우고 있다.
이서운이 소리,
김연화가 춤을 가르치며...
금수가 초롱한 눈망울로 열심히 배우고 있고...
소리가 틀리면 간혹 이서운이 금수의 종아리를 회초리로
때리고...
춤을 가르치는 연화는 금수의 춤추는 모양을
흡족한 모습으로 지켜보며 금수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고...
금수 열심히 일본말을 소리 내서 읽으며...
24. 금수의 회상
째보선창가 여름 날 금수 사람들과 떨어져
썩은 조기 중에 성성한 것을 고르고 있다.
금수 앞에 까까머리 남자 중학생 둘이 책가방을 들고 교복을 입고
금수에게 다가오며 일부러 컹컹거리며 아는 체를 하는데...
황선주:(멈칫 거리며)
저, 저,
금수:(깜짝 놀라며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엷은 미소를 띠고)
고석동:(황선주의 옆구리를 찌르며 재촉을 하는 듯)
황선주:(부끄러워 얼굴이 달아오르고)
황선줍니다.
금수:(애써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 거리고)
부끄러운지 황선주가 먼저 내빼고
그 뒤를 고석동이 달리며 낄낄 거린다.
금수 그들을 보고 미소를 띠다가
다시 조기 고르는 일에 몰두한다.
선창가에 모인 사람들 왁자지껄...
멀어져가는 황선주와 고석동이 금수 쪽으로 한 번 더
눈길을 돌리며 웃고 있다.
25. 명월관 중정(오전 10시. 기생시험장)
20여명의 색동한복차림의 새끼 기생들이 멍석위에 앉아있음..
그들 앞으로 제복을 입은 군산경찰서장 다카끼와 옥구군수 허화수, 대지주 구로즈미, 권번장 세 명이 몸을 제킨 채로 의자위에 앉고
그들 뒤로 구경나온 기생들과 관계자들이 서있고.
장구와 북을 앞에 둔 악단 네 명이 멍석위에 앉아있음.
명월관서기: (우렁찬 목소리로) 송금수차례요.
다카끼: (거드름이 묻어난 목소리로. 일본말로)
몇 살?
금수: (주눅 들지 않는 낭창낭창한 일본말로)
열 여섯입니다.
구로즈미: (안경을 쓰고 살짝 미소를 보이며 일본말로)
몇 년을 공부했오?
금수: (구로즈미에게 눈을 마주치더니 황망히 눈을 내리깔며 일본말로)
2년입니다.
명월관서기: (악단에게)
장단을 맞추시오.
장구소리와 북소리가 울림.
색동한복을 입고 쪽진 머리를 한 금수가 어깨를 들먹이며 춤을 춤.
심사관들과 구경꾼들 모두 춤에 홀린 표정.
구로즈미: (춤이 끝나자마자 벌떡 의자에서 일어서며)
사이꼬!
심사관들도 눈치를 보며 어정쩡한 박수갈채.
구로즈미의 얼굴이 번뜩임.
콧수염을 기르고 신식안경을 쓴 구로즈미의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 에 금수는 잠시 눈길을 주었다가 황망히 눈을 내리 깜.
명월관 서기: 송금수가 제일이요.
명월관 서기가 소리에 그 자리의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환호의 박 수를 침.
금수의 얼굴이 붉어지며 득의만면의 표정 뒤에 씁쓸한 표정이 스치 고 지나감.
화면위로 하늘하늘 벚꽃 잎이 날아와 떨어짐.
26. 권번 식당 (점심)
색동옷을 입은 기생들이 거나한 점심상을 앞에 두고 희희낙락..
이서운도, 김갑순, 송금수도 앉아 있고...
권번장:그동안 수고혔다야.
이자 정식 기생의 반열에 올랐응께, 다들 몸조심혀고.
술집 작부가 아닝께, 품위들 지켜가며
잘들 혀보드라고...알간?
기생들:(입을 맞춰) 알겄습니다.
권번장:특히 오늘 우리 권번에서 군산 제일의 예기가 탄생헌 날잉께.
오늘은 실컷 먹고 오후엔 월명산 벚꽃놀이라도 가보고
낼 부턴 생업 현장에서 뛰어보자구...
자, 자 어서 수저들 들고...
기생들:(생긋거리며 밥을 먹는다.)
이서운:금수야, 축하현다.
참말로 니 기생엄니 된 것이 오늘처럼 기쁜 날이 없응께.
그동안 니도 내도 열심이었으니께.
서운한 점 있었거들랑 모다 오늘을 위한 것이였다고 맴이 두지 말그라. 알것제?
금수:(웃을락말락, 고개만 끄덕끄덕)
희희낙락거리며 즐거운 식사시간...
27. 월명산 (오후)
벚꽃들이 바람에 분분하고, 꽃놀이를 나온 사람들 인산인해...
조선인부터 기모노를 입은 일본인들까지...
애기에서 팔 순 노인네들 까지...
금수를 비롯한 소화권번 소속의 새끼 기생들이 고운 한복을 입고 꽃놀이를 나와 있다.
28. 금수의 회상
금수가 아파 누워있는 아버지의 모습.
동생들이 급하게 밥 먹는 표정.
오봉댁이 빈 쌀독을 보며 한숨짓는 표정을 떠올린다.
29. 월명산(오후)
앞서가는 새끼 기생 열 명 남짓.
희희낙낙하는 모습이 보이고,
뒤따르는 금수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금수:(동료들을 향해)
야들아, 난 쬐매 본가에 들렀다 올팅게...
기생1:쬐매만 더 있다 가지 그려.
금수:빨리 갔다 와야겄다. 어둡기 전에.
기생2:그려, 그럼 후딱 갔다 오그라.
밤엔 우리끼리 수다 좀 떨게,
금수:그려, 저녁 전에는 도착 할 팅게.
재밋게 놀고 이따 보자야.
금수가 친구 기생들에게서 멀어지며 월명산을 내려온다.
30. 영화동 길(기생시험을 치른 오후)
금수가 색동저고리를 입고 부지런 째보선창을 향해 걷고
일본인들 몇 몇이 기모노와 게다를 신고 째보선창 파시를 향해
걷고 있음. 일본이 여자아이와 엄마의 대화
소녀:(호기심을 띠며 일본말로)게이샤?”
일본여자: (일본어)다메.
일본여자가 여자아이의 입을 손으로 가로막고.
아이는 금수를 흘끔거리고.
금수가 쓰린 표정을 짓는다.
31. 금수의 회상
눈발이 성성이 날리는 한 겨울밤, 째보선창. 달빛이 비치고
황선주가 금수를 껴안고 있다.
황선주:(으스러지게 껴안으며)
설사 기생이 되더라도 맴은 변하기 말고.
꼭 내해고 결혼혀야 씅께.
금수: (...)
32. 금수네 본가(저녁)
금수가 식구들과 함께 저녁밥상.
오봉댁:갸가 학도병으로 끌려갔다는디유.
금보:참말여유, 선주 성님이유?
금수가 숟가락을 떨어뜨린다.
33. 금수가 째보 선창 본가에 가는 길
금수 부지런히 째보선창 본가를 향해 총총거린다.
눈물이 맺혀있다.
34. 째보선창 입구(기생시험을 치른 오후)
금수가 색동옷을 입고 째보선창을 향해 급한 발걸음.
금수가 달리는 쪽에서 불쑥 째보 황씨 등장.
째보황씨: (휘둥그레 눈을 뜨며)
어야, 금수 아닌감?
금수: (고개를 다소곳이 숙이며)
네, 어르신. 그간 별고 없으셨겠지유?”
째보황씨: (게슴츠레 눈을 뜨며)
참으로 곱고만. 오늘 기생시험에서 일등을 혔다고?
금수: (눈도 마주치지 못하며)
그렸구먼유.
째보황씨: 잘혔고만.
내 오봉댁에게도 언질을 주기사혔지만 언자 우리 황모정에도 한 번 인사나 오것는가?
금수: (몸을 사리는 표정과 기어드는 목소리로)
고것이, 지가 대답혈수가 없는 문제인디유.
우리 권번장님께서 허락이 있으셔야 혀서...
째보황씨: 도리야 그렇기는 혀지만 눈치 못 채게 쬐께 다녀가면 될 것 아닌가 비.(목소리에 노염기를 품어내며)
내 혀고 자네 어머니가 약조헌 것이 있응께.
어머니와 상의혀 보고 천천히 생각혀 보드라고.
(금수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그럼, 어서 가 보드라고.
조만간 꼭 한 번은 보아야 쓰겄구먼.
금수: (고개를 들지 못하고 묵묵부답)
황씨는 못을 박 듯 마지막 말을 던지고 바쁜 듯 먼저 돌아섬.
그제야 안심이 된 듯 금수도 집을 향해 총총거림.
몇 발자국 먼저 돌아섰던 황씨가 몸을 돌려 금수의 뒷모습을 훑어 보더니 게슴츠레 실눈을 뜨며 입맛을 다심.
35. 째보선창 송금수의 본가(오후3시경)
방 두 칸에 부엌 한 칸인 초가지붕인 인 오두막.
싸리문을 밀치며 색동한복을 입은 금수가 마당으로 들어섬.
금수: (숨 차하며 큰소리로) 아부지이, 아부지이.
인기척이 없자 금수는 차례로 방문을 열어봄.
안방으로 들어서며 걱정스런 표정으로 방안을 둘러봄.
벽 위 못에 걸린 무명 한복으로 갈아입고.
아랫목에 깔린 누더기 이불을 마당으로 들고나가 싸리 울타리에.
방문을 제킨 후에 손에 빗자루와 걸레를 들고 방안을 청소한 후 부 엌문을 염.
씻겨 지지 않은 그릇들이 어수선히 널려있고 많은 파리 들이 밥그릇마다 붙어있음.
금수의 얼굴 찌푸림.
쌀독과 물독을 열어본 후 크게 한 숨을 쉼.
손을 걷어붙이고 그릇을 씻고 정리를 한 후 방안으로.
피곤한 기색으로 그대로 방안에 누워 스르르 눈을 감고 쌕쌕 잠.
째보 황씨가 살금살금 음흉한 미소를 띠고 금수의 저고리 옷고름을 풀고 있음.
인기척을 느낀 금수가 놀라 벌떡 일어남.
금수:어찌 이러신데유.
째보황씨:가만 있거라.
니 식구들 쫒겨나지 않으려면...
째보 황씨가 금수의 입을 틀어막으며,
잽싸게 금수위에 엎드려 금수를 누르고.
금수가 버둥거리며 사력을 다해 황씨를 밀침.
황씨가 윗목으로 나 둥글고.
금수가 버선발로 방밖으로 뛰쳐나가고.
황씨가 무엇인가 소리치려다 아쉬운 표정으로 입맛을 다심.
36. 째보선창 주변 작은 골목(오후4시경)
산발하고 버선발과 옷고름을 풀어 헤친 금수가 숨을 헐떡거리며 달 려옴.
뒤로 돌아보더니 인적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땀과 눈물로 범벅 진 금수의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통곡.
금수:어머니, 어머니.
참말로 제 신세가...
통곡을 하던 금수가 옷매무새를 고치더니 긴 한숨을 쉬며 앉아있고.
일어서며 째보선창 집 쪽으로 발길을 돌림.
집안을 기웃거리다 재빨리 입고 왔던 색동옷으로 갈아입고.
부엌 쌀 둑에 지전 몇 장 넣어놓고 집을 나오며 두리번거리다 빠른 걸음으로 달림.
멀리서 째보 황씨가 입맛을 다시며 금수가 도망치 듯 사라지는
것을 유심히 쳐다보고 있음.
37. 권번 방 안(저녁무렵)
한복을 입은 새끼기생들과 갑순과 금수가 앉아있다.
요릿집에 나갈 준비를 하느라 부산하고...
기생1: 갑순언니, 참말로 언니가 부럽당께.
기생2:그려, 언니.
모다 다들 언니가 부러워 죽겠다고 허던디.
갑순:뭣이 부럽냐?
니들은 나보다 더 좋은 사내 만날틴디...
기생2:언니, 보장혀?
갑순:그려, 보장 헌당께.
니들이 나보다 훨 예쁘고만.
기생1:그려도 강경 아저씨만큼은 아닐 것 같은디.
솔직히 말혀봐 언니,
언니도 그 아자씨가 좋아서 가는 것 아녀?
기생2:좋기도 허것지만 잘생겼고 부자기도 혀잖여.
모다, 언니가 부럽다고 난리가 아닝께.
갑순:그러들 마라잉.
기생2:암튼 언니, 잘 살아야 혀.
우덜로 언니 맨키롬 좋은 사내 만나야 헐티니께.
갑순:그려, 모다 명심혀.
우린 창녀가 아니고 예기니께.
알것지야?
기생1,2:언니, 그려요. 우린 예기여유.
화장을 하고 밖을 나설 준비를 끝낸 기생들이 나가고
갑순이와 금수 둘만 남아 앉아있다.
갑순 목이 메는지 자꾸 컹컹거리며 애꿎은 담배만 축내고.
금수: (울먹이며)
갑순 언니, 참말로 떠나야 혀?
(그렁그렁한 눈물. 금수가 갑순의 손을 잡고 있다.)
갑순: (울먹이며 잡은 금수의 손을 쓰다듬으며)
이 도리밖에 없응께 그랴제.
금수와 갑순은 옷고름으로 눈물을 찍어내고.
갑순: (금수에게 바짝 다가앉으며)
금수야. 꼭 명심혀.
니 짝은 하늘에서 내려 줄 것잉께.
이 남자다 생각혀면 평생 일부 종사혀라.
비록 기생 팔자지만 곧 그런 짝이 반드시 나타날 것잉 께. 잊을 사람은 잊고 꼭 내 말 명심혀라, 알것제.
금수: (대답을 하지 못하고. 그렁그렁 눈물을 매단 채 고개만 끄덕끄덕)
갑순: 그려. 내도 비록 팔려가는 신세지만 워낙 가진 것도 많다고 혀고. 전실 자석들도 모두 서울로 공부혀로 갔데니께.
식솔도 단출혀고.
그랴니 걱정 안 혀도 쓰것어야.
가끔씩 영감헌티 부탁혀서 이짝로 나들이도 나올팅게
너무 섭섭혀다 말고 잘 있을 것 이제?
알 것는가, 동상.
갑순도 목이 메는지 자꾸 컹컹거리며 애꿎은 담배를 뻐금거리고.
갑순: (당부하는 낮은 목소리로)
그려. 기생이라 혀더라도 함부로 몸을 굴리면 안 되는 법이여.
예기란 말이여. 예기란 모름지기 소리와 춤도 능숙혀야 혀지만 기개 가 있어야 할 것잉께.
그러니 절대 연화랑은 상종혀들 말고.
금수: (고개만 끄덕거림)
38. 권번 중정(자정이 넘은 시각. 하늘엔 초승달)
바람에 정원 벚꽃 잎이 흩날림
금수 홀로 정원에 나와 달빛 아래에 서있고.
깊은 한 숨을 쉬며 나직이 읊조린다.
금수: 아득하다 하늘 끝 홀로 선 자리
오색구름 초승달 비껴가는데
바람 따라 검불 같은 이 한 몸
어디 메로 흘러갈꼬.
금수는 하늘을 쳐다보며 몇 번의 깊은 한숨을 쉬다
급기야 눈물을 훔치고.
방안으로 들어가려는 찰라 정원 구석에서 훌쩍거리는 소리 를 듣고 발을 멈추고.
희연 여인네의 뒷모습이 보이고 금수가 헛기침을 한다.
인기척에 울음소리 멈추자 금수는 다시 방안으로 몸을 돌리는 순간.
김연화: (울먹이는 소리로)금수야. 나 연화여.
금수는 인물가까이로 걸어가 연화를 확인.
아슴푸레 초승달빛에 비친 연화의 눈물범벅된 얼굴.
금수가 놀란다.
김연화: 놀라지 마라. 오늘 일은 누구에게도 전혀지 말고.
연화의 울먹이는 목소리.
금수가 연화를 품에 안는다.
금수의 품에 안긴 연화는 채 끝내지 못한 마지막 울음을 삼킨다.
연화가 울음을 멈출 때까지 금수는 가만 가만 연화의 등을 토닥거 린다. 연화의 울음은 계속되고 연화를 안은 금수의 눈에도 눈물이 고인다. 둘은 서로를 부등 켜 안고.
금수: 무신 일이다요?
김연화: (여전히 울먹이며)
무신 일 이겄어?
날보고 죽고 못 산다고 현 놈이 변심을 헌 것이제.
권번에서 꺼내 주고 일부종사 혀겠다고 약조만 혀면 서울로 돌아가 가세를 정리 혀서 군산에 내려와 살림을 차리겠다고 철석같이 맹세 하고 떠나 간 양반이 두 달째 감감 무소식 아닌감?
금수: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곧 기별이 오것지유.
김연화: 고것이 말이여.
반년이나 명월관에서 기숙하다 조기 살 돈마저 날렸다고 한 숨을 토 혀길래 내가 조기 살 돈 융통혀 준다고
이천 원이나 안 맹글어 주었는가.
그것도 뽓지 영감에게 부탁혀서. 근디 말여.
조기 사서 서울 댕겨 온다고, 일주일 아니면 너끈히 보름만 기 다려 달라던 약조 혔던 양반인디.
벌써 두 달째여.
와야 할 달거리도 없는 것을 봉께 내 몸도 수상혀고.
금수: (한 참을 망설이다) 조금 더 기다려 볼 것 이구먼유.
김연화: 누가 뭐라 혔어도 내 마음은 진정이었구먼.
이 지긋지긋한 기생의 업에서 도망치고 싶었당께.
인력거 안을 기웃거리며 기생이라고 놀려대는 짓궂은 장난에 기생 질 현 것을 얼마나 후회혀며 살았능가,
금수는 내 속을 알 것잉께.
(설움이 복받치는 듯 목소리가 커지며)
그랴서, 그 양반 마음만 믿었구먼. 부자가 아니었어도 내 만 예뻐 해 준다면야 그 약조 철석같이 믿지 안 혔는가?
금수: (회상에 잠기는 표정)
39. 금수의 회상
금수와 갑순 마주 보며 앉아있고...
갑순: 사내들 현티 속지 말거라, 금수야.
사내는 모름지기 언 놈 하나 여색을 좋아 혀지 않는 놈이 없거늘. 사내 가슴속을 보려거든 세월을 겪어야 혀고.
그 세월만큼 정분이 쌓이면 속에 고인 정분의 십분 지 일만 보여 줘야 현단다.
고개만 끄덕거리는 금수,
40. 권번 정원
금수: (하늘의 초승달을 바라본다. 깊은 한 숨을 내쉰다.)
김연화: 낼, 모레면 내도 삼십을 바라보는 나이 아닌감.
마지막 남자라고 생각혔지.
그 양반 혀고 살림을 차릴 소화통 기와집도 한 채 일찌감치
보아 두었는디.
연화는 계속 울고,
금수가 연화의 등을 토닥거리다.
금수마저 울고
둘은 어느새 서로 부둥켜안고 운다.
41. 권번마당(이른 아침)
깡패 같은 사내 둘을 데리고 서울여자가 권번 마당에 진을 치고.
권번장이 그들을 응대하고 있고.
새끼 기생들이 구경을 하고 있다.
서울여자:아, 그러니 연화 그년 상판때기나 보게 나오소.
권번장:무슨 일인지 모르것소만. 이른 아침부터(얼굴을 찡그리며)
서울여자:아, 연화라는 년만 내 놓아 보소.
용건은 그년한테 있으니.
권번장:몇 번이나 말 혔지 않소. 갸, 연화는 여기에 없다고.
서울여자:소화권번 소속이라고 하는 것을 내가 모를 것 같으요.
권번장:우리 소속이긴 혀도, 갸는 지 생가에서 출입혀는 입장이랑께 그려네. 참 서울 아줌씨도 말귀를 못 알아듣소.
서울 깡패들이 험악한 표정으로 권번장 주위를 맴돈다.
권번장:그러코롬 겁 준다고 혀서 없는 연화가 나오겄소.
야, 금수야, 연화네 본가가 어디냐?
금수:(앞으로 나오며) 해평리 어디라고만 들었지, 지도 잘 모르는구먼유.
서울여자:그럼, 고 연화란 년이 해평리가 본가인갑소?
금수:지도 말만 들었지만서두.
서울여자:그럼, 해평리가 여기서 먼 갑소?
금수:한 20여리 된다는 말만 들었지. 지도 어딘 줄 잘 모르는디유.
서울여자:해평리라, 누구 해평리 아는 사람 없소.
권번장:야들이 거기 촌 구석을 어떻게 알 것소.
밖에 나가 사람들헌티 물어보소.
여기 야들이 무슨 상관있다고 그렇게..(씩씩거린다)
서울여자:(좌중을 한 번 훑어보고)
그럼, 내가 직접 그년을 수소문해 보겄소.
만약 이곳에 숨겨두고 내 주지 않았다고 하면 각오하소.
(데리고 온 깡패들을 향해) 자, 일단 해평리가 거길 가 보야것다.
서울여자와 깡패들이 눈을 부라리며 훑어보더니 대문 밖으로 나간다.
권번장:그려, 잘혔다.
금수:해평리는 제 어릴 적 친구가 사는 동리인디요.
갑자기 그 야 생각이 나서.
권번장:그나저나 연화, 야 때문에 귀찮게 생겼는디.
금수:지도 알아 보겠구먼유.
권번장:그랴. 얼굴을 봐야 뭔 수라도 써볼 것 아니냐.
금수, 니가 한 번 찾아보그라.
금수:알것써유.
권번장이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사무실로 들어가고
금수는 대문 밖으로 시선을 돌리고‘
구경하던 기생들이 안채로 들어간다.
42. 권번 사무실( 오전 11시)
고리대금업자인 뽓지영감이 화난 표정으로 서둘러 밖으로 나가다 금수와 부딪히고. 권번장이 사무실의 문을 열며 투덜거린다.
권번장: (걱정스런 표정으로)
금수야.
연화에게 뭔 사단이 난 것도 같은디.
소화통 뽓지 영감이 연화를 만나러 안 왔겄냐.
금수: 긍께요. 지도 걱정이 되고만요.
43. 권번 방안(이른 아침)
새끼기생 몇이 쑥덕거리고 있다.
기생1:금수야, 그 소식 들었어.
금수:무신?
기생2:연화언니 그 서울 남자?
금수:연화언니?
기생1:삼월이가 어제 오후에 장미동 미두장 앞에서 그 서울 남자를 봤디야.
금수:무신, 그 서울 남자는 서울 갔다고 혔는디.
기생2:아니래야. 분명히 그렸디야.
미두장앞에서 고리대금 업자인 뽓지 영감헌티 줄줄 끌려갔다고 혀든디.
금수:설마.
기생2:삼월이가 가마에서 내려서 확인까지 혔디야.
연화언니헌티도 말 혔다고 혀든디.
금수:(놀라며) 뭐 연화언니 헌티도.
기생1:그려서 어제 연화언니가 울고 불고 난리를 쳤다는디.
필시 뭔 사단이 날 것도 같고.
금수:뭔 사단, 그런 남의 야기에 휘둘리지 말고
우덜은 우리 일이나 잘 혀자.,
기생1,2:(입을 삐죽이며, 싫은 표정)
금수:(혼잣말로)
참말로 뭔 사단이 나면 안되는디..(걱정스런 표정)
44. 근화관 앞( 밤 아홉시경)
희미한 달빛을 받으며 인력거 세대가 근화관 앞에 기다리고 있음.
금수가 피곤한 표정과 빠른 걸음으로 나오며 인력거꾼에게 손짓.
인력거꾼(최태풍) 하나가 서둘러 인력거를 끌며 금수 곁으로 달려 옴. 금수를 뒤따라 경찰서장 다카끼가 일그러진 표정으로 따라 나옴
다카끼: (인력거꾼을 향해 씩씩대며 다짜고짜 화를 내며)
빠가야로, 조센징.
태풍: (놀라며 뻥한 눈으로 다카끼를 쳐다볼 뿐)
다카끼가 인력거꾼의 얼굴을 군화 신을 발로 치려다 뒤로 나둥글고.
인력거꾼 최태풍과 금수가 웃음을 참는 표정. 화난표정의 다카끼
일어나자마자 시뻘개진 얼굴로 최태풍의 얼굴에 주먹을 날림.
최태풍이 얼굴을 감싸며 물러난다. 금수는 인력거꾼과 다카끼를
쳐다본다. 여전히 다카끼 씩씩거린다.
금수: (서둘러인력거를 타며 최태풍을 향해) 어서 갑소..
최태풍 얼굴을 감싸며 고개를 주억거리다 서둘러 인력거를 끌고
몇 분을 달린 후에 금수가 인력거꾼을 멈추게 한다.
금수: (인력거에서 내리며)얼굴 좀 보소.
태풍: (피가 줄줄 새는 얼굴을 맨손으로 감싸며) 괘안혀유.
금수: (재빨리 손수건을 꺼내며 최태풍의 얼굴을 닦아내며)
미안허구먼.
나한테 화풀이를 헐 것을 그만.(울먹)
태풍: (얼굴을 닦아주는 금수의 손을 두손으로 잡으며 엉엉운다.)
금수: (한 손으로 최태풍의 등을 토닥이며) 그려. 내 동상 생각나서.
(속곳에서 지전을 꺼내며 최태풍의 손에 쥐어쥐며)
몇 푼 되지 않지만 고약이라도 사서 발라야 쓰것구먼.
태풍: (금수를 향해 고개만 주억거리며 눈물을 참는 듯)
금수: 인력거에 타며) 얼른 가세. 명월관잉께.
금수를 태운 인력거가 멀어진다.
45. 권번 방안(자정이 넘은 시각)
방안으로 금수가 들어오자 기생들 서 너 명 훌쩍거리고 있다.
기생1: (울먹이며 의아한 표정의 금수를 보며)
연화언니가 목을 멨디야.
금수: (놀라며 털썩 주저 앉는다)
참말여?
기생2.: (고개를 끄덕이며 울음소리를 더 높인다.)
금수: (결연한 표정으로 속으로 혼잣말)
난 그렇게는 안 죽을겨.
개처럼 죽진 않을 것잉께.
46. 월명동 대로(자정이 넘은 시각, 보름달이 휘영청)
구로즈미와 금수가 나란히 걷고 있고.
그들 뒤로 검은 지프차 한 대가 보임.
구로즈미: (앞을 보며)
며칠 전 편지를 받았네. 연로하신 어머님으로부터.
한 번 보고 싶다는.
추수가 끝나고 가겠다는 답장을 했는디
그만.(구로즈미 안경 밑으로 눈물을 닦음)
금수: (놀라는 표정으로 발을 멈추고 구로즈미를 지긋이 바라봄)
구로즈미:(눈물을 닦고 난 후 하늘을 바라봄)
금수: (구로즈미를 측은히 바라보다 구로즈미를 따라 하늘에 시선)
구로즈미: (앞을 보며 천천히 걷다가)
오늘 고향에서 전화를 받았네.
어머님이 돌아가셨다는.
자네는 참 우리 어머님을 많이 닮았네.
우리 어머님도 춤을 잘 추셨지.
드문 일이었지만 조선옷을 입고 발과 어깨와 손가락으로만 추는 춤 은 여느 일본 춤과 달랐네.
47. 구로즈미의 회상
구로즈미의 어머니가 기모노를 벗고
무명저고리를 입고
춤을 춘다.
어린 구로즈미가 황홀한 표정으로
어머니의 춤추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48. 다시 월명동도로
구로즈미와 금수가 달빛을 받으며 나란히 걷고 있다.
구로즈미:어머님의 선조는 조선 사람이었네.
조선 사람들은 임진왜란이라고 부른다고 하더군.
그때 당시 어머님의 조상중의 하나가 이 전라도 땅에서 나가사키까 지 잡혀왔다고 했는데.
내 몸에도 조선 피가 흐르고 있는 셈이지.
금수: (흘끗 구로즈미를 훔쳐보며 연민의 표정)
그들 뒤로 지프차가 천천히 따라오며...
49. 권번 방안(오전)
금수가 누워있다.
이서운이 방안으로 들어선다.
이서운이 들어오는 기색에 금수가 천천히 일어난다.
이서운이 금수 곁에 앉으며
이서운:금수야. 고만혀라. 사람의 인연이 거기까지인 것이다.
어서 맴을 잡고 네 갈 길을 가야 안 쓰겄나?
금수:(눈물을 닦는다)
이서운:이 참에 본가에 좀 다녀 오거라.
금수:그랴도, 권번장님이.
이서운:고건 걱정허지 말그라.
이미 권번장헌티 양해 구했으니께.
(속곳에서 지폐를 꺼내 금수 손에 쥐어주며)
본가에 가서 쌀둑도 좀 채워주고 아부지 약값도 드리고.
금수:(이서운이 내미는 돈을 받아쥐며)고맙구먼유.
이서운:그려, 이 은혜는 꼭 갚거라잉.(활짝 웃는다.)
금수:그랴지유.
금수가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고 이서운이 흡족한 표정으로 나간다.
50. 째보선창 금수본가(오후)
째보선창 금수의 본가. 동생 금보가 토방에 앉아있고.
금수가 막 싸리문을 젖히고 들어옴.
금보:(반가운 표정)누님 오셨는교?
금수:이게, 누구신가? 우리 금보 아닌감.
금보:네. 누님.
금수:삼학년이네. 쬐매 있으면 고등핵교에 가야 쓰것고?
장혀, 참말로 장혀구먼.
상고에 들어 가야제. 우리가족의 희망잉께, 알것제?
금보:그랴야지유. 누님 은혜는 꼭 갚겠으니 쬐매만 고생혀서유.
방안에서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는 금수의 아버지.
금수 방안으로 들어서며.
금수:그간 별고 없으셨지유?
아버지:그랴, 어쩐 일이다냐?
금수:권번장이 사흘이나 말미를 주었지유.
아버지:사흘씩이나 말미를 주었다냐?
금수:네, 아버지.]
아버지:(껑껑거리며, 마른 기침 소리를 내며)
그랴면 안 되는디.
금수 뻘쭘한 표정으로 어리둥절.
금보 성큼 방안으로 들어서며 금수의 손을 잡아끌음.
금보:앉아 보세유. 누님. 며칠 전에 순사가 다녀 갔지유.
글씨요. 지금 째보선창은 난리가 아니랑께유.
어제는 건넛집 양순이가 끌려 갔다고혀더만유.
죽어도 안 가겠다고 버티고 버티다가 급기야 일본 순사가 칼까지 빼들고 와서 잡아 갔다고 혀는디유.
금수:(놀라며)
양순이가?
내도 권번에서 무슨 쪼간인지 들었기는 들었는디.
금보:누님이 집에 오신 것은 좋기만 현디 걱정이 앞서는구먼유.
양순이 뿐인감유. 지금 쪽바리 새끼들이 발악을 떨고 있당께유.
순사하고 반장하고 동행혀서 처녀가 있는 집집마다 돌아 다니먼섬 데이씬따이(정신대)에 가야 한다고 꼬이더니 이젠 숫제 겁을 줘서 끌고 간다고 혀던디유. 누님이 이 판국에 집에 계시면 혹시라도...
51. 금수의 회상(오후)
권번 방안에 기생들이 숙덕 거리며 화장을 하고 있다.
기생3:들었어?
기생2:무신?
기생3:요새 신 여성들이 데이씬따이에 가야헌다고
거, 군산극장에서 최 뭐시기가 와서 떠든다고 허든디.
기생1:데이씬따이가 뭔디야?
기생2:정신대라고 일본 본토에 여자들을 보내
공장에서 군수품을 맹근다고 허든디.
기생3:그것 뿐이 아니드만
기생1:그랴면?
기생2:군인들 주둔지로 보내서 가랑이를 벌리게 헌다고도 허든디.
화장하던 기생들이 놀라서 손을 멈추고 기생2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
기생2:내도 자세헌 것은 모르지만서두.
기생1:확실이 알지 못혀면 야그를 꺼내지 말던가.
(입을 삐죽거리며)
기생3:암튼 요새 신여성들이 발광혀고 다닌다고 허니께
우리들 같은 여자들이야, 뭐 신경 쓸 것은 아니어도.
혹시나 혀서...
기생2:조심혀야 겄어.
기생1:조심혀긴, 우린 기생인디.
기생2:기생은 여자 아니간?
기생3:암튼 시절이 흉흉허면 스스로 알어서 조심혀.
금수가 못들은 체 하며 놀라는 표정
52. 다시 째보선창 금수의 본가.
아버지:그랴서 동네 처녀들이 모다 몸을 사리고 있다더라.
부모들이 서둘러 혼인을 시키고 있구먼.
끌려가지 않으려면 시집을 보내는 도리밖에 없는디..
금수:설마 지는 기생인디요..
금보:설마가 아니라니유.
순사들은 처녀들을 일본에 있는 공장으로 보내서 돈도 벌 수 있게 해준다고 혀는디, 고것이 참말인지 모르것어유. 선배들이 허는 이야기 들었는디유. 고등핵교에서도 학도병에 자원혀라고 난리속이 아닌 모양인디.
아버지:그랴. 금수야. 네가 집에 온 것 이사 반갑기는 혀지만 흉한 꼴 나기 전에 어서 권번으로 돌아가는 게 나을 성 싶은디, 어쩌냐?
금수:그려야 것구먼유. 아부지. 건강하셔야지유.
지 염려일랑 붙들이 매시고유.
금수는 아버지께 큰절을 올리고 집을 나선다. 금보가 뒤따라 나온다.
금보:지랑 함께 가게유.
아버지:그려라. 권번 앞까지 같이 갔다오너라.
금수와 금보가 사라지고 금수의 아버지의 근심스런 얼굴이 오버랩...
53. 권번문앞(저녁무렵)
금수와 금보가 권번 문이 보이는 골목이 들어서고 있다.
금수:그려야, 고맙구먼. 이제 돌아가도 되겄구먼.
금보:그려유, 누님. 몸 조심혀고요.
금수:이자, 중핵교 졸업혀믄 상고 가야지.
금보:그려유, 누님.
쬐메만 더 고상하이소.
상고 졸업혀믄 지가 식구들 책임 질팅게유.
금수:그려, 동상.
참말로 든든혀구만.
금보가 돌아서고 금수가 오랫동안 금보의 등을 쳐다보다가
권번 문쪽을 향해 몸을 돌린다. 그 순간 권번 문이 열리며 순사 하나가 권번을 나오고 있다.
금수가 순사를 발견하고 옆 골목으로 몸을 숨긴다.
54. 권번장 사무실
권번장이 걱정스레 서성이다가 금수가 들어서는 것을 목격.
권번장:보았는가? 방금 경찰서 순사가 다녀갔구먼. 우리 권번소속 몇을 공출 혀야 쓰겄다고 혀서 말미를 좀 달라고 통사정을 혀서 돌려 보냈는디. 걱정이 이만 저만 아니구먼.
금수:지도 집엘 갔다가 요로코롬 다시 쫒겨 왔지유. 째보선창에도 난리가 났다고 혀서유.
권번장:큰일이구먼. 누구는 보내고 누구는 안 보내고. 그랴도 금수는 우리권번 최고의 인물이니 내 끝까지 델꼬 있을 것잉께 걱정은 혀지 말고.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닝께 말들 전혀지 말아야 쓰것어. 보낼 때 보내더라도 쬐께 여유가 있응께.
금수:참말로 고맙구먼유. 오늘 저녁이라도 지는 열심히 지는 춤을 추어야겄구먼유. 지가 갈 자리가 있으면 말씀혀주세유.
권번장:그려, 그려. 아직은 여유가 있응께.
다른 아들한테는 말 전하지 말고.
사태를 좀 보아야 허겄어.
권번장과 금수 걱정스런 표정.
55. 금수의 회상
다카끼와 구로즈미등 5명쯤의 일본인 손님과 기생 5명이 상을 앞에 두고 앉아있고.
장구와 북을 가진 악단.
막 소리를 끝낸 금수가 서 있고.
다카끼 벌떡 일어서더니,
다카끼: (황홀한 표정으로)
유카, 월명산 벚꽃이 하늘하늘 지는 구나.
(감격의 과장된 표정을 지으며 우악스레 금수의 손을 잡는다)
금수: (놀라, 징그럽다는 듯 다카끼의 손을 훽 뿌리친다.)
다카끼: (순식간에 표정 일그러뜨리며 금수의 뺨을 향해 손을 든다.)
구로즈미: (재빨리 일어나 다카끼의 손목을 쥐며 빠른 일본말로 화를내며
나무라는 듯)
금수: (재빨리 구로즈미 뒤로 숨고)
구로즈미: (화난 표정을 풀며 금수의 등을 토닥이며 자리에 앉히고)
악단: (빠른 장구장단 발림으로 흥을 돋구고)
다카끼: (붉어진 얼굴에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표독한 눈초리로 금수를 본다.)
분위기 싸해지자 악단이 더욱더 흥을 돋구며 금수의 난감한
표정이 커지고...
56. 권번장사무실(오후 2시경)
권번장과 금수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앉아있음.
권번장: 금수야, 이를 어쩌냐?
군산 경찰서 순사과장이 왔다 갔는디.
먼저 모범을 보여야 현다고 특별히 너를 지목혔는디.
어찌하면 좋겄냐?
엊그제 일 때문인 것 같은디.
금수: 그 수밖에 없는 것 같으요.
권번장: (고개를 끄덕거리며)
근디 구로즈미가 정읍에 살고 있어서.
하루라도 급한디.
보름 안에 가야현다고 혀더라.
금수: (놀라며) 그렇게 빨리유?
(입술을 앙 다물고)
그 수밖에 없는 것 같으요.
권번장: (결심이 선 듯)
그랴. 그럼 내가 밖에 나가 방도를 알아보겄다.
금수: (애처로운 표정으로 권번장을 쳐다보다 한 숨을 쉬고)
권번장이 서둘러 나가고. 금수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깊은 한숨 을 쉬고 나가는 권번장에게 시선을.
57. 권번 정원(점심 후)
금수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마루에 앉아 정원을 바라보고 있다.
권번장이 문을 열고 바삐 들어오며 기쁜 기색으로.
권번장:자, 어서 옷 갈아입고 가야쓰겄다.
금수:(맺힌 눈물을 닦으며 놀라 일어서며)
권번장:하늘도 니를 돕는구나.
지금 구로즈미가 개정 별장에 와 있다더라.
시찰 끝나면 정읍으로 돌아갈지도 모르니 싸게 준비혀서 당장 만나보그라.
그 수밖에 없으니께, 내도 그 수밖에 없으니께.
(안타까운 듯)
금수:고맙구먼유. 이 은혜 평생 잊지 않겄구먼유.
권번장:그려,그려 인사치레는 그만 나중에 혀고.
빨리 채비혀서 떠나라.
금수가 서둘러 방안으로 들어간다.
권번장 하늘을 보며 탄식하는 표정...
58. 개정 구로즈미 별장 가는 길(낮)
무명저고리와 치마를 입고,
인력거를 타고 침통한 표정으로 개정을 향하는 금수
고개 숙인 벼들...허수아비보이고...
간혹 농사꾼들의 모습이 보이고...
길가에 코스모스 피어있고,
땡볕에 초가을 ...
금수:(인력거꾼에게) 싸게 싸게 가야겄어유.
인력거꾼:(연신 땀을 닦으며) 네, 네.
구로즈미의 여름 별장이 보이고
그 옆으로 구로즈미가 세웠다는 소작농을 위한 병원이 보인다.
59. 금수의 회상
조선인1:대학 출신 이리야. 게이꼬인지 게이오인지. 대학이라는디.
서울 연희대학 같은 곳이라드만.
수재들만 다니는 대학이고 고것도 수석으로 졸업혔디야.
땅장사부터 시작혔는디 워낙 수완이 좋아
본토에서 돈을 맹글었디야.
양이 차지 않아 조선 땅으로 건너 왔다는디.
욕심이 커서 거부가 된 것이여.
조선 땅을 어마어마허게 가졌다는디,
고것이 모다 우리 조선인들 피 빨아 모은 것 아니것어?
죽일 놈이긴 현디 그래도 밉상은 아닝께,
소작농이 아프면 병원에도 보내 준디야.
거 있잖여. 개정 어딘가에 조선인 의사 선생인 이, 뭐시랑까,
그 분을 모셔다 놓았다더구먼.
조선인2:뭔 소리여? 쳐 죽여도 모자라지.
그것도 모다 지 뱃속 채우려고 하는 짓 아닌감?
소작농들이 아프지 않아야 농사를 잘 짓것제.
머리가 원청 똑똑 혀다 보니 병원까지 열었다는디.
고것이 조선 사람을 위한 것이것냐고?
그 놈의 꼬라지를 보면 내 침이라도 한 번 뱉어주고 싶구먼.”
조선인3:소작료가 말도 아니게 비싸 데야.
행여 소작료를 못 내면 고리이자 쳐서 받아 낸다고 혀드만.
그려서 많은 조선인들 땅이 모다 그 놈 똥구멍으로 들어갔다고 혀든디.
조선인1:쪽바리 새끼가 원청 똑똑혀서
머리 좋은 조선 젊은 것들을 고용혀 농장 관리를 맡겼다더구먼.
월급도 많이 주고,
그랴서 머리 좋은 요사 젊은 것들이 그 놈 밑으로 많이 몰리고 있디야.
세상인심이 그런 것이여.
누구는 조선을 지킨다고 목숨까지 내 놓는 판에.
조선인2:긍게 말여. 이러다간 우리 땅을 모다 쪽바리들헌티 뺏기는 것은 아니가 몰라.
조선인3:긍께, 우리덜이라도 정신 바짝 차려야 쓰겄구만.,
조선인1:그려야지.
우리 같은 무지랭이 들이 헐 일은 그것밖에 더 있겄어.
조선인2:그러구말구. 암먼.
조선인3:나라가 어떻게 될 런지...
모두들 깊은 한 숨을 쉬며 암담한 표정을 짓는다.
60. 개정 구로즈미의 여름 별장(오후 3시)
무명 치마저고리를 입고 인력거에서 내리는 금수.
고석동이 정원의 나무를 손질하다가 놀라 금수를 쳐다봄.
금수 정원 안을 기웃거림.
고석동이 서둘러 대문을 열고 금수를 맞이함.
석동: (허둥대며)
저?
금수: (상기된 표정과 의혹의 눈길로 고석동을 바라봄)
석동: 째보선창?
금수: (놀라고 멍한 표정)
석동: (표정을 풀며 온화하게)
황선주 친구입니다.
금수: (소스라치게 놀라며 표정이 굳으며 살짝 넘어지려고 한다.)
석동: (금수를 붙들며)
선주랑 같은 중학교를 나왔습니다.
가끔 선주 집에 놀라갔었죠.
그 때 만난 적이 있었는디.
금수: (미간을 찡그리며 생각하는 표정. 생각났다는 듯 놀라며)
아, 그때 그 까까머리?
석동: (환하게 웃는 얼굴로)
선주가 지가 좋아하던 여자가 있다믄서,
말을 한 번도 부쳐보지 못혔다고.
함께 가달라고 부탁에 부탁을 혀싸서.
금수: (얼굴을 붉히며 당황스런 기색)
석동: 그 뒤 선주 갸가 고등학교를 서울로 갔고 지는 상고에.
금수: (식은땀을 닦아내며 안절부절)
석동: 선주, 갸가 군산을 뜬 뒤에도 가끔씩 째보선창을 가봤는디.
(뜸을 들이다가)
금수씨라고 혔지유?
금수: (침을 꿀꺽 삼키며 마지못해) 네.
석동: (신이 난 듯)
지가 그 뒤에도 금수씨를 찾았는디 권번에 들어가셨다고 혀서.
(아쉬운 표정으로 금수의 표정을 살피며)
이짝으로.
고석동이 금수를 집안으로 안내 한다.
금수가 땀을 훔치며 고석동의 안내에 실내로 진입.
고석동은 연신 금수를 흘끗거린다.
금수가 안절부절못하는 표정으로.
<1회 끝>
미니시리즈 <벚꽃> 시나리오
제 2 회
1. 구로즈미 여름별장. 다다미 거실(오후 4시경)
송금수가 다소곶이 안아 있다.
고석동이 물 한 대접을 송금수 앞에 놓고 쭈뼛거리며 눈치를 보다가 아쉬운 표정으로 밖으로 나간다.
고석동이 나간 것을 확인한 금수가 물을 벌컥거린다.
금수는 입을 훔치고 편한 자세로 앉으며 고개를 끄덕거리며
졸음이 오는 듯.
구로즈미가 나타나고 금수를 내려다본다.
금수가 화들짝 놀라 일어선다.
구로즈미: (앉으며 태연하게)
무슨 일인가?
금수: (망설이며 대답하지 못한다.)
구로즈미: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며 빤히 금수를 쳐다보며)
오늘 밤, 나만을 위해 춤춰 주겠나?
금수: (놀란 표정으로 구로즈미와 눈길을 부딪힘)
구로즈미: (살짝 미소)
자넬 보면 어머니 생각이 난다고 했지 않았나?
기모노를 입은 히토미가 차를 내온다.
구로즈미가 차를 천천히 따르며 금수를 지긋이 바라본다.
금수 앞으로 찻잔 내밈.
금수: (다소 안심된 표정)
보름 이내에 정신대에 가라는 통지를 받았구먼유.
구로즈미: (고개를 끄덕이며 물끄러미 금수를 바라다보다)
이곳에 와서 살겠나?
금수: (고개를 들지 못하고 더러운 버선코에 뚝뚝 눈물이 떨어짐)
구로즈미: (천천히 차를 마시며)
내, 다카끼에게 말을 넣겠네.
구로즈미 즉각으로 경찰서에 전화를 거는 모습.
일본어로 다카끼에게 금수의 처지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통고하는 중.
금수는 땀을 펄펄 흘리며 구로즈미의 말을 들으려 귀를 기울이는 모습.
구로즈미 전화를 끝내고.
구로즈미:다카끼가 알았다고 했소.
어찌하것소?
금수:(묵묵부답, 고개만 떨구고)
구로즈미:오늘이라도 당장 이쪽으로 옮기는 것이 나을 성 싶은데.
금수:(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구로즈미:(히토미를 부른다. 일본어로)히토미상,
히토미:(종종걸음으로 달려와 일본어로)
부르셨습니까?
구로즈미:(일본어로)
히토미상, 이제부터 금수상이 이곳에서 지내야할 성 싶소.
잘 부탁해요.
히토미:(고개를 주억거리며, 일본어로)
알겠습니다.
금수:(히토미를 보며 물기 있는 얼굴로, 일본어로)
잘 부탁드립니다.
히토미:(알겠다고, 하이하이 하는 표정)
금수: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겄어요. 구로즈미상.
구로즈미:내 집이다 생각하고 편안히 지내오.
나는 주로 정읍에 있을 것이구.
히토미상과 함께 지내면 될 것이요.
히토미상의 말동무가 되어 나도 반갑기도 하고,
(히토미를 보며)
딸이다 생각해서 잘 지내시오.
히토미:(일본어)
알겠습니다.
2. 권번 금수의 방.
기생들 몇이 아쉬운 표정으로 금수를 감싸고 있다.
금수:이 수밖엔 없으니께.
미안혀. 야들아.
기생1:내도 불안혀 죽겄어.
시집이라도 가야할까벼.
기생2:오라는 사람은 있고.
기생1:끌려가는 것 보다는 낫지.
기별을 넣었당께.
재취자리도 좋은 께.
하루라도 나도 빨리 떠나야 할 모양인디.
기생3:근디 시모노세끼인가 그 공장으로 가면야 돈도 번다딘디.
기생2:야야, 아직도 그렇게 세상물정도 모르냐?
가지랭이 벌리라고 헌다잖혀.
기생3:참말로 사람이 헐 짓은 아닌디
소문 뿐이지 믿기지 않는당께.
기생1:내도 더 이상 요기에 있지 않겄어.
기생들 불안한 표정으로...
금수:어쨌든 난 개정별장으로 떠날 것인디.
느그들도 몸 조심혀라.
기생들:그려. 니도 생각 잘혔다.
쬐메 부럽기도 혀고.
금수:부럽긴. 내도 할 수 없으니 그런것 아닌감...
금수가 무명 옷과 보따리 하나를 챙겨 떠나려 일어난다.
기생들이 금수를 차례로 안으며
작별인사를 끝내고 나간다.
기생들이 아쉬운 표정으로 눈물을 훔치고...
3. 이서운의 방
이서운이 담배를 뻐끔거리며 앉아있다.
금수가 보따리를 든 차림으로 들어온다.
이서운이 화난 표정으로 금수를 쏘아본다.
금수:참말로 죄송혀구먼유.
데이씬따이에 끌려가기 보담 이러는 것이 낳을 것 같구먼유,
이서운:(화난 표정으로 담배만 피고)
금수:(큰 절을 올린다.)
이서운:그려. 떠난다고는 혀지만 아직 니가 내 한테 갚을 것은 남아있구먼.
2년 동안 니가 쓴 학비는 아직 빚잉께., 잊지 말그라.
금수:잊지 않겄구먼유.
당장은 모다 갚지 못혀지만 쬐매만 기둘려 주시면 차근차근.
이서운:그려. 구로즈미라하면 이 전라도에서 가장 부자니껜.
니가 그 부자의 첩이라면야
내사 돈을 떼이지 않을거란 짐작은 허지만.
금수:그려유. 제가 꼭 갚겄어유.
근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니 기둘려 주세요.
금수 미안한지 고개를 들지 못한다.
이서운:(풀어진 얼굴로)
그려. 니 맴이 고런 것이면 내 믿으마.
꼭 약속은 지켜라.
그려. 꼭, 알것제.
금수:네.(머리를 조아리며)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겄구먼유.
이서운:알것다. 몸 조심혀고.
해지기 전에 빨리 떠나라.
금수가 이서운 방을 나간다.
이서운 답답한지 탁탁 담배를 신경질적으로 부벼끄며
깊은 한 숨을 쉰다.
4. 금수의 상상
이서운이 째보선창을 지나다 오봉댁을 만난다.
오봉댁:아이구, 안녕하셨지라우?
이서운:무탈혀지는 않것소.
오봉댁:무신 소리랑까유?
이서운:(오봉댁의 안색을 살피며)
금수 소식 못들었는갑소?
오봉댁:(놀라며)
금수 소식이라고유?
이서운:아, 금수 갸가 구로즈미 첩실로 안 들어갔는감?
오봉댁:(안색이 변하며)금수가유?
참말로 어떻게 그런 일이...
이서운:갸가 본가엔 기별을 않혔는갑소.
오봉댁:금시초문인디. 참말로 갸가 본가엔 알리지도 않고...
이서운:갸가 그럴 아가 아닌디.
가서 금수아버지께 물어 봅소.
오봉댁:참말로. 이자 우리덜은 어떻게 살라고...
오봉댁이 간다는 말도 없이 이서운을 떠나 씩씩거리며 멀어진다.
혼자 남아 멀어지는 오봉댁을 건너다 보며...
이서운:참말로 금수 고년이 독허긴 독혀.
지 집에단 연락도 없이.
아직 뱉어내야 헐 돈도 많이 있는디...
허기사, 차차 받아내면 될 것이고
구로즈미 첩이 되었으니 갸 덕분에 내도 돈 방석에 앉는 것은 아닌가 몰라. 지가 모른 체는 안 허겄지.
이서운이 깊은 생각을 하는 표정으로 느리게 느리게 걸어간다.
금수의 얼굴이 침통한 표정으로 바뀌며 긴 한 숨을 쉰다.
5. 금수의 상상
금수가 황선주와의 일을 떠올린다.
눈발이 성성이 날리는 한 겨울밤, 째보선창. 달빛이 비치고
황선주가 금수를 껴안고 있다.
황선주:(으스러지게 껴안으며)
설사 기생이 되더라도 맴은 변하기 말고.
꼭 내해고 결혼혀야 씅께.
금수: (...)
6. 구로즈미 개정 별장 거실(밤)
손님용 방에서 구로즈미와 겐조가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이
방문으로 비추인다.
화장실에서 금수가 나오며 그들의 그림자를 보고 있다.
잠깐 금수가 생각을 하는가 싶더니 곧장 금수의 방안으로 들어간다.
7. 개정 별장 거실(새벽3시. 실내에 달빛이 비침)
속옷차림의 금수가 막 화장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려는 찰나
2층 구로즈미 침실 쪽에서 아래층으로 내려오는 발자국 소리 듣고..
겐조가 속옷차림, 술 냄새와 땀 냄새를 풍기며 서둘러 손님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금수가 목격...
겐조가 들어간 후 금수도 살금살금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고...
8. 금수의 방
금수 자꾸 고개를 갸우뚱, 갸우뚱
9. 금수의 회상
권번 기생들의 방
기생 몇이 화장을 하며 수다를 피우고 있다.
기생1:니들 그 소리 들어봤어?
기생3:뜸들이지 말고 빨리 말혀봐. 시간 없응께.
기생1:옛날 궁중에선 남자가 남자끼리 좋아혀서 몸도 섞었다드만.
기생2:진짜, 남자가 남자를 좋아혀? 어떻게?
기생1:(낄낄거리며) 내도 남자가 아닝께 고건 잘 모르겄고.
기생3:그려, 나도 그 소리 들었는디.
남색가라고 허든가 그러더라.
기생1:근디 말여.
일본남자들 중에 유난히 남색가들이 많다고 허든디.
기생2:믿기지 않는디. 어떻게 남자가 남자를 좋아혀.
기생3:믿던 말든 그것은 니 맴이고.
기생들 이러쿵저러쿵 신나 떠들고
금수 귓등으로 흘려들으면서도
호기심을 띠는 표정을 짓는다.
10. 금수의 방(새벽)
금수 속옷차림으로 잠들어 있다.
정원 쪽에서 두런두런 사람소리 들리고
곧이어 차 엔진 시동소리 들리더니
차 소리 멀어지고 발자국 소리 들리고 문 닫히는 소리.
금수 깨어나 앉는다.
살금 일어나 밖의 동정에 귀를 기울이지만
더 이상 소리가 나지 않자 그대로 다시 잠자리에 든다.
11. 개정 별장 부엌(아침)
금수가 아침밥을 먹으려고 밥상을 차리고 있다.
히토미가 들어온다.
히토미:(일본말로) 잘 잤어요?
금수:(일본말로)네, 잘 주무셨어요.
히토미:새벽녘에 구로즈미상과 겐조가 떠났어요.
금수:(놀란 체 하며) 그랬군요..
금수의 얼굴에 실망한 빛이 떠오르고...
12. 개정 별장 정원(오전)
금수가 망연히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그 옆에서 개가 끙끙거리고 있고.
대문으로 고석동이 들어온다.
금수가 깜짝 놀라 돌아서 안으로 들어가려는 찰라
고석동이 아는 체를 한다.
고석동;지는 고석동이라고 혀유.
금수가 멈칫거리다 못 들은 척 그대로 안으로 들어간다.
고석동이 금수가 들어간 문 쪽을 향해 망연한 표정.
개가 고석동을 보고 반갑다고 고석동 주위에 꼬리를 흔들며
낑낑거린다.
13. 개정별장의 부엌(저녁)
금수와 히토미가 겸상을 하고 있다.
금수:구로즈미상은 언제나 오시나요?
히토미:아마 추수 때나 오실거예요.
구로즈미도 겐조도 늘 바쁘답니다.
금수:(아쉬운 듯)
네, 그렇군요.
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고 발자국 소리가 나고
개가 컹컹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히토미도 금수도 잠시 눈길을 불편한 부딪힌다.
고석동이 개를 달래는 소리가 들린다.
14. 구로즈미의 여름 별장 정원(자정이 지난 시각. 휘영청 달빛)
부르릉 차 소리에 금수 누었다가 후다닥 옷을 갈아입고
정원으로 나간다. 겐조 혼자 달빛을 받고 등을 지고 서있고.
금수 놀라며 멈칫하다가 방안으로 들어갔다 담요하나를
가지고 나온다. 겐조 똑 같은 모습으로 서 있다가
금수의 소리를 듣고 뒤돌아본다.
금수 조용히 걸어와 겐조에게 담요를 건넨다.
겐조: (서툰 한국말로)
고마스므니다.
(허리를 잔뜩 굽혀 금수에게 절하고)
금수: (당황해 겐조만큼 허리를 굽히다 일어나며 천천히)
저 구로즈미상은?
겐조: (빤히 금수를 쳐다보며 서툰 한국말로)
네, 일본에 가셨스무니다.
한 달 뒤에나 돌아오실 계획이무니다.
금수: (푹 한숨을 쉰다)
겐조: (날카롭게 금수를 쳐다보며)
유카!
금수: (망연히 겐조를 바라본다)
겐조: (걸어와 담요를 금수의 어깨에 걸쳐주며)
그만 들어가시오.
(먼저 실내로 들어가 방문 닫는 소리 들리고)
금수가 무엇에 홀린 듯 꼼짝 못하고 서 있다가 실내로 들어온다.
겐조가 사라진 방 쪽을 흘낏거리다 자신의 방문을 열고 들어간다.
방안에 들어온 금수 두근거리는 가슴을 쓴다.
15. 금수의 방(밤)
금수 잠을 자려고 누웠으나 잠이 안 오는지...
밖에서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겐조와 히토미가 도란 도란 말하는 소리 들리고
금수가 빼꼼 문 앞으로 가서 엿보는데...
16. 개정 거실
히토미와 겐조가 다정히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다.
무엇이 즐거운지 히토미의 표정이 밝고
겐조가 다정하게 히토미를 계속 쳐다보고 있다.
17. 금수의 방(밤)
금수가 둘의 모습을 훔쳐보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금수 또한 밖의 동정을 살피며 잠 못들고...
자정이 넘도록 히토미와 겐조의 나직한 웃음소리에
뭔가 궁금한 금수의 표정...
히토미와 겐조가 잠자리에 들기 위해 히토미의 방으로
들어가는 소리가 들리자 금수의 가슴이 쿵쾅거리고
금수 찡그린 얼굴로...히토미와 겐조 사이를 의심하는 표정.
밖이 조용해지자 금수가 자기 위해 눕는다.
소쩍새 울음소리가 멀리서 들린다.
18. 금수의 방(새벽 달빛이 비침)
금수 잠 못 들고 엎치락뒤치락.
멀리서 동네 개짓는 소리 들리고
방문이 닫히는 소리 들리더니 이내 저벅저벅 정원을
가로지르는 발소리에 금수 벌떡 일어나 창문 곁으로.
19. 개정 별장 대문 앞(새벽)
겐조가 대문 앞에 나와 집 주위를 휘휘 둘러보더니
차에 오르고, 곧 이어 자동차 시동소리와
차가 떠나는 화면...
20. 금수의 방(새벽)
창문 곁에서 밖의 동정을 살피던 금수...
시동소리가 멀어지자. 가슴을 쓸며 깊은 한 숨을 쉬고.
아쉬운 얼굴로 다시 잠자리에 드나
여전히 엎치락뒤치락 하며 잠을 못 이룬다.
21. 정원(이른 아침)
고석동이 대문을 요란하게 열며 정원 안으로 들어오자
개가 반가운 듯 꼬리를 치는데
무엇인가 화난 얼굴의 고석동이 개를 발로 차고
잔뜩 어두운 얼굴을 하며
금수가 있는 창문을 힐끗거린다.
인기척이 없자 고석동이 불안한 듯 자꾸 개를 때리고
깨가 낑낑거리며 불안한 시선을 굴린다.
21. 금수의 방(이른 아침)
밖에서 개가 낑낑거리는 소리를 듣던 금수가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고 잠자리에서 일어나 창문 밖을 응시하다가
다시 모른 척 잠자리에 돌아와.
불안한 표정으로 멍하니 앉아있다.
계속 밖에서는 개가 짓고
고석동의 화난 목소리가 들린다.
21. 금수의 방(낮)
금수가 수틀에 수를 놓고 있다.
히토미가 금수 옆에 앉아 금수가 수놓은 것을 지켜보고 있다.
히토미: (감탄하며 일본어로)
대단해요.
금수: (멈춰 히토미를 쳐다보며)
아무 것도 아니에유.(얼굴 붉힘)
히토미: (금수를 지긋이 바라보며 일본말로)
유카상, 겐조는 제 아들이에요.
금수: (놀라며 수틀을 떨어뜨리고)
그러시군요.(일본어로)
히토미: (고개를 끄덕이며 살짝 미소 짓고)
겐조의 아비는 사미센 연주가였소,
겐조가 3살 때 돌아가셨고 그 후 구로즈미상의 양아들이 되었소.
구로즈미상이 조선으로 온다 했을 때 함께 왔소.
금수: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히토미:난 우리 겐조가 좋은 조선여자를 만나 조선에서 자리를 잡았으면
좋겠어요,
금수:(수줍은 듯 볼이 달아오른다.)
히토미:일본으로 돌아가 봤자 반겨 줄 사람도 없구요.
나도 겐조도 이 조선을 좋아해요.
금수:(히토미에게 눈길을 주다가 살짝 웃는다.)
22. 구로즈미의 별장 실내(낮 세 시경. 밖엔 겨울 눈 내림)
자동차 시동 끄는 소리. 금수 방안에서 나옴.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 시키는 듯 표정. 얼굴이 붉어졌고.
겐조가 머리에 눈을 이고 보따리 하나를 들고 실내로 들어온다.
겐조가 금수를 보자 환한 미소를 띰.
금수 어정쩡 붉어진 얼굴로 겐조와 마주친 눈을 내리 깜.
겐조: (보자기를 풀며 흥분한 목소리로. 서툰 한국말)
유카. 이것이 샤미센이요.
(샤미센을 무릎에 놓으며 금수를 지긋이 쳐다보며)
유카, 내 샤미센을 켤 테니 춤을 춰 보겠어요?
금수: (고개를 들고 겐조에게 눈길을 주며 호기심이 가득)
겐조: (흥분된 목소리로)
유카, 당신이 춤추는 것을 몇 번 곁눈으로 보았소.
당신이 춤을 출 때마다 벚꽃이 하늘하늘 지는 꿈을 꾸었소.
언젠가 내 샤미센 소리에 유카가 추는 춤을 보고 싶어서 이렇게 달
려왔소.
23. 금수의 회상
권번장, 김갑순, 이서운과 몇몇 기생들이 밥상주위에 앉아있고
샤미센을 연주하는 일본인이 그들 앞에 있다.
샤미센 소리에 금수도 나머지 일행도 얼굴을 찡그린다.
24. 다시 겐조와 마주한 별장 실내
금수(기억을 떠오르며 얼굴을 찡그리다가 금새 얼굴을 펴고 머뭇거리다)
그리 하지요. (조용히 일어선다)
겐조가 현을 튕기며 금수와 악기를 번갈아 쳐다본다.
섬섬옥수 금수의 손이 어깨를 타고 자드락길을 걷듯
미세하게 움직인다.
금수가 신은 버선코가 현의 선율에 급소를 밟듯 오르내린다.
금수를 바라다보는 겐조의 눈길에도,
겐조가 타는 샤미센 선율에도, 금수의 손끝에서도,
금수의 버선코에서도 동짓달 철 잊은 벚꽃이 분분히 날린다.
25. 개정 집 밖(오후 눈이 휘날리고)
겐조의 샤미센소리가 날카롭게 들린다.
개가 가느다란 샤미센 소리에 낑낑대며 불안한지 눈동자를 굴리며
계속 줄을 달그락거리며 주위를 맴돈다.
어디서 왔는지 까만 고양이 한 마리가 개 주위를 어슬렁거리자
개와 고양이가 서로를 응시하며 불안해하며
금방이라도 맞붙을 듯 노려본다.
고석동과 히토미가 정원 안으로 들어오고
고양이가 도망치고 개가 반가워 낑낑거리고
히토미가 반가운 얼굴로 실내로 들어간다.
반면에 고석동은 양손에 물건을 들고 화난 표정
겐조의 차를 힐끗거린다.
고석동이 물건을 들고 실내로 들어간다.
26. 개정 정원(새벽 녁)
정원의 나무들 위로 하염없이 눈이 내리고..\
바람이 몹시 불며 눈들이 날리고...
27. 금수의 방(새벽)
잠자리에 누워있는 금수의 얼굴위로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28. 금수의 회상
황선주의 얼굴도, 구로즈미얼굴, 겐조의 얼굴이 번갈아 떠오른다.
금수의 눈물과 찡그린 얼굴, 한숨 소리..
금수가 갑순이의 얼굴을 떠올린다.
금수의 눈물 주르르...
29. 개정 별장 거실(초저녁)
겐조가 샤미센을 앞에 두고 앉아있다.
히토미와 금수가 차를 마시며 담소하다가
겐조가 샤미센을 연주할 듯한 자세.
금수가 일어선다.
겐조가 샤미센을 울리자
금수가 음조에 맞춰 어깨를 올린다.
버선코가 올라가고
황홀한 표정의 히토미가 금수를 올려다본다.
겐조 샤미센을 연주하며
금수를 넘겨다보는 표정 또한 매혹에 들떠 있고.
금수는 샤미센 반주에 맞춰 몸짓을 하며
또한 황홀경에 빠지는 듯...
30. 금수의 방(오전 10시경)
금수가 아직도 잠자리에 있다.
히토미가 방문을 살며시 열며 금수의 기색을 엿본다.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자 금수 벌떡 일어난다.
히토미:(일본말)
유카상, 유카상.
금수:(벌떡 일어나며 안절부절)
아, 히토미상
(옷깃을 여민다.)
히토미:(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오며)
몸이 불편하십니까?
(걱정스런 눈빛)
금수:아닙니다. 히토미상.
금수가 과장되게 고개를 가로 젓는다.
히토미:(다소 안심한 표정으로)
오늘 째보선창에 가시렵니까?
금수:(놀란 표정)
째보선창요?
(가슴을 쓴다)
히토미:구로즈미상을 위해 싱싱한 생선을 좀 사야겠어요.
금수:그러시군요.
히토미:함께 가시게요. 유카상.
금수가 머뭇거리자 히토미가 금수의 손을 잡아 끈다.
금수:그럼 옷을 갈아입구요.
히토미가 나간다.
금수가 옷을 갈아 입는다.
31. 개정부엌(아침)
히토미가 아침상을 차리는 모습.
금수를 부른다.
금수가 부엌으로 들어온다.
히토미:조금 뜨고 가요.
금수:(미안한 표정) 밥맛이 없는디요.
히토미:(금수의 손에 수저를 쥐어쥐며)
조금만...
금수:(억지로 앉아 밥먹는 시늉)
32. 개정정원(오전)
겐조와 히토미가 나들이 복장으로 서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금수가 정원으로 나온다.
겐조가 금수를 위아래로 살짝 훑어보고
히토미가 밝은 얼굴로.
히토미:차를 타고 갑시다.
겐조가 앞장서고 히토미가 뒤를 금수가 히토미 뒤를 따르며
정원을 나가 대문 앞에 차가 있다.
먼저 히토미를 차를 오르도록 돕던 겐조가
금수에게 손을 내민다.
금수 머뭇거리다가 겐조의 손을 잡고 차에 오른다.
겐조가 차에 오르고 시동을 켜더니
겐조의 차가 멀어진다.
정원의 개가 큰 소리로 컹컹거린다.
바람이 세차게 불고 눈발이 심하게 날린다.
33. 겐조의 차안(낮)
겐조가 운전을 하고 있다.
히토미가 겐조 옆 좌석에 있고.
뒷좌석에 금수 앉아 있다.
겐조와 히토미 일본어로 수다를 떨고
금수는 창밖을 응시하다
잠시 겐조와 히토미의 수다가 끊어지자.,
금수:저, 째보선창에 제 본가가 있어요.
잠깐 지는 본가에 들렀다 합류할께요.
히토미:아, 그래요.
그럼 우린 선창 생선가게를 둘러보고 있을께요.
금수:잠깐이니 곧 갈께요.
겐조가 고개를 끄덕끄덕...
34. 째보선창 삼거리(낮)
파시가 열린 째보선창쪽으로 많은 사람들이 발을 옮기고 있고.
파시의 웅성거림이 전해지고...
금수가 겐조의 차에서 내리고
겐조와 히토미를 향해 손을 흔들고...
겐조의 차가 째보선창 안쪽으로 사라지자
금수 본가를 향해 총총히...
35. 금수의 본가
금수가 막 본가의 싸리문을 열려하자
뒤쪽에서 동생 금보가 먼저 아는 척을 한다.
금수 뒤를 돌아보고
금보가 성큼성큼 달려온다.,
금보:(야속한 듯, 금수의 손을 잡으며)
누님, 어찌 그리!
금수:빨리 기별 못 혀서 미안혀, 동상. 아버지는?
금보:(금수의 안색을 살피며)
아버지도 어머니를 따라 선창에 가셨을 것이구먼유.
누님은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유?
옆집 아줌니에게 누님 소식을 들었기는 혀지만.
금수:(뜨끔한 표정으로 금보가 잡은 손을 놓으며)
들은 대로 그렇게 됐구먼.
정신대를 피하기 위해선 어쩔 방도가 없었응께.
(금수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금보:십분 이해 혀유.
금수:부끄럽구먼, 동상에게.
금보:염려혀들 마시고 건강 하셔야지유,
(바짝 다가서며)
누님. 이것은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니지만서도유.
(목소리를 낮추며 두리번거리며)
실은 지도 소문만 들었는디유.
요즈음 쪽바리 관동군들이 중국 본토에서 밀린다고 허드만유.
금수:(바짝 긴장하며 주위를 살피며)
아직 때가 아녀, 금보야.
너는 우리 집 기둥이여.
아버지도 동상들도 모두 니가 돌보아야 혀. 금동아.
금보:(애처로운 눈빛으로 금수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묵묵부답)
금수:그려. 금보야.. 언제 든 때가 있을 것잉께.
그 때를 기다려 보거라. 알것제.
금수가 다시 금보의 양손을 잡고 약속이라도 하듯
깊은 눈길을 금보에게 준다.
금보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는 뜻...
금수 그래도 못 믿겠다는 듯 금보를 쳐다보고...
금수:아부지가 안 계시는 나, 그만 가보아야겄다.
금수가 솟곳에서 지폐 몇 장을 꺼내 금보의 손에 쥐어쥐며
금수:그려. 내 말 명심허고, 동상.
아부지를 부탁혀.
금보:(얼결에 지폐를 주며 고개를 끄덕끄덕)
금수가 발길을 돌려 째보선창 쪽으로 돌아선다.
금보 생각난 듯 급하게.
금보:저, 누님.
고석동이라고.
금수:(깜짝놀라며)
고석동?
금보:네, 누님. 지 선배인디요. 개정, 구로즈미 농장에 근무하는.
금수:(안색이 하얘진다.)
금보:지 학교 선배고만유. 수재였지우.
큰 뜻을 품고 있는 선배님이시구요.
글구 지하고도 안면이 있구요.
허지만 아직 누님 말씀은 안 드렸어유.
누님이 어떻게 생각허실까 몰라서유.
누님만 괜찮으시면 선배님께 부탁이라도 넣어 드릴까봐유.
금수:(당황한 표정으로)
동상, 쓸데없는 일 허지말고,
나 지금 바쁘니께 다음에 보드라고.
금수가 금보의 대답도 듣지 않고 먼저 급한 발걸음으로 멀어지고
그런 금수를 그윽한 눈길로 쳐다보는 금보...
금보의 눈가에 곤혹한 표정이 어린다.
36. 째보선창 가는길
금보와 헤어진 금수가 급한 발걸음으로 째보선창으로 향해.
금보로부터 도망치듯...
37. 금수의 회상:
황선주와 째보선창가 여름 날 금수 사람들과 떨어져
썩은 조기 중에 성성한 것을 고르고 있다.
금수 앞에 까까머리 남자 중학생 둘이 책가방을 들고 교복을 입고
금수에게 다가오며 일부러 컹컹거리며 아는 체를 하는데...
황선주:(멈칫 거리며)
저, 저,
금수:(깜짝 놀라며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엷은 미소를 띠고)
고석동:(황선주의 옆구리를 찌르며 재촉을 하는 듯)
황선주:(부끄러워 얼굴이 달아오르고)
황선줍니다.
금수:(애써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 거리고)
부끄러운지 황선주가 먼저 내빼고
그 뒤를 고석동이 달리며 낄낄 거린다.
금수 그들을 보고 미소를 띠다가
다시 조기 고르는 일에 몰두한다.
선창가에 모인 사람들 왁자지껄...
멀어져가는 황선주와 고석동이 금수 쪽으로 한 번 더
눈길을 돌리며 웃고 있다.
38. 째보선창 가는 길
걸으며 회상을 하던 금수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째보선창 파시가 눈 앞에 보이고
금수가 히토미와 겐조를 찾는 듯 두리번거리고
39. 째보선창 파시 앞
저쪽에서 금수의 뒷모습을 게슴츠레한 눈으로 바라다보고
황씨의 모습이 클로즈 업...
황씨가 입맛을 다신다.
금수가 왠지 이상한 기분에 휩싸여 뒤를 돌아본다.
황씨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 금수가
놀랍고 두려운 표정으로 사람들 사이로 뚫고 도망친다.
40. 째보선창 파시
금수가 사람들 사이를 뚫고 바쁜 걸음을 옮기고 있다.
두려운 시선으로 뒤를 돌아보기도 하며
히토미와 겐조를 찾으려는지 눈길을 번득거린다.
저쪽에서 언뜻 히토미와 겐조의 뒷 모습이 보이자.
잠시 금수가 망연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
41. 금수의 회상
짙은 갯내와 바닷바람에 수물거리던 해무
여섯 살 금수가 선창가에 서 있다.
짙은 해무 속으로 사라지던 금수 친모의 뒷모습이 보이고
여섯 살 금수가 단 한 발도 떼지 못하고 울고 있다.
엄마라고 부르고 싶은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곤혹과 두려움이 가득한 여섯 살 금수의 표정.
해무 속으로 끝내 사라지는 금수 친모의 모습...
42. 째보선창 파시
금수가 회상을 끝내고 그때의 두려움이 생각나는지
으스스 몸을 떤다.
금수 서둘러 겐조와 히토미 쪽으로 성큼 달려간다.
히토미와 겐조가 금수가 달려오는 것을 눈치채고 뒤돌아본다.
겐조의 손에 시장 본 물건이 들려있다.
금수:다 사셨는감유?
히토미:가족분들은 만나셨나요?
금수:남동생만 만났지유.
히토미:우린 대충 다 산 거 같은데.
금수:저는 볼일이 끝냈으니께.
겐조:그럼 돌아갑시다.
겐조와 히토미, 금수가 오던 길을 뒤돌아 나온다.
자동차가 있는 쪽을 향하고 있다.
43. 겐조의 차안
겐조가 운전하고 있고 히토미 운전석 옆에 앉아있고
금수가 뒷좌석에 앉아있다.
겐조와 히토미는 금수가 잘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빠른 말로 수다를 떨며 웃고 있다.
금수 창밖만을 응시하고
째보선창에서 만났던 황씨의 얼굴을 떠올린다.
소름이 돋는지 몸을 부스스 털어낸다.
44. 개정별장 대문 앞(점심 무렵)
자동차가 대문 앞에 도착한다.
고석동이 정원에서 대문 안으로 쏜살같이 나오고
개가 낑낑 거린다.
겐조가 차에서 내리며
히토미를 부축하고
금수는 혼자 내린다.
고석동이 금수에게 눈길을 준다.
겐조가 차에서 꺼낸 보따리를 얼른 고석동이 받는다.
일행이 정원을 통해 안으로 들어간다.
45. 개정별장 저녁 밥상머리
겐조와 히토미 금수가 함께 밥을 먹고 있다.
히토미가 생선을 겐조의 수저에 덜어준다.
금수가 희미하게 웃는다.
히토미:아침 일찍 마중 나가야 되지.
겐조:그러게요. 뱃 시간이 있으니.
(금수의 눈치를 살피며)
구로즈미상이 내일 아침에 도착해요.
금수:(수줍은 듯)
그렇군요.
히토미:(환한 얼굴로)
구로즈미상이 도착하면 이곳에 며칠은 더 계실 작정일까?
겐조:오셔봐야 알 것 같아요.
금수:(고개만 끄덕끄덕)
겐조(밥을 다 먹은 후)
오늘밤은 일찍 자야 할 것 같아요.
새벽에 일어나야 되니...
배 도착 시간이 5시경이 된다니..
겐조가 먼저 일어나 사라진다.
금수와 히토미는 그저 말없이 밥을 먹고 있다.
46. 금수의 방(같은 날 밤 열 한 시경)
밖에선 눈이 휘날리고 칼바람 소리 들리고.
금수 잠자리에서 잠 못 들고 뒤척거리며
한 숨을 들이 내쉬며 가슴을 부여잡고.
오도카니 앉아있다.
겐조: (금수의 방문 밖에서 낮은 목소리로)
유카상
금수: (벌떡 일어나며 침을 꼴깍 삼키는데)
겐조: (대답도 듣지않고 조심스럽게 금수의 방문을 연다.)
금수: (당황하며 파르르 몸을 떤다)
겐조: (금수에게 다가앉으며)
유카 (겐조가 금수를 안는다)
금수: (겐조에게 안기며) 겐조!
둘의 몸이 뒤엉켰다.
‘타다다닥' 마치 월명산 꽃놀이를 알리는 축포가 터지 듯
둘의 몸에서 쏟아져 나오는 불꽃들이 사방으로 퍼진다.
형형색색의 불꽃들이 동짓달 눈 내리는 밤하늘을 수놓고 있다.
칼바람을 타고 늑대의 울음소리.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곧 무엇인가를 물어뜯고 말 기세.
울부짖음은 점점 거칠어지고. 당장이라도 세상을 집어삼킬 듯 맹렬해지던 포효는 금세 잦아짐.
47. 개정 실내(이른 아침)
구로즈미와 겐조, 히토미. 금수가 밥상머리에 앉아있다.
기색이 어두운 구로즈미,
겐조와 히토미 구로즈미의 눈치를 보며 말을 아낀다.
금수는 안절부절 못하고...
48. 개정 대문 앞(오전)
겐조가 차의 시동을 걸어놓고 있고
구로즈미, 히토미, 금수가 차례로 나오고 있다.
고석동이 구로즈미를 향해 머리를 조아리고...
구로즈미가 고석동의 어깨를 쓰다듬더니
차의 뒷좌석에 탄다.
구로즈미 남아있는 일행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
운전석의 겐조 금수 잠깐 눈길 주더니 고개를 끄덕이고 출발...
고석동이 금수를 흘끗거리고...
금수는 모른 체 재빨리 안으로 줄행랑친다.
히토미 천천히 금수의 뒤를 따라 들어가고
고석동의 그 둘의 뒷모습을 오래 쳐다본다.
고석동의 표정이 일그러지고...
49. 개정 정원(눈내리는 오후)
개집 앞에 낑낑거리는 개.
고석동이 장작을 패고 있다.
히토미가 고석동 옆에서 환하게 웃으며
고석동과 수다를 피우는 모습...
간간히 고석동 금수가 있는 창문쪽으로 신경을 쓰는 듯...
50. 개정 실내(오전)
히토미가 거실에 앉아 바느질을 하고 있다.
화장실쪽에서 구역질을 하는 금수의 소리가 들리고
히토미가 바느질 하는 손을 멈추고,
잠깐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희미한 미소를 띠는 히토미...
금수가 지친 표정으로 화장실에서 나오다
히토미를 보고 깜짝 놀란다.
51. 개정 금수의 방(낮)
금수가 속옷차림으로 누워 배를 쓸고 있다.
문을 노크하는 소리,
금수가 일어나고
히토미가 차를 가지고 들어온다.
히토미:유카상,
식사를 좀 해야 하는데.
(걱정스런 표정으로 금수 바로 앞에 앉는다.)
금수:(머리를 매만지며)
네. 뭘 좀 먹어야 겠지유.
히토미:유카상, 걱정하지 마세요.
금수:(놀라, 히토미를 바라본다.)
히토미:구로즈미상도 기뻐할 것이에요.
금수:(한 참을 생각에 잠기다가)
아니에요. 겐조의 아이에요.
히토미:(웃음을 띠며)
알고 있었어요. 제가 겐조에게 말했어요.
(뜸을 들이다가)
기뻤어요.
52. 금수의 회상
새벽녘 실내의 달빛이 비치는 개정 별장 거실
속옷차림의 금수가 막 화장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려는 찰나
2층 구로즈미 침실 쪽에서 아래층으로 내려오는 발자국 소리 듣고..
겐조가 속옷차림, 술 냄새와 땀 냄새를 풍기며 서둘러 손님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금수가 목격...
겐조가 들어간 후 금수도 살금살금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고...
53. 다시 개정 거실
금수 생각을 떨치려 고개를 세차게 흔든다.
히카리:(금수의 안색을 살피며)
몸을 잘 돌보아요.
금수:(고개만을 끄덕인다.)
54. 개정 실내(이른 봄, 점심)
구로즈미와 겸상한 고석동..
식사를 하며 술을 마시고 있다.
고석동의 눈길이 번들거리고
구로즈미는 흡족한 눈길로 고석동을 바라보고 있다.
55. 금수의 방(늦은 오전)
퀭한 얼굴의 금수와 걱정스런 표정의 히토미가 앉아있다.
금수 앞에 죽 그릇이 있고...
히토미:히카리.
금수:(어리둥절해서 히토미만 쳐다볼 뿐)
히토미:세츠카.
(엷은 미소를 띠며)
금수:(여전히 모르겠다는 표정)
히토미:사내아이면 히카리, 계집아이면 세츠카
금수:(그제야 알아들었다는 듯 얼굴이 붉어지고 고개를 끄덕인다.)
히카리, 세츠카.
히토미:히카리, 빛. 세츠카, 눈꽃.
금수:빛, 눈꽃
히토미:겐조가 말해주고 떠났어요.
금수:(눈물 글썽)
히토미:(금수에게 다가와 눈물을 닦아준다.)
금수:구로즈미상?
히토미:걱정하지 마세요. 겐조가 말했다더군요.
금수:(고개를 끄덕인다.)
히토미가 금수의 등을 토닥인다.
56. 금수의 방(7월 경, 오후 3시)
금수의 기생 이서운과 계모 오봉댁, 금수가 앉아있다.
히토미가 물대접을 들고 들어온다.
오봉댁이 유심히 히토미를 위, 아래로 훑어본다.
오봉댁이 금수에게 누구냐고 묻는 표정.
금수: (히토미와 오봉댁을 보며, 일본말로)
지 엄니예유
(오봉댁에게)
이분은 구로즈미상의 사촌누이예요.
히토미: (놀라며. 옷매무새를 고치며 활짝 웃음. 일본말로)
그러시군요.
오봉댁: (앉아 고개만 까닥)
이서운: (고개를 끄덕)
금수: (어색한 웃음을 보이며 일본말로)
고마워유.
오봉댁: (거만한 말투로)
야를 잘 부탁혀요. 애를 가진 것 아시죠?
히토미: (표정을 살피다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그럼(일본말)
(나간다.)
오봉댁: (의아한 표정으로 금수에게)
저 양반도 아 밴 것 알고 있냐?
금수: (얼굴을 붉히며) 그럼유.
이서운:내 공도 잊지 말거라. 내가 금수 기생엄니니.(으시대는 표정)
오봉댁: (아첨하는 말투로)
그럼. 이 성님 공도 공이고.
내 널 이만큼 키워줬으니, 알겄지야?
금수: (성가신 표정.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오봉댁:(과장된 살가움을 표시하며)
아야, 이제 이 애미 고상 끝났는갑다.
이서운: (아첨하는 듯) 그러게유.
이자 오봉댁의 팔자도 피었는가비유.
오봉댁: (목소리를 높이며)
그려 잘혔어야.
이제 니 고상도 끝났응께로.
잘 사는 일만 남았구나.
금수: (안절부절 못하고 얼굴이 붉어지며)
오봉댁: (바짝 금수에게 다가가며)
그나저나 니 신랑 얼굴이라도 이제 한 번 보아야 허지 않겄냐?
동상들도 한 번 인사시키고.
금수(대꾸하기 싫은 듯)
아부지는 유?
오봉댁: (귀찮다는 듯)
니 아부지 올 가실 못 넘길 것 같다.
(표정을 바꾸며 희색을 띤다)
그려서 하는 말인디,
니 애비 황천길 떠나면 우덜도 이짝으로 이사 오면 안 되겄냐?
금수: (딴전을 피우며 어색해하며 대답하지 않는다)
이서운: (두 사람의 눈치를 보며)
그려. 금수야. 몸조심 혀야것다.
오봉댁: (금수의 눈치를 살피며)
그려. 몸조심혀고. 아들만 낳아라.
해복간은 내가 해주꾸마.
(더 바짝 금수에게 다가 앉으며 배를 만지려고 손을 뻗는다.)
금수: (몸을 살짝 비틀며 오봉댁의 손길을 피하고. 좌불안석)
오봉댁: (물 대접을 벌컥거리며 속이 타는 모양)
57. 개정별장 대문 앞(오후)
오봉댁과 이서운이 대문을 나오고 있고
금수가 보따리를 들고 따라 나오고 있다.
오봉댁의 얼굴에 씁쓸한 표정.
금수의 얼굴에 짜증이 배어 있고...
금수가 오봉댁에게 들고 나온 보따리를 손에 쥐어준다.
오봉댁 떨떠름한 표정으로 손을 뿌리치다가
겨우 보따리를 잡아 든다.
금수:엄니, 고것은 지가 다 생각혀고 있응께유.
오봉댁:생각만 혀면 뭐하냐?
이자 니가 돈도 보태주지 않고, 혀서 니 아부지 약값도 없어
각혈혀고 있고,
니 동상들 월사금도 밀렸고.
하루라도 빨리 니 서방헌티 사정 이야기혀서
쪼까 도아주십사고 말혀라, 알것제.
(다짐을 받겠다는 듯 불타는 눈으로 금수를 바라본다.)
금수:(난감한 표정으로)
알것씨유.
이서운:그려, 금수야.
다 니 엄니 은공잉께. 잊덜 말그라.
금수:어서 가이소.
이서운이 먼저 앞장서가고
오봉댁이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리며
몇 번이고 금수를 되돌아본다.
금수 손짓으로 어서가라고 재촉하고...
멀리서 일하는 농부들의 모습이 보이고...
58. 금수의 방(오후)
이서운이 벌겋게 단 얼굴로 땀을 닦고 있다,
찻잔을 앞에 두고 이서운과 금수가 앉아있다.
이서운 자꾸 금수의 몸을 흘끗거리고.
이서운:(차를 마시며).
금수야. 몸조심 혀거라.
(뜸을 들이다가)
세상이 변할지도 모르것다.
금수:(뻥하니 이서운의 얼굴만 바라보다)
밖 세상에 무신 일이라도 있는 것인교?
이서운:(뻐금뻐금 담배만 피며 불안한 눈동자를 굴린다,)
금수:말씀 좀 혀 보세유. 당최 불안 혀기만 혀서유.
이서운:(밖의 눈치를 살피다가 기척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내도 자세 헌 것은 모르 것고,
쉬쉬 혀기는 혀도 뭔가 심상치 않은 모양인가빈디.
금수:(놀라, 불안한 표정으로 이서운을 바라본다.)
이서운:(바짝 금수에게 다가 앉으며)
고것이 고것이.
(다시 밖의 눈치를 보다가)
나라를 되찾을 모양인 갑다.
금수:(숨이 막히는지 가슴에 손을 댄다)
이서운:내도 설마 허지만 세상이 분명 변할 것 같은디,
니 몸조심 혀야 안 쓰것나?
금수:(놀라고 답답한 표정)
이서운:고것이 말이여,
얼마 전에 옥구 군수 허화수가 지들끼리 허는 말을
살짝 엿 들었는디. 나라밖 세상이...
금수:(곤혹한 표정을 짓더니 그대로 쓰러진다)
이서운이 놀라 금수를 바로 누이고
금수의 이마에 땀이 맺히며 자꾸 구역질을 하며 흘리며
몸을 뒤튼다.
금수를 안정시키려고 이서운이 금수를 토닥이다
금수가 조금 안정되자
이서운 옷을 챙겨 나간다.
금수:(인사도 하지 않고 그대로 누워 있으며)
히카리, 세츠카라고 나직히 말하며 배를 쓴다.
심란한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를 쓰는 금수.
온몸에 진땀만 버적버적 나는 금수.
밖에서 까마귀가 까옥 거리고
개가 불같이 짖어대기 시작했다.
줄에 묶인 채로 포악을 떨어대는 개의 가랑가랑 쇠줄 끌리는 소리쇳소리를 내며 개를 달래는 고석동의 목소리 들리고.
금수가 몸을 뒤척이며 얼굴에 공포의 표정을 띤다.
59. 밖의 풍경(낮)
불볕더위.
순식간에 불볕더위를 제압이라도 하 듯 마른하늘에 번개가 번쩍
천둥을 동반한 소나기가 퍼붓기 시작하고.
60. 금수의 방(낮)
누워있는 금수,
창밖으로 번개가 칠때 마다
온몸이 감전이라도 되는 듯 깜짝 깜짝 놀라는 금수.
공포의 얼굴 표정...
계속 천둥, 번개 요란한 소리...
61. 구로즈미 별장 마당( 8월 초 아침 6시)
고석동이 개를 쓰다듬고 있고
개는 인기척을 듣고 대문쪽을 향해 컹컹거림.
고석동이 대문 쪽을 응시하며 일어나고.
홍금보가 대문을 기웃거리며 고석동을 발견하고
크게 아는 체를 한다.
고석동이 대문을 열어주며 반갑게 홍금보를 맞이하고.
홍금보가 숨을 헐떡거리며 마당으로 들어서며 큰소리로
“누님, 누님”을 부르자 송금수 재빠르게 마당으로 나오며 놀란 표정. 홍금보가 금수를 보고 달려가 두 손을 잡는다.
홍금보의 얼굴이 땀으로 범벅.
금수: 무신 일루다. 동상? 아부지가?
(곧 울 것 같은 표정)
금보: 아부지는 괘안혀요. 누님.
석동: (뻘쭘 둘을 바라보다 짓는 개를 다독거린다)
금보: (고석동을 보며)선배님. 일전에 말씀드린 지 누님이유.
석동: (일어서며 어색한 표정으로 금수를 쳐다보며)
새삼?
금수: (갑자기 고석동의 존재를 알아차린 듯 어색해하며)
그려, 동상 안으로
(자리를 벗어나려 금보의 손을 끈다.)
금보: 아니어유. 누님. 지 선배님 헌티 부탁할 말도 있구유.
(고석동을 보며 표정이 굳어진다.)
석동: (홍금보에게 날카로운 눈길)
무신 부탁을?
금보: 그러니께유,
선배님. 우리 누님을 부탁혈라구유.
금수가 금보를 억지로 끌어가며 실내로 사라진다.
고석동이 금수와 금보의 뒷모습을 떨떠름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62. 금수의 방(이른 아침)
금수가 금보를 억지로 앉힌다.
금수: (의아한 표정)
동상, 쓸데 없는데 신경쓰지 말고.
금보: (금수의 말을 무시하고, 밖을 신경 쓰며 바짝 다가앉으며)
곧 있으면 뭔 일이 일어나도 일어날 것 같은디유, 누님.
63. 금수의 회상(오후)
찻상을 앞에 두고 금수와 이서운 금수의 방에 앉아있고.
금수:(놀라, 불안한 표정으로 이서운을 바라본다.)
이서운:(바짝 금수에게 다가 앉으며)
고것이 고것이.
(다시 밖의 눈치를 보다가)
나라를 되찾을 모양인 갑다.
금수:(숨이 막히는지 가슴에 손을 댄다)
이서운:내도 설마 허지만 세상이 분명 변할 것 같은디,
니 몸조심 혀야 안 쓰것나?
금수:(놀라고 답답한 표정)
이서운:고것이 말이여,
얼마 전에 옥구 군수 허화수가 지들끼리 허는 말을
살짝 엿 들었는디. 나라밖 세상이...
64. 금수의 방(이른 아침)
금보:누님, 누님.
(멍한 표정의 금수를 흔들며 다급한 듯)
지도 얻어들은 소문이지만,
저 짝서는 벌써 일본이 패전국이 될 거라고 혀는디유.
지난 5월엔 일본 동맹국이었던 독일도 패망혔고
며칠 전엔 연합군이 히로시마에 폭탄을 떨어뜨리고,
엊그제는 나카사키에도 그렸다고 허더만유.
조만간 일본천왕이 항복을 발표현다고 혀든디유.
금수: (무릎위에 올려 논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금보: (금수의 안색을 살피며 걱정스레)
그려서 말인디유. 이자 집으로 가셔야 것어유.
금수: (짐짓 놀라는 척) 집으로?
금보: (다짐이라도 받겠다는 듯)
그려유, 누님.
이곳에 이리 계시다간 뭔 사단이 날지 모릉께유.
혹시라도 혀셔유.
이곳으로 소작농이라도 몰려올까 봐서유.
(확신에 차)
분명히 그럴 거구만유.
금수: (한 참을 망설이다 금보에게 눈을 맞추며)
그려, 동상. 동상의 뜻은 내 충분히 알 것도 같지만서두.
내는 이곳을 뜨지 않것어.
아니 못 뜨겄어. 이 아를 생각혀믄.
(배를 쓰다듬는다)
금보: (당황한 듯, 실망스럽게)
누님의 뜻은 알 것구먼유.
지 말이 그려유.
아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집으로 가셔야 한당께유.
금수: (결연하게)
내 동상의 뜻은 충분히 알고도 남을 것이고,
고맙기도 혀지만 그럴 순 없지 싶네.
금보: (호소하 듯)
아버지도 누님을 꼭 모시고 오라고 신신당부 혔구만유.
금수: (고개를 끄덕이며)
아부지 뜻도 내 알것고,
혀지만 난 이곳을 떠날 수 없당께.
아 아부지랑 함께 혀야지.
(뜸을 들이다)
동상에게는 참말로 뭐라 면목이 없구만서도.
이게 내 뜻잉께 아부지에게 말씀 전혀드라고.
금보: (한참을 망설이다)
누님, 그렇다면 선배님한티 누님을 부탁혀야것어유.
금수: (당황한 표정)
금보: (아랑곳하지 않고)
사실은유,
저번에 누님이 오셨다 가신 뒤로
지가 선배님에게 말씀을 드렸구만유.
(금수의 안색을 살피며)
근디, 깜짝 놀라시더라구유.
오래 전부터 누님을 알고 있었다하믄서.
금수: (미간을 찌푸리며)
동상,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팅게 괜한 소리 허지말고
아부지와 식구들을 잘 부탁혀.
금보: (답답한 듯 미간을 찌푸리며)
누님, 고것이 아니랑께유.
선배님이 누님을 생각허시는 맘이.
금수: (짜증이 배인 목소리)
동상,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그만 집에 돌아가는 것이 좋겄어.
밖에서 개를 달래는 고석동의 인기척.
금보 벌떡 일어서더니 밖으로 나간다.
고석동이 개를 놀리며 뭔가 안채에 신경을 쓰는 듯.
송금수가 허겁지겁 금보를 따라 나온다.
65. 개정 정원(이른 아침)
금보가 실내에서 나오자 금수가 따라 나온다.
금보: (고석동에게 바짝 다가서며)
누님을 집으로 모시고 가려구 왔는디.
한사코 가시지 않겄다구 혀셔요.
선배님께라도 누님을 부탁혀야 헐 모양인디.
석동: (금수와 금보를 번갈아 쳐다보며)
고것은 걱정혀지 말고.
일전에도 말혔다시피.
금보: (고석동의 두 손을 움켜 잡으며)
그려유, 선배님. 지는 선배님만 믿고 가겄구먼유.
금수: (서둘러 금보를 돌려보내고 싶은 말투)
그랴, 금보야 내 걱정 혀들 말구,
어서 가서 식구들이나 챙겨야 안 쓰겄냐?
금수가 금보 돌려보내기 위해 일부러 대문 밖으로 나간다.
금보는 고석동의 손을 잡고 부탁하듯 주억거리고
금보가 대문을 나서자 금수는 눈물을 찍어내며
금보의 뒷모습을 본다. 금보 두 번 이나 돌아다보고.
금수 서둘러 집안으로 들어가려는 찰라
고석동이 자신을 뚫어져라 보는 것을 눈치 채고 흠칫 놀란다.
고석동을 무시하고 금수 황급히 실내로...
66. 구로즈미 별장 (1945. 8월 17일 가랑비 아침7시)
대문 밖 동네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 들리고
고석동이 소리 묻히고 금수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고 있다.
개가 사납게 으르렁거리고 금수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체념하는 표정.
금수 배를 쓸어본다.
히토미 사색이 된 표정으로 다가와 함께 창밖 응시.
금수: (다소 과장되게, 미세한 떨림)
히토미상, 걱정혀지 마세유.
(침착을 되찾고. 일본말로)
고상이 지켜줄거예유.
히토미: (눈을 휘둥그레) 고상?
금수: (고개를 끄덕이며) 약속 혔어유.
히토미: (다소 안심 고개를 갸웃, 의심스럽고 불안한 눈초리로 시선 밖)
67. 구로즈미의 방(8월 20일 아침 10시)
구로즈미 걱정스런 표정으로 양복을 입고 있고.
겐조. 히토미 무릎을 꿇고 있고. 금수 구로즈미 앞에 앉아있다.
구로즈미: (단호한 목소리로)
유카상, 부탁이 있소.
금수: (구로즈미에 눈을 맞추다 황급히 내리깔고)
구로즈미: (겐조와 히토미를 보며)
겐조와 히토미상을 부탁해요.
금수: (잠자코 고개만 끄덕인다)
구로즈미: 나는 일본으로 귀국할 것이요.
(간절하게 호소하는 듯)
하지만 겐조와 히토미상은 이곳에 남고 싶어 하오.
금수: (다시 구로즈미의 눈길 부딪히고)
구로즈미: (착착한 얼굴.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겐조와 히토미를 번갈아 시선)
고개 숙인 금수와 겐조. 히토미가 각자의 발등으로 눈물 떨어뜨림.
구로즈미: (목소리를 가라앉히며)
겐조는 내 아들이나 마찬가지요.
하지만 겐조와 히토미상은 조선에 살고 싶어 합니다.
(목이 메이는 지 뜸을 들이다가)
겐조가 조선에서 잘 지낼 수 있도록 충분히 준비 해 두었으니,
유카상이 돌보며 잘 살 것이라 믿고 싶습니다.
고요한 정적. 뚝뚝 눈물 떨어뜨리는 겐조와 히토미와 금수.
구로즈미의 착찹한 얼굴.
구로즈미: (결연히)
곧 다시 조선에 올 거요.
그때까지 꼭 부탁합니다.
금수: (단호히)
걱정하지 마세유, 구로즈미상.
구로즈미상의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겄써유.
창밖으로 후두둑 비가 뿌리고 번개가 치더니 천둥소리.
여름 소나기
68. 구로즈미 별장(8월 21일 아침 6시)
마을 사람들 태극기를 들고 고석동과 함께 대문으로 들어오고.
일부는 정원에. 고석동은 세명의 마을 사람 대동하고 실내로.
거실에 겐조, 히토미. 금수가 불안한 모습으로...
고석동이 결연한 태도로 그들을 훑어보다가...
금수: (고석동에게 날카로운 목소리로)
아시다시피, 겐조상은 애 아부지요.
겐조와 히토미는 조선에 남고 싶어 하지유.
석동: (잔뜩 미간을 찌푸리며 과장된 목소리로)
돌았는 갑소. 닷새 후엔 모두 떠나야하오.
쪽바리 놈들이 이 땅에 남아있으면 목숨을 내 놓아야할 것이오.
(화가 난 듯 얼굴색 점점 달아오르고)
금수: (간청하듯)
이틀 후에 겐조와 함께 떠나것소. 이틀만 말미를.
고석동은 비웃기라도 하듯 묵묵부답.
송금수와 겐조, 히토미에게 서늘한 눈빛.
금수와 겐조, 히토미 안절부절.
하얗게 질린 얼굴들...<2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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