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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2013년 12월 14일 오후에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3. 12. 14.

 

  오랜만에 한가로운 오후를 맞이했습니다. 마음의 문제였습니다. 선택을 하고 나니 오히려 쉬 안정될 것 같습니다. 설렙니다. 새로운 생활에 대한 기대로. 이제 4년 전의 나의 생활로 돌아갑니다. 12월 28일을 끝으로 주방아줌마를 졸업합니다. 지난 4년의 해찰도 좋았습니다.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더 많았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큰 것은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이었습니다.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에서 행복을 배웠습니다.

 

오늘 아침 풀풀 날리는 눈발을 배경으로 ‘이동진의 빨간 책방’ 나들이를 했지요.

 

“하얀 좀벌레 한 마리가 아끼는 책을 여기저기 갉아먹고 있었습니다. 화가 나서 잡으려고 들여다보니까 그 좀벌레가 갉아 먹고 있는 것이 이런 글자들이었습니다.

추구, 목란, 강비, 개거...

모두 향기로운 꽃과 풀을 가르키는 한자어들이라는데요. 이소경이라는 책, 그 속의 수많은 글자들 중에서도 좀벌레는 향기 나는 글자들만을 골라 먹은 것이었습니다. 좀벌레가 기특하고 신통했습니다. 그리고 그 글자를 먹은 좀벌레의 머리와 수염에서도 과연 특이한 향내가 나는지 조사하고 싶어졌지요. 사람까지 사서 반나절을 찾았지만 결국 놓치고 말았는데요.

책만 보는 바보라고 해서 간서치看書痴 를 자처하던 실학자이지요. 이덕무 이야기입니다. 말의 향기, 책의 향기, 서향書香이라는 표현도 있지요. 그런데 글자에도 몸 냄새, 살 냄새가 있는 모양입니다. 그걸 먹은 좀 벌레한테서는 어떨지 몰라도 어떤 책을 통과한 우리 몸 어딘가에선 특별한 향내가 흐르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 향기들이 모여서 우리 영혼의 체취들을 만드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마치 소설의 프롤로그처럼 음악의 서주처럼 그가 말하는 책읽기의 찬가가 참으로 맘에 들었습니다.

 

가장 하고 싶은 것은 하루 종일 골방에 처박혀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는 일입니다. 며칠은 그렇게 부스스한 모습으로 일상의 테러를 자행하겠습니다. 벌써 마음은 1월에 가 있습니다. 지난 4년에 대한 포상으로 오늘 지름신이 강림했습니다. 모처럼만에 알라딘에서 10만원이 넘는 결제를 했습니다.

6권의 책과 5개의 DVD...

 

[세트] 2013 노벨문학상 앨리스 먼로 단편선 앨리스 먼로 지음, 서정은.곽명단 옮김

데이먼 러니언 - 세라 브라운 양 이야기 외 24편 데이먼 러니언 지음, 권영주 옮김

무진기행 김승옥 지음

버지니아 울프와 밤을 새다 - 인생의 계단을 오를 때마다 힘이 되어 준 열 명의 그녀들  이화경 지음

사월의 미, 칠월의 솔 김연수 지음

Dear Life (Paperback) Alice, Munro

 

비밀의 꽃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마리사 파레데스 외

욕망의 낮과 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빅토리아 아브릴 외 출연

키카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베로니카 포쿼 외 출연

하이 힐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마리사 파레데스 외 출연

내가 사는 피부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안토니오 반데라스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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