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戀書시리즈 - 독후감

슬픔이 없는 십오 초/심보선/문학과지성사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23. 3. 5.

 

필사 완성 기념 자랑질,

 

 

나는 고립된 삶을 선택했다. 글을 읽고, 쓰고 음악을 들으며 종종 산책을 하는데, 오직 끊임없는 사유를 통해 내 안에 웅크리고 있는 무엇인가를 발견해, 그것이 시로든, 소설이든, 그 어떤 형태로든 발설되기를 바라는 욕망에서 기인한다. 죽을 때까지 이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할 운명이지 않을까, 비극적 행운을, 기적 같은 행운을 꿈꾸는 사람, 때로는 그 동지들을 만나, 일방적인 대화를 하며 자주 나를 위로한다. 고립에서 오는 그 쓸쓸함을 즐기기라도 하듯,

 

슬픔이 없는 십오초, 심보선 시집, 문학과 지성사 편

 

 

 

 

 

 

 

 

1994년에 등단한 시인이 등단 14년 만에 펴내는 첫 시집. 등단작 풍경을 비롯해 14년간 써온 58편의 시를 묶었다. 시인의 시는 오랜 세월 동안 간직한 일기장에서 나옴 직한 미세하고 사소한 말들이다.

 

3부로 나뉜 시집의 전반부는 세계와 나, 타자와의 관계 혹은 거리가 등장한다. 시인은 짐짓 가볍고 담담한 이야기로 시인과 도시, 그리고 관계를 이야기 한다.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운명 앞에 어색하게 고개 숙이는 자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그들은 세상의 환멸과 우울한 미래를 흘낏 보아버린 아이어른, 절대적 진리와 종교의 불확실성 등으로 상처 입은 자, 노동과 여가를 오가는 성실한 인생의 주기를 회의하고 포기한 자 등이다. 이들을 통해 시인은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우울을 노래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그 혐의를 묻는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

 

 

시인은 말한다.

 

나에게는 세 가지 수수께끼가 있다. 영혼이라는 수수께끼, 예술이라는 수수께끼, 공동체라는 수수께끼이다. 알려고 해도 알 수 없지만 알고 싶은 마음을 그칠 수 없는 인생의 화두들이다. 이 화두를 붙잡고 죽을 때까지 쓰고 싶다. 나는 여전히 기적을 소망하는 것이다.(심보선)

 

자신의 수수께끼를 위해 죽을 때까지 쓰겠다는 작가의 결심에 나는 동지라도 만난 듯 기쁘고,

조금은 씁쓸하다. 그가 보여주는 경지 근처라도 갈 수 있을까? 나 자신에게 끊임없는 의심을 하며 나는 여전히 읽고, 쓰고 음악을 듣고 산책할 것이다.

 

그의 산문집 그날 그 자리에 있을 사람에게/문학동네를 사놓고도 아직 펼치지 못했는데, 조바심이 난다,

 

이 해의 필사 시집을 모두 완성한 후엔 기필코 그의 다른 시집들도 도전할 일이다.

 

 

 

 

 

 

 

 

 

 

 

 

 

 

 

 

 

심보선

시인, 사회학자. 서울대학교 사회학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풍경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15년 만에 첫 시집 슬픔이 없는 십오 초(2008)를 출간, 시를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큰 화제가 되었다. 이후 출간된 시집들 눈 앞에 없는 사람(2011), 오늘은 잘 모르겠어(2017)도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전공인 예술사회학분야의 연구 또한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의 문화매개전공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인문예술잡지 F의 편집 동인으로 활동했다. 예술비평집 그을린 예술(2013), 산문집 그쪽의 풍경은 환한가(2019) 등을 썼고, 어빙 고프먼의 수용소를 우리말로 옮겼다. (알라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