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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오늘 아침은 - 日常茶飯事 74 탄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3. 6. 22.

  "지나고 보니 나쁜 일은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강물과 바람이 모래를 실어 나르듯, 모든 것은 인생이 실어 나르는 모래알 같은 것이다. 제 갈 길로 가는 것들의 아름다움…. 별도 달도 해도 사랑하는 사람이 저 홀로 떠나가는 운행도 실은 그런 것이 아닐까."
전경린의 말, 말, 말….
  쉰을 넘어서며 뼛속 깊이 느껴지는 세상사에 대한 생각 중의 하나가 정말 지나놓고 보니 어느 하나 나쁜 일도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할 수 있는 추억은 모두가 아름다운 것들 뿐이라고 말들 하지만 사실 아픈 기억들도 어쩜 추억이란 이름으로 의식적으로든 혹은 무의식으로든 채색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원수 같았던 인연들마저도 시간의 너울 속에서는 때론 미소 짓게 한다는 사실이 참 신기하다. 하여 무엇에도 연연하지 않는 나에 대한 기대를 하게 한다.
  "물속에서 허우적거리기를 체념하고 물의 움직임에 나를 맡기듯, 나 자신을 고스란히 맡겨보는 것, 그것은 문제를 뛰어넘는 방식이기도 하고 문제를 끌어안는 방식이기도 하다. 문제를 문제시하지 않는 방식, 만약 그런 순간들이 없이 내가 인생을 꽉 쥐고만 있다면 아마 내 생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인생의 고비를 넘고 넘어 어느 날부터 불현듯 스치는 바람에도 나를 맡겨도 되겠구나 그런 가벼움이 무엇보다도 좋았다. 움켜쥐려고 하면 할수록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들은 더 많았고, 어느 날 부터는 차라리 움켜쥐지 않는 편이 더 수월한 날이 왔다. 그랬더니 세상은 달라보이고 그 달라보이는 세상의 작고 소박한 것들의 찬란함에 눈이 부시다.

  사람의 인연 또한 그런 것은 아닐까? 연을 대기 위해 전전긍긍하며 나를 채색하던 시절이 오히려 더 귀엽고 순진했던 것은 아니었느냐는 생각이 들 만큼 멀리서 바라만 보아도 크게 다를 것 없는 나를 발견하며 까닭 모를 아쉬움이 서운하기도 하다. 때론 말이다.

  인생무상人生無常이라고 했던가? 삶은 정돈될 수도 정지될 수도 없이 어딘가로 무엇인가로 늘 변화한다. 그 변화의 물줄기 속에 몸과 마음을 맡기면 오히려 내 몸과 마음으로 삶의 물결, 자체를 고스란히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 날 기쁘게 하는 아침이다.
  짹짹거리는 새의 지저귐, 윙윙거리는 기계음들, 끽끽 브레이크를 밟는 소리, 베란다의 물 내려가는 소리, 뿌연 안갯속으로 아련하게 들리는 그 모든 소음의 합창이 정겹기만 하다.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