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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에피소드 58,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너,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6. 6. 5.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나의 니체에게



   글쎄 말이다, 넌 정말 어디서 왔을까?


   뽓찌 할아버지 말씀대로라면 우주 어딘지, 아주 뜨거운 곳, 아니면 마그마로 들끓는 대지의 저 깊은 심연일까? 가슴이 너무 뜨겁다고 울상인 너에게 미안하지만 또 그럴만한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해주렴. 어떤 고난 앞에서도 굴복하지 않고 그 고난마저 기꺼이 껴안으며 내일의 자양분으로 삼고 마는 아니 오히려 고난을 통해 더 강해지며 동시에 더 부드러워지는, 자신을 무한 긍정하며 나와 다른 타인 또한 나와 같음을 이해하고 시간에 관계없이 기다려 줄 것을 확신케 하는 바로, 너, 너니깐.


   그래, 넌 아직 확실하진 않지만 너의 가슴만큼 뜨거운 그곳에서 싹으로 터 바람이 널 이곳, 네가 누워있는 소아병실의 창문 옆 침상에 데려다 놓은 것이고 이제 너는 그곳마저 벗어나 목적지도, 기간도 알 수 없는 긴 여행을 떠나려 하는구나. 다행스러운 것은 곱사등이지만 매우 똑똑하고 용감한 풋망아지 코야와, 널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뽓찌 할아버지와 함께라니. 그리고 마지막까지 너에 대한 기대와 꿈을 버리지 않을 나도 있잖니?

 

  나는 지금 내가 좋아하는 파블로 카잘스 아저씨의 첼로 소리를 배경으로 어느 때 보다 더 한가로운 일요일 한때를 보내며 너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있단다. 네가 가고 싶은 곳은 어디일까? 아니 꼭 네가 가야만 하는 곳은 어디일까? 어디가 되어야만 네가 이루고자 하는 너의 자아의 완성을 위해 도움이 되며 궁극적으로는 너의 의무가 되는 지금 보다 조금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사람들을 미소 짓게 하는, 속도전에 밀려 미처 돌보지 않았던 자신의 내부에 숨겨져 있는 타자들에 대한 선의를 깨닫게 할 수 있는 곳, 만남의 신비와 축복을 유감없이 느낄 수 있는 곳, 그곳은 어디라도 좋겠지만 꼭 어디야만 하는 곳도 있는 법이란다.

   

  힘들겠지만 처음엔 체르노빌 근처 어디에서 시작하더구나. 네가 몸을 빌려 세상을 나오게 한 너의 엄마는 오래 전에 그곳에 있었단다. 막 배우를 시작할 무렵, 인기 프로그램 중의 하나인 환경을 다루는 프로그램 시리즈물 중의 하나인 '원자력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인가?' 라는 표제를 단 리포터로 아무도 가지 않겠다고 한 그곳에 너의 엄마는 겁도 없이 지원했단다. 아직 무명이었던 네 엄마는 배경도, 가진 것도 없었던, 그래서 그렇고 그런 배우로서 사장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선택에 여지가 없었단다. 물론 실제론 치매를 앓고 있었던 자신의 어머니, 즉 너의 외할머니의 간병비와 치료비를 위해 상당한 액수의 출연료가 위험수당과 함께 지급되는 고맙게도 그리고 얼마간은 흥분되고 또 치솟는 두려움을 가까스로 억누르며 그 일을 기꺼이 자원하지 않을 수 없었단다. 그 까닭이었는지 네 오빠와 여동생과 달리 너에게만 버거울지 모르는 자폐증을 앓게 되었는지 그 이유에 대해선 앞에 언급한 이유와 같단다. 너에게는 세상 그 누구와 다른 특별한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그 무엇이 나를 너에게로 끌어들이고 있단다. 지금 너 때문에, 네가 나와 함께 할 미래의 시간 때문에 나는 또 얼마나 흥분해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