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의 나----
오랫만에 집전화가 울린다. 그것도 토요일 아침 8시쯤이련가. 내 집 전화번호를 알고 있는 사람은 손꼽아 열명도 되지 않는데. 일찌감치 잠에서 깨었지만 그냥 토요일 아침의 한가함을 누리려 침대에 누워있으며 전날밤일을 곰곰히 씹어보고 있었다.
왜 그녀는 나에게 전화를 하지 않았을까. 내가 헤어지며 "상황이 결정되면 전화해줘, 난 혼자서는 못가거든." 하고 부탁했었는데 일부러 전화를 하지 않았는가? 또 다른 그녀에게 전화를 했었는데 받지 않았다. 둘이 같이 있는 모양인데 얼마나 재미있길래 전화벨소리를 못듣나, 부시로 느끼는 것이지만 또 다른 그녀는 항상 전화벨소리에 촉각을 세우고 사는 듯 하던데...그래 그만 생각해야지 짜증이 나며 내 전화를 꺼버렸던 전날밤 상황이었다. 그런데 토요일 아침일찍 날카롭게 울리는 기계음소리에 순간적으로 내 머리속은 이런저런 가능성을 떠올리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다 또 다른 그녀는 우리집전화번호를 알고 있는 열명도 안되는 사람중에 하나이며 필시 저 벨소리는 또 다른 그녀임에 틀림없어. 몇 차례 울리는 기계음 소리에 부엌에서 똑딱거리는 남편의 부산한 응대의 움직임이 들린다. 두서너 차례"여보세요! 여보세요!"하는가 싶더니 똑깍 전화를 끊는다. 누구일까 궁금했던 나는 슬슬 일어나 거실로 나가며 내 휴대폰의 전원을 켠다. 전원이 들어오던 순간에 내휴대폰에 벨소리가 진동하며 그녀의 이름이 화면에 뜬다. 짐짓 아무렇지도 않게 명랑한 목소리로 그녀와 인사한다. 그녀는 애써 어젲밤 상황을 나열하며 전화를 하지 못했던 이유를 설명한다. 그래 이해한다. 또다른 그녀가 내 휴대폰이 꺼져있으며 몇차례 통화를 시도하다가 실패했다며 오늘 어떻게 할 건지를 결정하자며 들이댄다. " 난 가고 싶은데 너희들은 주말엔 산에 가잖아, 나 때문에 가는 것은 싫은데 어제 한 약속이니 지키면 어떨까" 억지아닌 억지를 부려본다. "그래, 그러면 먼저한 약속이니 또 다른 그녀에게 전화해서 약속시간 잡아" 그녀가 여의 명랑한 목소리로 가르마를 탄다. "그러면 내가 여덟시 오십분까지 너네아파트 일층으로 갈께. 그때봐!" " 아 ! 시간없다 준비해야하니 얼릉 끊을께. 또 다른 그녀에게 전화는 네가 해."서둘러 전화를 끊고 아무튼 그녀와 나 또다른 그녀 셋이서 모짜르트 심포니를 배경으로 새로운 기분으로 붕붕 그날의 목적지를 향해 길가에 즐비해 서있는 백일홍에게 "안녕 ! 안녕 !"인사를 한다.
그 전날 바쁘게 바쁘게 서둘러 돌아왔던 길이련만 이리저리 헤메며 어제 혼자서 돌아오면 느꼈던 기분을 이야기한다. "난 말야, 어제 양귀비님이 보낸 메세지를 보며 사람은 참 다른 생각을 할수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난 음울했던 하늘 때문이었든지 굵게 굵게 굽이쳐 일렁이는 파도가 숨막힐 것같은 욕망의 덩어리처럼 내 안으로 기어 오르던데." "그럼 그 파도를 보면 차와 함께 바다속으로 돌진하고 싶었겠네." 그녀가 빠르게 응수한다. "응 그래, 정말 내가 그럴수 있는 용기가 있었다면 그렇게 했을 수 도 있고. 어제 기분은 참 엉망이었어. 그런 날씨에 그런 무드를 지닌 바닷가를 나 혼자서 달리게 하다니. 난 어제 네가 나랑 같이 올지 알았지.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너는 그렇게 멋있는 바닷가에서 쏘주와 막 맛이 오른 전어회와 또 좋은 친구들이 있으니 굳히 급한일도 없는데 날 따라 돌아올리 없지.이해 해. 그런데 만약에 그런상황이 다시 있게되면 난 꼭 같이 가주는 사람이 되리라고 다짐했지" 얄미운 끝생각을 내 뱉고 만다.
"그래, 그런 기분 이해해. 근데 그거 너무 자기중심적 생각이 아닐까? 나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것같아. 당연한거야. 함께 따라 나서지 않은것은. 그냥 나라면 오히려 더 재미있게 놀라고 생각했을거야." 와 ! 또다른 그녀는 평소의 자기 태도와 나의 태도를 비교까지 해가며 내 기분을 망치려한다.
"그래 난 내 중심으로 모든 것을 생각해. 그러나 이 나이에 그런 친구의 마음과 상태를 이해 못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그냥 나는 그렇게 느꼈다는 내 기분을 이야기 하고 싶을 뿐이라고, "" 너에게서 너는 자기 중심적인 생각을 한다는 비난을 듣고자 한말이 아니라고" 또 다른 그녀에게 마지막 말을 삼키고 만다. "나도 알거든 내가 내 중심적인 이기적인 사람이다라는 것을, 근데 내가 피해준거 있어? 너는 언제나 이타적이고 남을 배려하는 큰 마음을 가진사람이라고? 그런말 하고 싶지 않아" 난 또 배알이 꼴린다.
"난 너처럼 그렇게 간접적인 비난을 상대에게 하고 싶지 않다고..." 요점을 비켜간 또 다른 자기 비하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맘속으로 요런저런 생각을 하며 마추친 바다와 하늘은 전날 같지 않았다. 하늘은 한없이 맑았고 바다는 맑은 하늘을 배경삼아 은빛 잔잔한 물결을 흩뿌리고 있는 듯하였다.
이후의 나---
감정 다스리기를 위한 글쓰기-Beth Jacobs저 를 읽는 중이다.
나자신을 실험대상으로 해서 위의 글에 대한 사항을 정서조절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가정하에 이글을 쓴다.
1,장황한 상황을 묘사한뒤에 내 정서적인 상황을 효과적으로 조 절할 목적으로 내 변을 하고자 한다.
전날밤과 오늘아침 내가 보인 내 감정조절은 유치하기 그지 없었다. 왜 전화해달라고 부탁했는데 그녀는 전화를 하지 않았을까? 왜 또다른 그녀는 전화를 받지 않았을까? 다음달 만나 전날밤에 대한 그녀들의 상황을 들었을때 내가 이렇게 저렇게 생각했던 것들이 착각이었음이 확연히 들어나게 되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과 술자리를 같이 하는 바람에 시간을 놓쳤고 또다른 그녀는 열심이 장농정리하느라 전화온줄도 몰랐고,,, 이런 사실을 모르고선 또 난 몇시간을 부정적 생각들로 날 괴롭혔는고 ? 그런 그녀들이 다음 날 아침 나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몇분을 노심초사하며 나하고 연락하려고 했었는지 알고난 후 내마음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난 그녀들에게 무시당하고 있다는 내 혼자만의 부정적 생각들로 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니 이 얼마나 유치한 모습들인가? 아마도 내 자라지 못하고 아직도 방황하고 있는 맘속의 아이의 한 모습이겠거니..이해하며 나 자신을 위로 해본다. 더불어 지나치게 어떤 상황을 깊게 생각하지 않는 훈련을 해 보도록 하면 좋겠다고 또다른 오늘의 내 자아는 말하고 있다. 또한 더불어 내 기분을 헤아려 아침 일찍 마음이 급했던 그녀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2,난 진정 지나치게 본인 자신중심적 사고의 늪에 빠져 살고있나.
어떤 상황에 부딪힐때 난 그대들 지적처럼 일차적으로 내 중심적 사고에 서게된다. 화나고 억울하고 못내는 원망까지 하면서...
그러나 그런 일차적인 부정적 사고에서 쉽게도 벗어나기도 한다. 곧 이성적인 조절을 통해서 내 감정과 정서를 통합시키며 합리적이고 이해하려는 태도를 조성하려고 든다. 그러한 태도가 마음속의 아이가 성인으로 되려는 자아 발전의 근간이 되지 않겠는가. 또한 자신의 자아에 대한 보살핌이 되지 않겠는가 ?
난 그대에게 이해를 구하고 싶다. 난 그저 내 기분을 말하려고 했고 일차적인 기분을 말하려는 찰나 비난비교로 밖에 들리지 않았던 그대의 판단을 마주치고 난 또한 번 답답한 벽에 부딪힘을 느낀다.
요점은 난 그런 상황에서 다시 부딪힌다면 내가 내 경험을 바탕으로 배려를 해 줄 수 있는 그런 인간이 되고 싶었다고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고, 결코 그녀에 대한 비난도 배려도 바라지 않고 내 생각을 말하려고 했던 것 뿐인데... 그렇게 차분히 말하고 싶었다. 또 다른그녀도 이해 할 수 있도록... 우린 서로의 모순된 이해를 언제까지 달고 살아야 할까 ? 너와 나 우리모두 어쩜 서로에게 하고 싶은말 구하고 싶은 이해를 넘어 공감의 경계까지 도달 할 수 있을까 ?
언제쯤...
더불어 나 자신도 미리서 상대방의 말을 판단하고 잘못을 지적하는 듯한 혹은 비난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자세를 가지지 않도록 노력하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져본다. 그런 자그마한 상처들이 아직도 내 마음 성가시게 하는 아직 자라지 못한 나 그대들 이해 하시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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