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린에 대해 호기심이 급상승 중이야. 오늘은 도서관에 가서 그녀의 책을 두 권이나 빌렸어. "풀밭위의 식사" "나비" 아마도 한 달쯤 혹은
두 달쯤은 그녀 속에서 헤매리라 생각돼. 즐거운 여행일 것이므로 기대감으로 체온이 한껏 높아지고 있는 것 같아. 그녀의 산문집
'나비'를 펼치고 작가의 말에 귀를 기울였어.
"나도 찬란하고 우아하고 열정적인 그 누군가가 되고 싶었다…. 나는 마흔 살에서뿐만 아니라 쉰 살에도 예순 살에도 나이 먹어가는 여자의 경험과 내면과 파동에 대해 쓰게 될 것이다.
도전이라기보다는 무한한 도취와 충만한 비상의 황홀경 속에서…. 나비처럼.
그녀의 이런 말들을 들으니 세상에도 나
같은 사람이 또 있구나 생각돼서 왜케 마음이 붕 뜨게 되는지. 그거 알아? 세상 어느 구석엔가 나 같은 부류의 인간이 있다는 것이 살아가는 날에 얼마나 많은 위로가 되는지….
"나는 그녀의 글의 표현주의, 혹은 야수파적 풍경에 늘 매혹
당했다."
그녀의 책에 그림을 그린 이 보름이라는 화가의 말이야. 그렇구나. 그녀에게 매혹 당한 사람은 나뿐이 아니었구나 확인하게 되어서 또한 기뻐.
오늘 아침은 잠시 바빴어. 주공시장, 도서관, 롯데마트를 들르고 가게에 나와 정신없이 청소하고 우유 두 백을 서둘러 마시고
거기에다 오, 예스까지…. 사실은 빨리 대출 도서를 반납하고 그녀의 다음 책을 만나고 싶은 마음에 내심 들 떴다고나 할까? 이런 설레임에 나풀거리는 날이 얼마나 황홀한 경험인지 짐작이나 할까? 급하게 그녀의 책을 몇 장 훑어보았지.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에 빠지면
그 모든 것이 옛날에 일어났던 어떤 기억을 일깨우는 것같이 전율이 인다. 사랑은 그러므로 합리적인 갈망이 아니라 비합리적인 본능이다."
언젠가 김연수의 책에서 읽었던 비슷한 내용인데
김연수보다 훨씬 멋들어진 표현을 쓰는 그녀가 부럽기도 하고 질투가 나기도 해. 나는 언제쯤 그녀처럼 채도가 높은
표현들이 나풀거리는 문장들을 쓸 수 있을까? 내 하루를 이렇게 시작할 수 있어서 뿌듯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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