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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31] <바디우의 정치 철학과 한국 정치의 과제: 보편적 민주주의를 향하여>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25. 2. 13.

 

 

 

[200-131] <바디우의 정치 철학과 한국 정치의 과제: 보편적 민주주의를 향하여>

 

[원 문장] 처음 읽는 프랑스 현대 철학중 다시, 알랭 바디우의 진리 철학, 서용순 씀

 

바디우가 주장하는 정치적 원칙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앞으로의 대안 정치란 어떤 정체성을 기반으로 하는 정치일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노동자 정치, 농민 정치, 페미니즘 정치와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정치는 물질적이고 객관적인 정체성을 근거로 성립된 정치이며, 그 근거가 사라질 때 주체적인 힘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는 허약한 정치입니다. 바디우의 사유에 따르면 오늘의 정치적 과제는 국가와 자본주의적 시스템이 갈라놓은 격자 체계를 무너뜨리고 평등한 만인의 민주주의라는 보편성으로 나아가는 정치를 모색하는 것입니다.”

 

나의 문장)

알랭 바디우의 정치 철학은 기존의 정체성 정치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노동자 정치, 여성 정치, 농민 정치처럼 특정한 집단을 기반으로 하는 정치를 당연하게 여긴다. 하지만 바디우는 이러한 정치가 특정한 정체성에 의존하는 한, 시간이 지나면 그 힘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노동자의 개념이 시대적 변화에 따라 달라지면, 노동자를 위한 정치도 그 기반을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바디우는 정치가 특정한 정체성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참여할 수 있는 형태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를 "보편적 민주주의"라고 부른다.

 

바디우가 원하는 정치는 현재의 사회 구조가 만들어 놓은 구분과 격자 체계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자본주의 시스템과 국가는 사람들을 여러 집단으로 나누어 놓았으며, 그 결과 각 집단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정치를 요구하게 되었다. 하지만 바디우는 이런 식의 정치는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궁극적으로는 모두를 위한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사상은 메타정치(Métapolitique, 1998)세기의 철학(La Philosophie du siècle, 2003)에서 명확하게 나타난다. 또한 철학을 위한 선언(Manifeste pour la philosophie, 1989)에서도 정치가 특정한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철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보편적 원칙을 지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결국 바디우에게 정치란, 특정한 집단의 이익이 아니라 보편적 평등을 향한 실천이어야 한다.

 

이러한 알랭 바디우의 정치 철학을 현 시대에 적용하는 데에는 몇 가지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첫째, 바디우가 주장하는 보편적 민주주의는 기존의 정체성 정치를 부정하지만, 현실에서는 정체성 정치를 통해 권리를 쟁취해 온 역사적 경험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노동운동과 페미니즘 운동은 특정 집단의 요구를 정치적으로 조직화하여 사회 변화를 이끌어왔다. 따라서 정체성 정치가 반드시 허약한 정치라고 단정하는 것은 문제적일 수 있다. 둘째, 바디우의 정치 이론은 현실 정치의 작동 방식과 괴리되어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그는 국가와 자본주의 시스템이 구축한 격자 체계를 무너뜨려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실천적 방안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는다. 오늘날의 정치 체제는 선거, 정당, 법률 등의 제도적 틀 속에서 작동하며, 이러한 현실을 무시한 채 보편적 민주주의로 나아가자는 주장은 추상적 이상에 머물 위험이 있다. 셋째, 바디우가 강조하는 사건(event)’의 개념은 정치적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지만, 이러한 사건이 언제, 어떻게 발생할 것인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실행 가능성이 낮다.

 

이러한 비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바디우의 철학을 보다 구체적인 현실 정치 속에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첫째, 정체성 정치의 한계를 인식하되, 그것이 단순히 배제되어야 할 것이 아니라 보편적 민주주의로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 예를 들어, 특정한 집단의 권리를 요구하는 운동이 단순한 이익 투쟁에 머물지 않고, 사회 전체의 평등한 구조를 형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바디우의 보편적 민주주의 개념을 현재의 정치 구조와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실천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기존의 선거 제도나 법 제도를 활용하면서도 새로운 정치적 실험을 시도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본주의 체제를 완전히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보편적 평등을 실현할 수 있는 경제·사회적 모델을 탐색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셋째, 바디우의 사건개념을 보다 구체적인 사회운동과 연결 지어 실질적인 변화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급진적 정치 변화는 특정한 사회운동과 맞물려 일어났으며, 바디우가 말하는 사건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결국 바디우의 정치 철학이 현실에서 의미 있는 실천으로 이어지려면, 그의 이론이 가진 급진성을 유지하면서도 현실 정치와 접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보편적 민주주의는 단순한 이상이 아니라, 구체적인 정치적 실천을 통해 현실로 구현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바디우의 정치 철학을 기반으로 한국 정치의 현재 상황을 조망해보면, 가장 큰 문제는 정치가 특정한 정체성에 갇혀 있으며, 보편적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정치에서 정당과 이념의 대립은 보편적 평등을 위한 논의보다는 특정한 집단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진보와 보수의 대립은 종종 경제적, 사회적 정체성에 기반을 둔 정치로 귀결되며, 노동자, 여성, 청년, 노인 등 특정 집단의 이익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이러한 정체성 정치는 바디우가 비판하는 바와 같이 본질적으로 불안정하며, 특정한 사회적 조건이 변화할 때 정치적 힘을 잃어버릴 위험이 크다.

또한 한국 정치에서는 국가와 자본주의적 시스템이 구축한 격자 체계가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으며, 이는 바디우가 말하는 만인의 평등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데 큰 장애물이 된다. 대의 민주주의는 형식적으로는 작동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거대 정당 중심의 권력 구조가 고착화되어 있으며, 시민들이 정치적 주체로서 능동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선거는 정치적 대표를 선출하는 기제로 기능하지만, 궁극적으로 기존 체제를 강화하는 역할을 할 뿐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바디우가 말하는 사건(event)’의 정치, 즉 기존 질서를 깨뜨리고 새로운 보편적 가치를 창출하는 정치적 순간이 한국 정치에서는 쉽게 등장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 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정체성 정치의 한계를 인식하고, 특정한 집단의 이해관계를 초월하는 보편적 평등을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적 실천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기존의 정당 정치에서 벗어나자는 의미가 아니라, 정치의 중심을 특정 계급이나 이념적 구분이 아니라 모든 시민이 평등하게 참여할 수 있는 형태로 전환해야 한다는 뜻이다. 둘째, 바디우가 강조하는 사건개념을 한국 사회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예를 들어, 새로운 정치적 가능성을 창출할 수 있는 사회운동, 시민 참여형 정치 실험, 공론장을 확장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국가와 자본주의적 시스템이 만들어놓은 기존의 격자 체계를 넘어서기 위한 구조적 변화를 고민해야 한다. 한국 사회는 강한 경제적 불평등과 기득권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체제를 그대로 둔 채 정치적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보편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사회적 평등을 함께 추구하는 정치적 실천이 동반되어야 한다.

결국 한국 정치가 극복해야 할 것은 특정한 정체성에 갇힌 정치, 국가와 자본주의적 질서에 종속된 정치, 그리고 시민이 능동적 주체로 자리 잡지 못하는 정치이다. 바디우의 철학은 이러한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지만, 이를 현실에서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정치적 프레임을 넘어서는 새로운 실천이 필요하다. ()

 

2024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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