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것은 늘 기다림의 연속이요.
봄에는 꽃바람을 기다리고
여름에는 비바람을 기다리고
가을에는 낙엽바람을 기다리고
겨울에는 눈바람을 기다리는 것처럼
어느 날
내 혼이 그대의 혼을 만났던 날
나는 맞바람을 기다리게 되었소
내가 본 그대 영혼이
내 안 깊숙히 또아리를 틀고 있는 또 하나의 나의 것임을 눈치챈 날,
참으로 나는 슬프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였단말시.
세상을 향한 두려움과 희미한 자존의 고통을 고스란히 견뎌내야 할 처지가 어찌 그리 내 자아연민에 확확 불을 댕겼는지 참으로 모를 일이었당께요.
네속에 내가 있고 네속에 내가 있음이 가엾기도 했지만 기쁨 같은 것이 더 컷었다고 감히 지금은 말할 수 있겠소.
왜냐,
나 혼자가 아니라는 동질감, 나 혼자만 외롭고 슬프고 애틋하고 펄펄 끓는 욕망의 분출을 기다리는 휴화산이 아니란 것에 대한 확신에 희죽희죽 부끄러운 웃음을 흘리고 있는 나를, 그대를 보았을 때 비로소 어느 날 부턴인가 이 긴 그리움의 시작이 되었으리라...
그리움은 온기의 결여라고 하던데 아마도 내, 그대를 향한 그리움은 스스로 나를 데우는 기쁨을 알지 못했던 그 시점에서 시작되었음이 분명한 것일진데 그럼 작금의 나는, 여전히 오늘도, 이 순간도 그대를 향한 이 펄펄 끓는 그리움이 여직 나 자신을 향한 온기의 결여에서 비롯된 것일까?
"지금은 아닌 것 같은디요. 어느 날 말인디요. 내가 그대를 품기 시작한 그날 부턴가, 하여간 어느 날 부턴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내가 꽃이 구나, 내가 나비구나 그런 확신이 치는 날 부터랑께요. 내 가슴에 구둘장같은 미지근한 어떤 것이 싹트기 시작하였고 어느 땐 그것이 펄펄 끓는 온돌방이 되었다가도 어느 날은 또 미지근한 어떤 것이 되었다가도 하는 반복은 있었을 지언정 늘 뜨끈 미지근한 온기가 남아있음을 감지하고 있는데 여직도 나는 그대를 향한 이 긴 그리움을 버리지 못하는 까닭은 무슨 쪼간일까 묻지 않을 수 없구먼요."
라고 자문해보는 이 시간,
"그랴요. 그대는 그대의 마음 길이 흐르는 데로 사시요. 내 그대 향한 지극한 소망과 상관없이 나는 또 내 마음길이 흐르는 길을 따라 살팅게. 그대 향한 원망도 야속함도 다 부질 없는 쇼랑께요. 살다보면 흐르다 보면 어느 새 그대에 상관없이 내 존재의 기쁨만으로도 내 물길을 따를 수 있음을 확신한당께요." 라는 땅땅한 선고를 내릴 수 밖에 없는 이 새벽,
내 이야기를 하나 시작 하겠소.
저기, 거기 금강 하구둑 천변에 나룻터 하나 있고 떡허니 두꺼비 바위같은 시커먼 바위하나 있지 않겠소. 그기에 천년 묵은 전설이 하나 있는디...
하늘과 구름과 그 위를 시도 때도 없이 날으는 새를 벗삼아 살고 있었던 수더분한 색시하나가 어렸을 적 사공이었던 부모님을 여의고 그녀 또한 물려받은 뱃사공이 되야 하루 세끼 입에 풀칠 하고 살고 있었는디, 비록 예쁘지도 늘씬하지도 않은 펑퍼짐한 그녀였지만 비단결같은 섬섬옥수에 노 젓는 하얀 팔목이 뭇사내들의 눈총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지만 어렸을 적 네 짝은 개나리 봇짐을 지고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가는 김진사댁 도령님밖에 없다는 소리를 귀에 못이 밖히게 들었는지라, 상놈인 주제에 감히 김진사댁 도령을 품을 수 있는지 혹은 어떻게 이진사댁 도령인지 김진사댁 도령인지 가늠할 수 있을까 생각허며 늘 무심한 듯 무심하지 않은 눈길로 한 사내를 기다리고 있었다요. 그러던 어느 날 참말로 그 사내가 봇짐을 지고 나타난거라요. 한 눈에 척 그녀가 기다리던 사내였던 것을 알아 챈 그녀는 과연 그를 태워 이 금강을 건너 그를 보낼 것인지, 아니면 하룻밤의 천년 인연을 이을 것인지 미적미적 해저녁까지 꾸물거리다 보니 어느 덧 해는 뉘역뉘역 미끄러져 가고 보채던 사내도 포기하고 그날 그 나룻터에 그만 봇짐을 풀고 말았다커라요. 그래놓고 보니 그녀의 품을 원을 초승달마저 아는 까닭에 그날 밤 천년 원을 초승달아래 풀었는디 다음 날 사내는 알고도 모른 척 모르면서도 아는 척 그녀을 채근하여 결국 금강변을 건너 그의 길을 갔다하더구먼요. 초승달이 맺여진 인연하나 가슴속에 품고서 오늘도 내일도 세상만사, 왼갖 사내눈길에도 무심한 듯 사내가 가신 길 따라 여여하며 노를 젓는 그녀를 천년도 더 지난 어떤 여인이 지긋이 바라다보니 그녀가 그녀 인지라 가끔씩은 눈시울을 붉혀가며 여전히 가신 님을 기다리는 데, 올 수 없는 세월을, 되돌릴 수 없는 인연을 알면서도 천년 전의 그녀 멘키롬 오늘 이 시간도 그녀가 짓던 노 대신에 현세판 컴퓨터를 앞에 놓고 천년의 세월을 뒤바꿀 스토리를 엮어 내고 있다는 구만요. 천년을 기다리던 그녀를 염두에 두었던 것도 아니었건만 세월을 살다보니 어찌 어찌 하여 다시 또 현세판 노젓는 여인을 만난 것을 보면 아마도 억겁의 緣이란 그냥 기다리기만 하면 될 것인디, 사내를 첨 만났던 세월을 억지로 거슬려 하니 심히 곤곤하여 결국 허허 백발되어 금강변에 뿌려졌다 하는디 그 뒷 날 동네분들이 봉께 떡허니 나룻터 옆에 어젯밤 있지도 않았던 떡두꺼비 널찍한 바위하나 동그마니 보이길래 아 이 놈은 뱃사공 그녀의 환신이랑께, 그녀의 긴 기다림이 여전히 여의 있지 않것소 두런두런 천년의 비밀을 눈치챘다는 야기를... 암시랑 앙카 귀뚱으로 들었건만 그녀의 천년 그리움이 마치 내 것인양 천년 그녀가 나인양 오래오래 바위곁에 앉아 세월을 거슬러 그대향한 그리움을 읊어보았구려.
오늘 내사 그녀가 그녀인것이 심히 안타까운 것은 내 세월은 하루가 천년같고 천년같은 그리움은 애간장을 녹이는 염료가 되야
허허 가버린 그녀를 뒤를 따를 것이 분명한데 정말로 천년의 戀을 맺어줄 천년의 緣이란 있는 것인지 인연의 法을 헤아려 보는 이 새벽,
참말로 얄궂다, 내 운명도...
똑
똑
똑
가슴깃에 떨어지는 마른 눈물...
"몬살것다. 애닯다. 뭐 언제까지... 나도 나를 모르것소. 한 번 만 나를 더 한 번 만 바라봐주지 않것소"
애끓는 心思가 참으로 얄궂기만 하다. 오늘 새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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