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산문집이나 수필집을 드물게 읽는 편이다.
느리게 읽혀지는 여백의 공간에서 미친년 달밤에 내몰려 춤추 듯 온갖 생각의 편린들이 나를 잃케하며 며칠을 마음살을 앓게 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아직 내 마음속에는 그네들이 내 보이는 여유들을 미처 소화해낼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인갑다.
그런데 우연히 이 놈이 나에게로 걸어왔다.
융의 "동시성"원리의 작용인가 ? ㅋ ㅋ
그래, 누군가 나를 초대하는 둣 하는 이 책의 제목때문이겠고, 나는 그 초대에 기꺼이 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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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도 저녁이면 바람은 이분쉼표로 분다."
강연호 시인의 (9월도 저녁이면) 이란 시의 첫 구절처럼 9월의 저녁 바람은 느린 쉼표로 다가옵니다.
알레그로 또는 비바체로 몰아치던 여름철의 바람은 뜨거운 남쪽 바다 위 어딘가로 몰려 갔는지 눈에 잘 보이지 않고 그 자리를 수굿한 바람이 천천히 건너옵니다.
안단테 안단테 하면서 낮게 노래하듯 다가오는 바람의 속도를 살갗으로 느끼며 우리도 삶의 속도를 늦추게 됩니다. ( 책 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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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윤정 박사는 여름 숲의 울창한 나뭇잎들이 다른 생명들에게 얼마나 축복인가를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 나무가 열 장의 잎을 생산한다면 그중에는 여분의 잎이 있다.
열 장 중 두 장은 자신의 성장에 쓰인다.
또 다른 두 장은 각각 꽃과 씨앗을 만드는데 쓰인다.
다른 두 장은 자신을 지키기 위한 물질을 만드는 데 쓰인다.
또 다른 두 장은 스스로에게 저장되는 몫이며
나머지 두 장은 숲의 다른 생물들을 위한 것이다." (책 189쪽)
오랫만에 마음을 정좌하고 반복되는 소란스런 삶을 내다본다.
구구산방 숲속의 생명들이 펼치는 향기를 담아내 펼치는 소박한 초대에 나마저 시인이 된 듯 그렇게 우리는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