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戀書시리즈 - 독후감

戀書 - 45 -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2. 6. 14.

오늘날의 한국 문단의 흐름을 파악해보자는 생각으로 문단의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읽어보자고 계획하고 있다. 얼마 전에 김영하를 만났고 몇 번의 조우 끝에 최근에는 김연수를 만난다. 문단의 짧은 소식들을 접하다가 김연수의 이야기를 몇 번이고 들었고 그의 시나 ,그리고 번역된 책들에 대한 글들을 읽었을 때 그의 작가로서의 내공에 대한 만만치 않은 기대감으로 그를 만났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한 작가의 작품을 읽는 순서는 나름 색깔이 있겠지만 순전히 나는 제목이 마음에 들어 도서관 서가에서 그의 작품 중에 일 순위로 이 책을 뽑아 들었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나는 너를 위로해 주리라, 너의 삶에 내 따뜻함을 선물해주겠다.” 마치 김연수, 그가 나에게 말할 것 같은 그런 기대감, 그렇게 터무니없는 설정을 칠해가며  읽기 시작했다.

 

 

작가 김연수는 민족 자주와 해방의 이야기가 몰락하기 직전의 운동권 학생을 작중화자로 내세워 일제시대부터 1990 초반까지의 주인공과 관계된 다양한 인물들의 열정과 허영, 진실과 허위, 광기와 치기를 시공간을 자유스럽게 넘나들며 삶의 의미를 집어가는 내용이었다.

 

 

사실 처음 부분을 읽고 있을 때는 하도 시와 공간의 얽힘으로 인해 지루하고 따라가기 복잡한 구성으로 되어있어 진도가 나가지 않았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의 글의 블랙홀속으로 나도 모르게 빨려 들어가고 있었고 그 끌림이 무수한 쾌감을 주면서 동시에 나 자신의 세계속으로의 질주를 향한 추진력을 제공받고 있었다.

 

 

그가 70년생임에도 불구하고 80학번의 시대를 살아온 나보다 훨 그 시대를 통찰하고 있었음에 놀라운 부러움과 몇몇 구절의 아포리즘을 만났을 때는 작가로서의 자질에 대한 야릇한 질투심마저 일었다. 작가는 모름지기 이만큼의 작품을 쓸 수 있어야 하며 이런 작품을 쓸 수 있는 역량에 더해 노력의 흔적이 작품 속에 남아 있어야하겠지 라는 일종의 작가의식을 심어주는 그의 작품에 한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다.

 

 

 

“어둠 속에 머물다가 단 한 번뿐이었다고 하더라도 빛에 노출되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평생 그 빛을 잊지 못하리라. 그런 순간에 그들은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가 됐으므로. 그 기억만으로 그들은 빛을 향한, 평생에 걸친 여행을 시작한다. (374p)

 

 

 

 

나는 이제 그와의 첫 번의 만남으로 무수히 많은, 또 열려진 그의 빛의 세계속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졌다. 그래서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로 거듭나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