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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에피소드 57. 그리고 마 논 트로포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6. 6. 4.

그리고 마 논 트로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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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의 습습한 밤바람도 안단테 안단테 느리기만 합니다. 강 건너 형형색색 네온을 품은 도시의 불빛은 쉼 없이 점멸합니다. 멀리 어두운 바다위로 고기잡이배의 불빛이 희미하게 깜박입니다. 이른 밤 살아있는 것들은 아직 잠들지 못합니다. 잠들 수 없는 것들은 서로를 더듬습니다. 움츠리고만 있었던 촉수들은 이제 서로를 더듬기 위해 날을 세웁니다. 

   굽은 어깨를 구부리고 어둠 속에 앉아있는 당신에게 다가섭니다. 기척을 내어도 당신은 자신을 고수합니다. 아무 것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고집스런 모습에 가슴이 찡해옵니다. 잠시 머뭇거립니다. 혼자 있고자 하는 시간이 지나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는 내가 지치지 않았으면 더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당신을 지나쳐서는 안됩니다. 당신의 자세에 상관없이 슬그머니 당신 옆에 앉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시선을 쫓습니다.

   당신에게 다가갈 방법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다행입니다. 생각은 더 이상 출구가 없습니다. 그저 기다리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기다리는 지루함을 참지 못해 잠시 숨을 고릅니다. 주저리주저리 뜻모를 소리들이 열을 짓습니다. 말들은 소리를 트지 못하고 결국 목에 걸리고 맙니다. 끄억, 끄억 당신의 울음소리가 말의 소리를 대신합니다. 어린 아이처럼 당신의 굽은 등이 오르락내리락 리듬을 탑니다. 가만 내 작은 손으로 당신의 등을 쓸어내립니다. 당신의 등과 내 손바닥 사이에 미세한 열기가 발합니다. 더 바짝 당신의 등 가까이로 엉덩이를 붙입니다. 이제 온 팔로 당신의 등을 문지릅니다. 울음은 점점 깊어갑니다.

  당신의 울음을 그치게 할 방법이 없을까요? 도리가 없습니다. 기다릴 수 없어 일어섭니다. 그리고 당신의 등 뒤에 무릎을 꿇고 앉습니다. 온 몸을 기울여 당신을 안습니다. 겁도 없이 한쪽 얼굴마저 당신의 등 위로 밀착시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뿌리치지 않는 당신입니다. 당신의 울음이 서서히 잦아듭니다.

  작은 위로가 당신과 나 사이에 다리를 만듭니다. 이제 당신은 울음을 그쳤지만 나는 당신을 대신해 소리 없는 눈물을 만듭니다. 지치고 고통에 찬 눈물이 아닙니다. 그저 당신을 그렇게나마 위로할 수 있어 기쁘기만 한 눈물입니다. 스르르 눈이 감깁니다. 당신의 등이 따뜻해오고 졸음이 몰려옵니다. 어디 선가 나지막이 노랫소리가 들려옵니다.



  “너의 손을 잡고 싶은데 나의 노래를 나누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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