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소년원에서 나온 뒤, 처음으로 불기는 없으나 실내의 아늑한 공기를 흡입하며 침낭 속에서 눈을 떴어요. 천둥, 번개를 동반한 미친 봄비가 몸살이라도 앓는 모양인지 끙끙댔죠. 눈을 뜨지 않을 수 없었어요. 제 온몸이 흠뻑 젖어있었거든요. 꿈을 꾸었어요. 딥 키스의 꿈을. 상대는 누군지 몰라요. 그저 제가 누군에겐가 사정없이 달려들어 딥, 딥한 키스를 퍼부었다는 것밖엔. 흠뻑 젖은 제가 부끄러워 서둘러 점퍼를 걸치고 연구소 문을 박차고 나왔어요. 그렇게 한 시간을 넘게 빗속을 걸어 호숫가 벤치에 앉았죠. 여전히 비는 멈추지 않았지만 호수의 얼굴을 간지럽히는 비의 손길이 점점 부드러워지고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어요. 그때 제 몸 옆구리가 자꾸만 근질거렸어요. 마치 날개라도 비집고 나오려는 것처럼. 그래요, 바로 그거였어요. 날개, 세상을 향해 거침없이 날아야 할, 12일 동안 6,000킬로를 거침없이 날을 수 있는 알바트로스의 날개가 제 몸에서 생성되기 시작했다는 것, 어쩌면 제가 새벽녘 딥한 키스를 한 상대 또한 제 삶, 제 인생인지도 모르겠어요. 그저 막연한 느낌이에요. 어쩌면 그렇게 미친 듯 삶을 사랑하고 싶은 제 무의식의 발현 같은 것. 이제 서서히 비가 더 잦아들고 호수의 물결은 한없이 게으름이라도 피울 듯한 기세예요.
“너도 그러니?”
깜짝 놀라 사방으로 고개를 돌려봤지만 소리의 정체를 알 수 없었어요.
“너도 날개가 나오려고 네 몸이 근질거리는 거야?”
정체도 없는 것이 다시 물었어요. 갑자기 으스스한 기분이 들었어요.
“칫, 바보. 나야, 나. 네 옆에 나.”
“뭐라고?”
저도 모르게 소리쳤죠.
“손을 뻗어봐.”
전 소리가 하라는대로 손을 뻗어봤어요. 사방으로. 거기 제가 앉은 벤치 옆으로 오래 된 벚나무의 까칠까칠한 몸에 제 손이 닿았죠.
“그래, 바로 나야.”
헐, 나라니, 나라니요?
“나도 지금 너처럼 말이야. 온 몸이 근질근질 하단다. 간지러워 미칠 것 같아. 내 몸에 숨어 든 꽃들이 이제 막 숨을 트려고 해. 말릴 수 없어. 어쩌겠니, 내가 참는 도리밖에.”
“그런거야. 너도 꽃을 피우려면 네 살을 찢는 아픔을 겪어야 하는 거니?”
전 저도 모르게 늙은 벚나무와 수다를 피우지 않을 수 없었죠.
“그럼. 꽃을 피우려면 나도 살갗을 찟는 아픔을 견뎌야 하거든. 그것도 잠시. 상처에서 피어난 꽃은 모든 것이 감탄할 만큼 화려하게 피어나지만 곧 지고 말아. 그리고 잎이 나고 열매가 열리고, 또 그렇게. 네가 아는대로. 그게 내 삶이거든.”
그랬답니다. 이른 아침의 박명을 뚫고 흠뻑 비를 맞으며 걸어 온 자리에서 또 저는 제 삶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 지를 배웠습니다. 상처 없는 열매는 없고, 아프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는 것. 그것이 삶의 진리라면 기꺼이 그 진리 속에 투신하겠습니다. 몸과 내 영혼 모두를.
I THINK, I ACT, THEREFORE I AM.
오늘 아침엔, 헤세님의 곡에 제 허접한 가사해석을 얹어 다이아나 크롤의 목소리로 들려드리겠습니다.
X 올림.
The Gentle Rain
We both are lost
우린 둘 다 길(연인)을 잃었어요.
And alone in the world
그리고 홀로 세상에 남겨졌죠.
Walk with me
저와 함께 걸으실래요?
In the gentle rain
부드러운 빗속을
Don't be afraid, I've a hand
두려워하지 마세요. 제가 당신의 손을 잡아 줄게요.
For your hand and I
당신과 맞잡은 나의 손
Will be your love for a while
어쩌면 잠시 동안 만이라도 우리는 사랑을 나누게 될 지도 모르죠.
I feel your tears as they fall
On my cheek
내 볼에 빗물이 흐를 때 그것은 당신의 눈물처럼 느껴졌죠.
They are warm like gentle rain
당신의 눈물은 부드러운 빗물처럼 따뜻해요.
Come little one you have me in the
World and our love will be sweet
Very sweet
오세요, 조금 더 가까이. 당신은 저를 가지게 될 거예요.
우리의 사랑은 매우, 매우 달콤해지겠죠.
Our love will
Be sweet very sad
Very sweet like gentle rain
우리의 사랑은 달콤하기도, 매우 슬프기도 할 거예요, 이 부드럽게 내리는 비처럼
Like the gentle rain
Like the gentle rain
이 부드럽게 내리는 비처럼
곡 The Gentle Rain (Chuva Delicada)는 영화 흑인 오르페의 주제곡 카니발의 아침을 작곡한 보사노바 작곡가 Luiz Bonfá와 작사가 Matt Dubey의 1965년 작품이다.
Gentle Rain - Diana Krall - YouTube
http://me2.do/59zJV0H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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