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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제 35 탄 나, 熱愛 중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2. 12. 10.

"혹시, 2012년의 마지막 선물을 저에게 주고 싶지 않으신가요?  제가 몹시도  쌤을 보고 싶기도 하고, 또 눈 덮힌 어떤 곳을 보여 드리고 싶기도 하고 함께  맛있는 밥 한끼라도 이 해가 가기 전에 먹어보고  싶기도 하공... 기차를 타고 내려오시면 제가 마중나갈 수 있는데..."

 

날린 메시지의 효력 때문인지, 9시 30분 도착, 군산역을 향해 해변길을 달리는 내 차는 어느 새 이카루스의 새가 되었는지, 프로메테우스의 불마차가 되었는지, 훨훨 뜨겁게 날고 있었지요.

 

와, 내 인생에도 이런 倖運(幸運이 아니오라)이 진정 있단 말이시,

 

오늘의 시간을 셈해보는 나도 참 속절 없었지만

 

"그래, 오늘 하루만이라도 내 인생의 최고의 날이 될 수 있도록 내 마음을 다해보자."

 

글케 마음끈을 콱콱 동여메고 큐피트의 화살을 맞아 붉게 물든 심장을 추스리며

드뎌 도착인 기차의 긴꼬리마저 날으는 용처럼 보이는 시간,

 

두툼한 카메라 가방을 챙기고 여의 그  빛나는 모습의 쌤이 나타나시다니...

 

"쌤, 이쪽이에요."

 

펄펄 나는 목소리가 쬐께 남살스러웠을려나, 그러던 말던 내 낭창낭창 우렁차고 간드러진  목소리엔 벌써 안숙선도 장윤정도 비껴 가겠더이다. ㅋㅋㅋ

 

"오시느라 고생 했지요. 웬 행운, 2012년 마지막 선물, 잘 받을 께요."

 

"뭔 고생, 빨리 운전이나 하공, 그 멋지다는 봉선지나 얼릉 가시요."

 

"넹, 분부데로... 근데 오늘의 운전대는 제 차지거든요. 제가 가고 싶은데로 갈꼬야요. ㅋㅋㅋ"

 

"그랴시요, 나도 좀 하루 편하게 왕처럼 그렇게 지내보자구요."

 

"ㅎㅎ, 왕은 아닌뎁쇼. 저의 마당쇠랑께요. 오늘은 쌤이..."

 

"허허, 마당쇠랑, 무시벼라...설마 마님 문앞에서 장작패는 그 마당쇠는 아니것지요?"

 

"딩동뎅, 그 마당쇠 맞는디요. ㅋㅋㅋ"

 

시덥지 않은 농담 인사도 마냥 즐겁기만 한 나는, 에구 그만 한산 모시관쪽으로 가야 할 길을 서천 자동차 전용도로쪽으로 직진하고 말았지요.  네, 참 ...

 

네비양을 불러들여 우리들의 오붓한 공간을 침범당해야 하는 우를 범하긴 했지만 또 주변의 풍광들이 다르니깐 그것으로 위안을 삼공...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눈이 내린 뒤라서 그런지 가는 길마다 훵훵 앞 뒤차 눈치 안보고 느리게 느리게... 감도는 재즈의 향기도 달콤하고  단둘만의 좁은 공간에 대한 짜릿함은 오랫만에 맛 본 야스꾸리한 순간들... 앙, 이러다 19금으로 편집될까봐 잠시 숨을 고르고...

 

"참, 날씨 한 번 죽여주네요.  내린 눈들에 쏟아지는 겨울 햇살이 마치 봄 같지 않아요. 겨울 속의 봄, 너무 좋다요. 쌤이 옆에 계셔셔 제일 좋고, 또 눈이 내린 이 적막하기만한 길을 둘이서 달려서 좋고, 산천이 온통 꽃이어서 좋고...제 인생에 이런 행운이 있네용,,,,"

 

"긍게요. 오는 날씨는 마치 꿈꾸는 봄 같네요."

 

"역쉬, 절묘한 표현의  진수를 보여주시는 군요. 꿈꾸는 봄, 꿈꾸는 나비, 저 선생님, 오늘 지도 꿈꾸는 나비가 되어 볼까요?

"ㅋㅋ 웬 나비, 그 몸메에 나비라, 그러숑. 날다가 쿵 떨어지지는 마숑, 지축이 흔들릴까 좀 염려되오."

 

"엥, 무슨 말씀을... 쿵 떨어지게 되면 땅속의 끓던 마그마도 놀라 아마 잠시 숨을 고르게 될껄요."

 

정말 얼마만에 가져보는 이 오붓한 시간인가, 감동이 감동을 몰고 오면 난 그래 오뉴월의 퍼진 나비 한마리가 된것이리라. 이 순간 만은, 아니 장자의 나비가 된 것일 수도 있으리라...

 

도착한 봉선지의 풍경은 말하면 무엇하랴. 아무도 밟지 않은 첫발자욱을 찍으며

 

"자, 내가 밟은 곳을 따라 오시용. 이 계단은 보기와 다르게 발을 헛디딜 수 있으니 조심허고..."

 

그의 배려가 한 없이 따뜻해 눈물이 난다. 나도 모르게...

 

 

 

 

예의 고즈넉한 봉선지 한 가운데 한가로운 철새들 수십마리가 적막한 풍경을 배경으로 노닐고 있었고 찬란한 겨울 햇살이 축복처럼 넘쳐나고 있었다. 

 

수십번의 철컥거리는 경쾌한 셔터소리가 적막을 깨고 마치 세상은 둘만의 놀이터가 되어 있었다.

이런 순간, 이 공간을 둘이서 나눌 수 있다니 젯물에 맘이 쏠리기만 하는 나는 마냥 즐겁기만 하였다.

 

 

 

 

 

"와, 쌤, 저기요. 조오기, 고니가 있어요. 그것도 쌍으로 있어요."

 

"허참, 그렇네요. 오늘은 하늘이 내려주신 행운을 붙잡구려."

 

"긍게요. ㅋㅋ 쌤이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헐려요."

 

"맘데로, 생각만은 맘데로 하시공 어서 사진이나 팍팍 찍으시요. 이쪽으로 돌아봐요. 못생긴 아줌씨 얼굴이나 나도 몇 컷 찍어봅시다."

 

"이쁘고, 늘씬하게 밑에서 위로, 그리고 실루엣만, 저 역광으로 멀리서 잡아 주세용."

 

"참, 그 아줌씨 주문도 많네, 내가 카메라 주인잉께 내 맘데로지, 원."

 

정말 허벌나게 좋은 시간. 눈위에도 굴러보고 미안스럽기도 나뭇잎에  쌇인 눈더미도 흔들어보고...

이런 한 때를 보내다 보니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시간맞춰 내려오느라 아침 밥이나 챙겨 먹었을려나

내 배고프니 이제사 고것이 생각나다니...

 

서둘러 꼭 함께 한 번은 들러보고 싶었던 나포가는 길의 '들꽃내음'에 갔건만

 

"주일은 쉽니다." 야속한 글귀만...

 

"쌉밥 먹으러 가시지요. 제가 오늘은 쏠께요."

 

"뭐 그럽시다. 늘 말하던 싸고도 맛있다는 쌉밥, 말이오?"

 

"네E"

 

 

 

그가 좋아할 꽁치는 그쪽으로, 내가 좋아하는 시금치는 내쪽으로 몰아주는 마음들이 하나였다. 이 순간만은...

 

 

 

이러한 사소한 배려하나에도 우리의 맘은 얼마나 감동적인가?  한 입 가득 씹던 만난 것들이 울컥 마음깃을 건드린다.  사는 일이 뭐 대술까? 그냥 이렇게 따뜻한 밥 한끼, 따뜻한 한 순간을 나누며 살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족할텐데... 난 그것이면 충분한데... 참 인생은 이런 작은 선물엔 인색하실까 '욱'하는 심사가 꼬이는 순간, 그래 절대 아니지. 어쩜 이런 작은 것들이 일상일 수가 없기에 이 순간이 감동일 수 밖에 없다는 역설로 나를 달래야하는 현실을 깨닫을 수 밖에 없는 시간들...

 

"그래 작은 것에 감사하자. 그리고 누릴 수 있을 때 누려보자.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 것이고 이 순간의 작은 행복, 감동에 충분히 감사하자." 다시 나를 채근한다.

 

 

그렇게 조렇게 둘이서 가고 싶었던 불주사에도 가보고

 

 

 

 

눈덮힌 불주사에서 방긋방긋 추위에 아랑곳없이 놀고있는 우리 동자스님들에게도 안부를 물어보고

 

 

 

화살처럼 달콤한 시간들은 날아가고 3시행 상행기차의 기적소리는 내 뽀듯하기만 한 시간들에 야속한 작별인사를 남기고 사라졌다.

 

그를 보내고 돌아오는 해변길은 쓸쓸도 하였지만

 

"그래, 이것으로 충분혀, 뭘 더 바래. 내 진정한 첫사랑, 첫남자를 만났다는 것만으로 내 인생에 행운인겨, 그로 인해 내 사는 일에 대한 감동이 불 붙고 작은 것에 감사할줄 알게되었고 보이는 모든 것들이 마음에 밟히고 그것이 시가 되고 이야기가 되면 그것으로 족한겨..."

 

마음깃을 추스려 보니, 저 멀리 한가한 철새 몇 마리 금강 하구언을 날고 있는 풍경이 참으로 좋더이다. 어제 그 시간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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