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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년 만에 다시 시작하는 23학번 대학 새내기의 분투기/현대철학자들 개관

경계에서 사유하기: 가라타니 고진의 철학과 문학의 전복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25. 3. 28.

 

 

 

경계에서 사유하기: 가라타니 고진의 철학과 문학의 전복

 

 

본 논문은 일본의 비평가이자 사상가인 가라타니 고진의 철학과 문학 비평을 경계에서의 사유라는 키워드로 재조명한다. 가라타니는 문학과 철학, 경제와 정치, 이론과 실천이라는 상이한 영역을 넘나들며 기존 담론의 경계를 해체하고 새로운 사유의 지평을 열었다. 특히 근대문학의 종언, 일본 근대문학의 기원, 트랜스크리틱, 세계사의 구조에 이르는 주요 저작을 중심으로, 그의 전복적 사유 구조와 윤리적 태도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가라타니의 사유가 현대의 지식 생산과 정치적 실천에 어떤 문제의식을 던지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논문은 가라타니의 생애와 지적 형성을 시작으로 문학비평의 전략, 철학과 정치이론의 횡단적 사유, 그리고 세계공화국이라는 유토피아적 전망까지를 통합적으로 고찰한다. 이러한 분석은 가라타니 고진의 사상이 여전히 유효한 비판적 자원임을 밝히며, 경계적 사유의 가능성과 그 윤리적 함의를 재확인하는 데 목적이 있다.

 

 

목차:

. 서론: 경계에서 사유한다는 것

1. 연구의 목적과 방법론

2. ‘경계전복이라는 키워드의 문제의식

3. 선행 연구 검토 및 본 논문의 위치

 

. 사유의 궤적: 가라타니 고진의 생애와 지적 형성

1. 젊은 시절과 문학비평가로서의 출발

2. 마르크스와 칸트를 가로지르는 철학적 전환

3. '일본'이라는 지리/정치적 조건 속 사유의 전개

 

. 문학의 경계와 그 전복: 근대문학의 종언을 중심으로

1. 문제 제기의 맥락: 근대문학이라는

2. 내면성의 형성과 구성: 문학이라는 장치

3. 사례 분석 1: 나쓰메 소세키 마음내면성의 정립

4. 사례 분석 2: 다자이 오사무 인간 실격내면성의 붕괴

5. 문학 제도와 작가 주체의 허구성

6. 문학과 이데올로기: 국민문학이라는 구조

7. 가라타니와 현대 비평 이론: 푸코, 부르디외, 아사다 아키라와의 비교

8. 결론: 문학의 종언 이후, 사유의 재구성

 

. 전도된 내면성: 일본 근대문학의 기원과 세계 체제 분석

1. 문학, 세계체제, 그리고 주체

2. 전도 개념: 서구 수용의 이데올로기적 전치

3. 제도적 내면성: 교육, 언론, 문학장의 구조화

 

. 철학의 새로운 운동: 트랜스크리틱과 경계적 사유

1. 문제 제기: 트랜스크리틱은 무엇인가

2. 칸트 읽기의 전복: 초월론적 사유의 정치성

3. 마르크스와의 재회: 자본주의 비판의 재구성

4. 트랜스크리틱의 방법론과 위치

5. 트랜스크리틱과 현대 철학: 비교와 비판

6. 결론: 비판 이후의 윤리와 실천

 

. 세계사의 구조와 실천적 사유의 전개

1. 문제 제기: 교환양식에서 세계사를 보다

2. 네 가지 교환양식: A, B, C, D

3. 자본-국가-네이션 삼위 구조 비판 및 동시대적 사유

4. 세계공화국 구상과 탈국민국가론

5. 결론: 교환을 넘어, 사유를 실천으로

 

. 경계의 사유, 전복의 윤리: 가라타니 고진의 현재성

1. 경계에서 사유한다는 것의 의미

2. 사유의 궤적: 문학에서 철학, 그리고 정치로

3. 실천의 지형: 지금-여기에서의 가라타니적 전개

4. 철학의 위치 윤리: 사유의 실천으로서의 철학

5. 현재성의 정치철학: 끝나지 않은 사유, 전복의 윤리

 

. 결론

1. 요약 및 전체 논의의 재정리

2. 향후 연구를 위한 제언

3. AI 시대 철학으로서 트랜스크리틱의 확장

 

. 나의 소감

 

 

참고문헌:

1. 가라타니 고진. 근대문학의 종언. 서울: 도서출판 b, 2008.

2. 가라타니 고진. 트랜스크리틱. 서울: 도서출판 b, 2010.

3. 가라타니 고진. 세계사의 구조. 서울: 도서출판 b, 2012.

4. 가라타니 고진. 세계공화국으로. 서울: 도서출판 b, 2015.

5.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https://basicincomekorea.org

6. Extinction Rebellion. https://extinctionrebellion.com

7.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https://sdgs.un.org

 

 

 

경계에서 사유하기: 가라타니 고진의 철학과 문학의 전복

 

 

. 서론: 경계에서 사유한다는 것

오늘날의 이론적 사유는 점점 더 각 학문 분과 내부로 폐쇄되며, 자기 완결적인 체계 속에서만 작동하는 경향을 보인다. 철학은 철학대로, 문학은 문학대로, 정치이론은 정치의 범주 내에서만 해석되며, 이질적인 영역 간의 사유적 접속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이러한 분절은 단지 학문 분과의 구분을 넘어서, 사유 자체가 갖는 정치성과 윤리적 잠재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바로 이 지점에서, 가라타니 고진의 사유는 중요한 반례이자 대안으로 등장한다.

가라타니 고진은 언제나 경계를 문제 삼아 왔다. 그의 사유는 문학에서 시작해 철학, 정치경제, 윤리, 세계사로 확장되며, 각 영역에서 중심적 이론들을 전복하거나 재배치하는 방식으로 작동해왔다. 그는 단지 이론 간의 융합을 시도한 것이 아니라, 이론이 작동하는 방식과 위치 자체를 질문하고, 그 경계 위에서 사고하는 태도를 유지해 왔다. 문학과 철학, 주체와 구조, 이론과 실천, 동일성과 타자성 사이의 틈은 그에게 있어 넘어야 할 장벽이 아니라, 사유가 발화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이러한 경계 위의 사유는 단지 탈분과적 실험이 아니라, 기존 사유 구조의 윤리적·정치적 전복을 지향한다. 가라타니는 경계를 넘는 것이 아니라, 경계에 머무름으로써 그 경계의 존재 조건과 작동 방식을 비판적으로 드러낸다. 이는 사유의 해체적 기능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보편 윤리와 실천의 가능성을 제안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의 사유는 해체 이후의 윤리를 모색하며, 경계에서 시작해 경계를 넘어서는 사유의 윤리학으로 확장된다.

본 논문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출발점으로 하여, 가라타니 고진의 철학과 비평을 '경계에서 사유하기'라는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고찰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먼저 그의 생애와 사유의 형성과정을 살펴보고, 근대문학의 종언,일본 근대문학의 기원,트랜스크리틱, 세계사의 구조등 주요 저작을 통해 문학·철학·정치적 실천 간의 교차 구조를 분석한다. 나아가 동시대 비평 이론 및 탈국민 국가론과의 비교를 통해, 그의 사유가 갖는 현재적 의미와 실천 가능성을 비판적으로 조망하고자 한다.

1. 연구의 목적과 방법론

본 논문은 일본의 사상가이자 비평가인 가라타니 고진의 철학과 문학 비평을 경계에서 사유하기라는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고찰하는 데 목적이 있다. 가라타니는 문학과 철학, 경제와 정치, 윤리와 역사 등 이질적인 영역 사이를 가로지르며, 고정된 이론 체계나 학문적 경계를 해체해 왔다. 이러한 사유 방식은 단순한 융합적 접근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이론적 틀 사이의 긴장을 사유의 동력으로 삼는 전복적 사유 실천이었다.

이를 위해 본 논문은 그의 주요 저작들인 근대문학의 종언,일본 근대문학의 기원,트랜스크리틱, 세계사의 구조등을 중심으로 그의 사유 구조를 분석하고, 각 저작에서 드러나는 이론적 전환과 비판의 전략을 추적한다. 문학비평에서 철학, 정치경제학으로 이어지는 사유의 흐름을 단절적 연속이 아닌 유기적 궤적으로 조망하면서, 그 안에서 작동하는 경계적 사유의 윤리와 정치성을 밝히는 것이 본 연구의 핵심적 방법론이다.

텍스트 분석을 중심으로 하되, 그의 사유가 형성된 시대적·지적 맥락과 더불어, 이론 간의 횡단 구조, 예컨대 칸트와 마르크스, 자본과 국가, 주체와 구조 사이의 상호작용를 분석함으로써, 가라타니의 사유가 지닌 전복성과 현재성을 입체적으로 조망하고자 한다. 방법론

2. ‘경계전복이라는 키워드의 문제의식

현대 철학에서 경계전복은 단지 위치나 방향의 문제가 아니라, 사유의 윤리적 태도와 존재 방식에 관한 핵심적 개념이다. 들뢰즈와 가타리에게 경계는 탈영토화의 지점이자 새로운 생성의 출발점이었으며, 푸코에게는 지식과 권력이 충돌하며 균열이 발생하는 장소였다. 데리다는 의미의 경계에서 나타나는 흔들림, 즉 차연(différance)의 운동을 통해 고정된 중심과 동일성을 해체했다. 이처럼 현대 철학자들은 경계를 머무름의 장소가 아닌, 의미와 질서의 재구성이 일어나는 역동적 공간으로 이해해 왔다.

이러한 철학적 흐름 속에서 가라타니 고진은 경계에 대한 사유를 더욱 구조적이며 실천적인 차원으로 확장시킨다. 그의 사유는 언제나 경계에서 출발하며 전복을 지향해왔다. 여기서 경계란 단순한 학문 간의 구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유가 도전받고 전환되는 지점, 다시 말해 중심과 주변, 내부와 외부, 동일성과 타자성이 충돌하는 접경 지대를 뜻한다. 그는 그 지점에서 사유의 위치를 끊임없이 재배치함으로써 기존의 인식론적, 정치적 구조를 뒤흔들었다.

문학의 경우, 그는 내면성이라는 근대 문학의 핵심 개념을 해체하며, 작가 주체의 형성과 이데올로기적 조건을 비판적으로 분석하였다. 철학에서는 트랜스크리틱이라는 개념을 통해 칸트와 마르크스를 가로지르며, 기존의 철학적 비판 개념을 재정의하였다. 정치경제학 영역에서는 교환양식 이론과 세계사적 도식을 통해 자본-국가-네이션의 구조를 비판하고, ‘세계공화국이라는 유토피아적 전망을 제시하였다.

이처럼 가라타니의 사유는 안에 머무르지 않고, 밖으로 나가지도 않는독특한 위치에서 이루어진다. 그는 경계의 틈에서 사유함으로써 그 자체로 중심을 해체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보인다. 이러한 전략은 단지 기존의 체계를 전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항상 어디에서 사유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지속하게 한다는 점에서 윤리적 실천의 성격을 지닌다. 왜 우리는 전복의 전략을 실천해야 하는가? 그것은 기존 질서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자본주의 체제는 심화되는 불평등과 환경 파괴, 주체의 소외를 낳았고, 국민국가는 경계를 통해 타자를 배제하고 정치적 상상력을 가로막아왔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그 구조에 '내재'된 채 사유할 수 없으며, '외부'에서 단순히 비판하는 것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가라타니는 경계라는 간극 속에서 사유함으로써, 체제를 구성하는 사유의 방식 자체를 바꾸려 한다. 따라서 전복은 단지 부정이나 파괴가 아닌, 새로운 삶의 질서와 관계의 방식을 상상하기 위한 창조적 실천이다. 전복은 곧 재구성이며, 그 시작점은 언제나 우리가 서 있는 '위치'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된다.

본 논문은 이러한 경계에서의 사유와 그로부터 도출되는 전복의 전략이 가라타니 사유의 핵심 동력임을 전제하며 논의를 전개한다.

3. 선행 연구 검토 및 본 논문의 위치

선행 연구 검토 및 본 논문의 위치가라타니 고진에 대한 선행 연구는 방대한 편이며, 주로 다음의 네 가지 방향에서 이루어져 왔다.첫째, 근대문학의 종언을 중심으로 한 일본 근대문학에 대한 비평적 독해와 내면성개념의 해체에 관한 논의.둘째, 일본 근대문학의 기원을 중심으로 한 자본주의 세계체제론적 분석과 전도개념의 문학비평적 재구성.셋째, 트랜스크리틱을 통해 칸트 및 마르크스에 대한 독자적 해석과 트랜스크리틱이라는 철학적 방법론에 대한 연구.넷째, 세계사의 구조와 관련한 교환양식 이론 및 자본-국가-네이션 삼중 구조에 대한 정치경제학적 분석이다.

이 가운데 일본 근대문학의 기원은 일본 문학 내부를 넘어, 동아시아 근대문학 일반에 대한 새로운 비교문학적 접근을 촉발했다는 점에서 최근 특히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연구들은 가라타니의 이론적 성과를 개별적으로 조명하는 데에 집중해 왔으며, 각 저작에 대한 세부 분석에서 깊이를 보여준다. 그러나 그의 사유 전체를 경계에서의 사유라는 일관된 문제의식 아래 통합적으로 고찰하려는 시도는 상대적으로 드물다. 또한, 그의 사유 방식 자체, 어떤 위치에서 어떤 방식으로 사유하고 있는가에 주목한 연구는 여전히 미진하다.

본 논문은 이러한 연구 경향에 비판적으로 응답하며, 가라타니의 사유를 개념적·역사적으로 통합하여 독해함으로써, 그의 사유 방식이 갖는 전략적, 윤리적, 정치적 함의를 입체적으로 밝히고자 한다. 이를 통해 본 논문은 가라타니 고진의 사유가 오늘날의 인문학적 실천과 비판 이론에 어떤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지를 탐색하고자 한다.

 

. 사유의 궤적: 가라타니 고진의 생애와 지적 형성

1. 젊은 시절과 문학비평가로서의 출발

가라타니 고진은 1941년 일본 효고현 아마가사키 시에서 태어나, 전후 일본의 혼란기 속에서 청년기를 보냈다. 당시 일본은 패전의 충격 속에서 전통적 가치 체계가 해체되고, 동시에 미국식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질서가 빠르게 이식되는 이중의 전환기를 통과하고 있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병약한 몸으로 인해 고립된 생활을 많이 경험했고, 자연스럽게 타인과의 관계보다는 책과의 관계 속에서 성장했다. 그는 스스로를 사회적 부적응자라 표현했으며, 그 특유의 내향성과 감각은 이후 내면성이라는 개념을 비판적으로 사유하는 기반이 되었다.

와세다 대학 문학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문학을 단순한 예술 장르가 아닌, 인간 존재의 구조와 사회 조건이 교차하는 장으로 받아들였다.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한 감상의 행위가 아니라, 세계를 구조적으로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해석하는 정치적 실천이라는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었다. 대학 시절, 그는 미국 문학은 물론 마르크스주의, 실존주의, 구조주의 등의 사상과 접하면서 이론 간 경계를 넘나드는 복합적 사유의 틀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전후 일본의 지식계는 마루야마 마사오, 다케우치 요시미 등 비판적 지식인들에 의해 민주주의와 국민문학의 상관관계를 질문하고 있었고, 이러한 흐름 속에서 가라타니는 보다 철저한 구조 분석적 시각을 제시하였다. 그는 문학이 단순한 정서의 표현이 아니라, 국민국가 형성의 사상적 기반이라는 점에 주목하였다.

1969년 발표된 근대문학의 종언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정면으로 드러낸 저작이었다. 그는 일본 근대문학의 형성과 종말을 '내면성'이라는 개념을 통해 재구성하며, 당시 일본 비평계에 강력한 충격을 안겼다. 가라타니는 나쓰메 소세키와 다자이 오사무, 모리 오가이 등 대표 작가들의 텍스트를 분석하면서, 일본 문학에서 자아의 표현자기 자신에게 말하는 자아가 어떻게 하나의 문화적 장치로 작동해왔는지를 추적한다. 그는 특히 소세키의 마음(こころ)을 분석하면서, 이 소설 속 화자가 자신에게 말하는 언어 구조 자체가 '내면성'이라는 허구를 구성하는 문학적 장치임을 지적한다.

가라타니의 '내면성' 개념은 서구 문학의 내면성(루소의 고백문학,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도 비교 가능하다. 그러나 가라타니는 이 개념이 일본에서는 국민국가 형성과 더불어 제도적으로 구성되었다는 점에서 구조적 차이를 강조한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은 이러한 내면성의 파열을 극단적으로 드러내는 예로 언급되며, 이 소설은 주체의 해체, 언어의 불확실성, 자아에 대한 냉소로 가득 차 있다. “사람들 속에 나는 없고, 나 속에도 나는 없다는 서사는 문학이 더 이상 자아를 매개하지 못한다는 절망을 드러낸다.

이처럼 가라타니는 문학 텍스트에 대한 분석을 통해 근대 일본 국민국가의 형성과 개인의 주체화가 어떻게 상호 작용해왔는지를 추적한다. 그에게 문학은 정치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장치로 작동하며, 이때 작가역시 자율적 창작자가 아닌, 문학 제도 속에 배치된 주체로 전환된다. 이러한 작가 개념은 피에르 부르디외의 '문학 장' 이론과도 유사하나, 가라타니는 보다 인식론적 차원에서 이 구조를 해체하고자 한다.

최근 들어서도 가라타니 고진은 활발한 저술 활동을 이어가며 현대 사회 구조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지속하고 있다. 2023년에는 세계사의 구조한국어판이 출간되며 그의 사상이 한국 독자들에게 다시금 조명되었다. 그는 여전히 일본과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지식인들과 교류하며 현대 문명과 윤리에 대한 공동의 문제의식을 나누고 있으며, 강연과 글쓰기를 통해 자본주의 이후 사회를 상상하는 철학적 실험을 멈추지 않고 있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경계 위에서 사유한다'는 자신의 철학적 신념을 삶 속에서 실천하는 드문 지식인으로 남아 있다.

2. 마르크스와 칸트를 가로지르는 철학적 전환

1970년대 후반부터 가라타니의 관심은 문학비평을 넘어 철학과 정치경제학으로 확장된다. 이 시기의 사유 전환은 우연이 아니라, 1960~70년대 일본 지식계가 직면했던 전환기의 문제의식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일본은 안보조약 개정 반대 투쟁(安保闘争)과 학생운동의 열기를 지나며, 마르크스주의 이론이 급격히 쇠퇴하고 후기구조주의 담론이 수용되던 시기였다. 가라타니는 기존 이념의 낡은 형식들을 넘어서기 위해 새로운 사유의 가능성을 탐색하였고, 그 실험은 칸트와 마르크스를 가로지르는독창적 사유 체계로 이어진다.

트랜스크리틱(2001)은 이 전환의 결정체로, 그는 이 책에서 칸트와 마르크스를 단절된 철학적 전통이 아닌, 서로를 비판적으로 견제하는 사유의 장치로 독해한다. 특히 그는 칸트의 내재적 비판(immanent critique)과 마르크스의 외재적 비판(external critique) 사이의 간극을 중심으로, 철학과 실천을 동시에 사유할 수 있는 위치를 모색한다. "나는 칸트를 마르크스를 통해, 마르크스를 칸트를 통해 읽는다"는 선언은 단지 이론적 혼합이 아닌, 두 사유 구조 사이의 비판적 장력 속에서 생성되는 사유의 공간을 뜻한다.

가라타니는 칸트의 도덕철학이 자율적 주체를 전제하면서도 형식주의에 머물러 있다고 보았고, 마르크스는 역사적 물질주의를 통해 구조 분석에는 탁월했지만 윤리적 사유를 결여했다고 판단하였다. 트랜스크리틱은 이 둘의 한계를 서로 가로지르며 윤리적 실천과 구조 비판을 동시에 사유하려는 철학적 실험이었다. 이 시기의 가라타니는 단순히 문학비평가에서 철학자로의 이행을 넘어, 사유 방식 자체의 전복을 시도하고 있었다.

그의 이론은 아사다 아키라(1957년 고베 출생)와 같은 일본 포스트모던 이론가들과 비교될 수 있다. 아사다는 교토대학 경제연구소에서 활동한 경제학자이자 문화비평가로, 일본 포스트모더니즘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아사다는 1980년대 이후 들뢰즈, 라캉, 푸코 등의 프랑스 현대철학을 일본의 대중문화와 결합시키며, 주체의 해체와 기표의 유희를 강조하는 탈중심적 사유를 전개하였다. 특히 그는 텍스트의 다양성과 미학적 전유를 통해 기존 질서의 전복을 꾀하였지만, 그 사유는 종종 구조적 모순의 해체에 머무르거나 정치철학적 실천성과는 거리를 두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가라타니는 칸트와 마르크스를 동시에 참조하며, 자본주의 구조 비판과 윤리적 실천의 조건을 철저히 문제 삼는다. 그는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에서 인간 인식의 한계와 판단 능력에 대한 비판을 끌어와 사유의 자기 반성과 인식의 초월적 조건을 강조하였고, 실천이성비판에서는 윤리의 자율성과 도덕 법칙의 형식성을 바탕으로 철학의 윤리적 가능성을 탐구했다. 동시에 그는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통해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구조적 착취 메커니즘과 계급 관계를 분석하고, 이론의 실천적 개입 가능성에 주목하였다. 가라타니는 칸트의 형이상학적 초월성과 마르크스의 역사적 유물론 사이에서 사유의 긴장을 유지하며, 이 둘을 나란히 사유하는 '트랜스크리틱'이라는 고유한 철학적 입장을 확립했다. 그는 철학과 실천, 인식론과 윤리를 분리하지 않고 함께 사유함으로써, 탈이념의 시대에 철학이 여전히 개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였다. 이러한 점에서 가라타니의 사유는 포스트모던 담론과는 구별되는, 정치적 급진성과 윤리적 책임이 결합된 사유의 구조를 형성한다고 할 수 있다.

3. '일본'이라는 지리/정치적 조건 속 사유의 전개

가라타니 고진의 사유는 특정한 지리적, 정치적 조건에서 형성되었다. 그는 '일본에서 사유한다는 것'의 의미를 일찍부터 자각하였으며, 이 장소성은 그의 비판적 사유 전체를 관통하는 배경이 된다. 일본은 전후 민주주의라는 외형 아래, 실질적으로는 미국의 영향력에 종속된 냉전 체제 속에 있었다. '평화 국가'로서의 이미지를 유지하는 한편, 내적으로는 고도 경제성장을 통한 비정치화된 국민의 형성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다.

그는 일본 지식인의 전후적 조건을 마루야마 마사오의 민주주의론이나 다케우치 요시미의 아시아주의 담론과 구별되는 위치에서 진단한다. , 일본이라는 장소를 비판적으로 사유함으로써 보편성을 사유할 수 있는 조건을 모색한 것이다.

가라타니는 일본의 국민국가 형성 과정이 내면성 담론, 가족주의, 교육 제도, 문학 제도 등을 통해 구성되었으며, 이것이 개인의 정체성을 특정한 이데올로기적 방식으로 통제해왔다고 보았다. 다시 말해 일본에서의 자기 자신에 대한 진실한 고백은 실은 국가 권력이 승인한 자아의 양식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진단은 가라타니의 후기 사유, 특히 세계사의 구조에서 제시된 '세계공화국' 개념과도 깊이 연결된다. 그는 일본이라는 장소를 넘어서기 위해, '-일본적' 사유를 시도한다. 여기서 '-일본적'이란 단지 외국 이론의 수용이 아니라, 국가 중심적·민족주의적 사고방식 자체를 전복하려는 태도를 의미한다. 그는 이를 위해 보편 윤리로서의 칸트, 탈영토적 구조 비판으로서의 마르크스를 참조하며, '장소성''보편성' 사이의 비판적 긴장을 끝까지 견지한다.

그의 이 사유는 이후 동아시아 비평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한국에서는 백낙청의 민족문학론, 중국에서는 리쩅화(李澄和)의 탈중심주의적 세계문학론 등과도 간접적 대화를 형성하며, 지역성과 세계성의 경계에서 사유를 실천한 사례로 평가된다.

 

. 문학의 경계와 그 전복: 근대문학의 종언을 중심으로

1. 문제 제기의 맥락: 근대문학이라는

1969년 발표된 근대문학의 종언은 일본 문학 비평사에서 단순한 한 권의 평론서가 아니라, 하나의 사상적 전환점을 마련한 저작으로 평가받는다. 가라타니 고진은 이 책에서 일본 근대문학의 형성과 해체 과정을 '내면성'이라는 개념을 통해 구조적으로 분석하며, 문학이 단순한 창작의 장이 아니라 국민국가 이데올로기 재생산의 장이라는 점을 밝혀낸다. 이는 문학을 예술이나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이론적 사유와 정치적 분석의 대상으로 삼는 급진적인 시도였다.

그가 이 책을 발표한 1960년대 말은 일본 사회가 고도 경제성장과 안보 투쟁의 이중 변곡점을 지나며, 문학의 사회적 의미와 역할에 대한 근본적 회의가 대두되던 시점이었다. 전후 민주주의의 제도화와 함께, 문학 역시 정치적 메시지를 잃고 자율성과 개인성의 이름으로 내면에 침잠하고 있었다. 가라타니는 바로 이 지점에서 '문학의 종언'을 선언한다. 그는 문학이 '내면성'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자아와 세계를 연결하는 방식 자체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으며, 문학이 수행해 온 근대적 주체 형성의 장치로서의 기능이 해체되었음을 선언하는 것이다.

2. 내면성의 형성과 구성: 문학이라는 장치

서구 문학에서 '내면성'은 계몽주의 이후 자율적 주체의 형성과 밀접하게 연결된 개념이다. 루소의 고백록이나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등에서 볼 수 있듯, 18세기 이후의 유럽 문학은 주체의 감정, 고뇌, 욕망을 언어로 표출하며 개인의 내면을 탐색하는 새로운 문학적 양식을 발전시켜 왔다. 이른바 내면성의 문학은 단지 개인적 고백에 그치지 않고, 근대적 자아의 자기 인식과 윤리적 형성을 위한 장치로 작용하였다. 이러한 문학은 주체가 세계 속에서 자신을 규정하고 서술하는 방식으로, 곧 자아의 형성과 사회적 위치의 획득을 동반하는 근대성의 서사 전략이기도 했다.

가라타니 고진은 이처럼 서구에서 등장한 내면성 문학의 양식이 일본에 수용되는 과정을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그는 근대문학의 종언에서 내면성이 단순한 문학적 전통이 아니라, 일본 근대 국가 형성과 밀접하게 결합된 제도적 구성물임을 강조한다. , 일본에서의 내면성 문학은 메이지 유신 이후의 국민국가 형성과 교육 제도, 문학 제도 등의 이념 장치 속에서 인위적으로 구성된 결과라는 것이다. 그는 일본의 내면성이 서구의 내면성과 달리 자율적 주체의 자연 발생이 아니라, 국가의 이데올로기에 부응하는 주체를 길러내는 장치로 작동했다고 본다.

이를 분석하기 위해 가라타니는 나쓰메 소세키, 모리 오가이, 다자이 오사무 등 일본 근대문학의 대표 작가들의 텍스트를 면밀히 고찰한다. 특히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1인칭 시점, 고백적 어조, 자아의 내면을 향한 독백과 반성은, 겉으로는 자율적 주체의 표현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국가 권력과 문학 제도가 규율한 주체 형성의 구조임을 지적한다. 그는 소세키의 마음이나 다자이의 인간 실격에서 드러나는 자기 자신에게 말하는 자아의 구조를 통해, 내면성이라는 형식이 어떻게 근대 일본 국민국가의 이상적 주체 형성과 연결되는지를 드러낸다.

가라타니는 이러한 서구적 내면성 개념을 단순히 수용하거나 반복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그 개념을 비판적으로 전유하여, 문학이 어떻게 국가-자아-담론의 삼각 구조 속에서 이데올로기적 기능을 수행해 왔는지를 해부한다. 이는 문학 비평이 단지 해석을 넘어 구조를 읽고, 사유를 통해 제도를 비판하는 실천으로 확장되어야 한다는 그의 문제의식과 연결된다. , 가라타니는 서구적 내면성 문학의 형식을 일본 근대의 제도적 조건 위에서 재배치함으로써, 문학과 주체, 국가의 상호 구성 관계를 밝히는 사유의 경계를 열어젖힌다.

서구 문학에서 내면성은 계몽주의 이후 자율적 개인의 탄생과 함께 등장한 핵심적 개념이다. 루소의 고백록이나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처럼, 18세기 이후 유럽 문학은 자아의 감정과 사고를 직접적으로 표출하며, 개인의 내면을 드러내는 형식으로 발전해왔다. 이는 문학이 단순한 이야기 전달을 넘어서, 주체의 내면을 탐구하고 구성하는 장치로 기능하게 되었음을 보여준다. ‘내면성의 문학은 곧 근대적 주체의 자기 인식을 전제하고, 이를 언어적 서사로 구현하는 양식을 말한다.

가라타니 고진은 이러한 서구적 내면성 문학이 일본에 수용되는 과정을 비판적으로 고찰한다. 그는 근대문학의 종언에서, 일본의 내면성 문학이 서구적 기원의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메이지 유신 이후 국민국가 형성과 교육 제도의 영향 아래에서 제도적으로 구성된 것임을 강조한다. , 내면성은 자연스러운 자아의 표현이라기보다, 국가가 요구하는 이상적 주체 형성의 수단이자 문학 제도를 통해 훈육된 산물이라는 것이다.

이를 분석하기 위해 그는 나쓰메 소세키, 다자이 오사무, 모리 오가이 등 일본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텍스트를 고찰한다. 가라타니는 특히 이들 작가의 글쓰기 방식에서 반복되는 1인칭 서술 구조와 고백적 진술이, 자아를 구성하면서 동시에 국가 이데올로기에 정합적인 주체를 길러내는 작용을 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방식은 문학을 통한 '자기 형성'을 자연스럽게 여겨지게 만들었으며, 문학을 통해 길러진 '자기 자신에게 말하는 자아'는 결국 국민국가의 이상적 주체 형성과 연결된다.

이처럼 가라타니는 서구 문학에서 출발한 내면성 개념이 일본의 제도적 상황과 결합하여, 문학이 국가-자아의 구조를 재생산하는 장치가 되었음을 통찰하였다. 그는 문학의 내면성을 해체함으로써, 문학이 담지한 이데올로기적 기능과 근대적 주체의 허구성을 동시에 폭로하려 하였다.

3. 사례 분석 1: 나쓰메 소세키 마음』—내면성의 정립

마음1914년에 발표된 나쓰메 소세키의 후기 대표작으로, 근대 일본 문학이 어떻게 내면성을 구성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가라타니 고진은 이 작품을 통해 근대문학이 '자기 자신에게 말하는 주체'를 어떻게 만들어내는지를 분석한다. 이 작품은 크게 세 부분나와 선생’, ‘선생과 나’, ‘선생의 유서으로 구성되며, 특히 마지막 부분인 선생의 유서에서 선생이 에게 보내는 장문의 편지 형식이 핵심적인 분석 대상이 된다.

선생의 고백은 언뜻 보면 진솔하고 자발적인 자기 고백처럼 보이지만, 가라타니는 이 구조가 내면성을 구성하는 문학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선생은 타자에게 말을 건네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말하듯 고백함으로써 일종의 '자기 감시적 주체'를 형성한다. 그의 고백은 독백이 아닌 듯 독백이고, 타자를 향한 듯 타자를 소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로써 문학은 감정의 표현이 아니라, 자아를 생성하는 기술이자 수행적 장치(performance device)로 기능한다.

예컨대 선생은 유서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도무지 누구에게도 진실을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렇게, 너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이 문장은 언뜻 보기에 타자에게 마음을 여는 행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기 자신에게 말하는 듯한 고립된 말하기를 구성한다. 또한 나는 언제나 마음속으로 죽고자 하였습니다. 그러나 매번 실패하였습니다같은 문장은 내면의 고백을 통해 죄의식과 윤리적 고뇌를 드러내는 듯하지만, 오히려 반복과 침묵, 수동성을 통해 자아의 고립과 정체성을 더 강하게 부각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가라타니는 이러한 언어 구조가 국민국가 이데올로기 속에서 길러진 자아 형성 방식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특히 선생의 고백은 실재하는 죄의 명확한 서술보다는 죄의식 자체의 지속적 반복에 초점을 둔다. 이는 고백이라는 형식을 통해 도덕적 인간이라는 자아 형성을 수행하면서도, 실제 죄의 내용은 흐릿하게 유지한다는 점에서 문학적 전략이자 이데올로기적 작동이다. 내면의 고백은 진실의 드러남이 아니라, 윤리적 자아를 구성하는 반복적 장치로 기능한다.

이러한 구조는 독자의 감정 이입을 유도하면서도, 실은 자아를 고립된 내면 속으로 몰아넣는 전략이다. 이는 전후 일본 사회에서 강조되던 진실한 자아’, ‘자기 반성’, ‘도덕적 인간이라는 이상형과 결을 같이한다. 소세키의 문학은 이러한 이상형의 문학적 생산물로 기능하며, 독자는 그를 통해 국가가 요구하는 윤리적 자아를 학습하게 된다.

가라타니는 이 과정을 통해 소세키의 마음문학의 내면성을 제도적으로 구성한 전범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 작품은 문학이 단순히 자아를 표현하는 수단이 아니라, 자아의 구성 양식을 결정하는 기제로 작동했음을 보여준다. 내면성은 문학이라는 장을 통해 반복적으로 재현되며, 이는 국민국가의 윤리 질서와 호응하는 주체를 양산하는 데 기여한다.

이러한 분석은 마음이 단순히 도덕적 주제를 다룬 고전 문학이 아니라, 특정한 시대의 정치적·사회적 요구에 부합하는 주체 생산의 기술로 기능했음을 밝혀준다. 따라서 가라타니의 해석은 이 작품의 문학적 위상뿐만 아니라, 문학 일반이 지닌 제도적 조건과 그 정치적 함의까지 포함하는 비판적 성찰로 이어진다.

마음은 소세키의 후기 대표작으로, '선생'''라는 이중 화자를 통해 1인칭 내면서술의 결정판을 보여준다. 작품의 핵심은 선생이 과거의 죄의식과 내면의 갈등을 ''에게 편지로 고백하는 구조에 있다. 이때 독자는 선생의 고백을 통해 그가 가진 도덕적 갈등과 자기 성찰을 내면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가라타니는 이 내면성이 실재적인 자아의 표현이 아니라, 문학 장치로 구성된 허구임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선생이 남긴 편지의 내용은 독백이 아니라, 독자를 향한 계산된 진술이다. 이는 단순한 감정의 표출이 아니라, 자아를 구축하고 재현하는 서사적 구조이다. 문학은 이처럼 자아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자아를 구성하는 장치이며, 그 구성은 국민국가 이념에 의해 이끌어진다. '내면의 고백'은 자율적 주체의 증거가 아니라, 이데올로기적 수동성의 표현이다.

4. 사례 분석 2: 다자이 오사무 인간 실격』—내면성의 붕괴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1948)은 일본 근대문학에서 내면성 개념이 한계에 도달하고, 더 이상 자아의 형성 장치로서의 문학이 유효하지 않게 되는 전환점을 상징한다. 작품은 주인공 오바 요조의 삶을 통해, 자아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불신과 해체의 과정을 그려낸다. 요조는 끊임없이 자신의 감정과 존재에 대해 진술하지만, 그것은 자기 고백이라기보다는 자기에 대한 불신과 타자화된 언어의 반복일 뿐이다. 그의 말하기는 결코 자신의 중심을 재확립하지 못하며, 오히려 자아가 부재함을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작품은 요조가 남긴 수기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는 마음의 선생이 에게 남긴 유서와 구조적으로 유사한 형태를 띤다. 그러나 내용과 사유의 방향은 정반대이다. 요조는 반복적으로 사람들 속에 나는 없고, 나 속에도 나는 없다라고 말하며, 자기 존재의 공허함을 강조한다. 그는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해 다양한 역할극광대, 바람둥이, 외톨이을 수행하지만, 그 어떤 역할도 정체성을 구성하지 못한다. 자아는 형성되지 않으며, 오히려 자아를 말하려는 시도 자체가 자기를 파괴하는 계기로 작용한다.

<주요 인용문>

人間失格もはや自分完全人間くなりました” (人間失格서문)인간 실격. 나는 이제 완전히 인간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작품의 핵심 정조이자, 요조가 더 이상 사회적 존재, 자아를 유지할 수 없음을 선언하는 문장.

生涯ってました부끄러운 삶을 많이 살아왔습니다.” 자아에 대한 반성조차 일종의 퍼포먼스로 변모함을 시사.

たことがない사람의 마음을 본 적이 없습니다.” 타자에 대한 불신, 더 나아가 자기 인식의 가능성조차 무너지는 지점을 드러냄.

가라타니 고진은 이 작품을 근대문학의 종언에서 내면성의 해체를 상징하는 문학적 사례로 분석한다. 마음의 선생이 내면의 고백을 통해 윤리적 자아를 구성하고자 했다면, 요조는 언어와 자기 고백의 모든 층위에서 불신을 드러낸다. 요조는 말하지 못한 죄, 표현할 수 없는 나, 기호로 환원되지 않는 고통속에 머무르며, 문학 자체가 더 이상 자아를 재현하거나 구원할 수 없다는 점을 증언한다.

가라타니는 이 텍스트가 문학 제도 자체의 위기를 드러낸다고 본다. 요조의 내면은 더 이상 일관된 서사나 윤리적 반성을 가능케 하지 않으며, 문학의 서술 구조마저 붕괴된다. 내면은 분절되고 언어는 파편화되며, 자아는 수행되기보다 실패하고 사라진다. 독자는 요조의 수기를 따라가며 감정 이입조차 어렵다는 불쾌감을 체험하게 된다. 이로써 인간 실격은 독자와 화자 사이의 윤리적 연대를 거부하고, 문학이 제시해왔던 고백과 구원의 전제를 무화시킨다.

다자이의 이 작품은 일본 국민문학이 의존해왔던 윤리적 자아의 이상형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는 시대적 진단이기도 하다. 요조는 단지 실패한 개인이 아니라, 자아 구성이라는 문학적 조건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 시대에 출현한 종언의 인물이다. 이는 문학이 자아를 구성하는 장치에서 자아의 해체를 목격하게 되는 전환점이며, 가라타니가 말하는 근대문학의 종언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지점이다.

따라서 인간 실격은 단순한 자전적 소설이나 개인의 비극이 아니라, 문학이 그 자체의 전제를 해체하고, 국민문학이라는 틀 자체가 무너지는 급진적 전환점으로 기능한다. 문학은 더 이상 진실한 자아의 고백이나 윤리적 성찰의 장이 아니며, 그 언어는 무력하고, 주체는 해체된다. 가라타니는 이 지점을 문학의 종언이라 명명하며, 더 이상 문학이 내면성을 구성하거나 제도적으로 기능할 수 없는 시대의 도래를 선언한다.

5. 문학 제도와 작가 주체의 허구성

가라타니 고진은 근대문학의 종언에서 문학 텍스트만이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제도 전체를 비판의 대상으로 삼는다. 그는 문학이 자율성과 창조성을 바탕으로 한 개인의 창작 행위라는 통념을 해체하며, 작가라는 주체가 독립적 존재가 아니라 문학 제도 속에서 배치된 결과물임을 강조한다. 이는 단순한 사회학적 시선이 아니라, 문학을 가능하게 한 인식 구조 자체에 대한 철저한 비판이다.

가라타니는 작가가 창작의 자유를 지닌 고유한 주체라는 관념이 실은 국민국가 형성과정에서 제도적으로 생산된 이데올로기라고 주장한다. 특히 근대 일본에서 문학은 교육 제도와 출판 시스템, 문학상 제도, 문단 중심의 작가 네트워크 등에 의해 일정한 양식과 규범 속에서 작동해왔으며, 그 안에서 작가는 일정한 '역할'로서 구성된다. 예컨대 작가는 자기 고백적 글쓰기, 윤리적 반성, 시대 인식 등을 요구받으며, 이는 국가가 규정한 이상적 시민상과 깊이 연동되어 있다.

이 점에서 가라타니의 입장은 피에르 부르디외의 문학 장 이론과 연결된다. 부르디외는 문학을 자율적 장(field)으로 보되, 그 내부는 작가, 비평가, 출판사 등 다양한 주체들이 상징 자본을 획득하기 위한 권력 투쟁의 공간이라고 보았다. 가라타니 역시 작가가 문학 제도 내부에서 일정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으며, 그 위치는 정치적·사회적 제약과 조건 속에서 결정된다고 본다. 그러나 부르디외가 문학 장 내부의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분석했다면, 가라타니는 보다 급진적으로 작가라는 주체 개념 자체를 해체 대상으로 삼는다.

가라타니에 따르면, 작가의 '개성', '문체', '감수성' 등은 자율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교육과 비평을 통해 규범화된 형식의 산물이다. 작가가 글을 쓰는 방식, 주제를 선택하는 경향, 문장을 구성하는 스타일까지도 사회적 장치와 담론에 의해 길러진다. , 작가는 자유로운 창작자가 아니라, 문학이라는 제도적 조건 속에서 '배치된 존재'이다. 이러한 통찰은 문학이 개인의 내면에서 비롯되는 창조적 행위라는 기존 인식을 전복하며, 문학 제도 자체의 이데올로기적 기능을 조명한다.

예를 들어, 가라타니는 근대 일본의 대표 작가들이 어떤 방식으로 자율성과 독창성의 이미지를 만들어냈는지에 주목한다. 이때 '자율성'은 실은 출판 시스템에 의존한 자유이며, '개성'은 당대 문단이 기대하는 표준화된 감수성의 변주일 뿐이다. 작가의 말과 글은 독자의 기대, 편집자의 요구, 문단 내 위계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며, 문학은 이러한 상호작용 속에서 형성되는 일종의 사회적 실천 양식이 된다.

이러한 분석은 작가라는 존재를 신화화해 온 문학 담론에 강력한 균열을 가한다. 가라타니는 작가를 특수하고 고귀한 존재로 보기보다, 제도적 조건 아래서 기능하는 일종의 '위치'로 간주한다. 이로써 그는 문학에 대한 형이상학적 이상화를 철저히 거부하며, 문학이 지닌 사회적 기제, 이데올로기 재생산 장치로서의 성격을 드러낸다.

이처럼 가라타니의 문학 해체는 작가라는 주체에 대한 환상을 해체하는 데에서 완결된다. 이는 문학 제도뿐 아니라, 문학을 둘러싼 사회 전체의 인식 구조에 대한 비판으로 확장되며, 문학 텍스트 분석을 넘어 정치적 사유의 장으로 이어진다. 작가 주체의 허구성을 폭로하는 이 비판은, 문학이 과연 어떤 조건에서 존재 가능한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실천적 성찰로 작동한다.

가라타니는 문학을 생산하는 제도 역시 비판의 대상에 포함시킨다. 작가는 자율적 창작자가 아니라, 문학 제도와 출판 산업, 교육 체제, 문학상 등의 제도 속에서 구성된 위치를 점유한 주체이다. 작가의 '고유한 스타일'이나 '개성'은 실은 제도적 분류와 장치 속에서 형성된 환상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부르디외의 문학 장이론과도 연결된다. 부르디외가 문학을 사회적 장(field)으로 파악하고, 그 안에서의 위치성과 자본(상징자본, 문화자본)의 관계를 강조한 것처럼, 가라타니도 문학 내부의 권력 관계와 제도적 배치에 주목한다. 그러나 그는 더 나아가 작가라는 개념 자체가 해체되어야 할 대상으로 보며, 작가의 자율성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드러낸다.

6. 문학과 이데올로기: 국민문학이라는 구조

가라타니 고진은 근대문학의 종언에서 일본의 근대문학이 단순한 예술의 장이 아니라, 국민국가의 형성과 밀접하게 연결된 이데올로기적 장치였다고 주장한다. 그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국민문학이라는 개념은 문학이 민족적 정체성과 국민의식의 형성에 기여하도록 구조화된 제도적 산물이며, 문학은 단지 미적 실험의 장이 아니라 국가적 서사의 일부로 작동한다.

일본의 근대문학은 메이지 유신 이후의 국가 건설 과정과 맞물리면서 제도적으로 정비되었다. 국어의 표준화, 학교 문학 교육의 확산, 출판 산업의 성장 등은 모두 문학을 국민을 형성하는 기제로 기능하게 만들었다. 특히 문학은 내면성이라는 심리적 장치를 통해 국민 개개인에게 윤리적 주체, 도덕적 시민이라는 이상형을 제시했으며, 이를 통해 국민국가의 이상을 정서적으로 내면화시켰다.

이러한 내면성의 구조는 단순히 개인적 성찰이나 자아 탐구의 결과가 아니라, 국가 권력이 승인한 표준 자아의 형식이다. 문학은 이 자아를 반복적으로 재현하고, 독자들로 하여금 동일시하게 만들며, 결과적으로 국민적 주체를 구성하는 핵심 장치로 작동한다. 문학 텍스트는 이 과정에서 국민이라는 상상의 공동체를 언어적·정서적으로 통일하는 매체로 기능한다.

가라타니는 이러한 문학의 기능을 이데올로기적 실천으로 규정한다. 작가는 자율적 창작자가 아니라, 국민문학이라는 장 안에서 국가적 정체성에 봉사하는 목소리를 부여받는다. 독자는 이 텍스트를 통해 내면화된 자아와 동일시하며, 문학은 이처럼 자기 자신에게 말하는자아를 생산하는 동시에, 그것이 국가의 윤리 질서에 종속되도록 만든다. 문학은 단지 개인적 취향이나 감정의 표현이 아니라, 이데올로기적 배치의 산물이며, 국가 권력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가라타니는 이러한 문학 구조의 폭로를 통해, 문학이 실제로 수행해 온 기능과 그 사회적 조건을 해체하고자 한다.

이와 유사한 문제의식은 한국 문단과 지성계에서도 발견된다. 백낙청은 분단체제론을 통해 문학이 분단 이데올로기와 긴밀히 얽혀 있으며, 문학의 현실 참여와 국가 권력의 구조적 폭로가 필수적이라고 보았다. 그는 문학이 역사적 상상력을 통해 현실 질서의 허구를 드러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는 가라타니의 비평 기획과 유사한 지점을 공유한다. 또한 현대 시인 진은영은 시적 언어가 사회적 구조와 감정 체계를 전복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고 보며, 문학을 권력적 담론에 맞서는 감정적·윤리적 실천의 장으로 재구성한다. 이처럼 가라타니의 분석은 일본 문학 비평을 넘어 동아시아 지성사 전반에 걸쳐, 문학의 이데올로기적 조건과 역할을 재사유하게 만드는 중요한 통찰로 작용한다.

그는 문학을 미학적 자율성의 공간에서 정치적 기획의 공간으로 이행시키며, 문학의 자율성 신화를 전복한다. ‘문학의 종언이라는 선언은 바로 이 이데올로기적 구조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며, 문학의 이데올로기적 기능을 드러내는 동시에, 그 구조적 해체를 요구하는 급진적 비평 실천의 일환이다.

7. 가라타니와 현대 비평 이론: 푸코, 부르디외, 아사다 아키라와의 비교

가라타니 고진의 문학 및 철학 비평은 단지 일본 근대문학 내부에 머물지 않고, 현대 서구의 주요 비판 이론들과 비교될 수 있는 복합적 사유 체계를 보여준다. 특히 미셸 푸코, 피에르 부르디외, 아사다 아키라와의 비교는 가라타니 사유의 독자성과 그 전복적 위치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는 데 유효하다.

푸코와 가라타니는 공통적으로 담론, 제도, 권력의 관계에 주목한다. 푸코는 감시와 처벌(1975)에서 "근대 권력은 더 이상 죽일 권리가 아니라, 살게 하거나 죽도록 내버려두는 권력이다"라고 말하며, 권력이 인간의 삶과 인식 구조를 어떻게 조직하는지 분석했다. 성의 역사(1976)에서는 성 담론을 통해 권력이 어떻게 자기 고백과 자아 형성에 개입하는지를 보여주었다. 이와 유사하게 가라타니는 근대문학의 종언(1980)에서 일본의 내면성 문학이 단순한 감정 표현이 아니라, 국민국가가 요구한 윤리적 주체 형성의 제도적 산물임을 밝히며, 문학 담론의 이데올로기적 성격을 드러낸다. 그러나 푸코가 권력/지식의 계보학을 통해 역사적 맥락 속에서 담론의 작동 방식을 규명한 데 반해, 가라타니는 문학 형식의 내부에서 사유의 조건과 윤리적 실천의 가능성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철학적 방향성이 다르다.

피에르 부르디외는 문학장 규칙(1992)에서 문학은 자율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정치 자본, 문화 자본, 경제 자본의 상호작용에 의해 구성된 (field)’ 위에서 이해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학 장 안에서의 위치, 작가의 상징 자본, 수용자의 기대 구조 등을 분석하며, 문학은 사회 구조에 깊이 내장된 제도임을 밝혔다. 가라타니 또한 문학을 국민국가의 주체 형성 장치로 비판하며, 작가가 자율적 창작자가 아니라 국가 권력에 봉사하는 구조 안에서 발화한다는 점에서 부르디외와 비판 지향을 공유한다. 그러나 부르디외가 문학을 사회학적 분석을 통해 파악했다면, 가라타니는 그것을 인식론적, 윤리적 차원에서 해체함으로써, 문학 비평을 철학의 실천으로 끌어올린다.

아사다 아키라는 구조와 힘(1983)을 통해 푸코, 들뢰즈, 라캉 등 프랑스 현대철학의 영향을 일본의 문화적 맥락에 접속시킨 비평가다. 그는 텍스트와 주체의 해체, 기표의 유희, 해체주의적 실천을 강조하며 일본 포스트모더니즘의 선두에 섰다. 아사다는 특히 근대의 통일적 주체 개념은 허구이며, 텍스트는 해체될 수밖에 없는 구조물이라고 주장하면서, 중심 없는 다성적 텍스트론을 펼친다. 그러나 가라타니는 이러한 해체적 사유를 수용하면서도, 그것이 자칫 비윤리적 상대주의로 흘러가는 것을 경계하며, ‘트랜스크리틱이라는 개념을 통해 비판과 윤리, 철학과 정치, 구조와 실천 사이의 긴장을 가로지르는 사유를 전개한다.

이처럼 가라타니는 푸코처럼 제도 비판을 수행하면서도, 부르디외처럼 문학 장의 구조를 드러내며, 동시에 아사다와 달리 실천적 윤리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는 비평가였다. 그의 사유는 해체를 넘어서 새로운 윤리적 구성 가능성을 상상하는 데 있으며, 그것이야말로 그가 경계에서 사유하는 철학자이자 비평가로서 동시대 이론가들과 뚜렷이 구별되는 이유이다.

8. 결론: 문학의 종언 이후, 사유의 재구성

근대문학의 종언은 단순히 한 시대의 문학이 끝났음을 선언하는 저작이 아니다. 그것은 문학이라는 제도와 인식 구조, 주체 형성 장치에 대한 비판적 해체를 통해, 새로운 사유의 공간을 개척하려는 실천적 기획이다. 가라타니 고진은 이 책에서 문학이 수행해 온 역할을 철저히 분석하고, 그것이 국민국가라는 이데올로기 구조 속에서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드러냄으로써, 문학의 '자명함'을 해체한다.

그는 문학을 내면성의 표현 장치가 아니라, 내면을 구성하는 사회적 장치로 규정하며, 작가와 독자 모두가 문학 제도의 산물로서 배치된 존재임을 폭로한다. 이로써 그는 문학이라는 장을 통해 형성된 주체의 가능성과 한계를 드러내고, 그 주체를 넘어서는 사유의 공간, 즉 철학과 윤리, 정치의 지평으로 이동하는 논리를 구축한다.

근대문학의 종언은 이러한 점에서 가라타니 사유의 전환점이자 출발점이다. 이후 트랜스크리틱에서는 칸트와 마르크스를 가로지르는 철학적 사유로, 세계사의 구조에서는 정치경제적 질서의 재편을 통한 세계윤리의 가능성으로 나아가며, 문학을 넘어선 사유의 지도를 그려간다.

따라서 이 책은 종언의 선언이 아니라, 사유의 재구성을 향한 선언이다. 문학이 그 자체로 사유의 장이었음을 확인한 후, 가라타니는 이제 그 장을 넘어 경계에서 생각하는 철학적 주체로 이동한다. 이 이동은 단순한 학제 간 확장이 아니라, 인식의 구조를 바꾸려는 급진적 전복이자, 사유와 실천을 다시 연결하려는 윤리적 요청이다.

문학은 끝났지만, 그 끝에서 사유는 다시 시작된다. 근대문학의 종언은 그 시작점의 지층을 보여준 문헌이며,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지는 텍스트다.

 

. 전도된 내면성: 일본 근대문학의 기원과 세계 체제 분석

1. 문학, 세계체제, 그리고 주체

가라타니 고진의 일본 근대문학의 기원(1980)근대문학의 종언에서 제기된 내면성 비판을 자본주의 세계체제론의 관점으로 확장한 이론적 전환점이다. 그는 일본 근대문학이 단지 미학적 발전의 결과가 아니라, 자본주의 세계체제에 편입된 -주변부국가로서의 일본이 서구 중심부의 문학 양식을 수용·재구성하는 과정에서 형성되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문학을 고립된 문화 내 현상이 아닌, 세계사적 구조 속에서 위치지우고 해석하려는 시도이며, 내면성이라는 문학 형식을 제도사적, 이데올로기적 장치로 재규정하는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다.

일본의 근대문학 형성은 메이지 유신 이후 급격한 서구화·근대화 정책과 병행하며 전개되었다. 국어의 표준화, 교육 제도의 확립, 신문과 출판의 제도화는 문학이 국가 주도의 이념 장치로 자리매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문학은 내면성이라는 양식을 통해 국민 개개인에게 이상적인 도덕 주체의 모델을 제시하고, 정서적 통합을 유도하는 장치로 기능했다.

이와 유사하게, 한국 근대문학의 형성 역시 일제강점기와 해방 전후의 식민지/탈식민지 맥락 속에서 진행되었다. 한국의 문학은 식민지 상황에서 민족주의적 정체성과 저항 의식을 담지하는 수단으로 기능했으며, 동시에 일본과 마찬가지로 1인칭 서사, 자기 고백, 윤리적 반성의 서사를 통해 주체 형성의 장으로 작동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내면성의 문학은 민족의 해방과 자주의식 고취라는 목표와 밀접하게 연관되었다는 점에서, 보다 저항적이고 정치적 색채가 강했다는 차이도 존재한다.

2. 전도 개념: 서구 수용의 이데올로기적 전치

가라타니는 이러한 내면성의 수용이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전도(転倒)’로 작동했다고 분석한다. '전도'란 외래 개념이 자국 내에서 오히려 본질적인 정체성으로 전치(轉置)되어 절대화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은 서구의 문명화 담론을 자국의 발전 모델로 내면화하면서, 내면성이라는 서구 문학의 핵심 개념을 '자율성'의 수단이 아니라, 국가 이데올로기에 봉사하는 수단으로 재해석했다. 가라타니는 이 전도 과정을 정신의 식민화라 명명하며, 그 핵심은 개인의 내면이 자기 고백의 공간이 아니라, 국가가 요구하는 윤리적 자아를 반영하는 규율 장치로 기능하게 되었다는 점에 있다고 본다.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서구 문학 양식의 수용은 일제의 식민지 교육 체제를 통해 강제되거나, 해방 이후 미국 문화의 영향 속에서 도입되었다. 다만 일본에서 전도가 주체의 국가적 윤리화로 수렴되었다면, 한국 문학의 경우는 식민 억압과 분단, 전쟁이라는 비극적 현실 속에서 저항적 전도, 즉 서구적 형식을 통해 비서구적·탈식민 주체를 형성하려는 경향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차이는 전도가 일본에서는 동일화의 전략이었다면, 한국에서는 불일치와 파열의 전략으로 기능했음을 보여준다.

3. 제도적 내면성: 교육, 언론, 문학장의 구조화

일본 근대문학의 기원은 특히 문학이 어떻게 제도화되었는가를 집중적으로 분석한다. 내면성 문학은 단순히 개인 작가의 사적 고백이 아니라, 교육 제도(학교 교육, 교과서), 출판 산업(문예지, 순문학), 언론 담론(비평가들의 담론 생산) 등 다양한 사회적 기제 속에서 구성되었다. 특히 1인칭 고백체, 죄의식 중심의 내면 서사, 도덕적 반성이라는 문학적 양식은 국가-문학-주체 삼각구조의 일부로서 기능했으며, 이는 문학이 국가 이념의 정서적 기획을 수행하는 장으로 작동했음을 시사한다.

한국에서도 문학은 일제강점기에는 검열을 피하면서 민족 정체성을 유지·강화하는 수단으로, 해방 이후에는 분단과 냉전체제 속에서 이데올로기적 분열의 장으로 기능했다. 문예지, 신문 연재, 대중잡지 등은 특정한 윤리적 주체상(: 분단국가의 충성스러운 시민, 반공 이념을 내면화한 국민 등)을 반복적으로 생산하였고, 이는 교육 제도와 연계되어 국민문학 담론을 재생산했다. 이처럼 한국 문학 역시 일본과 마찬가지로 내면성의 형식을 통해 국민적 윤리와 정체성을 제도적으로 구성했다는 점에서 구조적 유사성을 지닌다.

이러한 비교는 가라타니의 전도 개념이 단지 일본의 특수성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 근대문학 전반을 관통하는 구조적 현상임을 보여준다.

 

. 철학의 새로운 운동: 트랜스크리틱과 경계적 사유

1. 문제 제기: 트랜스크리틱은 무엇인가

가라타니 고진이 트랜스크리틱(2001)에서 제안한 트랜스크리틱이라는 개념은 그의 철학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사유이자, 기존의 비판 철학 전통에 대한 전복적 개입이다. 이 용어는 칸트의 비판 철학과 마르크스의 정치경제학을 가로지르며, 양자의 긴장을 그대로 유지하는 가운데 새로운 사유의 공간을 열어젖힌다. 기존의 철학이 한 체계의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내재적 비판(immanent critique)과 외부로부터의 외재적 비판(external critique)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아왔다면, 가라타니는 이 양자 사이를 횡단하는 사유 방식, 가로지르기(trans-)’를 제안한다.

트랜스크리틱이란 하나의 입장을 고수하지 않고, 사유의 경계에서 다른 체계를 참조하며 끊임없이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는 실천이다. 가라타니는 칸트를 마르크스를 통해 읽고, 마르크스를 칸트를 통해 읽는다는 방식으로, 철학과 정치, 윤리와 인식론, 비판과 실천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사유 지평을 모색한다. 그는 트랜스크리틱은 내재적 비판과 외재적 비판 모두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시도이며, 둘 사이의 이행 공간에 머물면서 사유의 윤리적 긴장을 유지하려는 방법론이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사유는 단순히 양자택일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사유의 조건 자체를 변형시키는 실천적 사유이다. 트랜스크리틱은 하나의 체계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경계 위에서 타자화된 시선으로 사유하는 태도이며, 이는 곧 가라타니 철학의 경계적 사유와 직결된다. 그의 목적은 체계적 통일이 아니라, 이질적인 것들의 접속과 긴장을 통해 생성되는 새로운 사유 공간을 여는 데 있다. 이러한 점에서 트랜스크리틱은 단지 철학적 용어가 아니라, 윤리적 실천이자 정치적 개입의 형식이다.

트랜스크리틱의 문제 제기는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진영논리와 이념적 폐쇄성이 팽배한 시대 속에서, 사유는 어느 하나의 입장에 귀속되기보다 경계 위에서 말하는 방식으로 그 윤리성을 확보해야 한다. 가라타니는 이를 통해 철학이 다시 윤리와 정치를 연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되찾고자 한다.

2. 칸트 읽기의 전복: 초월론적 사유의 정치성

트랜스크리틱에서 가라타니는 칸트 철학을 전통적인 형이상학의 비판으로 읽지 않고, 당대 사회에 대한 정치적 개입의 가능성을 지닌 철학으로 재구성한다. 그는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판단력비판의 삼부작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며, 칸트가 인식의 한계를 설정하는 동시에 인간의 도덕적 자율성과 윤리적 판단을 가능하게 한 철학자였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판단력비판에서 칸트가 제시한 '반성적 판단력''공통감각(sensus communis)'의 개념은 가라타니가 정치철학으로 확장하는 사유의 근거가 된다. 칸트는 미적 판단의 보편성을 감각의 공유로 설명하며, 이는 개인이 자기 판단을 타자의 관점에서 검토할 수 있게 하는 능력이다. 가라타니는 이를 통해 개별 주체들의 이성과 감각이 조응하는 윤리적·정치적 연대를 상상할 수 있다고 본다. 이 개념은 자율성과 타자성 사이의 윤리적 장 tension을 담고 있으며, 이는 트랜스크리틱 사유의 공간과 겹쳐진다.

영원한 평화론에서 칸트가 주장한 '세계시민법(Ius Cosmopoliticum)''연방주의적 평화 체계'는 가라타니에게 보편 윤리의 정치적 형식으로 작동한다. 그는 이를 계승해 세계사의 구조에서 '세계공화국'이라는 새로운 정치 질서를 모색하며, 트랜스크리틱을 단순한 인식론이 아니라 윤리-정치적 실천의 기반으로 정립한다. 가라타니는 칸트의 사유를 단순히 형이상학적 구성의 해체로 이해하지 않고, 초월론적 사유가 어떻게 현실 정치 속에서 보편적 윤리를 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탐구로 전환한다.

가라타니에게 칸트는 선험적 형식의 철학자일 뿐 아니라, ‘보편 윤리를 역사 속에 끌어내려 실천하려 했던 정치적 사상가로 재발견된다. 이 해석은 칸트 사유의 윤리적 실천성과 초월성 사이의 긴장을 적극적으로 긍정하며, 철학이 어떻게 윤리와 정치를 연결하는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사유는 단지 철학사적 재해석을 넘어, 오늘날의 세계 정치와 윤리적 책임의 문제에 대한 실천적 사유로 이어진다.

3. 마르크스와의 재회: 자본주의 비판의 재구성

가라타니는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단순한 정치 경제학적 비판서가 아닌, 형식 구조에 대한 급진적 사유로서 재해석한다. 그는 마르크스를 단순히 생산수단의 소유를 문제삼은 경제학자가 아니라, 자본주의 교환 형식 그 자체의 구조를 문제삼은 철학자로 읽는다. 특히 자본론1권 제1장에서 제시된 가치형태론은 가라타니에게 핵심적이다. 여기서 마르크스는 상품의 교환이 단순한 등가물 교환이 아니라, ‘가치의 물신성이라는 관념적 구조를 형성하며 인간 주체를 추상화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가라타니는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자본주의는 인간의 행위를 등가 교환이라는 형식에 종속시켜, 윤리적·인간적 관계를 경제적 수량화로 환원하는 체제라고 본다. 그는 마르크스를 형식의 철학자로 재구성하며, 자본주의의 문제를 물질적 재분배의 문제가 아니라 교환의 형식자체에 내재한 문제로 전환한다. 이 해석은 세계사의 구조(2010)에서 더욱 발전되어 교환양식 A(호혜), B(지배와 보호), C(시장), D(초월적 윤리)’라는 역사-철학적 도식으로 구체화된다.

가라타니는 마르크스가 간과했던 윤리적 초월성과 비자본주의적 교환 가능성에 주목하며, 교환 양식 D의 개념을 통해 자본주의의 내부에서 그것을 넘어서는 실천의 가능성을 사유한다. 이로써 그는 마르크스가 노동의 해방이라는 생산 중심의 유물론에 머문 데 반해, 인간 사이의 윤리적 관계와 타자성의 회복이라는 방향으로 자본주의 비판의 지평을 확장한다.

또한, 마르크스가 강조한 자본의 자기증식 운동과 축적의 논리는 가라타니에게 있어서 인간 행위가 도구화되고 타자성이 삭제되는 메커니즘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가라타니의 비판은 마르크스의 경제학적 구조 비판을 철학적·윤리적 차원에서 재구성하고, 이를 통해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공동체적 실천의 윤리적 토대를 모색하는 데까지 이른다. 이는 곧 칸트의 보편 윤리와 결합된 트랜스크리틱의 정치적 실천이기도 하다.

요컨대, 가라타니의 마르크스 독해는 구조적·형식적 접근을 통해 교환 자체의 윤리성을 문제 삼으며, 마르크스주의의 해석적 틀을 윤리-정치적 실천의 가능성으로 확장하려는 급진적 시도이다. 그는 트랜스크리틱에서 마르크스는 교환양식 C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그의 사유는 C를 넘어설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었고, 그것은 칸트의 보편 윤리와 접속될 수 있다고 언급하며, 마르크스의 사유 속에 윤리적 초월성을 재발견하려는 시도를 명시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세계사의 구조에서는 교환양식 C가 갖는 구조적 폭력성을 지적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치적 기획으로서 교환양식 D를 제안한다. 이는 가라타니가 마르크스를 단지 경제학자로가 아니라 비판 형식의 철학자로 재위치시키는 이론적 장치이자, 트랜스크리틱 사유의 실천적 기반이다.

4. 트랜스크리틱의 방법론과 위치

트랜스크리틱은 단지 철학적 방법론이 아니라, 비판이 발생하는 장소자체에 대한 사유이다. 가라타니는 하나의 철학 체계 안에 머무르는 내재적 비판에도, 외부로부터 일방적으로 체계를 거부하는 외재적 비판에도 안주하지 않는다. 그는 이러한 이분법을 넘어서기 위해, 칸트와 마르크스라는 두 이질적 철학 체계를 서로 '가로지르며' 사유하는 제3의 공간을 모색한다. 이 경계적 위치에서 발생하는 사유야말로, 그가 말하는 실천적 윤리의 조건이다.

트랜스크리틱의 핵심은 경계에 머물며 사유하는 태도이다. 이는 기존 철학이 전제해온 '자기 동일성' 개념에 대한 근본적인 도전으로, 가라타니는 어느 하나의 체계로 동일화되기를 거부한다. 대신, 그는 상이한 체계 사이의 긴장을 유지하면서 그 틈에서 사유의 역동성과 윤리적 책임을 발견한다. 이러한 태도는 고정된 진리나 이데올로기의 수호가 아닌, 끊임없이 위치를 재점검하고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입장을 성찰하는 윤리적 행위로 기능한다.

트랜스크리틱은 또한 철학과 실천의 분리 불가능성을 강조한다. 가라타니는 문학, 철학, 정치경제, 역사 등 각기 다른 분과들을 넘나드는 사유를 통해, 철학이 사회적 현실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탐색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이론의 정합성보다도, 현실에서 윤리적으로 응답할 수 있는 사유의 조건을 구성하는 것이다. 그는 트랜스크리틱에서 트랜스크리틱은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비판이 발생할 수 있는 실천적 조건을 구성하는 윤리적 태도라고 말한다.

더불어, 트랜스크리틱의 윤리적 성격은 '입장을 갖지 않는 입장'이라는 역설적 태도에 기반한다. 이는 비판을 위한 거리 유지, 자아 동일성의 거부, 그리고 타자성과의 지속적인 관계 맺음을 포함한다. 특정한 교리나 정통성에 머무르지 않고, 언제나 그것의 외부를 함께 사유하려는 이 태도는 철학이 윤리적 실천으로 기능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한다. 트랜스크리틱은 결국, 세계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권리를 구성하면서도, 말함으로써 타자를 소거하지 않기 위한 윤리적 긴장을 유지하는 사유 방식이다.

이처럼 트랜스크리틱은 철학의 경계를 가로지르면서도 그 안에서 책임을 묻는 윤리적 사유이며, 동시에 철학이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자기 자신을 계속 갱신할 수 있도록 요구하는 자기 반성적 실천의 형식이다. 이러한 사유는 오늘날의 탈진영 시대에 더욱 중요한 실천적 사유의 기반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트랜스크리틱의 사유는 오늘날 인공지능(AI) 시대에도 유효한 철학적 실천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AI 기술은 점점 더 인간의 언어, 판단, 심지어 윤리적 결정까지 모방하거나 대체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와 같은 흐름 속에서 인간의 사유는 기술과의 경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혹은 그러한 경계를 어떻게 다시 사유할 것인가의 문제에 직면한다. 트랜스크리틱은 인간과 기계, 주체와 알고리즘 사이의 구분을 절대화하지 않으면서도, 그 경계에서 발생하는 윤리적 긴장을 사유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AI가 생성한 판단이나 언어가 인간의 의사결정을 대체할 때, 우리는 어떤 기준에서 그 타당성을 판단하고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 트랜스크리틱적 사유는 바로 이러한 질문에 대해 단순한 찬반이 아니라, AI의 내재적 작동 논리와 인간적 윤리 기준 사이의 '가로지르기'를 통해 비판적 사유의 지점을 형성할 수 있다. 이는 단지 기술에 대한 도덕적 평가를 넘어서, AI 시대의 인간됨과 책임, 타자성의 문제를 사유하는 데 필요한 철학적 기반으로 기능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AI 시대에 가라타니의 트랜스크리틱은 어떻게 실현되어야 하는가? 그것은 기술에 대한 맹목적 수용이나 반대를 넘어서,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경계가 형성되고 조정되는 윤리적 조건을 끊임없이 성찰하는 방식으로 나타나야 한다. 트랜스크리틱은 AI 기술을 외부에서 규제하거나 내부에서 동일화하려는 입장을 모두 비판적으로 가로지르며, 기술의 작동 방식과 인간 사회의 윤리적 기준 사이에 위치한 사유의 공간을 열어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AI가 수행하는 판단과 언어, 심지어 감정의 시뮬레이션조차도 다시 질문할 수 있게 되며, 기술과 인간의 관계를 단순한 대체 혹은 도구적 관계가 아닌, ‘윤리적 타자와의 관계로 재설정할 수 있다.

따라서 트랜스크리틱은 AI 시대의 윤리 철학으로도 기능할 수 있으며, 이는 인간 중심주의를 넘어서는 사유, 그리고 타자성과 책임을 중심에 두는 새로운 실천 철학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처럼 가라타니의 사유는 21세기의 기술 사회를 사유하기 위한 철학적 자원으로도 유효하게 작동한다. 나아가 트랜스크리틱은 인간의 사유 주체성이 점점 더 위협받는 시대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사고할 것인가'에 대한 메타윤리적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확장될 수 있다. 이는 단지 기술을 둘러싼 규범적 논쟁을 넘어, 인간과 세계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사유하고, 새로운 윤리적 공동체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사유의 정치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5. 트랜스크리틱과 현대 철학: 비교와 비판

가라타니의 사유는 현대 철학과의 대화 속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예컨대 푸코는 담론의 장에서 주체가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분석했지만, 가라타니는 주체가 위치하는 공간과 그 윤리적 실천 가능성 자체에 집중한다. 부르디외는 문학 장(field) 내부의 권력 구조를 분석했으나, 가라타니는 그 장 자체를 해체하고자 한다.

들뢰즈는 차이탈영토화를 강조하며 권력의 외부를 상상했지만, 가라타니는 철저히 체계 내부의 균열을 통해 실천의 가능성을 찾는다. 그는 들뢰즈의 비판이 형이상학적 낙관주의에 머물 수 있음을 경계하며, 오히려 칸트의 정언명령과 마르크스의 가치형태론에서 실천적 단서를 끌어낸다. 지젝이나 하버마스와 비교해도, 가라타니는 어느 하나의 이론틀을 완성하려 하기보다, 이론 간의 틈에서 사유를 촉발하는 윤리적 긴장을 유지한다.

그가 설정한 철학의 위치는 사유할 수 없는 것을 사유하려는 시도이며, 이는 후기 구조주의 이후의 철학이 포기했던 보편 윤리의 가능성을 다시 열어젖히는 기획이다.

6. 결론: 비판 이후의 윤리와 실천

트랜스크리틱은 단지 철학 이론의 재구성이나 칸트·마르크스 해석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철학이라는 장을 윤리와 실천의 공간으로 변형하려는 급진적 제안이다. 가라타니는 문학, 철학, 정치경제의 경계에서 사유하며, 그 경계를 무너뜨리거나 혼합하는 것이 아니라, 경계 위에 머물며 비판적 사유를 지속하려 한다.

이러한 태도는 모든 확실성과 모든 동일성의 체계에 저항하며, ‘윤리적 사유의 가능성을 끝까지 추적하는 운동이다. 트랜스크리틱은 종국에 가서 세계공화국이라는 보편적 정치 질서의 윤리적 조건을 사유하게 만들며, 가라타니의 사유는 이 사유가 멈추지 않는다는 점에서 철저히 윤리적이다.

트랜스크리틱은 완성된 체계가 아니라, 끊임없이 경계 위를 걷는 사유의 양식이며, 그 자체로 하나의 실천적 윤리이다.

 

. 세계사의 구조와 실천적 사유의 전개

1. 문제 제기: 교환양식에서 세계사를 보다

세계사의 구조(2006)는 가라타니 고진의 사유가 철학과 문학, 정치경제를 가로지르며 도달한 결정적 전환점으로, 그의 전체 이론 체계가 '역사'라는 시야 속에서 종합되는 작업이다. 이 책에서 그는 기존의 진화론적 역사관이나 유물론적 역사 발전론을 비판하면서, 세계사를 이해하는 새로운 기준으로 '교환양식'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이는 단지 경제적 교환뿐 아니라, 인간 사이의 물질·정서·상징적 관계를 포괄하는 보다 넓은 관계 양식이며, 이를 통해 가라타니는 인류사의 구조를 재구성한다.

그는 마르크스의 생산양식 이론이 생산력과 계급투쟁에 과도하게 집중함으로써, 인간 사이의 상호작용과 윤리적 행위의 다양성을 포착하지 못했다고 본다. 반면, 교환양식은 각 사회의 존재 방식 자체를 구성하는 구조적 원리로 설정되며, 여기서 가라타니는 A, B, C, D 네 가지 교환양식을 도식화한다. 이로써 그는 경제적 결정을 넘어선, 윤리적·정치적 상상력을 내포한 역사 해석을 시도하게 된다.

2. 네 가지 교환양식: A, B, C, D

가라타니는 인류사에서 작동해 온 교환 방식을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유형화한다:

A양식: 증여와 상호호혜에 기반한 부족 공동체적 교환

B양식: 강제적 재분배, 권력에 의한 위계적 분배 (: 국가, 제국)

C양식: 등가 교환, 시장경제 기반 자본주의의 원리

D양식: A양식의 초월적 회귀, 세계공화국과 같은 보편윤리적 구조

이 구분은 단순한 역사적 단계론이 아니라, 한 사회 내부에서 다양한 양식이 공존하고 상호 투쟁하며 배열된다는 입장을 반영한다. 예컨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A(공동체적 돌봄)B(국가의 조세와 복지)가 여전히 병존하며, C양식은 오히려 D양식에 의해 비판되고 견제되어야 한다.

특히 D양식은 가라타니가 주창한 독창적 개념으로, 이는 초월적 보편윤리를 전제로 하는 교환의 이상형이다. 그는 이를 칸트의 '세계시민법'과 연결시키며, 자본주의 체제의 외부에서 새로운 정치 질서를 상상할 수 있는 윤리적 공간으로 상정한다. 칸트가 영원한 평화론에서 제시한 '세계시민법'은 타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전지구적 법의 원칙이자, 공통의 법 아래 다양한 공동체가 공존할 수 있는 질서를 지향한다. 가라타니는 이 개념을 단순히 철학적 이상으로 보지 않고, D양식을 통해 실현 가능한 윤리적 실천 모델로 구체화한다.

이러한 구상은 현대 철학자들의 사유와도 연결될 수 있다. 예컨대 자크 데리다는 환대의 윤리를 통해, 경계 너머의 타자를 조건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요구를 강조했다. 이는 가라타니가 제안하는 D양식의 '초월적 회귀', A양식(증여)의 이상을 보편 윤리로 다시 구성하려는 시도와 접점을 이룬다. 또한 에마뉘엘 레비나스는 타자에 대한 무조건적 책임을 윤리의 근간으로 제시했으며, 이는 가라타니의 세계공화국이 타자성과 보편성을 동시에 담보하려는 방향성과 일맥상통한다.

가라타니의 D양식은 이런 철학적 자취들과 맥락을 같이하면서도, 그것을 역사-정치 구조 속에 배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자적이다. 그는 D양식을 단지 이상주의적 미래상이 아니라, 이미 세계 곳곳에서 실천되고 있는 정치적·윤리적 시도들과 연결시키며, 그 구체적 작동 방식을 탐색한다.

이와 더불어, 마이클 샌델(Michael Sandel)이나 리처드 로티(Richard Rorty)처럼 현대 정치철학에서 공동체주의적 사유를 전개한 사상가들과의 비교도 유효하다. 샌델은 자유주의적 보편주의가 탈맥락화된 자아 개념을 전제로 하며, 실제로는 공동체에 뿌리내린 도덕 감수성을 무시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삶의 방식에 대한 선의 개념'을 전제로 하지 않는 정의론은 허구적이라고 주장했으며, 이는 가라타니의 D양식이 현실 사회 속 이미 존재하는증여 윤리와 공동체적 감수성에서 출발한다는 점과 통하는 지점이다.

한편, 리처드 로티는 보편주의를 방어하되 그것을 형이상학적 진리 개념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의 대화 가능성'이라는 실용주의적 차원에서 재구성하였다. 그는 잔혹함의 감소를 윤리의 핵심으로 보고, 연민(solidarity)을 통해 공동체를 확장하려는 사유를 전개했다. 이러한 접근은 가라타니의 세계공화국 구상인 차이와 타자성을 존중하면서도 상호 환대와 연대를 추구하는 정치적 윤리와도 개념적으로 겹치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결정적인 차이점은, 샌델과 로티가 궁극적으로 '국민국가 내부에서의 공동체 윤리'를 중심에 두는 반면, 가라타니는 D양식을 통해 국가 너머, 더 나아가 자본-국가-네이션 삼위를 동시에 비판하고 초월하는 보편 윤리를 상정한다는 데 있다. 이로써 그는 단지 공동체의 재구성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 질서의 급진적 재편을 윤리적-정치적 과제로 삼는다.

따라서 D양식은 단순한 유토피아가 아니라, 현존 질서에 대한 급진적 대안으로서의 실천 윤리를 내포하며, 타자 윤리, 환대의 정치, 탈국민국가의 이론들과도 활발하게 대화할 수 있는 개념적 접속점을 지닌다. 실제로 21세기 들어 국가 주권의 상대화와 국경 너머의 윤리 공동체를 주장한 철학자들 중에는 가라타니와 비교 가능한 사유를 제시한 인물들이 있다.

예를 들어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유동하는 근대에서 국경과 정체성의 고정성을 해체하며, “연대의 정치를 통해 탈영토화된 윤리공동체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이민자, 난민, 비시민의 존재가 현대 국가 체계의 윤리적 파산을 드러낸다고 보았고, 이에 대한 응답은 경계 밖의 윤리적 상상력에서 비롯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가라타니의 세계공화국 구상과 개념적 접속을 지닌다.

또한 하버마스(Jürgen Habermas)헌법 애국주의개념을 통해 국민국가의 문화적 정체성 대신 보편적 헌정 질서에 기반한 시민적 연대를 주장하며, 유럽연합과 같은 초국가적 질서의 정당성을 윤리적 차원에서 방어한다. 비록 하버마스는 가라타니처럼 자본-국가-네이션의 삼위를 구조적으로 해체하려 하지는 않지만, 국가를 넘어선 보편 윤리 공동체의 사유라는 점에서 유사성을 가진다.

이 외에도 낸시 프레이저(Nancy Fraser)'경계 넘는 정의론', 아흐메드 바샤라트(Achille Mbembe)탈식민적 세계정치구상 등은 국가주의를 해체하고, 탈근대적 연대 형식을 상상하려는 시도로서 가라타니의 D양식과 개념적으로 호응한다.

이러한 철학자들과의 비교는 D양식이 철학적 유토피아가 아니라, 현존 세계의 정치 구조를 전복적으로 사유하려는 보편 윤리의 실천 장치임을 드러낸다. 가라타니는 이 개념을 통해 철학, 정치, 윤리, 경제를 동시에 넘나드는 복합적 전복을 기획하며, 단일 이론 체계가 아니라 경계에서의 다중적 실천으로서 세계를 다시 구상한다.

3. 자본-국가-네이션 삼위 구조 비판 및 동시대적 사유

세계사의 구조에서 가라타니는 현대 세계를 지배하는 구조를 자본-국가-네이션의 삼위일체 체제로 분석한다. 그는 이 세 구성요소가 상호 독립적이면서도 동시에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으며, 이 삼각형 구조가 자본주의의 지배와 정당화를 정교하게 유지한다고 본다.

자본(Capital): 시장의 자유, 교환의 평등이라는 환상 아래 착취를 감춘다.

국가(State): 질서와 법, 복지를 통해 자본의 폭력을 보완하며 통치의 정당성을 획득한다.

네이션(Nation): 문화적 동일성과 공동체 감정을 통해 자본과 국가에 정서적 정당성을 부여한다.

가라타니는 이 세 항의 결합이 단단한 구조를 이루는 이유를, 이들 각각이 서로를 비판하는 척하면서도 상호 지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찾는다. 예컨대 국가는 자본을 규제하는 듯하지만 사실상 그것을 보호하며, 네이션은 국가 권력에 저항하는 듯하지만 자본주의적 소비 공동체로 기능한다. 이러한 위장된 대립과 실제적 공모의 구조를 해체하기 위해서는, 이 삼위를 동시에 전복하는 새로운 실천이 필요하다.

그 실천의 핵심이 바로 D양식이며, 이는 '세계공화국'이라는 이름으로 정치화된다.

오늘날 이 구조를 가라타니와 유사한 관점에서 비판하고, 새로운 윤리적·생태적 실천을 제안하는 사상가들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브루노 라투르(Bruno Latour)지구에 내려오기(Down to Earth)에서 근대 정치가 자본주의와 국가주의에 종속되며 지구 환경 파괴를 방조해 왔다고 비판한다. 그는 국가-자본의 동맹을 해체하고, 지구 자체를 정치적 행위자로 간주하는 새로운 지구 정치학을 제안한다. 이때 인간은 더 이상 주체가 아니라 행위자-네트워크속에 위치하는 존재로 전환되며, 생태계를 포함한 타자들과의 공존 윤리가 중심이 된다. 이는 가라타니의 D양식이 제안하는 보편적 연대가 환경 문제를 중심으로 다시 구성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한 도나 해러웨이(Donna Haraway)는 자본주의의 인간 중심주의를 벗어나 종의 경계를 허무는 실천을 주장한다. 그녀의 교배적 실천(companion species)’ 개념은 인간과 비인간 존재 간의 비위계적 공존과 돌봄의 윤리를 강조하는데, 이는 가라타니가 말하는 증여적 관계(A양식)의 초월적 회귀(D양식)와도 맥을 같이 한다.

이처럼 가라타니의 자본-국가-네이션 비판은 단지 구조 분석에 그치지 않고, 기후위기와 탈성장, 환경 정의, 다종 생태계 공존 등 21세기의 절박한 문제들과도 직접 맞닿아 있다. 그의 세계공화국 구상이 환경 보호, 생태 윤리, 미래 세대를 위한 공동 실천과 연결될 수 있다면, 이는 단지 철학적 유토피아가 아니라, 지구적 생존의 윤리로 실현 가능성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가라타니는 현존하는 국가들의 연합이 아니라, 보편 윤리에 기반한 지구적 공공성의 윤리적 질서를 상상하며, 이는 단순한 글로벌 거버넌스를 넘어서는 실천적 요구를 내포한다.

4. 세계공화국 구상과 탈국민국가론

가라타니의 '세계공화국' 개념은, 칸트의 영원한 평화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구상이다. 이는 민족국가 간의 전쟁 상태를 종식하고, 국가 주권 개념 자체를 상대화하며, 국경을 넘는 보편 윤리적 협력 체계를 상상하는 정치적 제안이다. 그는 세계공화국이 단순히 리버럴한 국제기구나 NGO의 연대가 아니라, 철학적·윤리적 토대를 가진 정치 질서로 정립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급진적 제안은 때때로 몽상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21세기 정치철학에서 이에 동조하거나 유사한 비전을 제시한 사상가들도 있다. 예를 들어 에티엔 발리바르(Étienne Balibar)세계 시민권(citoyenneté mondiale)’ 개념을 통해, 국민국가의 경계를 넘어선 윤리적·정치적 연대를 주장한다. 그는 국경이라는 제도를 비판하며, 시민권을 인간 보편의 권리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가라타니의 보편 윤리 기반의 세계공화국구상과 철학적 기조를 공유한다.

또한 우고노 비두(Hauke Brunkhorst)연대의 이념에서 유럽연합(EU)을 하나의 헌정 공동체로 보며, 헌정적 보편주의(constitutional universalism)를 통해 초국가적 공공성과 정의 실현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정치 공동체가 단일 민족국가에 귀속될 필요가 없으며, 헌법과 윤리 규범을 중심으로 구성된 새로운 형태의 연합이 도래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사유는 가라타니가 상상한 세계공화국과 마찬가지로, 국가를 정치적 단위로 고정시키지 않고, 시민성과 윤리를 중심으로 재구성하려는 방향성과 일치한다. 더불어 아란트(Arendt)전체주의의 기원에서 말한 '시민권을 가질 권리(the right to have rights)', 국적을 기반으로 한 권리 구조가 아닌, 인간 자체의 존엄성을 근거로 한 정치 질서의 필요성을 시사하는 개념으로서 가라타니의 비전과 공명한다.

이러한 동시대 철학자들의 사유는, 가라타니의 세계공화국 구상이 결코 비현실적 몽상이 아니며, 오히려 오늘날 가장 절실한 정치적·윤리적 실천의 가능성임을 보여준다.

가라타니의 '세계공화국' 개념은, 칸트의 영원한 평화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구상이다. 이는 민족국가 간의 전쟁 상태를 종식하고, 국가 주권 개념 자체를 상대화하며, 국경을 넘는 보편 윤리적 협력 체계를 상상하는 정치적 제안이다. 그는 세계공화국이 단순히 리버럴한 국제기구나 NGO의 연대가 아니라, 철학적·윤리적 토대를 가진 정치 질서로 정립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때 세계공화국은 단일 국가의 글로벌화가 아니라, 각기 다른 공동체들이 서로의 타자성을 인정하면서도 연대하는 형식으로 제시된다. 이는 자본주의의 보편화가 낳은 동질화의 강박에서 벗어나, 차이 속의 보편성이라는 새로운 정치적 윤리를 지향하는 모델이다. 가라타니에게 세계공화국은 '정치적'인 동시에 '윤리적'인 과제이다.

특히 그는 세계공화국을 단순히 먼 미래의 이상으로 두지 않고, 오늘날의 실천 가능성과 연관시키려 한다. 예컨대 무상 교육, 무상의료, 지구적 복지 연대 등은 이미 D양식의 미시적 실천으로 시작되고 있으며, 이는 새로운 시민 주체 형성과도 연결된다. 이처럼 가라타니의 실천 윤리는 '지금 여기'에서 가능한 전환을 추구한다.

5. 결론: 교환을 넘어, 사유를 실천으로

세계사의 구조는 가라타니 고진 사유의 종합판이자 실천의 강령이다. 그는 문학과 철학의 해체를 지나, 이제 세계 질서 자체의 재편이라는 과제 앞에서 사유의 힘을 정치적 실천으로 변환시키려 한다. 교환양식론은 단지 구조의 묘사가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계를 다시 상상할 수 있는 인식의 전환이자 윤리적 요청이다.

가라타니는 철학이 이론을 넘어서 정치와 윤리의 장으로 이동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그 핵심에는 '경계에서 사유하기'라는 일관된 태도가 자리 잡고 있다. 세계사의 구조는 그 경계에서 실천적 가능성을 모색하는 책이며, 그의 사유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오늘날, 가라타니의 사유가 현실에 뿌리내리는 현상들도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예컨대 전 지구적 기후 위기 대응 연대, 기본소득 운동, 국경 없는 의료·복지 단체, 시민연합에 의한 지구적 공공재 협약 등의 실천들은 D양식이 상정하는 세계공화국의 윤리적 방향성과 맞닿아 있다. 특히 기본소득 지구네트워크(BIEN)’, ‘기후정의를 위한 국제 캠페인(Climate Justice Now!)’ 등은 국경을 초월한 새로운 사회계약과 증여 공동체를 실험하는 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세계시민교육(Global Citizenship Education)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는 자본-국가-네이션을 넘어선 인간 중심의 윤리 질서를 제도화하려는 시도들로 볼 수 있으며, 이는 D양식의 실천적 기반이 제도 안팎에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학계 내부에서도 가라타니의 사유는 국제정치철학, 탈국민국가론, 환경윤리, 대안경제모델 연구 등에서 적극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가라타니의 철학은 사변적 형이상학이 아니라, 역사와 정치, 경제, 윤리를 꿰뚫는 다층적 실천의 구상이다. 그는 이론과 실천, 사유와 윤리 사이의 분리를 넘어, 그 틈에서 세계를 다시 사유하려는 비판적 실천가였으며, 그 사유는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전 지구적 위기 속에서 더욱 긴요한 실천의 좌표로 기능한다. 가라타니 고진 사유의 종합판이자 실천의 강령이다. 그는 문학과 철학의 해체를 지나, 이제 세계 질서 자체의 재편이라는 과제 앞에서 사유의 힘을 정치적 실천으로 변환시키려 한다. 교환양식론은 단지 구조의 묘사가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계를 다시 상상할 수 있는 인식의 전환이자 윤리적 요청이다.

가라타니는 철학이 이론을 넘어서 정치와 윤리의 장으로 이동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그 핵심에는 '경계에서 사유하기'라는 일관된 태도가 자리 잡고 있다. 세계사의 구조는 그 경계에서 실천적 가능성을 모색하는 책이며, 그의 사유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 경계의 사유, 전복의 윤리: 가라타니 고진의 현재성

1. 경계에서 사유한다는 것의 의미

현대 철학에서 '경계'는 단지 지리적이거나 제도적인 분할선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인식론적, 정치적, 윤리적 구획이자, 정체성과 권력, 실천의 범위를 규정짓는 투쟁의 장이다. 푸코가 권력과 지식의 경계를 문제 삼았고, 데리다가 의미의 중심이 항상 경계에서 탈구된다고 본 것처럼, 경계는 사유의 중단 지점이 아니라, 새로운 사유가 시작되는 접촉면이 된다. 따라서 경계에서 사유한다는 것은 고정된 체계나 이념의 내부에 안주하지 않고, 분과와 분과 사이, 체계와 체계 사이, 주체와 타자 사이의 균열과 간극 위에서 사고하려는 실천적 태도이다.

가라타니 고진은 이러한 보편적 경계 사유의 논리에 철저히 응답하며, 이를 자기 사유의 핵심 전략으로 수용한다. 그는 학문 간 통합이나 다학제적 접근이 아닌, 구획 사이의 전복적 이동을 통해 새로운 사유의 지형을 만들어낸다. 문학비평가로 출발해 철학자와 정치이론가로 나아간 그의 궤적 자체가 경계를 넘는 사유의 실천이었다.

근대문학의 종언에서 그는 문학을 미적 대상이 아니라, 근대 일본 국가가 주체를 구성하는 장치로 해석하며 문학과 정치의 경계를 해체한다. 트랜스크리틱에서는 칸트와 마르크스라는 상이한 이론 체계를 가로지르며, 내재적·외재적 비판의 이분법을 넘어선 '사유의 윤리적 위치성'을 설정한다. 세계사의 구조에서는 자본-국가-네이션이라는 삼위를 교차하며, 철학, 정치, 경제, 윤리의 경계를 횡단하는 사유를 전개한다.

가라타니의 경계 사유는 단지 주제의 다양성에 있지 않다. 그것은 사유의 방법, 위치, 태도에 관한 철저한 윤리적 자기반성이다. 그는 특정한 입장을 고수하는 것보다, 입장들 간의 간극에서 사유하며, 항상 경계 위에서 말하기를 실천한다. 이러한 태도는 그의 글쓰기 방식과 학문적 이동성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예컨대 트랜스크리틱서문에서 그는 칸트와 마르크스를 단일 체계로 통합하려는 시도를 거부하고, 두 사유의 틈새를 가로지르며 동시에 외부에서 비판할 수 있는입장을 모색했다고 명시한다. 또한 세계사의 구조에서는 역사적 유물론과 구조주의적 국가론을 모두 넘어서기 위해 교환양식이라는 새로운 분석 틀을 제시하며, 이 역시 기존 이론들의 접합점이자 경계 위의 위치에서만 가능한 사유였음을 밝힌다. 이러한 선택은 하나의 체계나 교리를 따르지 않겠다는 고진의 일관된 태도이며, 그에게 철학이란 항상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를 의식하며 말하는 일이라는 점을 실천적으로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 점에서 가라타니의 철학은 이론이 아니라 윤리이며, 인식론이 아니라 실천이다. 경계는 그에게 있어 회피할 수 없는 장소이자, 반드시 머물러야 하는 사유의 자리인 것이다. 가라타니 고진의 사유는 단지 한 시대의 철학적 모험에 그치지 않는다. 그의 사유는 지금 이 순간, 전 지구적 위기와 윤리적 딜레마 앞에 선 우리에게 어떻게 사유하고,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를 묻는 살아 있는 질문이다. 특히 문학과 철학, 정치경제학을 종횡무진 넘나드는 그의 사유 방식은, 이론 간 분과적 구획을 전복하며 경계에서 사유하는 것자체를 하나의 윤리로 제시한다. 이러한 경계성은 단지 학문적 융합이 아니라, 체계들 간의 모순과 균열을 드러내며, 그것을 넘나들고 중첩시키는 사유의 태도다.

2. 사유의 궤적: 문학에서 철학, 그리고 정치로

가라타니의 사유 궤적은 분과 간 이동을 넘어, 근본적인 인식 전복의 과정이었다. 그는 1969근대문학의 종언에서 일본 근대문학이 내면성과 자아의 구조를 통해 어떻게 국민국가의 이데올로기를 내면화했는지를 분석하며, 문학이라는 장르가 결코 자율적인 미학의 장이 아니라, 정치적 주체 구성의 장치라는 점을 밝혀냈다. 그는 문학이란 독자를 만들어내는 체계이며, 그 독자란 국가가 승인한 도덕적 자아의 형상이다라고 말하면서, 비평이 문학과 정치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전복적 행위임을 선언했다.

이후 트랜스크리틱(2001)에서는 칸트와 마르크스를 하나로 통합하려는 시도를 명시적으로 거부하며, “나는 두 사유를 나란히 두고 가로질렀다는 발언을 통해 자신의 비판 전략을 드러냈다. 그는 트랜스크리틱을 통해 내재적 비판은 체계 안에 머물고, 외재적 비판은 체계를 오판한다는 한계를 지적하며, 경계 위에서 양자를 동시에 비판할 수 있는 윤리적 위치를 모색했다. 이로써 그는 철학과 정치이론의 틈에서 새로운 비판 윤리를 성립시켰다.

세계사의 구조(2006)에서는 자본-국가-네이션이라는 삼각 구조를 넘어서는 정치윤리를 제안하면서, 교환양식론을 통해 기존의 경제학적·역사학적 틀을 해체하였다. 그는 “A양식(증여), B양식(강제적 재분배), C양식(등가교환)은 혼재하고, 이들을 넘어서야 할 D양식은 초월적 보편윤리의 차원이다라고 밝히며, 기존 사상 체계의 안팎을 가로지르는 비판적 구성 작업을 수행한다. 이처럼 가라타니의 사유는 문학에서 철학으로, 철학에서 정치윤리로 이동하면서도, 항상 경계가로지르기를 핵심 전략으로 삼아왔다.

이러한 궤적은 단절이 아닌 연속이며, 점진이 아닌 급진적 도약이었다. 그는 각 분야를 넘어가는것이 아니라, 그 분야들 사이에 머무르며 사유했고, 그것이 그의 사유를 단지 학제적 융합이 아닌 전복의 사유로 만든다. 가라타니의 사유는 근대적 주체의 해체에서 출발하여, 문학 제도와 국민문학의 내면성 구조를 비판하고, 철학에서는 칸트와 마르크스를 교차하며 '트랜스크리틱'이라는 새로운 비판의 방식과 위치를 구성해냈다. 이후 세계사의 구조에서 그는 교환양식 이론을 통해 역사, 정치, 윤리를 하나의 사유 구조 안에 통합하며, ‘자본-국가-네이션삼위 구조의 전복을 목표로 세계공화국이라는 정치철학적 실천을 제안한다. 이러한 일련의 사유 궤적은, 단절이 아닌 연속이며, 점진이 아닌 급진적 도약이다.

3. 실천의 지형: 지금-여기에서의 가라타니적 전개

오늘날 가라타니의 사유는 다양한 이론적 장과 현실의 접점에서 재활성화되고 있다. 생태정치학, 포스트자본주의 경제모델, 시민권의 재구성, 탈성장 운동, 그리고 비국가적 연대 네트워크 등은 모두 국가-자본체제를 넘어선 삶의 윤리를 모색하고 있으며, 이는 세계사의 구조에서 제시된 교환양식 D의 실천 가능성과도 깊이 연결된다.

가라타니가 직접 정치 운동에 참여한 대표적 사례는 2000년대 일본 시민사회 내부에서 논의된 헌법 9조의 평화주의 유지운동에서 확인된다. 그는 일본 평화헌법의 국제적 의미를 강조하며, 무장하지 않는 국가 형태야말로 D양식의 정치적 구현 가능성을 실험할 수 있는 토대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세계공화국으로와 같은 후속 저작과 강연 활동을 통해, 국가 주권을 상대화하고 세계 윤리의 정치적 실천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

더 나아가 가라타니의 이론은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실천되고 있는 다양한 공동체 운동이나 실험적 정치 실천에 사유적 자원을 제공한다. 예컨대 스페인의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등지에서 시도된 '시민 플랫폼 정치(Plataformas Ciudadanas)'는 정당 정치와 국가 권력의 틀을 넘어서면서도, 공동체 윤리와 생활 기반 민주주의를 구성하려는 시도로, D양식적 실험의 현대적 예시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한국에서 시도되고 있는 기본소득 실험’, ‘전환마을 운동’, ‘비정당 시민정치실천들은 자본-국가-네이션이라는 삼각 구조에 균열을 내고, 비판적 연대를 시도하는 움직임으로 주목할 수 있다.

더불어 일본 내에서는 가라타니의 영향을 받은 사회운동가 및 젊은 연구자들이 교환양식론에 기반한 지역 공동체 실험(: 지역 화폐, 증여 네트워크 등)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경제적 대안이 아니라 윤리적 실천이자 정치적 실험으로 기능한다. 이러한 실천들은 가라타니 철학이 실천 가능한 유토피아를 열어젖히는 장치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이처럼 가라타니의 철학은 단지 관념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의 변화를 유도하는 사유의 정치성을 획득해왔다. 그의 실천적 현재성은 철학이 구체적인 삶의 조건과 마주하는 방식이며, 그것은 경계 위에서의 사유가 반드시 현실에 발붙일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오늘날 가라타니의 사유는 다양한 이론적 장과 현실의 접점에서 재활성화되고 있다. 예컨대 생태정치학, 포스트자본주의 경제모델, 시민권의 재구성, 탈성장 운동, 그리고 비국가적 연대 네트워크 등은 모두 국가-자본체제를 넘어선 삶의 윤리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가라타니가 세계공화국구상에서 강조한 D양식의 실천은, 기본소득 실험, 탈국가 시민사회 연대, 기후정의 운동, 돌봄의 윤리 네트워크와 같은 다층적 실천과 연결된다. 이는 그의 철학이 단지 관념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의 변화를 유도하는 사유의 정치성을 보여준다.

4. 철학의 위치 윤리: 사유의 실천으로서의 철학

가라타니 고진은 철학이 단지 관념적 사유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 속에서 자기 위치를 의식하며 발언하는 윤리적 실천이어야 한다고 본다. 그는 철학을 하나의 '위치 윤리(ethics of position)'로 이해하는데, 이는 특정한 이론이나 입장을 고정적으로 따르기보다는, 이론들 사이의 틈, 현실과 사유의 경계에서 사유하는 실천적 태도를 의미한다.

이러한 입장은 20세기 후반 이후 철학의 흐름특히 관계성의 철학(relational philosophy)’과도 접속된다. 레비나스는 윤리를 존재론보다 선행하는 것으로 간주하며, 타자에 대한 응답을 인간 존재의 가장 근본적 책임으로 제시한다. 데리다는 조건 없는 환대를 주장하며, 타자와의 관계를 통해 정체성과 주체성의 경계를 재구성한다. 가라타니는 이러한 사유를 받아들이면서도, 그것을 더 넓은 정치경제 구조 안에서 구체화하려는 시도를 지속해왔다.

뿐만 아니라, 가라타니의 위치 윤리는 브루노 라투르의 지구정치학인간과 비인간 행위자 간의 네트워크를 고려하는 생태적 정치 사유와도 닿아 있다. 라투르는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에서 자연과 인간, 과학과 정치의 구획을 해체하며, 새로운 공동의 세계를 상상할 것을 요청한다. 가라타니가 제안한 D양식의 윤리는 바로 이러한 다중적 관계성과 상호의존성을 철학적으로 제도화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21세기 최신 철학자들 중에서도, 윤리와 실천의 문제를 중심에 두는 사유는 계속해서 확장되고 있다. 낸시 프레이저(Nancy Fraser)는 경제적 정의뿐 아니라 문화적 대표성과 정치적 참여를 아우르는 다차원적 정의론을 제시하며, 자본주의 너머의 민주주의 질서를 구상한다. 에이브러햄 베르그송(Avital Ronell)은 철학이 정답을 제시하는 학문이 아니라, 존재의 균열과 응답의 윤리를 살아가는 방식을 탐색하는 것이라고 보며, 철학의 실천적 전환을 촉구한다.

이처럼 가라타니의 철학은 인간 중심주의를 넘어서, 비인간 존재, 생태계, 타자, 다중적 공동체와의 관계를 윤리의 근간으로 삼는 현대 철학의 흐름과 보폭을 함께 한다. 그리고 그 철학은 이론의 구성이나 시스템의 설계에 머무르지 않고, ‘위치 잡기응답하기라는 윤리적 실천을 향해 지속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가라타니의 위치 윤리는 그 자체로 하나의 행동이다. 그것은 어디에도 안주하지 않고, 항상 경계 위에서 질문을 던지며, 언제나 세계를 새롭게 구성하려는 시도 속에서 지속된다.가라타니는 철학이 단순히 이론의 생산이나 해석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위치를 가지는 윤리적 실천이어야 함을 강조해왔다. 그는 하나의 체계나 정답을 제시하는 대신, 끊임없이 기존 질서를 가로지르며사유하는 태도, 경계성을 실천의 윤리로 삼는다. 이러한 태도는 레비나스의 타자 윤리, 데리다의 환대 개념, 발리바르의 세계 시민권 구상, 하버마스의 헌정 보편주의, 라투르의 지구정치학과도 다층적으로 접속된다. 이 사유는 타자를 위한 책임, 윤리의 장소로서의 정치,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선 관계성의 철학 등 다양한 현대 철학의 흐름과 맞물린다.

5. 현재성의 정치철학: 끝나지 않은 사유, 전복의 윤리

가라타니 고진의 현재성은 단순히 과거 이론의 유산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전 지구적 위기 속에서 실천될 수 있는 사유의 가능성에 있다. 그의 사유는 완결된 체계가 아닌 열린 질문, 가변적 실천, 다중적 위치성으로 구성된 전복의 윤리이며, 이는 정치·경제·윤리의 경계 위에서 실천을 요청하는 사유이기도 하다.

특히 그의 교환양식 D는 보편 윤리와 초국가적 연대를 제안하며, 현재적 정치 실천과도 긴밀하게 접속된다. 난민 문제, 기후 위기, 팬데믹과 같은 전 지구적 현상은 국가 단위의 정책으로 해결되지 않으며, 이에 대응하는 국제 시민 사회의 연대와 윤리적 실천은 가라타니의 세계공화국 구상과 맞닿는다.

오늘날 이러한 사유를 공유하거나 실천하는 인물과 집단들은 늘어나고 있다. 예컨대 세계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BIEN)는 전 세계의 기본소득 연구자와 활동가들이 모인 국제 네트워크로, 기본소득 개념의 확산과 정책적 실현을 촉진하고 있다. 한국의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BIKN)BIEN의 회원 단체이며, 이와 긴밀히 연결되어 활동 중이다. 이 흐름 속에서 등장한 대한민국의 정치 정당 '기본소득당'은 기본소득 도입을 핵심 의제로 삼고 있으며, 당 대표 용혜인 의원은 BIEN의 국제 행사에 참여하고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입법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처럼 가라타니가 제안한 D양식의 윤리와 구조는 실질적 정치 실천과 정책적 실험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파리 클럽(Club de Paris)이나 세계기본소득 네트워크(BIEN)는 국가를 넘는 경제 연대를 실험하고 있고, 기후 행동 단체인 Extinction Rebellion은 기존 정치 질서를 넘어서 생태적 생존권을 윤리의 중심으로 재배치하고 있다. 또한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중심으로 한 다국적 NGO 협력은, 자본·국가·네이션의 구도를 비판하고 포괄적 연대를 모색하는 윤리적 실천에 가깝다.

철학자 중에서는 로지 브라이도티(Rosi Braidotti)가 포스트휴머니즘적 윤리를 통해 인간 중심주의를 탈각하고, 생태적 존재론을 제안함으로써, 가라타니의 비인간적 윤리와 교차하는 실천적 윤리학을 펼치고 있다. 또한 사라 아메드(Sara Ahmed)는 차이와 경계에서 발생하는 불편함과 감정의 정치학을 통해, 사회적 주변부를 윤리적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실천을 보여준다. 이들은 모두 철학을 '삶의 구성 행위'로 간주하며, 이론을 통해 세계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바꾸기 위해 이론을 '이탈'시키는 전략을 택한다.

가라타니의 '끝나지 않은 사유'는 바로 이러한 실천들과 공명한다. 그것은 정해진 이념을 따르기보다, 상황 속에서 다시 질문하고, 기존 체계를 넘어서는 비판적 결단을 요구한다. 공동체 속에서 연대하거나, 홀로 사유하며 움직이는 이들 모두가, 그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계공화국을 사유하고 실현할 수 있다.

결국 가라타니 고진의 철학은 미래의 사유가 아니라, 오늘의 실천을 위한 철학이다. 그것은 이론을 넘어, 사유를 넘어, 삶을 향한 윤리적 결단을 요청하는 전복의 사유이자, 경계 위에 서 있는 자들에게 건네는 하나의 비판적 호소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그리고 어떻게 이 호소에 응답해야 하는가? 우선 그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기후 위기, 불평등, 난민, 전쟁, 민주주의의 후퇴는 단일 국가나 고정된 체계 안에서 해결될 수 없는 복합적 구조를 지닌다. 가라타니의 사유는 이와 같은 복합성과 불가능성을 정면으로 사유하며, 기존 체계들을 넘어서 연대와 윤리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에게 철학은 '무엇을 믿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의 문제다.

따라서 우리가 이 철학에 응답하기 위한 실천은 거창한 이념의 수용보다, 일상에서의 구체적인 윤리적 태도와 참여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 예컨대 지역 사회에서의 증여와 돌봄의 실천, 비국가적 연대의 모색, 차이를 수용하는 생활 공동체의 실험, 생태적 삶의 방식, 탈경쟁적 교육과 경제 모델, 국경을 넘는 시민연대와 같은 작고 미시적인 실천들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은 모두 D양식의 실천적 장면이자, 세계공화국의 현현이 될 수 있다.

결국 응답이란 철학적 진술이 아니라, 세계에 대한 태도의 문제이다. 우리는 가라타니의 철학이 제안하는 질문 앞에 서 있으며, 그 질문은 '당신은 어디에 서 있는가, 그리고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라는 윤리적 요청으로 전환된다. 그 요청은 이 세계를, 그리고 우리 자신을 다시 구성하라는 부름이다. 가라타니의 현재성은 바로 여기에 있다. 그의 사유는 완결된 이론이 아니라, 열린 질문, 가변적 실천, 다중적 위치성으로 구성된 탈근대적 전복의 윤리이다. 그것은 지금 여기에서의 불가능한 선택지들을 사유하게 하며, 보편과 차이, 국가와 초국가, 자본과 공동체, 구조와 주체, 윤리와 정치 사이의 균열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게 만든다.

그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끝나지 않은 사유를 수행하고 있으며, 그 사유는 점점 더 많은 이론가와 실천가들에 의해 재맥락화되고 있다. 특히 생태정치, 난민 정치, 기후 위기 대응, 자율공동체 운동 등은 가라타니적 사유가 지금-여기에서 어떻게 작동 가능한지를 보여주는 실증적 사례들이다. 이는 세계공화국이 몽상이 아니라, 실천 가능한 윤리 정치의 틀이라는 점을 입증한다.

이처럼 가라타니 고진의 철학은 미래의 사유가 아니라, 오늘의 실천을 위한 철학이다. 그것은 이론을 넘어, 사유를 넘어, 삶을 향한 윤리적 결단을 요청하는 전복의 사유이자, 경계 위에 서 있는 자들에게 건네는 하나의 비판적 호소이기도 하다.

 

. 결론

1. 요약 및 전체 논의의 재정리

이 논문은 가라타니 고진의 철학을 경계에서 사유하기라는 관점에서 분석하고, 그 사유가 문학비평에서 철학, 정치 이론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추적하였다. 근대문학의 종언에서의 내면성 비판, 트랜스크리틱에서의 칸트-마르크스적 사유 가로지르기, 세계사의 구조에서의 교환양식론과 세계공화국 구상은 그의 사유가 분과의 경계를 넘으며 이론과 실천, 윤리와 정치의 관계를 재구성한다는 점에서 일관된 전복성을 지닌다.

가라타니의 사유는 정태적 이론 체계가 아니라, 탈중심적·비판적 사유의 운동이며, 이는 오늘날 세계시민권, 생태위기 대응, 기본소득 운동, 지역 공동체 실험 등 다양한 현실 실천과 긴밀히 연결된다. D양식의 철학은 단순한 유토피아나 선언적 개념이 아니라, 오늘을 사유하고 다시 구성하기 위한 윤리적 구조로 작동하고 있다.

2. 향후 연구를 위한 제언

문학비평과 철학적 사유 구조의 정교화가라타니의 초기 문학비평은 단순한 내면성 비판이 아닌, 국민국가 형성과 주체화 담론의 해체로 읽어야 한다. 이를 근대 일본 작가군 분석과 함께 더 정밀하게 추적할 필요가 있다.

교환양식론의 정책적 적용 가능성 연구D양식은 윤리철학일 뿐 아니라, 기본소득, 무상복지, 지역화폐 등 실천 영역과도 연결된다. 교환양식 이론을 실천적 정책 도식으로 구체화하는 정치경제학적 작업이 요청된다.

세계공화국 구상과 비교 정치철학 연구하버마스, 발리바르, 음벰베, 라투르 등의 세계시민권론이나 지구정치학과의 비교를 통해, 가라타니적 윤리적 초월성의 정치적 실현 가능성을 더 체계화할 수 있다.

실천 사례에 대한 현장 연구기본소득당의 입법 활동, 탈국가 시민 연대, 도시 공동체 실험, 전환마을 운동 등 D양식이 구현되는 구체적 공간을 추적함으로써, 그의 사유가 어떻게 현장에 접속하는지를 분석할 수 있다.

동아시아 비판 이론으로서의 재맥락화가라타니의 경계적 사유는 일본 사상만이 아닌 동아시아 전체에 적용 가능한 탈경계적 비판 이론이다. 동아시아 사유 전통(장자, 묵자, 유교 경학 등)과의 비교 철학도 향후 유의미한 시도가 될 수 있다.

3. AI 시대 철학으로서 트랜스크리틱의 확장

가라타니의 사유는 문학과 철학, 정치경제, 윤리의 경계를 넘는 동시에, 변화하는 세계 조건에 끊임없이 개입해온 사유의 운동이었다. 이러한 점에서, 향후 연구는 21세기 새로운 조건 속에서 그의 철학을 재맥락화하는 작업을 포함해야 한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의 비약적 발전은 인간 주체의 판단, 언어, 감정까지 기계가 대체하거나 시뮬레이션하는 전례 없는 사유의 전환점을 구성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적 조건은 철학이 '비판이 발생할 수 있는 장소'를 어디로 설정할 것인가를 묻는 윤리적 요청과 직결되며, 트랜스크리틱은 인간과 비인간, 주체와 알고리즘 사이의 경계를 고정하지 않으면서도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윤리적 긴장을 사유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기술의 수용이나 거부라는 이분법을 넘어서, 트랜스크리틱은 AI와 인간 사이의 관계를 '윤리적 타자성과 응답 가능성'의 문제로 전환시킴으로써 새로운 철학적 지평을 연다.

따라서 가라타니의 트랜스크리틱은 AI 시대를 위한 윤리적 사유의 자원으로 작동할 수 있으며, 인간 중심주의를 넘어선 존재론과 관계론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실천적 철학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 향후 연구는 이 사유 구조를 바탕으로, 기술 시대의 공동체 윤리, 책임, 판단, 그리고 철학의 공적 기능에 대한 논의를 심화시킬 필요가 있다.

 

. 나의 소감

. 나의 소감

가라타니 고진의 사유를 처음 접했을 때, 나는 그것이 단지 문학비평이나 철학 이론의 한 흐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사유는 그것을 훨씬 뛰어넘는다. 문학에서 철학으로, 철학에서 정치로, 그리고 다시 윤리로 확장되는 그의 생각은 단지 학문의 경계를 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 삶과 세계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통찰이자, 우리가 살아가는 구조를 새롭게 구성하자는 요청이었다.

가장 깊이 다가온 것은 그의 세계사의 구조에서 전개된 교환양식론과 세계공화국의 구상이었다. 그것은 추상적 유토피아가 아니라, 이 세계에서 가능하고 또한 필요한 실천 윤리였다. 가라타니는 자본과 국가, 네이션의 삼위구조가 어떻게 우리 삶을 제약하는지를 분석하면서, 그 구조를 넘어서는 ‘D양식을 제안했다. 증여와 환대, 책임과 연대의 윤리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상상하자고 말한다. 나는 이 지점에서 가라타니의 철학과 나의 삶, 나의 사유가 만났음을 느꼈다.

그는 말한다. 세계는 교환과 분쟁, 거래와 국가 간 긴장의 반복 속에 있지만, 동시에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그리고 그 가능성은 먼 미래가 아니라, 지금-여기에서 우리의 삶과 실천 속에 있다. 나는 이 생각에 깊이 동의한다. 특히 지금의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러한 전복적 상상력과 윤리적 초월성은 절실하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극단적인 경쟁과 분열, 소외와 혐오가 일상화된 공간이다. 정치적 경직성과 시장 중심의 가치 체계는 점점 사람들의 감각을 메마르게 하고 있다. 청년 세대는 사회 구조의 희망보다 개인적 생존만을 좇게 되고, 공동체는 파편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라타니의 세계공화국은 오히려 몽상이 아니라, 필요한 실천의 윤리로 다가온다. 그것은 국민국가라는 틀을 넘어서 연대하고, 이윤이 아닌 책임의 윤리를 중심으로 다시 세상을 구성하자는 제안이다.

한국 사회는 지금 전환의 문턱에 서 있다. 더 이상 경쟁과 성장 중심의 패러다임만으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자각이, 사회 전반에서 조금씩 피어나고 있다. ‘지속가능한 도시’, ‘기본소득 실험’, ‘생활 정치라는 키워드는 더는 낯설지 않다. 그러나 이 흐름이 구조를 바꿀 수 있으려면, 단순한 정책이나 제도를 넘어선 철학적 전환이 필요하다. 나는 그 전환의 좌표를 가라타니 고진의 사유에서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D양식이 말하는 세계 윤리, 교환을 넘어서는 연대, 그것은 정치 이전의 윤리이며, 제도 이전의 삶의 태도이다.

나는 이러한 사유와 실천의 방향이야말로 우리가 지금 응답해야 할 철학이라고 믿는다. ‘세계시민권’, ‘지구정치학’, ‘윤리적 초월성이 모든 개념은 추상적인 개념어가 아니라, 우리가 지금 당장, 작게라도 실천할 수 있는 가능성의 언어다. 나는 지역 공동체에서 돌봄과 환대의 관계를 실천하고, 국경을 넘는 연대를 지지하며, 기본소득이나 무상복지와 같은 새로운 사회계약을 꿈꾸는 일들이 바로 가라타니의 철학에 응답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사유는 무엇을 아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응답을 요구한다. 그것은 철학이 삶의 지혜로서 작동해야 한다는 것을 상기시키며, 우리에게 철학을 살아가라고, 말만 하지 말고 실천하라고 촉구한다. 그가 말한 경계에서의 사유는 이론과 실천 사이의 간극에서 끊임없이 방향을 재조정하며, 언제나 깨어 있는 존재로 세계에 응답하려는 노력의 과정이었다. 그 길은 결코 쉽지 않지만, 우리가 철학을 말하는 이유는 결국 그런 어려운 길을 함께 묻고 함께 걸어가기 위해서일 것이다.

또한 나는 이 철학이 동아시아에서 출현했다는 사실에서도 깊은 울림을 느낀다. 서구 이론을 수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비판적으로 가로지르고, 또 동아시아 고유의 지혜와 교차시키려는 시도는 앞으로의 철학이 어떻게 탈중심화되고, 더 다원적이고, 더 공동체적인 사유로 발전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우리 사회도 이제는 더 이상 경직된 중심과 주변의 구도로는 지속될 수 없다. 경계를 넘나드는 사유와 실천이야말로 앞으로의 시대를 준비하는 데 필수적이다.

나는 나의 삶에서도 이러한 철학을 살아내고자 한다. 화려한 구호가 아닌, 조용한 돌봄과 정직한 노동, 타자에게 귀 기울이는 윤리 속에서 살아가는 삶. 이웃과의 관계 속에서, 낯선 이와의 우연한 만남 속에서, 나와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존재를 받아들이는 일 속에서 나는 가라타니의 철학을 실천하고자 한다. 무언가를 바꾸기 위해 거창한 혁명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작은 일상적 실천이 세계를 구성한다고 믿는다. 마치 한 알의 씨앗이 대지를 깨우듯, 작은 실천들이 모여 우리 사회를, 세계를, 그리고 나 자신을 바꿔 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나는 또한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나의 실천은 곧 글쓰기 그 자체이기도 하다. 글은 나의 연대의 시작이자, 가장 오래된 저항의 도구다. 나는 소박하지만 진심을 담은 문장을 통해, 누군가의 가슴에 작은 불씨를 건네고 싶다. 눈에 띄지 않을지도 모르는 그 불씨가, 어느 날 또 다른 이의 마음을 데우고, 다시 또 다른 이의 삶에 닿기를 바란다. 그렇게 작은 등불 하나하나가 모여 언젠가 큰 불빛이 되어, 사회적 연대를 밝히고, 더 나아가 지구적 연대의 마중물이 되기를 꿈꾼다. 그것이 나의 글쓰기가 지닌 정치이며, 존재의 윤리다.

가라타니는 작가란 자유로운 창작자가 아니라, 문학이라는 제도적 조건 속에서 '배치된 존재'라고 말한다. 이러한 통찰은 문학이 개인의 내면에서 비롯되는 창조적 행위라는 기존 인식을 전복하며, 문학 제도 자체의 이데올로기적 기능을 조명한다. 나는 작가로서 이 배치의 조건을 인식하면서도, 그것을 넘어서는 새로운 실천의 가능성, 더 깊은 관계와 윤리를 품은 글쓰기를 지향하고 싶다. 마치 시스템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더라도, 그 경계의 가장자리를 조용히 흔드는 문장이 되고 싶다.

그의 사유는 끝나지 않았다. 아니, 이제 막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우리에게 경계에 서서 생각하라, 그리고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라고 말한다. 나는 그의 사유와 함께, 더 나은 세계를 향한 작은 실천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 그것은 나에게 철학이란 곧 살아가는 방식이며, 내일을 조금 더 환하게 비추기 위한 등불과 같은 것이다. 나는 그런 철학을 따라, 매일의 삶을 되돌아보고, 내 안의 타자성과 윤리를 다시 호명하려 한다. 그것은 나의 문장 속에 깃들고, 관계 속에서 빛나며, 작지만 꾸준한 실천의 무늬로 남을 것이다. 그것이 곧 내가 믿는 공부이며, 내가 선택한 삶의 방향이다. ()

 

 

참고문헌:

1. 가라타니 고진. 근대문학의 종언. 서울: 도서출판 b, 2008.

2. 가라타니 고진. 트랜스크리틱. 서울: 도서출판 b, 2010.

3. 가라타니 고진. 세계사의 구조. 서울: 도서출판 b, 2012.

4. 가라타니 고진. 세계공화국으로. 서울: 도서출판 b, 2015.

5.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https://basicincomekorea.org

6. Extinction Rebellion. https://extinctionrebellion.com

7.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https://sdgs.u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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