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39] <1840년대 파리, 맑스와의 대화>
[원 문장] 『처음 읽는 독일 현대 철학』 중 노동의 존재론과 칼 맑스의 혁명 사상, 조정환 씀
“종교에 대한 철학적 비판에 몰두하고 의식 혁명을 시급한 과제로 설정했던 청년 헤겔주의파와의 명확한 이론적 결별을 뜻합니다. 맑스는 이제 인간은 생존수단을 생산한다는 점에서 동물과 구분되며 개인들은 무엇을 어떻게 생산하는가에 따라 서로 구별되고, 개인의 본성은 그들의 생산을 결정하는 물질적 조건이 무엇인가에 달려 있다는 생각을 발전시킵니다.”
나의 문장)
위의 문장은 칼 맑스(Karl Marx)가 청년 헤겔주의자들과 결별하면서 노동의 존재론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나온 핵심적인 사상을 반영하고 있다. 이를 맑스의 생애와 관련하여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맑스(1818~1883)는 독일의 트리어에서 태어나, 본 대학과 베를린 대학에서 법학과 철학을 공부하였다. 청년 시절에는 헤겔 철학의 영향을 깊이 받았으며, 당시 베를린 대학에서 활동하던 청년 헤겔주의자들과 교류하면서 급진적 철학 운동에 가담했다. 청년 헤겔주의자들은 헤겔의 변증법적 사고를 계승하면서도 종교적 전통과 정치적 보수주의를 비판하며, 의식의 변화와 철학적 비판을 통해 사회를 개혁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맑스는 점차 이러한 접근이 현실적인 변혁을 이루기에 한계를 지닌다고 판단하였다. 1843년, 그는 프랑스로 망명한 후 『독일 이데올로기』(1845)를 통해 청년 헤겔주의자들과 결별하고, 인간의 의식이 아니라 ‘물질적 생산 활동’이 사회의 근본적인 구조를 결정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위 문장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그는 인간이 단순한 사유의 존재가 아니라 ‘생존수단을 생산하는 존재’이며, 사회적 관계는 무엇을 어떻게 생산하는가에 따라 결정된다고 보았다. 즉, 인간은 생산 활동을 통해 스스로를 형성하며, 개인의 본성은 그들이 처한 물질적 조건 속에서 규정된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맑스가 1840년대 중반부터 발전시킨 ‘역사유물론’(historical materialism)의 핵심 개념과 연결된다. 그는 경제적 생산 방식과 계급 구조가 인간 사회의 토대를 형성하며, 노동과 생산이 인간의 존재를 결정하는 가장 근본적인 요소라고 주장하였다. 맑스의 이러한 사상은 『경제학 철학 초고』(1844), 『공산당 선언』(1848), 『자본론』(1867) 등의 저서에서 점점 더 체계적으로 전개되었다.
이처럼 맑스는 철학적 비판과 의식의 변화만으로는 사회 변혁이 불가능하며, 생산 관계의 변혁을 통해 역사적 발전이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이 때문에 그는 혁명의 필연성을 주장하며, 프롤레타리아 계급이 스스로를 해방시키기 위해서는 노동을 통해 형성된 착취적 생산 구조를 철폐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이러한 맑스의 청년시절의 변혁과 이후 그의 사상에 대한 발전사를 사유하며 나는 맑스의 뜨거움이 내 심장으로 스며드는 것을 느꼈다. 아직 내 심장 어디에선가 나의 젊음이 1800년대 중반의 맑스를 만나 악수하는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1840년대의 파리, 어둑한 카페 한 구석. 그와 만나 커피를 한 잔하며 그의 열정적인 수다를 듣고 있을 나를 상상하는 즐거움을 선물했다.
“그의 손을 잡는 순간, 거친 잉크 자국이 묻어 있는 듯한 손끝에서 전해지는 뜨거움이 심장을 두드린다. 그는 코트를 걸쳐 입고, 낡은 책 몇 권을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자, 당신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습니까?" 그의 목소리는 단호하면서도 어딘가 불타오르는 열정을 감추지 못한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커피잔을 들어 한 모금 머금는다. 그 순간, 카페 창가 너머로 희뿌연 안개가 드리워진 파리의 거리가 보인다. 그가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끼우고 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말을 잇는다.
"나는 가끔 생각합니다. 인간이 더 나은 세상을 상상할 수 있다면, 왜 우리는 여전히 이 쇠사슬 속에서 허덕이는가?" 그의 말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그의 눈빛은 마치 불길처럼 타오르고 있다. "프롤레타리아는 단순히 가련한 희생자가 아닙니다. 그들은 역사의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직접 행동하지 않는 한, 세상은 절대 변하지 않겠지요."
나는 조용히 그의 말을 듣는다. 순간, 내 심장 한쪽에서 무언가가 일렁인다. 그의 언어는 단순한 문장이 아니라, 심장을 움켜쥐는 불길 같다. 나는 말한다. "그러나 맑스, 인간은 때때로 스스로의 사슬을 사랑하기도 합니다. 그들은 억압받는 것을 견디면서도, 변화의 순간을 두려워하지 않을까요?"
그는 날카롭게 미소 짓는다. "바로 그것이 문제입니다. 그러나 두려움은 혁명의 가장 큰 적이 아닙니다. 무관심이야말로 더 치명적이지요. 지금 이 순간에도 노동자들은 공장에서, 광산에서, 길 위에서, 피곤에 절어가며 자신들의 삶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나는 그것을 묻고 싶습니다. 당신에게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도."
그의 목소리는 카페 안에 울려 퍼지고, 나는 다시금 커피잔을 들지만 손끝이 미세하게 떨린다. 그의 질문은 단순한 담론이 아니라, 나 자신을 향한 직접적인 도전처럼 느껴진다. 나는 이 순간이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그의 사상은 아직도 내 안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담배를 비벼 끄며 다시 손을 내민다. "우리의 대화는 계속되어야 합니다."
나는 깊은 숨을 들이쉬고 그의 손을 단단히 잡는다. "네, 맑스. 우리의 대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창밖으로 파리의 거리는 여전히 안개에 싸여 있지만, 맑스가 전하는 1840년대의 그 뜨거움이 내가 눈을 감는 순간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예감이 스멀스멀 나를 덮치는 것을 느낀다. ”
나는 살아있었고, 살고 있으며 눈을 감는 순간까지 그와의 대화가 나를 이끌어가기를! (끝)
2024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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