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파의 산그늘이 유난히 깊은 저녁
한 중년 사내가 낚시대를 내리고 앉아있다.
들쑥 날쑥 저 혼자 춤추는 찌,
웅크린 침묵이 찌를 더 깊게 드리운다.
하염없이 시간은 저혼자 흐르고
산그늘에 포개 앉은 그의 그림자가
그의 삶 무게만치 더 깊어만 간다.
"내 이름을 불러줘요."
수변의 토끼풀이 말을 건넨다.
"성급하지 않아도 제꼴데로 피는 내 이름을 불러줘요."
묵묵한 그의 그림자가 대답한다.
"버거운 내 삶의 무게를 잠시만 내려놓고 싶다오."
"힘들면 한숨쉬었다 가요."
괭이밥이 흔들거리며 방긋 웃는다.
내려 앉을 듯 앉을 듯 서성이는 안개바람이 몰려든다.
은파호수변 웅크린 사내의 그림자옆
바람따라 마실나온 풀꽃들이
수런수런 사내의 말벗이 된다.
"내 이름을 불러줘요.
너무 무거운 내 이름 정 한 표"
"염려일랑 붙들어메요.
우리가 있어 나눠 가질께요."
속삭이는 풀꽃들이 팔랑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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