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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제 43 탄 나, 熱愛 중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2. 12. 18.

몹시도 바람이 우는 소리에 잠을 깼지요. 어제 퇴근무렵 눈발이 간간히 날려 폭설이 왔거니 창문을 제켜보니  하얀 눈님은 발걸음도 안 한 듯 한데 그것이 심술났는지, 재를 넘지 못한 해망동 바람이 어찌그리 요란한지요?  내가 아는 체를 했으니 아마 곧 그놈도 물러날 듯, 기세가 약해져 가고 있구려.

 

"이놈들아, 고만 좀 니들도 쉬렴, 아침도 되얐으니 어여 가서 아침 밥도 챙겨 잡숫고 코~~ 한 숨 편안히 잠들거라. 네가 보고 싶은 세상, 내가 지킬테니 응, 그래...투표날도 넘 심술부리지 말고 그 날까지 콕 참고 지내준다면 겨울내내 너의 부르짓음을 내 **하는 내 님의 속삭임처럼 여길 테니..." 달래본다...

 

 

엊그제 잠깐 이원규님의 산문집에서 언급한 시인 고정희님의 시집을 다시 꺼내 보았지요. 7~8권의 시집이 있었으련만, 눈에 밟히는 것은  文知에서 83년에 초판이 발행된  "이 시대의 아벨" 한 권 뿐이라 이상타 생각하며 그나마 뒤적거려 봅니다요. 아마 내가 80년대 중반 쯤에 읽고 위로받던 시집이 분명한 것이고, 그때 가격표를 보니,ㅋㅋ 2,000원에 불과했네요.  참, 시집 한권에 2,000원이었구나... 그래서 그렇게 여직 시인들이 가난한 나라가 우리나라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 내가 나를 자책해봅니다.  가끔씩은 누구든 動하는 시집이 있거든 내 사주리라 다짐하며...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 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상한 영혼을 위하여/고정희

 

 

 

 

내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내 詩心에 발동이 걸린 듯 합니다. 그렇지요. 기억해보니 백권이 넘을 듯한 시집들이 내 서가에 있었거늘 참 오랫동안 잊고 살았었구나 하는 생각에  안타깝기도 하군요. 결국 이렇게 돌고 돌아 시인이 되고자 했던, 자근자근 낮은 소리로 누군가의 영혼을 달래주는 그런 최고의 시를 쓰리라 다짐하곤 했던 내 사춘기, 그리고 청춘기의 어느 한 때의 熱望이 이제 막 부활하려고 합니다요.ㅋㅋㅋ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무엇을 쓸 수있을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누군가 단지 한 사람이라도  아니 단지 한  작은 풀꽃이라도 내가 쓴 것들을 읽고 혹은 듣고 다친 마음에 위로가 되고 둔한 영혼이 깨어나게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족하겠지요. 딱히 불멸의 명시를 쓸 수 없을 지라도 내가 할 수 있는 내가 쓸 수 있는 나만의 詩를 쓰는 것으로 나 자신을 위로하는 것으로 부터 시작하자 뭐 그런 생각,ㅋㅋㅋ

 

참 웃기는 것은 일요일 내 명민하고 멋진 친구가 그런 말을 묻더군요.

 

"넌, 네가 사랑한다는 사람에게서 무엇을 보며 무엇을 원하는 것 같여. 왜 그사람을 사랑한다고 생각하냐고?"

 

갑자기 속사포로 물어보는 말에 멈칫 했지만 곧 나는 이렇게 대답했지요.

 

"따뜻함, 그냥 말이 없어도 은근한 행동으로 전해 주는 따뜻함을 내가 느낄 수 있으면 그것으로 족혀..."

 

"아, 그렇구나. 난 상대에게 지적이고 샤프한 어떤 것을 원하는 것 같여. 생각해보니 우리 자신 속의 부족한 어떤 부분을 채우려는 영혼의 욕망, 뭐 그런 걸로 상대를 포장되었거나  혹은 진짜로 상대에게서 그런 모습을 읽어내려갔다면 비로소 사랑의 시발점이 되는 것이 아닐까?"

 

뭐 가짜 심리학박사의 분석이니 내 혹하기도 하였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상당히 일리가 있다는 말씀!!!

 

"그려, 아마 나의 유아기적, 혹은 아잇적, 부족했던 엄마, 아빠의 손길,,, 그런것에 대한  열망이 이렇듯 쉰이 넘은 나이에도 채워지지 않았나벼. 그래서 상대에게서 채워지지 않는 내 원초적 욕구를 발견하고 그것을 바라게 되는 갑다잉."

 

"그려, 내 경우엔 사춘기 시절부터 지금까지 줄곤 지식적인 측면으로 나를 키우려고 했고 그것에 대한 열망때문인지 그런 사람을 어느 날 만나게 되면 사랑이라는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만...ㅋ 두렵지, 이 나이에 고것도 남편이 있는 아녀자가 말여. 야, 우리 넘 웃긴다, 그치..."

 

농담처럼 주고 받던 말들이 기억나는 이 새벽,

 

배속에 둔 두 아이를 잃고 비로소  세번째 아이의 출산이 큰 기쁨이었던, 하지만 넘 가난해서 먹고 살기에 바빠, 밤 낮으로 남의 집 품팔이을 해야만 했고, 하여 친정아버지의 손에 가슴이 밟히는 아이를 어쩔 수 없이 맡겨야 했던 가난한 부부의 상황이 그려지며 내 부모도 그런 내 자신도 참 짠한 인생들이었구나 하는 속절없는 연민에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그려...

 

지난 몇 년 동안 줄곤 내 자신의 자아찾기에 돌입하면서 읽어내려갔던 수많은 심리학책을 근거로 내 자신을 분석하고 나름 치유해 왔던 시간들이 아마도 내가 글을 쓰는데, 시를 쓰는데 얼마나 많은 베이스가 될까 생각하여보니, 다 이렇게 이르르게 되는 구나 하는 인생의 면면한 길에 대한 짐작이 뽀듯한 이 시간,,,

 

그렇게 달래고 달래서 집으로 보내려고 했던 저 지랄맞은 바람님이 여지껏 해찰을 하며 밍기적 거리는 것을 보니, 엥, 오늘 마음깃, 옷깃을 단단히 혀고 지내야것구만요.

 

세상에서 제일 예쁜 그대도, 호주머니에 손도 넣지 말고 추워도 당당히 어깨를 펴고  그대를 향한 내 마음이 그대를 데우고 있음을 잊지 말고 그렇게 씩씩하게 걸으면서 그렇게 하루를 보내시길 빌어봅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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