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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뻘짓을 위해 택한 나의 새로운 도전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22. 8. 15.

 

뻘짓을 위해 택한 나의 새로운 도전

 

유튜브을 사부작거리다보면 

요즈음엔 멋지게 편집된 포스팅들이 있어

기분에 따라 

일상의 배경을 선택할 수 있다.

 

[playlist] 그래도 마음이 움직이면... 아직은 사랑일까 / 감미로운 목소리 Anthony lazaro 어쿠스틱 팝송/ lazy jazz blues acoustic pop

 

 

 

 

오늘은 감미로운 목소리에 꽂혀

이런 브런치를 준비하며

 

 

(양파, 로메인상추, 바질, 찐고구마, 찐단호박, 토마토, 무화과, 아보카도 위에 올리브 오일과, 발사믹 글레이즈, 참치액젖 한 큰술)

 

"자기야, 이제 휴가오면 우린 맨날 이렇게 먹는거야."

 

살짝 달콤한 카톡도 보내며

매일 휴일같은 하루를  맞는다.

 

 

 

 

 

 

 

 

 

덤으로 얼마 전에 구입한 

커피 그라인더를 처음으로 작동시켜도 보고

 

쓴 맛 그대로,

어쩌면 오늘의 음악과 딱, 안성맞춤인지...

 

 

 

 

40에 결혼이라는 것을 한 후,

20여년 가까이

남편에게 의지하지 않고

자립해 생활하면서

인생의 쓴맛 단맛을 유감없이 맛보았다.

 

재도전했던 학원마저

이런저런 사정으로 문을 닫고

빚더미에 올라앉다보니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육체노동을 택했고

그 뒷맛은 참으로 고달팠다.

 

노동에 단련되지 않았던

육체적인 문제도 물론 있었지만

나의 미숙함에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동료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스트레스로 몰리고

염증 수치가 올라가더니

결국 4년 만에

구내식당 조리원을 졸업할 수밖에 없었던 작년

 

실업급여를 받으며

쏠쏠한 재미도 맛보고

나이탓, 건강탓을 하며

 

비로소 60이 넘어

남편의 그늘 아래 앉아

불편하지 않은 삶을 살게 되었다.

 

참 습관이란 게 무서운게

편안하게 살아도

여전히 뭔가에 갈증이 나고

그것이

자아실현의 일종일 것이라고

막연히 짐작할 뿐,

 

용솟음치는 것들을 그저 바라만 보는 요즈음이다.

 

지난 금요일

실업급여를 타기 위해

등록했던 워크넷에서

뜬금없이 연락이 왔다.

 

여사님, 아직도 구직 중이세요?”

. 많은 시간 말고, 3,4 시간, 빡센 노동은 안되고요.”

상담자가 웃으며 다음 문자를 보내왔다.

 

오식도동 **공장,

사무실, 화장실 청소

월수금 네시간씩

급여 757,000

고령자 인재은행(워크넷)”

 

**공장을 검색해보니

집에서 차로 5분거리,

친구에게 전화했다.

 

이렇고 저렇고,

나, 이 일 해볼까?”

사실은 겁이 났다.

한 번도 청소일이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어서.

 

, 가시네. 너 글 쓰라고 기회 주는 거 같은데.

땀 흘리는 육체노동자의 경험도 모두 공부 아니냐?

글 쓸 소재!!!”

 

내심 말려주길 바라고 연락한 친구는 실실 웃으며

나를 갈구는 것인지, 격려하는 것인지?

 

그럼, 한 번 도전해볼까? 하다 못하겠음 안한다고 하면 되지.”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

아니 나는 벌써 월급일에 돌아올 나의 뻘짓을 위한 여분의 액수를 셈하고 있다.

 

첫 월급을 타면 기념으로 작년 텀블벅을 놓친

 

1.

도스토옙스키 컬렉션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 기념판) - 11- 가난한 사람들 + 죄와 벌 + 백치 + 악령 /열린책들

품절되었으니 중고라도 사야지, 99,000원 혹은 250,000

 

 

 

2.

이다영 작가의 사진집 Jazz On Stage 요것도 텀블벅을 놓친 아쉬움으로...

 

 

 

 

3. 누군가 내 귀중한 김영갑 사진집을 가져갔다. 누구라고 짐작은 가지만 다시 사야겠다.

 

4. 해외 직구라도 해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집 사기

 

 

, 이런 계획을 세우다 보니 벌써 월급 날짜가 기다려진다.

 

다음 달, 그 다음 달도 무엇을 위해 750,000원을 낭비해야 할지 고민 없이 그려진다.

 

나의 뻘짓, 나의 소확행을 위한 여분의 경비는

남편에게 의지하지 않고 나자신 스스로 벌어야 한다는 강박감을 떨쳐버리는 것이 쉽지 않다.

아직도 그것이 내 양심이라는 것이고,

어쩌면 자존심인지도 모르겠다.

걱정된다, 수요일 첫 출근, 5시에 출근해 9시에 퇴근, 과연 견뎌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