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안녕하셨는가, 은파님
내 하두 지랄 같은 마음을 끌며 자네에게 와 보았네.
그래 자네는
내가 어떤 심경으로 그렇게 수없이
자네에게 들락거리든
언제나 묵묵히 그래,
지 꼴데로 나를 바라다 봐 주는 군 그려.
언제부턴가
내가 자네를 찾을 때 마다
내가 자네를 보는 것이 아니라
자네에게 내가 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말았네.
급기야 요즈음의 나는
이제쯤은 자네가 넌지시
내 사는 꼴을 보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착각이 들 정도가 되었네...
그래서
내 마음이 폭설이 내릴때 날 뛰는 똥개처럼 그렇게 흥분하여 날 뛸 때
내 마음이 폭풍처럼 뭔가에 휘둘리며 잔뜩 마음 깃을 여미려 할 때
내 마음이 소나기처럼 쫙쫙 나를 비우고 싶을 때
내 마음이 가까운 듯 언제나 멀기만 한 어떤 넘이 사무치게 그리울 때
내 마음이 11월의 스산한 바람이 훝고 지나가는 그 싸한 아픔을 만났을 때
내 마음이 언제나 혼자인 것이 웬지 쓸쓸할 때
자네를 찾기만 하여도
난 항상 자네의 아는 체 하는 마음에
내 안의 것들을 겨워내며
다시 평상심으로 돌아가 일상을 견딜 수 있는 힘을 얻고 있는 것 같구먼.
고맙네, 자네에게
언제나, 한결같이 나를 바라다보아 주는
그 묵묵함이 난 참으로 좋네.
가끔씩은
나도 누군가에게 자네처럼 그렇게 묵묵히 바라다 보아주며
그 바라다 보아 주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온갖 지랄맞은 것들을 치유당하며
다시 사는 것에 힘을 얻고
지 꼴데로 그렇게 살아 갈 수 있는
그 어떤 다정함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라게 되었다네.
기억하는가?
언젠가
내 마음이 그리움에 눈물 지으며 자네의 자리에서
"나는 내가 바다같은, 아니 자네같은 사람이 꼭 되어보고 싶네." 고백했던 날을...
이 세상 단 한 사람만에게 라도
그렇게 한없이 따뜻하고 상대의 모든 것을 수용하며 토닥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단 생각을
어느 날 부턴가 하고 말았네.
그게 어떤 사람이건
내 마음이 저절로 끌리는 그런 본능적인 상대를 만났을 때
내 사는 것에 대한 희망을
나도 참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기대감이
어느 덧 나의 꿈이 되지 않았던가!
주어도 주어도 언제나 모자라
또 퍼주고 싶은
그런 치명적인 모성이
용암이 되어 화산처럼 분출하고야 말
마그마 같은 그런 상태로 들끓고 있구나
알아차린 날의 기쁨을
난 사는 내내 한시도 잊고 싶지 않다네.
그렇게 나 자신의 뜨거움이
오랜 세월 동안,
아니 내가 재가 되어 자네 가슴에 뿌려지는 날 까지
그런 내가 되어 살아 갈 수 있기를 기도하던 순간을
아직도 자네는 기억하리라 믿고 있다네.
어느 날,
그런 인연을 만난 것 같다고 길길이 날뛰며
나도 이제부터 괜찮은 인간이 될 수 있단 말여 춤추던 시간을 여전히 자네는 기억하고 있는가?
그렇다네
자네도 눈치챘겟지만 그렇게 날 뛰던 내가 치뤄내야할 내 눈물의 짠 맛을
그 달콤 알싸한 짠 맛을 나는 톡톡히 견뎌내고 있네그려.
이렇게 자네를 만나
자네의 가슴팍을 걸으며
자네가 품고 있는 것들을
나도 품으려 하며 말이네...
자네가 있음으로 해서
못다푼 내 설움도
못다핀 내 사랑도
이렇듯 따뜻하고 다정한 모습으로
내 가슴에 꽃이 되고 있다네....
이것이
내가 자네를 만난 내 복인가 하이...
天福,
그래 오늘도 이 새벽을 지나 아침이 오면
난 또 자네의 그 가슴 언저리를 돌고 돌아
못다푼 내 이야기의 꽃을 찾아 보겠네....
그때까지도 아니 언제까지도
날 기둘려 줄꺼징!!!
2012년 10월 23일 아침 10시경 만난 은파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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