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요. 새벽녘의 요란한 천둥·번개도 아랑곳하지 않고 느지막한 아침까지 내리 잠을 잤어요. 지난 일주일 동안 몹시 피곤했었거든요. 아이들 수업양도 늘어나고 매스컴의 영향인지 손님들도 쏠쏠했고…. 이번 주 일요일은 맘먹고 집에서 쉬리라 작정했는데 잠이란 것도 양이 있는 법이라서…. 아침 겸 점심으로 오랜만에 손수 김밥을 만들고 휴가를 떠나기로 했어요. 어쩐지 꼭 나 자신을 위해 하루쯤은 휴가를 줘야 할 것 같았거든요. 뭐 그런 말 있잖아요.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하여 김밥 한 두릅을 더 쌓고 노트북을 챙겨 장항으로 Gogo!!! 혼자서 멀리 튀고 싶지는 않았죠. 그껏해야 하굿둑을 건너 풀잎 언니가 오도카니 앉아있을 벨리 하우스에 여장을 풀었는데 이런 광경이 펼쳐졌지요.
요식업에 몸을 담그기 그 이전에는 늦은 밤이고 이른 아침이고를 가리지 않고 들락거리던 곳이었는데 그만 육체노동을 하다 보니 몸 편한 게 우선인지라 몇 년간 이곳을 잊고 지냈지요. 이제 다시 몇 년 전의 내 모습으로 회귀하려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요. 아니 지난 4년간, 나 자신이 너무 많이 달라져서 이곳을 찾아왔지요. 하지만 이곳의 모습은 늘 그렇게 작고 소소하지만 정답고 때론 아련하게 내 마음에 머물고 있던 장소이기도 하답니다. 마음이 시끄러울 때 잠시 혼자 앉아 차를 마시고 음악을 듣다 보면 가지런 마음이 정리되는 저한테는 휴식의 장소이자 늘 새로움을 발견하는 그런 곳이지요.
누구나 이런 곳을 한두 군데쯤 가슴에 간직할 수 있어 무시로 마음이 동할 때 갈 곳이 있다면 행복하지 않겠어요? 어제는 그런 날이었어요. 손수 김밥을 풀잎 언니에게 건네주고 큼직한 유리잔에 냉커피를 대접받으며 내리 다섯 시간이 넘게 술술 글을 써내려갔지요. 원고지로 70매를 넘게 쓴 쾌거를 이루며 포듯한 하루를 보낸 것 같은 포만감으로 저녁을 맞이했는데 센스쟁이 풀잎언니 또 요런 맛 난 것을….
감히 말하자면 메뉴에도 없는 먹거리를 챙겨주시니 나의 하루가 얼마나 멋졌겠어요? 맘도 포지고 몸도 포진 멋진 하루였지요. 남들처럼 멀리 멋진 곳으로 누구와 함께 떠난 휴가 여행은 아니었지만, 또 이렇게 혼자서 조용히 나 자신에게 주는 선물 같은 이런 휴가도 멋지지 않나요? 그렇게 위로를 합니다.
블친님들, 카친님들 그대들의 여름 휴가는 어떠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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