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戀書시리즈 - 독후감

자각하는 삶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2. 3. 7.

 

“오늘도 내 하루의 10시간  이상을 빡세게 애들에게 소리치고 윽박지르고 달래고 아양을 떨며 보냈다. 이런 생활이 벌써 몇 년째인가? 왜 그만 멈춘다 멈춘다하면서 멈추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따지고 따져본다. 돈이다. 물론 처음에는 돈이 전부가 아니었다. 내 자식처럼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싶은 열정으로 시작된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 나는 어떤가? 날마다 아이들과의 전쟁에 진이 빠진다는 느낌이다. 내 영혼이 마치 콘크리트 벽속에 갇힌 듯 답답하다. 그리고 나는 돈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나보다. 돈이 있어야 행색이 나고, 돈이 있어야 나의 자존을 확인 받을 수 있다니. 남편의 돈은 더 이상 내 돈이 아니다. 내가 번 돈만이 내 맘데로 쓸 수 있으므로 온전히 내 돈이 된다. 오늘도 집에 돌아가기 싫다. 그냥 이곳에서 잘까? 맘은 꿀떡 같지만 남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자동차의 시동을 건다. 5분 거리 밖에 되지 않는 집까지의 거리를 계산하지만 어느 새 나는 남편의 아파트를 지나쳐 잠시만이라도 내 시간 속에 침잠하기 위해 낯선 곳을 찾는다. 내 하루가 이렇다니... 난 뭘 버려야할까?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의 지겨움, 숨이 막힌다. 내가 그렸던 삶은 이런 게 아니었어. 우울, 분노, 회환과 무력함 난감함 등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그래도 내가 선택한 삶의 양식인데...책임을 져야하지 않겠는가? 두 손 두 발 들겠어. 그냥 사는 거야. 이렇게... 언제까지? ”

 

 

 

바로 2-3년 전의 나의 하루였다. 그때는 초, 중, 고 영어 과외 방에서 나름 데로 튼튼한 기반을 가지고 있었건만 10여년을 그런 생활을 하다 보니 돈이고 뭣이고 질식할 것 같은 하루하루를 견딘다는 게 참 힘들었었다. 그러 던 어느 날 세상 물정 어둡기만 한 내가 무엇에 홀린 듯 일을 저질렀다. 그리고 나는 지금 이렇게 살고 있다.

 

 

 

늦가을 스산한 11월, 거리의 온갖 쓰레기들을 들어 올리며 또아리를 틀고 있는 그 바람 소리를 잊지 못한다. 싸한 차가움이 순식간에 열어젖힌 차창으로 밀려들어 오는 순간 “너 이렇게 살 거 아니잖아. 더 이상 뭘 망설여.” 마음이 한바탕 그렇게 뒤집어지고 요동치는데 정신은 명료해지고 날카롭고도 감미로운 자각의 순간이 찾아 왔었나 보다.

 

 

 

몸은 여기에 가슴은 다른데 두며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대신 가능한 한 더 자주, 가능한 한 더 규칙적으로 현재의 순간을 만끽하는 내 살아 있음을 자각하는 시간들을 가질 거야. 그래야만 온전히 내 삶이 내 것이 될 수 있지....

 

 

 

그렇게 출발한 내 새로운 시간들은 계산하지 못하고 시작한 모든 오류들을 여지없이 현실로 드러내 놓으며 그야말로 그 댓가를 톡톡히 치르게 했다. 지난 2년 동안...ㅋㅋㅋ

 

 

그러나 ‘이것도 지나가리라.’ 시간은 흐르고 내 오류들을 정정 혹은 보충되고 수용되어 가면서 내가 추구했던 내 삶의 색깔을 이제야 그릴 수 있게 되었고 현재의 순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판단하지 아니하며 기대하지 않으면서도 현 상태를 그대로 경험하는 ‘정념’의 상태로 진입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단계에 이르게 되었나 보다. 즉 ‘완전히 깨어 있는 상태’ 있는 그대로의 현재를 살면서 현재를 살고 있는 것을 순간순간 의식하는 삶을 살 수 있기를 나에게 주문해본다.

 

 

 

오늘 나를 위해 어떻게 하면 이런 정념의 삶을 계속적으로 살 수 있는지, 일상 속에서 세상의 존재 하나 하나를 자각하며 현재를 즐길 수 있는지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한 심리학’ 크리스토프 앙드레의 ‘ 화내도 괜찮아. 울어도 괜찮아, 모두 다 괜찮아.’에서 힌트를 얻어 보았다.

 

 

 

1. 기다리는 법을 배우라: 잃어버린 시간은 없다. 체험한 시간만 있을 뿐이다.

2. 일상생활 속에 실재하라. 사소한 행동을 하더라도 진심으로 이를 행하라.

3. 하던 일을 멈추고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관찰하라.

4. 나도 모르게 습관적 행동이 일어나는 자동조종장치를 탐지하라.

5. 나의 과거가 내게 무의식적으로 내리는 명령을 거부하고, 이 사회가 내게 무의식적으로

   강요하는 명령을 거부하라.

6. 슬로우 요법을 행하는 시간에 변화를 주어라.

7. 마음먹고 하는 일에 연속성을 부여해라.

8. 일상에 소소한 변화를 주어라.

9. 정말로 하고 싶은 건지 자문해 보아라.

10.자연과 자주 어울려라.

11.어떤 물음에 답하기 전에 시간을 가져라.

12. 자신의 감각에 충실하라.

13.어떤 한 광경, 생각, 기억, 중요한 순간에 직면했을 때 행동하고 대처하고 말하기 전 움직임을 중단하고크게 심호흡을 한 뒤 내가 지금 겪고 있는 바를 의식하여라.

14.지금 내게 일어나고 있는 일은 무엇이며, 이 상황은 어떤 상황인가를 자각하라.

15.시련을 받아들이라.

16.행위모드에서 존재모드로 전환하라.

17.이따금 아무 것도 하지 말라.

 

 

 

의식적인 삶이란 한마디로 정상적인 삶이란다. 늘 개방적이고 지각하는 삶, 평범한 것이든 특별한 것이든 늘 받아들이는 삶, 즉 현재의 삶, 복잡하고 어수선하며 불완전하고 엉성한 삶...그러나 이 삶속에 살아있는 내가, 지금 이 순간 존재하는 내가 있게 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살아가는 내가 있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내 태도를 정리해 봤다, 오늘은...

 

 

 

어제 밤에 쓸쓸 모드에 젖어 집으로 돌아가 캄캄한 방안에 불을 켜는 순간, 아! 이렇게 좁고 초라한 방에서도 나는 오늘 하루를 정리하고 쉴 수 있다니... 찰나의 감동! 그리고 오랫동안 풀 수 없었던 나의 숙제 하나를 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