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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마드리드로 부치는 편지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09. 9. 13.

 

주샘 !

안녕하시죠 ?

밥벌이 핑계로 제대로 배웅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곳의 가을은 어떻습니까?

 

오늘은 이틀째 청암산에 다녀왔습니다.

청암산 입구에 갈대밭 군락지가 있답니다.

어제는 아침 9시가 넘은 시간이어서 그랬는지

그놈들이  잔뜩 고개를 떨어트리고

마치 쌈꾼을 태우고 이리저리 움직이는

기마전 전사들처럼 바람에 흔들리더니만,

오늘 아침엔  이른 시간이어서 그랬는지

꽂꽂이 고개를 들고 찬란한 햇빛을 받고 있더군요.

아마 마지막 영금을 향한 몸짓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듭니다.

 

9월엔 저녁 바람도  이분 쉼표로 분다고

어떤 시인은 노래했다는데,

그 이분 쉼표로 부는  9월의 저녁바람과

선생님의 농익은 기타소리를 안주삼아

주주절절 낭창 낭창

꽃잎네들의  웃음소리를

이 가을에 듣고 싶은데...

 

 

오늘은 한가하게 이리저리 뒤척이다

이 시를 발견했습니다.

 

여기 바람 한 점 없는 산 속에 서면

나무들은 움직임 없이 고요한데

어떤 나뭇가지 하나만 흔들린다

그것은 새가

그 위에 날아와 앉았기 때문이다

별일 없이 살아가는 뭇사람들 속에서

오지 나만 홀로 흔들리는 것은

당신이

내 안에 날아와 앉았기 때문이다

새는 그 나뭇가지에  집을 짓고

나무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지만

나만 홀로 끝없이 흔들리는 것은

당신이 내 안에 집을 짓지 않은 까닭이다

 

 

 

                 -류시화 "새와 나무"

 

주샘,

외로우시죠 ?  만리 타향에서...

이곳에 있는 우리들 모두도 지독지독히 외롭답니다.

그래서 쓸데없는 이야기들을 주저리주저리 나열하며

독한 술잔들을 모여모여 기울이나 봅니다.

 

나만 홀로 끝없이 흔들린다고 시인은 노래하지만

우리 모두가 끊임 없이 흔들리며 사는 세상살이에 지쳐있을 때

누군가가 와서 내안에 집을 짓기를

바라면서도 어떻게 무엇을

우리는

해야할지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마음은 모두 비슷하지만

서투리고 또는 게으르고 망설이고

자신이 아직 해결되지 못하는

가엾은 자아들 때문에 ...

다가 오는 가을도 많이 많이

힘들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단 한가지 위안이 되는 것은

가끔씩 안부를 묻는 지인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명심하세용.,..

이곳에도 놀러와주시고 흔적도 남겨 주세요.

무대책 양쌤도 보고싶고...

아무튼 건강하시고...

Bye  By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