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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들

[스크랩] 나의 취미, 손님 초대 상차림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09. 12. 10.



나의 손님 초대 취미 중의 절정은 식탁차림이다


만일 누가 요즘 나에게 취미가 뭐냐고 묻는다면 아마 나는 “손님 초대”라고 대답하게 될 것 같다. 아무리 힘들어도 힘든 줄 모르고 한 번도 싫증 내본 적이 없으며, 오히려 매번 즐겁기만 한 것이 나의 손님 초대 준비다. 시간만 있다면 늘 하고 싶은 것이다. 내 친구들이나 가족들 중에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나를 별종 취급하는 사람이 적지 않고 “왜 힘들게 집에서 하느냐”면서 아예 말리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나는 흔들림 없다. 좋은 걸 어떡해요?

취미 중의 취미요 즐거움 중의 즐거움이다. 사실 손님 초대에 있어서 어렵고 힘든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메뉴 짜기가 그렇다. 이것저것 대접하고 싶은 음식이 너무 많아 어느 것을 고를까가 고민이고 난처하다. 한편으론 ‘이것들이 맛있을까?’ ‘손님들이 좋아할까?’ 자신이 없어 불안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식탁 차림’은 다르다. 좋은 점만 있다. 내가 제일 기분 좋게 일하는 순간이 바로 식탁을 차리는 시간이다. 내 식으로 멋을 내려고 집안에 있는 물건들을 잘 맞추어 낼 때의 기쁨. 식탁에 앉을 손님들 한 사람 한 사람을 떠올리면서, 숟가락 하나 비뚤지 않게 놓으려고 신경 쓰는 나를 보면서 참 좀스럽다는 생각도 한다.

어느 책에선가 읽었던 구절, ‘아름답게 차린 식탁은 배려 받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에 감격했었다. 사실 그렇다. 남의 집에 초대 받아 갔을 때 멋지고 아름답게 차려놓은 분위기에 싫어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내가 참 귀하게 대접 받고 있다는 기분이 들 것이다. 차리는 입장에선 손님들에게 제일 좋은 것만 보여드리고 싶어 요모조모 머리를 쓰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정성이리라.





나는 상차림 할 때 몇가지 요령을 확실히 갖고 있다

첫째, 나는 식탁에서 장식을 위한 장식은 가능하면 피하려고 한다. 나의 상차림 기본은 식탁보와 냅킨, 꽃과 초, 수저 받침과 냅킨 홀더, 그리고 그릇과 유리잔들을 맞추어놓는 일이다. 여기에 손님들 기분을 올려줄 장식을 하는데, 인조 얼음 조각을 늘어놓아 시원한 기분을 내게 하는 등 나름의 목적이 들어 있다. 이게 왜 여기 올라왔나 할 장식은 하지 않는다.

둘째, 손님에 대한 예의를 꼭 떠올린다. 그 한 예로 헝겊 냅킨을 꼭 내놓는다. 물론 1회용 그릇이나 플라스틱 그릇들은 특별한 용도 외엔 절대 쓰지 않는다. 귀한 대접을 받는다는 기분을 맛보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셋째, 재미있고 놀라움을 주는 연출을 늘 생각한다. 바닷가에서 주운 돌멩이를 젓가락 받침으로 내놓는다든지, 꽃꽂이하다 남은 나뭇가지를 잘라 냅킨 위에 걸쳐놓아 화젯거리로 삼는다든지, 물론 내 생각이지만 뭔가 재미있는 이야기가 식탁 위에서 벌어지도록 마음을 쓴다. 좋은 화제를 식탁에서 만들고 싶어서다. 동창 친구들 초대 때는 그 옛날 학창시절 사진을 크게 복사해 붙여놓아 옛날 추억을 되새기기도 했다.

넷째, 전식과 후식 차림을 꼭 준비한다. 역시 귀한 대접을 위한 정성, 아름다운 상차림을 위한 또 하나의 연출이다. 나는 손님들에게 “일류 식당들과 경쟁 중”이라고 농담하지만 사실 마음자세를 다지는 잣대이기도 하다. 색다르게 또는 정식으로 한번 멋을 내보는 일, 확실히 사는 재미를 맛보게 하는 것 같다.




손님을 집으로 초대하는 일

오늘같이 복잡하고 바쁜 생활에서 모두가 엄두 내기 힘든 일이라고들 말한다. 그러나 나는 이런 식탁 모임이야말로 이 정신없는 온라인 환경에서 남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정을 가꾸는 직접 소통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나의 경험으론, 일부러 시간을 내서 남(손님)을 생각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일종의 정서적인 노동이다. 아주 작은 일 같지만, 그러나 접시를 올려놓고 냅킨을 접으면서 정다운 사람들을 생각하게 되고 스스로 여유를 누리는 기분이란! 사회생활로 피곤해진 마음에 위로 받는 그런 기분이다. 나에게 이 식탁 차림은 참 좋은 취미활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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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세대 언론인인 윤호미 씨의 1인 잡지 사이트. ‘호미, 초이스’라는 이름처럼 그녀가 가본 곳, 만난 사람, 만들어본 요리, 쇼핑한 제품 등을 보여주는, 그녀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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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전문 요리팁
글쓴이 : 레몬트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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