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하늘이 울더니 아침이 되자 자욱한 물안개가 산허리를 감쌌다.
나무 우듬지 사이로 햇살이 비껴들었다.
숭얼숭얼 물안개를 밀어내며
햇살이 부챗살처럼 사방으로 퍼졌다.
곧 구름 속으로 비껴난 해는 더 이상 꼬리를 내리지 않았다.
그리고 숲은 다시 물안개에 갇혔다.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꽃잎을 떨어뜨렸다.
아름다운 것치고 슬프지 않은 것은 없다.
어쩌면 아름다움이란 속성엔 늘 어떤 처연함이 공존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숨어 있는 처연함이 있기에 아름다움은 더 빛을 발하는 것일까?
불현듯 찾아 왔다가 표표히 사라지는 봄이 분분하다.
그 봄 속에 잠시 마음을 부린다.
까닭 없이 슬픈 봄은 없다.
잃어버린 어떤 것들이 나붓대는 꽃잎과 함께 아롱댔다.
가만 이름을 불러본다.
가 버린 것들은 다시 오지 않는다.
다만 아직 보내지 못한 내 마음 뿐이다.
보내지 못한 마음이 그림을 그린다.
분분한 낙화를 배경으로 선명하게 떠오르는 영상들.
그것으로 족하다.
남아 있는 날들을 꼽아본다.
몇 번의 봄을 다시 볼 수 있을까?
또 몇 번의 봄을 보내며 나는 그 누구의 이름을 또 부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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