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戀書시리즈 - 독후감

戀書 - 34 - 어떻게 하면 나를 더 사랑할 수 있을까?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2. 4. 23.

 

" 한동안 큰 인기를 끌었던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한 장면. 뉴욕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네 독신녀의 화려한 듯 쓸쓸하고, 씁쓸한 듯 따뜻한, 영혼의 반쪽 찾기를 다룬 이 시리즈의 주인공 캐리는 새로운 연인과 행복한 생활을 하면서도 옛 애인과의 관계를 정리하지 못한다. 죄책감에 괴로워하던 캐리는 친구 샬롯의 결혼식에서 옛 애인 빅과의 불륜을 연인 에이든에게 고백하고 만다. 배신감에 고통스러워하던 에이든은 결국 결혼식장 밖으로 캐리를 불러내 자신은 이런 상황을 감당할 수 없을 거라며 떠나간다.

 

에이든을 떠나보내고 결혼식장에 돌아온 캐리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세 친구와 사진사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다음과 같이 독백한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기란 어렵다. 나는 셋이나 만났으니 정말 행운이다.”

 

그렇다 정말 그럴 수 있다면 충분히 넘치도록 행운 일 것이다. 누군가의 지지, 긍정, 조건 없는 수용은 보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지지와 긍정, 연대와 공존에 대한 감사가 깊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고립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형상을 하고 있어도 어떤 목소리를 말해도 결국 부서질 듯 약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내가, 그렇다. 정말로 강해져서 어떤 조건도 지원도 필요치 않은 독립적인 인간이 되고 싶지만 여전히 나약함을 해결할 길이 없다. 그래서 이런 무조건의 지지, 긍정, 수용이 부럽기만 하다."

 

윗글은 김선희님의 ‘철학이 나를 위로한다.’의 에필로그에서 따온 글이다.

 

 

나도 한때 이 드라마에 필이 꽂혀 즐겨 보던 프로였다. 김선희님의 말데로 그들의 화려한 의상이나 배경이 된 거리며 카페, 그들의 세련된 매너 등에 혹하기도 하였지만 무엇보다도 부러웠던 것은 그들의 친구를 향한 무조건적인 지지, 긍정 수용의 태도들이었다. 즉 그들 친구들을 친구들 고유의 모습 데로 인정하고 지지해주는 더할 나위 없는 세련된 태도를 배우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게 되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나에게도 저런 친구들이 있었으면 하는 부러움, 더 나아가 나도 그들처럼 인격적 성장을 나눌 수 있는 관계의 연을 찾고 싶다 뭐 그런 꿈 같은 것을 꾸기도 한다.

 

그런데 어찌어찌 하여 살다보니 나도 모르게 쌓이는 내 자신에 대한 피해 의식이 나로 하여금 내 스스로에게만 관심을 두고 내 자신에 대한 투자 만에 몰두하게 되고 믿을 것은 나밖에 없다라고 하는 강박관념마저 가지게 된다. 타인에 대한 관심, 관계의 연에 대한 관심이 점점 줄어들다 보니 나는 나만을 내 세상의 중심에 두려 한다. 그럴수록 더 외로워지고 고립되고 있는 나 자신을 종종 발견하기도 한다.

 

얼마 전에 MBC 스페셜 ‘내 안에 숨은 6가지 얼굴’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 안에 숨어있는 6가지 얼굴들, 고아, 방랑자, 전사, 이타주의자, 순수주의자, 마법사의 숨어있는 모습을 보면서 내 자아속의 내 모습에 대한 성찰을 하게 되었다.

 

물론 근소한 차이는 있을지언정 그 모든 얼굴들이 고르게 내 안의 자아를 형성하고 있지만 특히나 어떤 모습은 두드러지게 내 안에 내재되어 있음을 발견한다. 그 내재된 모습속의 나의 태도 그것이 나와 세상에 대한 태도를 얼마나 피폐하게 만들고 있는지 너무 깜짝 놀랐다.

 

바로 순수주의자의 모습, 방관자의 모습으로서의 나의 모습을 깨닫게 하는 것이었다.

 

이런 나의 세상을 향한 태도를 바꿀 수는 없는 것일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비겁하기보다는 정직하며, 최선을 다하되 담담하게 결과에 승복하고,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라 오직 자기 자신에 대한 자긍심 때문에 타인에게 관대한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자기에게 전념하는 기술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삶의 에너지를 주변에 나누어주는 사람들일 수록 자신의 삶이 더 행복해 질 수 있다는 사실에 근거한 나를, 세상을 향한, 관계의 연을 향한 나의 태도를 느리지만 한발, 한발 그렇게 바꾸어 가는 내가 되기를 꿈꾸어 본다. 그것이 바로 나를 더 사랑할 수 있는 방법임을 알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