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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반가운 손님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22. 12. 30.





반가운 손님

산책을 나갔다 돌아와 보니
반가운 손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민음사의 디 에센셜 시리즈 중 헤르만 헤세편과
헤르만 헤세 컬렉션 세트 – 전9권
그리고 이승우 작가님의
[세트]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 소설을 살다 (문고본) - 전2권,

와, 이번 겨울엔 갑자기 부자가 되었네^^


출판사 제공
책소개(출처: 알라딘)

디 에센셜’ 시리즈는 세계적인 작가의 대표 소설과 에세이를 한 권에 담아, 이 책을 읽은 독자 누구든 단 한 문장으로 작가의 특징을 정의할 수 있게 큐레이션 한 시리즈다. 조지 오웰, 버지니아 울프, 다자이 오사무, 어니스트 헤밍웨이에 이어 소개하는 다섯 번째 작가는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독일 문학의 거장 헤르만 헤세. 『디 에센셜 헤르만 헤세』에는 토마스 만의 표현처럼 “섬뜩하리만큼 정확하게 시대의 신경을 건드”리며 1차 세계 대전 전후 한 청년이 성장기 시련을 극복하고 깨달음을 통해 자아에 이르는 과정을 성찰한 작품인 「데미안」(1919) 외 열한 편의 환상 소설, 에세이, 동화, 이야기를 수록했다. 특히 이번 에디션에서는 ‘데미안과 환상의 모티브’를 주제로 「데미안」에 환상의 모티브를 제공한 작품들과 「데미안」 이후 헤세가 새로이 전개시킨 환상 모티브가 두드러진 작품들을 선별했다. 「데미안」의 환상 모티브는 노발리스, E. T. A. 호프만이 촉발한 독일 낭만주의의 영향이 짙게 배어 있으며, 환상 소설인 「룰루」는 헤세가 호프만에게 헌정한 작품이다. 「전쟁이 두 해 더 계속된다면」에는 헤세가 「데미안」을 발표할 때 썼던 가명인 에밀 싱클레어라는 이름이 작품 속에 등장한다. 그 외 환상 소설로 「남쪽의 낯선 도시」, 「마사게타이족의 나라에서」, 「노르말리아로부터의 보고」가 수록되었다. 노년기에 헤세는 주로 에세이와 창작 동화에 전념했는데, 에세이로는 헤세의 타고난 글솜씨가 돋보이는 「신들의 꿈」, 「밤의 유희들」, 「성탄절과 두 어린이의 이야기」를, 창작 동화로는 교훈적 주제가 두드러진 재미난 이야기인 「사랑에 빠진 젊은이」, 「세 그루의 보리수」를 이번 에디션에 수록했다.

1877년 독일 남부 칼브에서 선교사의 아들로 태어난 헤세는 어린 시절 시인이 되려고 수도원 학교에서 도망친 뒤 시계 공장과 서점에서 일했다. 열여섯 살 때 자살을 기도해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등 질풍노도의 청소년기를 보낸 헤세는 이십 대 초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해 『페터 카멘친트』, 『수레바퀴 아래서』, 『크눌프』 등 규율과 관습의 세계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인물을 작품에서 다루었다. 1919년을 전후로 헤세는 아들이 중병에 걸리고 아버지는 세상을 뜨고 아내는 정신병원에 입원하면서 개인적 삶에 커다란 위기를 겪게 되고, 이로 인해 그의 작품 세계는 전환기를 맞는다. 1919년 쓰인 「데미안」은 전 세계 독자에게는 삶의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헤세 자신에게는 재출발의 계기가 되는 중요한 작품이다. 헤세는 이 작품을 기점으로 소위 ‘내면으로 가는 길’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헤세가 그림과 인연을 맺은 것도 이 무렵이며, 이후 그림은 음악과 함께 헤세의 평생 친구가 된다. 헤세는 내면의 사색과 성찰이 담긴 책을 썼으며, 대표 작품으로 『싯다르타』, 『황야의 이리』,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유리알 유희』 등이 있다. 1946년에 헤세는 『유리알 유희』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노년기에도 환상 소설, 에세이, 동화 등을 아우르는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다 1962년 8월, 제2의 고향인 스위스 몬타뇰라에서 영면했다.

▶ 1차 세계 대전 직후 「데미안」이 불러일으킨 반향은 잊을 수 없다. 「데미안」은 섬뜩하리만큼 정확하게 시대의 신경을 건드린 작품이다. 그 시대의 모든 젊은이들은 그들 또래의 선지자 한 명이 나타나 삶의 가장 은밀한 부분을 드러냈다고 생각했고 그 고마운 충격에 기꺼이 휩쓸렸다. ─ 토마스 만

▶ 고백하건대 나 자신의 삶이 바로 동화처럼 보일 때가 많다. 나는 바깥 세계와 나의 내면과 화합하고 어울리는 모습을 자주 보고 느낀다.
― 헤르만 헤세

▶ 잃어버린 순수한 꿈, 사랑과 자유의 소중함. 헤세에게 마술적 환상은 본성이 위축되고 거칠어지는 것을 막는 장치다. 마술 속에서 무의식적인 충동적 삶은 모두 적절한 정신적 삶을 발견한다. -후고 발(헤세의 전기 작가)

■ 세상에 단 하나뿐인 큐레이션
헤르만 헤세와 함께 찾아가는 ‘나’의 내면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
―「데미안」(1919)

『디 에센셜 헤르만 헤세』는 작가의 장편과 단편, 그리고 에세이를 모두 한 권의 책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헤르만 헤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데미안」은 1차 세계 대전 중인 1916년에 쓰이고 전쟁이 끝난 직후인 1919년에 출판되었다. 당시 이미 작가로 유명했던 헤세는 이 작품을 ‘에밀 싱클레어’라는 유령 작가의 이름으로 발표했다. 작품성만으로 평가받아 보고 싶어서였으며, 그 결과 에밀 싱클레어는 독일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폰타네상의 수상자로 지명되었다.(헤세는 이 상을 사양했다.) 자아의 삶을 추구하는 한 젊음의 통과의례 기록인 이 책은 “내 속에서 솟아 나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 보려고 했다.”라는 모토를 앞세운 짧은 성찰로 시작한다. 헤세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며 누구나 나름의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소중한 존재임을 상기시킨다. 더욱이 이 전언이 총알 하나로 무더기로 소멸되는 전쟁의 충격 속에서 쓴 것이라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나를 찾아가는 길’을 인식하는 첫 단계는 기존 규범으로부터의 떠남이다. 헤세는 구도자인 싱클레어의 모습을 마지막에는 1차 세계 대전과 연결시키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과정은 낭만주의 및 고대 신화 세계와 결합한다. 이러한 범세계적 주제는 알에서 나오려는 이들에게, 시대가 변해도 근본을 피해 갈 수 없는 한 시절의 방황을 겪은 이들에게 큰 공감과 울림을 전달한다.

■ 시공의 제약 없이 자유로이 지어낸 이야기
독일 낭만주의가 추구하는 이상적 사회 반영된 ‘마술적 환상’

“고백하거니와, 내 자신의 삶이 바로 동화처럼 보일 때가 많다.
나는 바깥 세계와 나의 내면과 화합하고 어울리는 모습을 자주 보고 느낀다.
이러한 연관성을 나는 마술적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
―「짧은 이력서」(1925)

「데미안」 등의 작품을 통해 익히 알려져 있듯, 억압적이고 구속적인 생활을 이기지 못하고 신학교를 뛰쳐나온 헤세는 1895년부터 튀빙겐의 서점에서 점원으로 일하게 된다. 그리고 이때 노발리스, 티크, E. T. A. 호프만 등의 독일 낭만주의 문학 작품들을 탐독한다. 이미 어린 시절부터 그림 형제의 동화와 『천일야화』에 빠졌던 헤세에게, 현실과 환상의 세계를 넘나드는 낭만주의 작품들은 그를 ‘마술적 환상’으로 안내하는 입구가 되었다. 특히 1차 세계 대전 당시 전쟁에 반대하는 글을 발표했다가 매국노, 변절자로 매도당하고, 막내아들이 중병에 걸리고 아버지는 세상을 뜨고 아내는 정신병원에 입원하면서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극심한 어려움에 처했을 때 헤세는 자신의 환상 속에서 위안을 얻었고, 나아가 이상적인 세계를 꿈꾸었다. 따라서 헤세의 환상 동화, 환상 소설에 작가 자신의 개인사에서 비롯된 가치관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헤세는 동화를 집필함으로써 자신에게 닥친 어려움을 극복했다. 헤세가 자서전에 쓴 “나 자신의 삶이 동화처럼 보인다.”라는 말은, 그가 동화를 씀으로써 노이로제를 극복하고 세상과 화합할 수 있었음을 보여 준다. 이번에 소개하는 열한 개의 작품들에는 전쟁의 광포함이 불어 닥치던 시대 군국주의와 획일적인 사고관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이상적인 사회에 대한 소망이 그려져 있으며, 또한 인간적인 가치인 사랑과 자유, 꿈에 대한 마술적인 이야기들이 포함되어 있다.

훗날 헤세가 쓴 환상 동화의 원조라 할 「룰루」 (1900)는 헤세가 튀빙겐에서 지낼 적 사랑에 빠졌던 체험이 투영된 작품으로, 현실과 환상이라는 두 가지 세계가 공존하는 독일 낭만주의 동화의 특성을 두드러지게 보인다. 헤세는 십 대 시절 정신적 방황을 끝내고 ‘소동인(petit cenacle)’이라는 동아리를 만들어 문학 청년들과 사귀기 시작했다. 「룰루」는 이 친구들과 함께 알프스 산등성이의 도시 키르히하임에서 지낼 때의 체험을 바탕으로 쓰였다. 그곳에서 헤세는 여관 주인의 조카딸을 사랑하게 되고, 그녀를 애칭으로 ‘룰루’라고 불렀다. 작품에는 그 시절 친구인 루트비히 핑크가 ‘우겔’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고 헤세는 ‘라우셔’로, 헤세가 사랑했던 여인은 ‘룰루’로 나온다. 룰루가 사라진 왕국 아스크의 공주 릴리아의 현신으로 그려지고, 또한 갑자기 나타났다 연기처럼 사라지는 마술사 같은 인물 ‘드레디훔’이 나오는 등 이 작품에는 환상과 현실의 세계가 조화롭게 버무려져 있다. 단조로운 일상적 삶과 현실의 커튼 뒤에 존재하는 경이로운 세계가 동시에 나타나지만, 인물도 세계도 종국에는 둘이 아니라 하나다. 이는 E. T. A. 호프만과 같은 낭만주의 작가들에게서 자주 볼 수 있는 특징이다.

■ 환상을 통해 보다 생생해지는 현실의 세계
시대 비판이 담긴 에세이, 인간과 세계 개선의 희망 담긴 동화

“저는 당신이 당신의 영혼 속에서 뭔가 중요하고 신성한 것을
잃어버리고 잊어버렸다고 믿어요. 당신은 행복을 찾기 전에
우선 그것을 다시 일깨워야 해요.”
―「사랑에 빠진 젊은이」(1907)

1차 세계 대전 시기 헤세가 쓴 에세이에서는 전쟁의 광포함을 옹호하는 국수주의와 획일적인 사고가 지배하고 있던 당대 독일을 가공의 시공에 빗대 희화화한다. 서류와 문서가 판을 치고 신분증 없이는 거리를 거닐 수도 마음대로 죽을 수도 없는 전시 체제를 그린 「전쟁이 두 해 더 계속된다면」(1917)은 전쟁에서 비롯된 위기 상황을 냉소적으로 비판한다. 「마사게타이족의 나라에서」(1927) 역시 마찬가지 맥락에서 쇼비니즘과 패권주의가 팽배하던 독일 사회를 패러디하고 있다. 또한 「노르말리아로부터의 보고」(1948)에서도 조직 사회의 경직성에 대한 풍자가 주를 이룬다. 노르말리아(노르말은 ‘정상적인’이라는 의미의 독일어다.) 사회에서 살기 위해서는 누구나 조합에 가입해야 한다. 그런데 이 사회에는 ‘시인 조합’이 없어 시인인 화자는 ‘재단사 조합’에 가입해 가까스로 사회에 편입하게 된다. 그러나 거창한 가입식 후에는 당국자들도 화자를 알아보지 못하고 화자에게 알아보기를 요구하지 않는 웃지 못할 상황에 벌어진다.「남쪽의 낯선 도시」 (1925)는 “어딜 가도 똑같은 도시, 똑같은 호수, 똑같은 부두, 그림처럼 재미난 옛 마을”뿐인 ‘현대 정신의 익살과 실용성’을 꼬집는 소설이다. 「까마귀」 (1915)는 짤막한 소품이지만, 헤세의 글쓰기 솜씨가 유감없이 발휘된 글이다. 까마귀 한 마리가 사람들이 사는 도시를 활보하고, 이를 본 사람들은 그의 재롱에 신기해하며 찬사를 보낸다. 그러나 헤세가 보기에 야콥이란 까마귀는 엉뚱한 천재적 기질 때문에 종족에게서 추방당한 아웃사이더다. “자유와 야성에서 벗어나 인간의 문명 세계 속으로 빠져든” 그 까마귀가 인간들에게는 “인간의 친구이자 인간을 멸시하는 자, 무대 위의 모놀로그 예술가, 미지의 이국에서 온 전령사”로 보인다. 그러나 정작 까마귀는 곡예사나 어릿광대를 구경하듯 “주위에 빽빽이 둘러서서 경탄하고 감동하고 웃어대는 거인들”의 모습을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헤세의 문학 세계를 자아의 탐색이라는, 일견 내면적이고 개인적인 체험의 산물로 제한해 수용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헤세는 자아의 탐색을 추구하는 한편 인간적 가치를 구현하고 인습적 가치를 배격하기 위해 애썼다. 헤세가 동화라는 장르를 인간과 세계의 개선에 대한 소망의 표현으로 이용한 것 역시 시대의 문학적 방향을 반영한 것이었다. 동화에 대한 헤세의 애정은 어린 시절부터 각별했다. 그는 열 살 무렵에 벌써 「두 형제」라는 짤막한 동화를 쓴 적이 있다.(이 작품은 「성탄절과 두 어린이의 이야기」 속에 액자 동화로 실려 있다.) 그림 형제의 동화에서 영향을 받은 헤세의 동화는 형제간의 우애, 이웃에 대한 사랑 등 교훈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를 전할 때건 단순히 꿈속의 장면을 묘사할 때건 헤세가 그리는 세계는 현실 저 너머에 감춰져 있을 듯한 공간이다. 하지만 우리가 그 공간 속으로 이끌린다 해도 현실에서 완전히 발을 떼게 되지는 않는다. 헤세의 작품에서 우리가 바라보는 세계는 현실 밖의 환상의 세계인 동시에, 환상을 통해 보다 생생해지는 현실의 세계다.

■ 표지 이야기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10권에 선정

2020년 11월 첫 출간된 ‘디 에센셜’ 시리즈는 사진이 아닌 하이퍼리얼리즘 초상화를 통해 고전 작가의 현대적 재현을 시도하여 큰 화제를 모았다. 민음사의 황일선 디자이너와 정중원 초상화가의 협업을 통해 탄생한 『디 에센셜 조지 오웰』은 최근 서울국제도서전과 독일 북아트재단이 개최한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공모에 선정되기도 했다. 2021년 1월에 출간한 『디 에센셜 버지니아 울프』와 『디 에센셜 다자이 오사무』와 4월에 출간한 『디 에센셜 어니스트 헤밍웨이』 역시 하이퍼리얼리즘 초상화에 작가별 시그니처 컬러를 더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버지니아 울프’는 성숙한 외모의 초상화와 강렬한 붉은색의 조합을 통해 도전적인 프로페셔널의 면모를 강조했으며, ‘다자이 오사무’는 여린 가짓빛에 먼 곳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을 담아 위태로운 고독감을 부각했다. 아쿠아마린의 청량한 색채를 입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출렁이는 푸른 파도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하늘색×흰색×검은색이 교차된 스트라이프 셔츠를 입은 헤밍웨이가 마치 포세이돈과 같은 풍모로 내면을 응시하는 듯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디 에센셜 헤르만 헤세』에서는 인생의 노년기에 후기 낭만주의와 환상 동화에 창작의 열정을 꽃피운 헤세의 주황빛 사랑을 표지에 담아냈다. 본문 디자인에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 한글과 영어가 조화롭게 설계된 서체를 선택하여 원문이 병기되는 경우에도 가독성을 해치지 않도록 배려했다. 또한 문장을 정렬할 때 글줄의 끝을 일정하게 맞추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리는 방식은 저자의 펜 끝을 그대로 따라가는 듯한 독서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 이 책에 수록된 헤르만 헤세의 대표 소설×에세이
*하단의 설명은 실제 본문에 수록해 독자의 이해를 돕도록 구성했습니다.

데미안
내면의 선악 사이에서 고민하던 싱클레어 앞에 나타난 신비한 소년 데미안. 성서 속 카인과 아벨 이야기로 선악의 진실을 들려주는 데미안과의 만남을 통해 싱클레어는 성장기에 맞닥뜨리는 시련들을 하나씩 딛고 완전한 자아에 이르는 과정을 성찰해 나아간다. 에밀 싱클레어라는 가명으로 발표한 이 작품은 헤세 자신에게도 재출발을 의미하는 중요작으로 소년기의 심리, 엄격한 구도성, 문명 비판, 만물의 근원으로서의 어머니라는 관념 등 헤세의 전기, 후기 작품의 특징이 고루 나타나 있다. 1919년 작.

룰루
아름다운 옛 도시에 자리한 '왕관'이라는 주점에 모습을 드러낸 신비롭고 아름다운 아가씨 룰루. 모임의 동료인 하멜트, 텐처, 우겔, 라우셔는 하나같이 룰루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시인인 라우셔와 바이올린 연주자 우겔은 전설 속 아스크 왕국의 릴리아 공주에 대한 기이한 환상을 경험한다. 자신의 눈물로 현을 지어 하프를 연주하던 릴리아 공주는 과연 룰루인 걸까. 헤세는 튀빙겐에서 서점 점원으로 잠시 일했는데 그곳 주점에서 일하던 매혹적인 여성을 룰루라는 애칭으로 불렀고, 그녀와 사랑에 빠진 경험이 있다. 환상과 현실 세계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이 작품은 독일 낭만주의 문학에 영향을 받았다. 1900년 작.

전쟁이 두 해 더 계속된다면
젊을 때부터 이따금 다른 세계로 사라지곤 하던 나는 전쟁이 지난 몇 해 뒤 고향에 돌아온다. 그런데 내가 살던 집은 폭격으로 파괴되고, 세상은 서류와 문서가 판을 치고 허가증 없이는 살지도 죽지도 못하는 세상으로 변해 있다. 1차 세계 대전 당시 헤세는 전쟁에 반대하는 글을 발표했다가 매국노, 변절자로 매도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 작품 역시 전쟁의 광포함을 옹호하는 국수주의와 획일적인 사고가 지배하고 있던 당대의 독일을 가공의 시공에 빗대 희화화했다. 헤세가 가명으로 쓴 '에밀 싱클레어'가 주인공인 작품이다. 1917년 작.

남쪽의 낯선 도시
“어딜 가도 똑같은 도시, 똑같은 호수, 똑같은 부두, 그림처럼 재미난 옛 마을”뿐이다. 현대의 정신은 원시성 안에 문명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성을 획일화하여 문명화해 개성과 정신을 훼손한다. ‘현대 정신의 익살과 실용성’을 꼬집는 이 소설에는 세태에 대한 비판뿐 아니라 구질서가 붕괴된 1차 세계 대전 이후의 혼돈 상태에서 이상적인 사회가 실현되기를 바라는 헤세의 바람이 담겨 있다. 당시 독일에서 창작 동화가 속속 발표되던 시대적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읽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1925년 작.

마사게타이족의 나라에서
여행에 대한 충동을 느낀 나는 화약을 발명한 이후 더는 가지 않았던 마사게타이의 나라로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위대한 왕 키루스를 굴복시킨 용감한 민족이 사는 이 나라는 방문자 모두를 엄격히 통제하고 자국에 대한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려 한다. 작가인 내게는 젊은 기자를 감시자로 보내 마사게타이국에 대한 나의 역사관과 사상을 검열하려 하고, 자신들의 이념에 부합하는 문명을 소개한다. 전쟁 후 쇼비니즘과 패권주의가 팽배하던 독일 사회를 패러디한 작품이다. 1927년 작.

노르말리아로부터의 보고
살던 곳을 떠나 노르말리아라는 곳에 정착하려 한 나는 공원에서 시를 쓰다 관리에게 문책을 당한다. 노르말리아 사회에서 시를 쓰기 위해서는 허가를 구해야 하고, 노르말리아 사회에서 살려면 누구나 조합에 가입해야 한다. 그런데 이 사회에는 '시인 조합'이 없어서 시인인 나는 가까스로 '재단사 조합'에 가입할 수 있다는 허가를 받게 된다. 가입 조건은 장례식과 가입식에 참석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거창한 가입식 후 당국자들도 나를 알아보지 못하고 내가 알아보기를 요구하지도 않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다. 1948년 작.

까마귀
까마귀 한 마리가 사람들이 사는 도시를 활보하며 부리로 쪼고 부수며 익살을 부린다. 사람들은 인간을 따르며 재주를 부리는 까마귀를 신기해하며 먹이를 주고 찬사를 보낸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야콥이란 이름을 가진 까마귀는 엉뚱한 천재적 기질 때문에 종족에게서 추방당한 아웃사이더다. 인간의 눈에는 야콥이 재롱을 부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오히려 야콥이 곡예사나 어릿광대를 구경하듯 사람들의 모습을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헤세의 글솜씨가 유감없이 발휘된 짤막한 소품이다. 1915년 작.

신들의 꿈
1914년 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기 약 팔 주 전에 헤세는 아주 특이한 꿈을 꾼다. 꿈속에서 헤세는 절망적인 기분으로 어둠 속에서 성스러움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찾기 위해 헤맨다. 밝은 방 안에 사람들이 모여 있고 학문의 사제가 서 있다. 사제는 전쟁의 신과 잠의 신, 사랑의 신, 농사의 여신 들을 차례로 호명하지만, 그 모든 신들 중 평화와 사랑과 풍요를 가져다주는 신들은 더 이상 효력을 잃은 채 사라진다.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것은 전쟁의 신이며 사제와 군중은 전쟁의 신을 찬양하며 환호성을 지른다. 그 장면을 본 나는 세계의 멸망을 예감한다. 1924년 작.

밤의 유희들
꿈의 세계에 대한 확신과 꿈의 예술적 측면은 헤세에게 언제나 영감을 제공했다. 아무리 알려고 안간힘을 쓰고 책을 통해 천재적 가르침을 접하더라도 세월이 지나면 꿈과 무의식 세계와의 만남에 연관될 수밖에 없었다고 헤세는 고백한다. 꿈의 세계에 대한 확신, 꿈의 예술적 측면이 예술가인 자신에게 영향을 주었으며, 예술 속에서 헤세는 늘 유희적인 것을 즐겼다. 하지만 헤세는 평생 수천 개의 초현실적 시구와 격언을 만들었지만 예술적 윤리와 책임감으로 작품에 사용하는 대신 자신만의 놀이로 활용했다. 헤세가 자신만의 예술 놀이로 사용한 꿈 이야기 세 가지를 기록한 작품이다. 1948년 작.

성탄절과 두 어린이의 이야기
성탄절 날 손자인 질버는 할아버지 헤세에게 자신이 쓴 글을 선물로 준다. 하느님에게 자신의 가장 소중한 선물인 탈러 한 닢을 드리려고 한 파울이라는 아이가 도움이 필요한 늙은 어머니에게 그 돈을 준다는 이야기다. 이 글을 읽은 일흔세 살의 노작가 헤세는 깊은 감회에 젖어 자신이 열 살 때 쓴 동화를 상기하며 두 작품의 공통점을 알게 된다. 바로 '진심 어린 선물 주기'다. 헤세가 열 살 때 쓴 동화 「두 형제」가 액자 형식으로 삽입된 작품이다. 제목의 ‘두 어린이’는 열 살짜리 손자 질버와 육십삼 년 전 열 살짜리 헤세 자신을 말한다. 1950년 작.

사랑에 빠진 젊은이
성 힐라리온 시대 가자시에 순박한 부부가 아름다운 딸을 낳았는데 열 살이 되자 병에 걸리고 만다. 부모는 아이의 병이 나으면 그녀를 하느님의 신부로 바치겠다고 맹세하고, 아이는 기적 같이 병이 낫는다. 그런데 같은 동네 젊은이가 그녀를 연모한 나머지 마술을 배워 그녀에게 사랑의 병을 씌우고, 이 사실을 안 부모는 성자에게 데려가 그녀를 치유한다. 하느님께 다시 영혼을 맡긴 그녀를 보고 상심한 젊은이에게 그녀는 말한다. "당신이 저와 헤어지는 건 잠깐 동안입니다." 우리의 삶이 남긴 흔적은 짧고 불확실한 전설보다 오래 남지 못할 거라고 헤세는 말한다. 1907년 작.

세 그루의 보리수
베를린에 사는 우애 좋은 세 형제 중 막내가 어느 밤 시체를 발견하는데 야경꾼들에게 오해를 사 살인자라는 누명을 쓰게 된다. 이 사실을 안 둘째 형이 재판관을 찾아가 자기가 범인이라 말하고, 이를 안 맏형이 자기가 범인이라 말하고, 이 사실을 안 막내가 자신이 범이이라 말하자 재판관은 셋 모두 살인자가 아님을 확신하고 선제후를 찾아간다. 선제후는 셋 모두 범인이 아니라고 말하며, 심판을 위해 삼형제에게 들판에 어린 보리수 묘목을 심으라고 한다. 형제간의 우애를 그린 교훈적인 동화이다. 1912년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