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戀書시리즈 - 독후감

청어뼉다귀/이주홍/우리교육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23. 5. 30.

#책을 읽고 난 후에 느리게 도착하는 어수선하고 기꺼이 미완성인 편지들...

 

 

 

우리교육에서 펴낸 동화 단행본 청어뼉다귀는에는 이주홍 선생님이 쓰신 12편의 동화가 실려있다. 처음 일곱 편의 동화는 해방 후 발표한 작품이고, 나머지 다섯 편은 1930년대 <신소년><동아일보>에 실린 작품이다. 옛말을 그대로 사용해서 쓰고 무슨 뜻인지 모르는 것에는 주를 달아 놓았다. 해방 후 발표된 작품은 힘들고 어렵게 살아가는 우리 민중들의 삶이 그려져 있고, 1930년대 발표된 작품들은 일제 강점기 때 소작농과 지주와의 관계와 옛날이야기가 섞여 있다.

표제작인 청어뼉다귀는 다른 작품에 비해 분량이 짧은 편이지만 1930년대를 살았던 소작농의 힘겨운 삶을 잘 보여주고 있다. 시대적 배경을 살펴보면 일제 강점기에 들어선 이후 지주들의 소작료는 지주들 마음먹기에 달렸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지주 김부자도 자비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악덕 지주다. 아내와 자식이 앓아누워 있는 데다 막내 아들까지 잃은 순덕이네 아버지를 찾아와서 병작을 떼어가는 것도 모자라 밥상까지 받고 간다. 몇 날 며칠을 굶었을 순덕이는 쌀밥 짓는 냄새와 청어구이 냄새에 얼마나 군침을 흘렸을 것이며, 쌀 한 톨, 생선 살 부스러기라도 남겨놓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김부자가 자리를 뜨자 뼈다귀라도 씹어 먹겠다고 달려드는 순덕이의 모습은 처절하다 못해 화까지 치민다. 그러나

순덕이의 그런 행동은 오히려 상황의 전환을 가져온다. 생선 가시가 목에 걸려 울고 있는 순덕이를 본 아버지가 화를 못 이기고 순덕이 때려 어깨의 고름을 터뜨렸고 터져 나온 고름이 튀어 뺨에 닿자 아버지는 퍼뜩 정신을 차린다. 자신에게는 어떤 상황에서도 놓아버려서는 안 되는 아내와 자식이 있음을 새삼 깨달았을 듯, 어린 순덕이도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느꼈는지 자꾸 때려 주시요. ! 아버지의 손이 닿으니까 담박 낫는 것 같아요.” 하며 아버지를 북돋고 어머니와 함께 서로를 끌어안는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있음을 확인하고 주먹이 쥐어지고 이가 갈리고 살이 벌벌 떨림을 느끼며 살아갈 힘, 거대한 권력에 맞설 힘을 얻는다.

 

물론 시대적 배경은 달라도 현시대의 한 가정을 보는 것 같았다. 삶이란 굴레에 놓여 영원히 헤어날 길 없는 가난과 부의 세습, 가장의 책임도 일부분 인정하지만 여전히 현 사회 또한 거대한 세력들에 희생되어 살아가는 숱한 사람들, 특히 가난에서 도저히 벗어나지 못하는 사회적 구조를 생각지 않을 수 없었다. 울분은 치솟나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심히 부끄럽기까지 했다.

 

 

 

 

 

 

작가에 대해)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동맹 소속의 이주홍

 

1906523일 경남 합천 출생, 호는 향파(向破)

1925신소년지에 동화 <배암색기의 무도> 발표

1929년 단편 <가난한 사랑>이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입선

1949년 배재중학, 동래중학 교사를 거쳐 국립 부산수산대학교 교수로 전직

1952민주신보에 희곡 <성웅 이순신> 당선/ <초등국사(명문당)>,동화집 <못난돼지(아동사)>, <탈선춘향전(남광문화사)> 등 간행

1954년 후에 낸 책으로 <아름다운 고향>, <이순신 장군>, <피리부는 소년>, <학생과 생활>등이 있음

1962년 제1회 경상남도 문화상 수상

1963<글짓기 선생>, <이주홍 아동문학 독본> 등 간행 이후 낸 책으로 <중국 동화집>, <어사 박문수>, <뒷골목의 낙서>, <서유기(3)> 등이 있음

1966년 후에 낸 책으로 <섬에서 온 아이> 등이 있음

1968년 눌원문화상 수상

1972년 부산수산대학 정년퇴직, 동대학 명예교수에 피임

1972년 낸 책으로 단편집 <풍마>, <중국 풍류 골계담>, <지저깨비들> 등이 있음

1979년 단편집 어머니간행, 대한민국예술원상 받음

1983년 단편집 아버지, 금병매(5)등 간행, 대한민국 문학상(본상) 수상

1985어린이 삼국유사등 간행

198713일 별세

향파 이주홍 선생은 1928신소년5월호에 동화 배암색기의 무도(舞跳)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나섰다. 그리하여 1980년대까지 60년을 넘은 오랜 문학 동을 통해 숱한 작품과 200권이 넘는 작품집을 내놓았다.

향파는 동시집으로 현이네집, 시집으로 풍경을 냈다. 소설집에는 조춘, 해변, 풍마를 비롯해 10권이 있다. 소년 장편 설집으로는 어사 박문수, 아버지를 합해 모두 9권이 있다. 동화집은 못난 도야지, 톡톡 아버지, 피리부는 소년을 비롯해 총38권을 냈다.

수필집은 예술과 인생, 격랑을 타고를 포함해 모두 8권에 이른다. 엮은 책에는 학생과 생활, 작품 집으로는 이주홍 아동문학본과 소설 집 신화, 동화 선집 청개구리, 수필선집 이주홍 에세이가 있다.

신문소설도 많이 써서 부산일보, 국제신보 등 여러 곳에 성웅 이순신을 비롯한 여러 편의 소설을 연재하였는데, 부산일보사 통계에 신문소설 최장기 연재작가(6)로 나와 있다. 또한 탈선춘향전, 전원회상곡을 포함 50편을 넘는 시나리오희곡작품이 있으며, 수호지를 비롯한 동양 고전 번역작업에도 꾸준히 공을 들였다.

향파는 초등국사, 국문학발생서설등과 같은 교과용 도서들을 손수 만들어 교육현장에서 활용하기도 하였다. 선생의 작품 중 메아리는 오랫동안 국정교과서인 중등국어에 게재되어 학생들에게 감동을 주었으며 몇 해 전 프랑스에서 불어판으로 발간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