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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가슴뛰는 삶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2. 10. 27.

 

 

 

토요일 새벽

쫄쫄쫄 물내려가는 소리를 잠결에 듣고

그만 깊은 새벽을 알아차렸습니다.

베란다 문을 열고 날씨부터 확인합니다.

 

오늘 공감독서회 회원들의 대각산행이 계획된 날이며

산행이 계획된데로 이루어지면

난 또 도시락을 준비해야하기 때문에...

 

건너다 보이는  거리가 빗물에 젖어

가로등 불빛에 반짝 거리고

촉촉한 가을비의 운율이 내 마음마저 적시고 있습니다.

 

갑자기

이런 내 하루가 가을비와 함께 시작된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좋습디다.

이때 커피 한 잔이면 딱 좋겠는데...

아쉬운 마음을 달랩니다.

 

요즈음 내 글을 읽는 이 들 중에 이런 질문을 합니다.

 

"산책님, 사랑에 빠지셨나요?"

 

아마 내 글 속에서 나도 모르게 풍겨져 나오는 어떤 뉘앙스들이  읽는 이들의 촉수를 건드렸나봅니다.

 

"글쎄요,  맛있는 것을 보면 생각나는 사람

멋진 풍경을 보면 같이 보고 싶은 사람, 이런 사람은 있는 것 같은데  사랑까지야..."

 

하고 뒷말을 잇지는 않습니다.

뭐든 약간의 여운이 남겨졌을 때 상대의 호기심은 자극되며 지속적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음에 대한

내 꼼수일까 희죽 쪼메 제가 수를 쓰고 있나 봅니다.

 

저에게 이 가을은 참으로 좋습니다.

그동안 내가 힘들어했던 것들에 대한 내 시선이 화^*^악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수용할 것들은 수용하자고 결심하고서

나름 가짓치기를 해가며

나를 다스리던 시간들에 대한 보답을 받는 것 같습니다.

 

약간의 팁을 드리자면

"내 마음의 길을 따라 살자." 뭐 이런 확고한 신념,

바로 이런 신념이 내 꼴데로 사는 자연의 이치이며

가장 최선의 삶의 양식이라는 확신에서 비롯된 것 입니다.

 

이런 나의 시선의 변화가 이토록 나에게 참으로 좋은 내 가을을 선물해 온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요즈음의 나는

내 일상에 대한 자부심과 설레임과 기대감으로 속이 터질 것 같습니다.

내가 누굴 도와주어서가 아니라 혹은 내가 사랑에 빠져서가 아니라

바로 내 자신이 가야할 길, 가고 싶은 길을 비로소 발견했다는 확신에 차 있기 때문입니다.

부끄럽지만 이런 나를 누군가에게 마구마구 떠들어 대고 싶습니다.

그래서 내 생각과 나오는 말데로 내 내일이 이루어 지기를 바라는 열망때문 입니다.

 

이 가을,

새벽 2시 3시 4시에 출근하는 날이 많았습니다.

도시락주문을 혼자서 소화해 내드라고 용을 쓴 날들 입니다.

물론 큰 수익이 나거나 매출의 증가가 이루어졌다는 말은 아닙니다.

이 때 쯤은 가을여행에 많은 고객들이 외부로 나가시기 때문에 

더 할 나위없이 한적한 가을을 맞이하곤 했는데

요번 가을엔

바로 도시락 주문이 그 비어가는 매상을 메꾸는 정도의 상황입니다만,ㅋㅋㅋ

 

도시락을 준비하면서

인터넷을 뒤져보고 친구에게 자문도 해보고 책을 찾아본 많은 결과물들을

직접 시연해서 시판까지 하며

내 작품들에 감동하는 내 폼새가 하, 기특해서 내가 나를 많이 예뻐해주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내 내일의 방향이 확 열리는 듯한

이 축복같은 예감,

 

"그래, 나는 글쓰는 요리사가 될거야.

요리하는 지휘자, 화가도 있는데, 요리하는 작가쯤 ...

하기사 하루끼도 요리를 좋아하던데...."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글을 쓰는 것은 내 안의 것들을  건져내는 누군가의 말처럼

"달빛 건지기" 놀이인 것 같습니다.

내 안에 괴여져 있던 것들이 어느 날 세상밖으로 나가고 싶다고 아우성치는 느낌이 들었을 때의 내 환희가

요사이는

내 안에 괴여져 있는 창조성이라는 同色의 기운으로

또한 요리를 하는 기쁨을 맛보게 합니다.

 

 

"무한대의 가능성"

 

 

바로 오랫동안 내가 추구해왔던 내 삶의 양식과 일치하는 것을

이제 나는 내 삶의 체험을 통해 몸소 얻었고 실천하고 있고 또 앞으로도 열정으로 넘쳐날 것 같은 이 예감,

 

참으로 오랫만에 가슴뛰는 내 미래에 대한 설계에

이렇 듯 몇 밤을

잠 못 이루고 있습니다.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며

흥분의 도가니탕속으로 내가 몰려가는 기분이 들 때

오히려 차분해지는 그리고 평온해 지는 나를 느낍니다.

 

그리고 내 가슴속엔 온갖 시나리오들이 서로 잘났다고 얼굴을 내밀고 있고

이제 나는 그 쪼아리들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올 12월 까지만 지금의 체제데로 가게를 운영하고

내년 1월 부터는 가게 이름도 바꾸고

메뉴도 바꾸고...

물론 태국음식을 포기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예약제로만 운영을 하되

도시락 브랜드 '산책'을 전면에 내건 영업상의 색깔을 바꾸려합니다.

배달되는 도시락뿐만 아니라

 도시락 메뉴도 가게에서 드실 수 있는 시스템으로 말입니다.

물론 예약된 고객에 한해서이기는 하지만...

 

사실 제 성격상 어떤 한가지 일을 계속 반복하는 것에 쉬 싫증을 내는 편이라서

같은 요리를 3년 정도를 반복하다 보니 식상한 면이 없지 않더군요.

물론 계속 태국요리쪽의 메뉴를 개발하면 좋겠지만

외국요리의 미묘한 맛을 분별하고 감상하고 감동하는 고객이

과연 이 소도시에 몇 분이나 계실까?

라는 지레짐작으로 일찌감치 포기한 내 탓도 없지 않습니다.

 

도시락을 해 보니

이 메뉴개발에 대한 무한대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나를 설레게 하더군요.

제철음식을 맛도 좋고 땍깔도 좋게 완성했을 때의 포만감,

거기에 고객들의 화답을 받았을 때의 기쁨이

올 가을 내내 내 가슴뛰는 일상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아니

내 가슴뛰는 축복같은 내일을 꿈꾸게 합니다.

 

내 인생에 오랫만에 찾아 온 손님(열정)때문에 그동안 맘껏 지쳐 있었는데

그 손님이 보여주는 길을 나름 겪어내고 그 길에 대한 이러한 신념이 들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에서 오는 상처에 많이 다쳤지만

연고를 바르고 있고 

지금은 그 상처의 자국들이 나에게는 마치 훈장처럼 여겨지는 시간들입니다.

여기저기 베이고 데이고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내 손의 모양새가 참으로 예쁩니다.

 

"언니, 손 좀 내 놔봐. 그 곱던 손이 어찌 이렇노?"

 

내 손을 쓰다듬으며 마음을 쓰던 가시네가 보내온 외제 핸드크림도 이제 다 떨어져 가고 있는데

이번 주말엔 핸드크림 하나 정도는 선물 해야겠습니다.

 더 이상 예뻐지질 않을 나의 예쁜 "손"에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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