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44] <맑스의 코뮌과 그 철학적 계승: 국가 소멸과 정치적 실천의 변주>
[원 문장] 『처음 읽는 독일 현대 철학』 중 노동의 존재론과 칼 맑스의 혁명 사상, 조정환 씀
“코뮌은 프롤레타리아가 계급으로서 행동하는 최후의 정부 형태로서, 국가의 소멸과 계급 그 자체의 폐지로 나아갈 정부 형태라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맑스는 코뮌을 반은 죽은 국가, 즉 반(半)국가라고 불렀습니다.”
나의 문장)
위 문장은 맑스가 『프랑스 내전』에서 파리 코뮌을 분석하면서 제시한 개념을 설명하는 내용이다. 맑스는 자본주의 국가가 본질적으로 지배계급의 도구이며, 이를 전복하지 않고서는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해방이 불가능하다고 보았다. 하지만 단순히 기존 국가를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 계급이 직접 정치적 주체로서 기능하는 새로운 형태의 정부를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뮌은 바로 이러한 새로운 정치 체제의 실험으로 등장했다. 파리 코뮌은 1871년 프랑스에서 짧은 기간 동안 노동자들이 직접 권력을 장악한 사례로, 맑스는 이를 프롤레타리아 계급이 정치적으로 조직된 형태이자 기존 국가를 폐지하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과도기적 정부로 보았다. 기존 국가 형태와는 달리, 코뮌은 노동자들이 직접 참여하여 통치하는 형태를 띠었으며, 자본가 계급의 이익을 대변하는 중앙집권적 국가기구가 아니라 프롤레타리아의 자치적 통치 기구로 기능했다.
맑스가 코뮌을 "반(半)국가"라고 부른 이유는, 그것이 여전히 국가적 형태를 가지면서도 동시에 국가의 소멸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즉, 코뮌은 노동자들이 기존 국가를 대체하여 스스로를 통치하는 구조이지만, 궁극적으로는 모든 계급적 지배와 국가 자체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형태이다. 이 과정에서 국가는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소멸하는데, 이를 맑스와 엥겔스는 "국가의 사멸"이라고 불렀다.
결국, 맑스에게 있어 코뮌은 노동자 계급이 혁명을 통해 권력을 장악한 이후 기존의 부르주아 국가를 대체하는 정부 형태이지만, 최종적으로는 국가 자체를 불필요하게 만들면서 계급 없는 사회로 나아가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사유는 후에 레닌이 『국가와 혁명』에서 "프롤레타리아 독재" 개념을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이론적 토대가 되었다.
이러한 맑스의 코뮌 개념과 국가 소멸 이론은 이후 철학과 정치사상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계승되며 변형되었다. 특히 20세기에는 레닌주의, 좌파 공산주의, 자율주의 마르크스주의, 아나키즘, 그리고 현대적인 민주주의 이론에서 중요한 논점으로 다루어졌다.
레닌은 『국가와 혁명』에서 맑스의 코뮌 개념을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구체적 형태로 해석하며, 노동자 계급이 국가를 장악한 후 이를 통해 부르주아 계급을 철저히 억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코뮌과 같은 분권화된 형태보다는 중앙집권적이며 당 중심적인 국가 운영 방식을 강조했고, 이는 후에 소련의 관료적 국가 체제 형성으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레닌주의는 국가의 "소멸"보다는 국가의 강화와 집중화를 통한 계급투쟁 지속이라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반면, 로자 룩셈부르크와 같은 좌파 공산주의자들은 레닌의 중앙집권적 모델을 비판하며 코뮌적 형태의 민주적 노동자 통치를 강조했다. 그녀는 맑스의 코뮌 개념이 혁명 이후에도 노동자들이 지속적으로 정치에 참여하고 자율적으로 조직하는 모델이어야 한다고 보았으며, 소련식 일당 독재를 경계했다.
아나키즘 전통에서도 맑스의 코뮌 개념은 강한 영향을 미쳤다. 바쿠닌과 크로포트킨 같은 사상가들은 국가의 점진적 소멸이 아니라 즉각적인 폐지를 주장하며, 맑스주의가 여전히 국가를 일정 기간 유지하려는 점에서 국가주의적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크로포트킨은 지역 공동체와 협동조합을 기반으로 한 직접 민주주의적 조직이야말로 진정한 "반(半)국가"적 형태라고 보았다.
이탈리아 자율주의 마르크스주의 전통에서는 코뮌 개념이 현대 자본주의에 맞춰 재해석되었다. 안토니오 네그리와 마이클 하트는 『제국』에서 코뮌의 정신을 "다중(multitude)" 개념과 연결하며, 국가와 자본에 맞서 자율적으로 조직되는 네트워크형 공동체를 강조했다. 이들에게 코뮌은 단순한 정부 형태가 아니라, 다양한 주체들이 상호 협력하며 창출하는 생명정치적 네트워크로 확장된다.
현대 민주주의 이론에서도 맑스의 코뮌 개념은 급진적 민주주의를 주장하는 이들에게 중요한 개념으로 남아 있다. 샹탈 무페와 에르네스토 라클라우는 맑스주의를 탈구축하면서도, 급진적 민주주의가 국가 중심적이지 않고 다양한 사회적 운동을 통한 민주적 실천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았다.
이와 같이 맑스의 코뮌 개념은 단순히 19세기 파리 코뮌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넘어, 20세기와 21세기의 혁명적 실천, 급진적 민주주의, 자율적 정치 조직 모델을 형성하는 중요한 이론적 토대로 계승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레닌주의처럼 중앙집권화된 혁명 전략으로 변형되기도 했고, 자율주의나 아나키즘처럼 국가를 넘어서 자율적 공동체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해석되기도 하는 등, 서로 다른 정치적 맥락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계승되고 있다. (끝)
2025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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