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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들

영화 〈암살자(들)〉을 보고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26. 10. 5.

영화 〈암살자(들)〉을 보고

오늘 아침 조조로 〈암살자(들)〉을 보았다.

 

극장에 가기 전 비판하는 글들을 하나하나 찾아 읽었다. 역사 왜곡이라는 말이 있었고 음모론이라는 말이 있었다. 그 말들을 머릿속에 담은 채 자리에 앉았다. 어디가 왜곡인지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1974년 8월 15일 나는 열세 살이었다. 육영수 여사가 저격당했다는 뉴스를 들었다. 어린 내 눈에도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단아한 그 모습이 오래도록 남았다. 내가 기억하는 것은 그 모습뿐이었다. 나는 그 시대를 살았다. 그러나 그 시대를 보지는 못했다. 긴급조치도 남산도 검열된 신문도 열세 살의 나에게는 닿지 않았다. 스크린 위에 그 시대가 펼쳐졌을 때 나는 처음으로 그 시대와 마주 앉았다. 가슴이 뜨거워졌다. 몇 번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한편으로는 조금 안도의 숨을 쉬었다. 그 야만의 시대를 내 몸으로 겪어내지 않았다는 사실 앞에서였다.

 

영화는 단정하지 않는다. 기자와 형사가 사건을 따라가며 의문을 하나씩 짚을 뿐이다. 나는 비판하는 이들의 시선을 끝내 이해할 수 없었다. 영화는 누군가를 단죄하듯 응시하지 않았다. 시나리오는 여러 가정을 하나씩 세워 나간다. 이랬다면 어땠을까. 저랬다면 어땠을까. 그 가정들이 관객을 사건 안으로 끌어들인다. 그리고 판단은 끝까지 관객에게 남겨진다. 내가 읽은 비판과 내가 본 영화는 달랐다.

영화는 창작물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지만 허구이고 해석은 관객의 몫이다. 누군가 이 영화에서 특정한 배후를 읽었다면 그것은 그 사람의 해석이다. 영화가 내린 결론이 아니다.

 

나는 허진호의 멜로를 좋아했다. 그의 카메라는 늘 두 사람 사이의 작은 떨림을 오래 바라보았다. 그래서 이번 영화는 의외였다. 그러나 보는 내내 그에 대한 믿음은 더 커졌다. 그의 시선은 넓어져 있었다. 한 사건을 붙잡되 그 사건을 둘러싼 시대 전체를 보았다. 권력과 언론과 그 안에서 숨죽인 사람들이 한 화면 안에 있었다. 나는 시대를 총체적으로 바라보는 그 눈에 감탄했다.

 

나 역시 배후가 궁금했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질문이 남았다. 육 여사를 쏘았다는 그 총알은 왜 지금까지 증거로 나오지 않았을까.

 

질문은 하나 더 있었다. 동성일보 기자들은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애썼다. 검열이 있었고 압력이 있었지만 그들은 묻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 모습은 이 시대가 요구하는 기자의 얼굴과 겹쳤다. 나는 기레기라는 말로 뭉뚱그려 불리는 지금의 언론인들을 떠올렸다. 그들의 자리는 어디여야 할까.

 

반세기가 지났다. 열세 살의 나는 묻지 못했다. 지금의 나는 묻는다. 그 질문을 다시 꺼내 준 사람들이 있다. 이 영화를 쓰고 만들고 연기한 모든 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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