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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소설화

오로라 2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6. 7. 19.


  

“엄마”

   로라는 넋이라도 나간 듯 바다를 보고 앉아있는 엄마가 어쩐지 위태위태해 견딜 수가 없다. 엄마, 달래를 통해 보는 세상은 오로라에게 온통 잿빛이다. 무엇 때문에 엄마의 세상, 곧 자신의 세상이 저렇듯 잿빛인지, 이제 겨우 7살을 갓 넘은 오로라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엄마”

   로라는 다시금 엄마의 치맛자락을 살짝 건드려본다. 그래도 엄마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차마 엄마의 몸에 손을 대지도 못한다. 손이라도 대면 곧 바스러질 것 같은 과꽃 같은 엄마. 오로라는 언젠가 엄마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자체가 공포였다. 로라는 엄마의 시선이 가 있는 곳, 수평선이 끝없이 펼쳐진 바다로 시선을 준다.

   아직 한낮의 태양은 비를 머금은 검은 구름사이로 숨바꼭질이라도 하듯 숨어있었지만 ‘나, 여기 있어. 찾아봐 줄래.’ 간간히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라도 하듯 햇살을 수면위로 뿌려대고 있었다. 수면의 은빛 물살은 어서 오라고 손을 흔드는 것처럼 바람에 살랑거린다.

   로라는 엄마의 얼굴을 다시 가만 들여다본다. 여전히 뭔가에 홀린 듯 시선을 흩트리지 않는 엄마다. 혹시라도 엄마가 저 은빛 물결의 유혹에 넘어가면 어쩌나, 갑자기 로라는 울고 싶어진다.

   엄마가 사라지기 전에 엄마로부터 먼저 숨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엄마가 자신 곁에 오래도록 있을 수 있지 않을까? 벌써 로라는 자신이 마땅히 숨어야 할 장소가 떠오른다. 장독대 위 항아리 속이 좋을까? 먼지만 쌓인, 다락방이라면, 할머니의 제단 뒤 빈 공간도 혼자 누울 수 있는 충분한 장소이다. 로라는 마음이 급해진다. 엄마를 영원히 자기 곁에 붙들어 맬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라도 하고 싶다.

   로라는 다시 한 번 엄마의 표정을 살핀다. 여전히 변함이 없다. 그런 엄마가 낯설지 않지만 늘 그랬던 것처럼 엄마를 바라보는 로라의 온몸으로 뭉텅뭉텅 슬픔 같은 것이 덮쳐 온다. 너무 꽁꽁 숨어있어 엄마가 영원히 자신을 찾지 못하면 어쩌지, 걱정도 함께 온다. 어쩌면 엄마가 영원히 자신을 찾아 헤매게 하는 일이 로라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지구 끝이라도 숨어야 한다. 엄마를 잃지 않기 위해. 엄마를 잃지 않기 위해.

  “숨을 거야. 숨을 거야.”

   로라는 분연히 일어난다. 그리고 마구 달린다. 아른대는 눈물도 함께 달린다.



Una Furtiva Lagrima 남 몰래 흐르는 눈물 (한글 자막 포함)  - 파파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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