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한 바데로
3월 3일 첫째주 영화의 밤엔 "시카고" 봅니다. (밤 9시 30분)
이 거리에서는 총알 한발이면 유명해 질 수 있다.
단조롭고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기를 꿈꾸며 연예계를 동경하는 순진한 록시 하트(르네 젤위거 役)는 ‘바람부는 도시’ 시카고가 약속하는 모험으로 가득한 화려한 삶에 끌리게 된다. 록시의 단 한가지 소망은 화려한 무대 위에서 주목을 받는 스타가 되는 것이다.
나이트 클럽의 코러스 싱어로 일하던 록시는 착하고 헌신적인 남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이트 클럽의 사장과 절친한 친구인 프레드와 내연의 관계를 맺는다. 그가 단순한 가구 장사 일 뿐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스타가 되려는 꿈이 좌절되자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르게 된 록시. 착한 남편 아모스(존 C. 라일리 役)는 록시의 살인을 단순 강도로 위장하고 대신 감옥에 가려 한다. 하지만, 경찰의 조사 도중 진실을 알게 된 아모스는 결국 록시를 감옥에 보내게 된다.
아름답고 매혹적인 시카고 최고의 보드빌 배우(통속적인 희극, 춤, 곡예, 노래 등을 섞은 쇼에 출연하는 배우) 벨마 켈리(캐서린 제타 존스 役). 어느날 여동생과 남편이 한 침대에 누워있는 것을 목격하고 두 사람에게 총을 쏜다. 결국 벨마는 일급 살인 혐의로 체포되어 감옥에 가게 된다.
이미 언론에 의해 희대의 살인자로 낙인 찍힌 벨마는 무죄 석방 후 대가를 담보로 간수 매트로 모튼(퀸 라티파 役)을 매수하여 형사 변호사 빌리 플린(리처드 기어 役)을 소개 받는다. 그는 한번도 져본 적이 없는 누구나 변호를 맡기고 싶어하는 최고의 변호사이다. 벨마는 엄청난 비용으로 그를 고용한다. 빌리 플린과 매트로 모튼은 자극적인 사건에 불나방처럼 모여드는 언론의 속성을 이용하여 벨마의 무죄 석방을 시도한다.
한편, 벨마와 같은 감옥에 수감된 록시는 우연한 기회에 빌리 플린을 만나게 된다. 록시의 사연에 흥미를 갖게 된 빌리에게 록시의 남편 아모스가 거액의 수임료를 제시한다. 빌리는 벨마 대신에 록시의 변호를 담당하기로 하고 이로 인해 야심만만한 두 여인의 운명은 완전히 뒤바뀌게 된다. 벨마에 대한 관심이 식은 자리에 죄없는 착한 배우지망생으로 떠오른 록시는 순식간에 온갖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게 된다. 한편, 록시에게 빌리 플린과 세간의 관심, 재판 날짜 마저 빼앗겨 버린 벨마는 록시에 대한 앙심을 품게 된다.
드디어 시카고 형사 재판소에서 화제의 인물 록시 하트의 살인 사건에 대한 재판이 열리게 되는데…
카메라 안의 뮤지컬 무대
시카고는 뮤지컬 세트를 따로 구축해서 촬영하긴 했지만, 아카데미 편집상 수상작답게 의식과 장소가 무대를 계속해서 넘나든다. 그것도 절묘하게!
이런 장면들은 현장/무대 따로 찍어온 것을 편집만 잘 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치밀한 구성을 통해 이루어진다. 어떤 아이템을 등장시키고, 그 것을 조명이나 뮤지컬 소품으로 바꾸는 것은 아이디어만 있다면 일견 쉬워 보일 수 있겠다. 하지만 단순한 장면 전환 뿐만이 아닌 화면의 교차로 의식의 넘나듦을 보여주기도 한다. 게다가 보여지는 수많은 장면들을 그런 식으로 철저한 구성을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들인 공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된다.
많은 장면전환이 재미있었지만 특히 흥미있게 본 장면은, 음성을 통해서도 이러한 시도를 한다는 점인데, 교도소 전체방송이 “10분 후 소등” 이라는 대사 후 얼마 뒤 “벨마 켈리의 절망의 쇼입니다.” 라는 무대멘트를 주는 순간 이 곳이 무대인지 교도소인지 순간 의심하게 된다.
이런 장치들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구경하는 맛도 있지만, 특히 뮤지컬 무대와 영화의 모습들이 따로 분리되어있지 않고 하나의 영화를 본다는 느낌을 전달하고, 보여지는 장면을 좀 더 풍부하게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이 사고 싶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아슬아슬한 표현선
다 보여주는 것보다는 덜 보여주는 것이 상상력을 자극한다. <사이코(1960, 알프레드 히치콕)>의 유명한 샤워신에서도 그렇듯이 직접 찌르는 장면이 없어도 보는 우리는 찔린다는 것을 느끼게된다. 시카고에서도 많은 장면들을 그렇게 사용하고 있다.
위의 장면 같은 경우는 남자의 혀를 씹어버리는 느낌을 받아서 순간 움찔했던 장면으로, 굉장히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대개 이런 장면들이 강렬하게 다가오는 것은 실제로 그 것을 ‘고스란히’ 보여주지는 않지만 비유적/직관적으로 바로 보여주는 것 때문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그 것이 우리에게 실제적으로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머리 속에 서로 다른 장면들을 생산해내게 하는 상상력의 세계를 펼쳐지게 함으로서, 영상은 스스로를 더 풍부해지고 관객은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다.
그래도 이야기가 제일 재미있었기에...
겉보기에 이래저래 재미있다는 얘기를 하긴 했다. 하지만 시카고는 이야기 자체가 재미있다. 살인을 하고도 당당한 여성들이 돈을 밝히는 변호사를 사서 무죄가 되고, 결국 무대에 선다는 얘기는 현실과는 동떨어져있지만, 이 것이 실제 경제공황기 시카고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라는 점을 본다면 현실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시대를 정확히 가늠할 수는 없지만 ‘요즘’들어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모습들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박명수, 김구라 같은 맹비난파 예능인들의 출현과 그 인기. 고현정은 연기도 잘 한다지만, 각종 인터뷰에서 보여주는 포장 안된 모습을 통해 많은 이슈를 만들었었고, 케이블 프로나 영화계의 페이크다큐 열풍 등등. 어느새 우리는 포장의 시대를 넘어 현실을 보여주길 원하고 있다.
시카고 또한 포장되지 않은 인물들의 모습을 조명하는데 힘쓴다. 스타가 되고 싶어서 성을 파는 록시. 돈이 있기만 한다면 거래가 가능한 교도소장 마마. 이슈가 되는 인물이 아니면 변호를 해주지않는 변호사. 각양각색의 인간의 더러운 모습들을 더럽다고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속아넘어가는 신문기자들과 판사들을 조롱하는 모습을 보게되면, 거짓말하고 속여내는게 얼마나 재미있는지 스스로 깨닫게 되지 않을까? 범죄나 속임수 같은 포장의 세계에서는 거부되고 반드시 이렇게 되면 안되는 것들이, 영화를 보다보면 스스로 속으로 들어가 좀 더 잘 속이길 원하게 된다. 특히 마지막 법정장면에서의 탭댄스 장면을 본다면, 우리는 모두 변호사 플렌에게 이입되고, 거짓말이 성공하게 되길 원하게 된다. 히치콕이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싶어했다던 ‘Nasty Taste’. 우리의 본성은 도덕적이지 않음을, 시카고에서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쉽게 사라지진 않아!
마지막으로 인물 얘기를 조금 해보겠다. 무대는 대부분 주인공들을 위해 꾸며지는 편이긴 하지만, 교도소장 마마의 등장은 꽤 충격적이었다. 무대를 압도하는 몸매와 음성. 그리고 대담한 표현선. 이후 영화에서는 단순한 조연의 역할이긴 했지만, 끝까지 마마를 지켜보게 만든 것은 등장하자마자 나오던 바로 그 뮤지컬 무대였다. 매우 적절한 연기자와 캐릭터의 매치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뮤지컬 장면이 없었다면 아마 비중을 거의 못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그 것보다 더 크게 느껴진 한가지. 록시의 남편인 에이머스를 끝까지 조명하며 고독한 무대를 만들어준 점이다.
마마는 초반에 등장해서 정점에서 서서히 내려오게되는 비중을 차지한다면, 에이머스는 애초에 정점이라는 것이 없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잠수함을 타듯 등장하고 사라진다. 그저 멍청하고, 이름마저 무시당하는 남편의 모습을, 우리는 흐름을 타다보면 잊게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고독함을 무기삼아 중반의 뮤지컬 무대를 통해 ‘날 잊지 말아줘’ 라고 외친다. 이 부분은 계속 비중은 낮지만 영화의 시작부터 개입되었던 에이머스를 다시 돌아보게 되고, 잊지 말아달라고 외치는 사람을 언젠가부터 관객들도, 나도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됨으로써 쓸쓸한 무대를 보는 우리의 마음도 잊었다는 미안함과 쓸쓸함으로 바라보게 만들어준다. 이 점은 통쾌함과 재미만을 갖고 진행해가던 시카고를 감성적으로 훨씬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이래저래 뜯어봐도 시카고는 정말 재미있는 영화였고, “처음 보던 그 시절은 왜 그냥 보고 ‘재밌네’ 하고 별 것 아닌 듯 넘겨버렸을까?” 하는 부끄러움도 들게 한 영화였다. 영화의 메이킹 필름을 유튜브를 통해 봤다. 시카고를 찍기 위해서 연기자들은 뮤지컬도 준비해야했고 영화도 준비해야했었을 것이다. 그리고 중간에 무슨 Double 어쩌구.. 한 걸 봐서 일반 영화의 두 배의 노력을 해야만 했다고 한 것같긴 한데 (확실치는 않다.. -.-;) 수십번의 리허설을 통해 영화를 완성시켰다고 하니, 연기자들은 뮤지컬 한편에 가까운 준비를 했었을 것 같다. 캐서린 제타존스는 임신 중의 열연이었다고도 하고… 연기자들 서로서로 칭찬해주는 모습도 있던데 이건 뭐 어디에서나 마찬가지라 곧이곧대로 믿긴 좀 어렵긴 하지만 작품을 보다보면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못 만들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박수~
좋은 영화
많이 많이 같이 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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