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발 미세먼지가 마치 안개처럼 하루 종일 하늘을 덮고 있다.
가시거리 50m도 되지 않는 다는 예보관의 말이 실감나는 하루였다.
이런 날,
드디어 부지런을 떨었다.
주섬주섬 새벽녘에 인쇄를 끝낸 따끈따끈한 원고뭉치를 들고 나서는 길,
당선 소식도 아니건만 마음이 두근거렸다. 아마도 장편을 시집보내는 첫 날이었으므로.
링제본으로 4000원을 지불하고 은파를 빙 돌아 출근하였다.
점심이후에 들러 제본한 원고뭉치를 들고 우체국에 갔다. 등기편으로 보냈다.
제본된 원고와 함께 하룻밤 더 묵고 싶은 마음도 있어 망설여지기도 했다.
홀가분하고 싶은 마음이 더해 보내고 말았지만 어쩐지 서운하다.
보내놓고 나면 시원할 줄 알았는데 섭섭한 마음은 왜일까?
내 인생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한 번도 제대로 성공하지 못한 도전들이었다.
무식하게 깨지고 아파했지만 늘 역동적인 내 삶엔 굵직굵직한 상처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그 흔적들이 오늘 날의 원고뭉치가 되었다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며칠 전,
이런 내 속내를 알고 있었는지 어떤 지인이 카톡을 보내왔다.
“20년 넘게 글을 쓰면서 평론가들로부터 너저분한 잡동사니 글만 쓴다는 비판을 받았던 작가의 이름은 도스도예프스키 이다.
한 잡지 편집장으로부터 이런 글 실력으로는 절대 작가가 될 수 없다. 라는 핀잔을 받은 한 무명작가는 노인과 바다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어니스트 헤밍웨이다.
신춘문예에 탈락해 여러 출판사에 직접 투고한 원고 까지 거절 받는 아픔을 겪은 한 청년은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가 된다. 그의 이름은 이문열이다.”
이 얼마나 위로를 주는 말인가? 이런 위로의 말 앞에서도 슬프고 아팠다. 내 앞날이 숱한 좌절을 겪을 것임을 알기 때문이었다.
하여도 하여도 오늘의 시작이 언젠가는 ‘용감했군’ 배시시 웃을 수 있는 어느 날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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