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戀書시리즈 - 독후감

프란츠 카프카/변신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5. 9. 1.

  카프카의 변신은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아침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자신이 잠자리 속에서 한 마리 흉측한 해충으로 변해 있음을 발견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한숨 더 자서 이 모든 어처구니없는 일들을 잊어버린다면 어떨까?” 해충으로 변해버린 자신을 확인하며 그레고르가 내 뱉은 말인데 동시에 “아무려나 우선은 일어나야겠다, 타야 할 기차가 다섯 시에 떠나니까” 라는 생각으로 자신을 추스르려 하지만 이미 해충으로 변해 버린 그레고르는 가족을 부양해야하는 자신의 역할을 더 이상 수행할 수가 없다. 이제 해충으로 변해버린 그레고르를 두고 그의 가족과 가정부, 하숙인들의 태도가 나타나고 그레고르 자신도 해충으로서의 살 길을 모색해가는 장면이 계속된다.

 

 

  카프카의 변신은 영어 책 제목으로써 ‘The Metamorphosis(탈바꿈, 변형, 변태)’다. 변태는 애벌레가 변하여 나비가 되는 걸 뜻한다. 모습이 바뀌기는 하지만 본질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그레고르의 몸이 벌레로 변했지만 그는 여전히 다른 무엇도 아닌 인간 그레고르인 것이다.<윤성근/내가 사랑한 첫 문장31쪽>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좀 고통스러웠다. 해충으로 변해버린 그레고르를 대하는 가족들의 태도에서 내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변하지 않은 본질을 외면한 체 바뀐 겉모습에 의해서 지금까지 자신들을 부양해왔던 그레고르를 부정하며 자신들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마땅히 자신들의 곁에서 사라져주어야만 마땅한 존재라는 태도를 보인다. 이러한 가족들의 태도에 해충으로 변해버린 그레고르는 결국 오랫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음으로써 자살을 택한다. 그의 시체를 보고 “이제 우리는 신에게 감사할 수 있겠다.”라고 외치는 아버지 잠자씨, 그의 성호를 따라하는 가족들……. 가슴이 먹먹해서 한 참을 꼼짝할 수가 없었다.

 

 

  나는 무엇보다도 내 자신을 들여다보기를 즐긴다.  바깥세계보다는 내 자신의 내부에 쏠려있다. 도대체 내 안엔 얼마나 다양한 모습들이 감추어져 있는가? 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찾을 땐  때론 두렵고, 놀랍고, 행복하고 고통스럽기도 하다. 나이 들어 깨닫는 진리중의 하나는 모든 것의 근원은 나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보며 ‘나’를 알게 되고 내 안의 수많은 ‘나’가 곧 바깥인 ‘네’ 안의 수많은 ‘나’가 된다는 것이다. 즉 내가 보이면 너를 알게 되고 너와 나를 알게 되면 세상은 그만큼 편안할 것이라는 깨우침이다.

  한편으로는 때로 그레고르처럼 변해버린 나의 겉모습에 놀라기도 고통스럽고 한편으론 부끄럽기도 하지만 내 안의 본질은 늘 한결같다는 것에 위안을 찾는다. 어쩌면 자기변명일지도 모르지만 여하튼 나는 지금의 내 모습을 적극 수용하는 편이다. 또 그렇지 않으면 어쩌겠는가? 내 모습에 불만을 가진다면 하루하루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적당히 타협하는 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내 본질에 대한 고찰을 통해 세상을 알아가고 아는 만큼 세상이 보이고 나를 너를 어떻게 상대해야하는 지를 알게 된다. 한 때 나에 대한 연민이 인간 모두의 연민으로까지 소급되었던 때도 있었고 이러한 생각이 때론 내 교만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가, 의문을 가진 적도 있었다. 여전히 인간에 대한 연민에 가슴이 싸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예전처럼 연민의 시선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에 공감한다. 때론 찬양을 받아 마땅할 때도 때론 질타를 받아야만 할 때도 있지만 그것은 당신 때문이 아니라 나에게서 비롯되었음을 잊지않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