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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내 푸른 날개의 날들...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4. 12. 3.

  족히 10여 년 전쯤에 읽었을 법한 책을 다시 집어 들었다. 메타포가 무엇인지를 진정으로 깨닫게 해 준 책이었다. 또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일포스티노’의 원전이기도 하다.  다시 읽으며 40대 초반에 읽었던 구절들과 이제 반백을 넘어 읽는 구절들과는 사뭇 다르다. 메타포로 가득 채워진 구절들에 반해 한 줄 한 줄 새기기도 아깝다.

 

 

  “나는 마틸데와 함께 커다란 방에 머물고 있다네. 말을 대동한 전사에게나 어울릴 큰 방일세. 하지만 이슬라 네그라 집에서 보낸 푸른 날개의 날들이 너무도, 너무도 아득하게 느껴진다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105쪽>

 

 

  인용한 부분은 네루다가 아옌데 정권하에 프랑스대사로 임명되어 파리에서 이슬라 네그라에 있는 우편배달부 발바리 마리오 히메네스에게 이슬라 네그라의 모든 소리들, 밤하늘의 침묵까지도 녹음해 달라는 부탁을 하면서 보낸 편지의 한 구절이다.  네루다가 이슬라 네그라에서 보냈던 푸른 날개의 날들을 몽땅 녹음해 보내달라는 네루다의 편지……. 그가 경험했던 이슬라 네그라에서의 푸른 날개의 날들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책을 통해, 영화를 통해, 그리고 내 안의 것들과 통합되어 한없이 팽창되는 상상의 세계를 통해……

 

 

  그렇다면 내 푸른 날개의 날들은?

  그래, 나의 하루하루가 어쩌면 그의 푸른 날개의 날들과 버금가는 날들이지 않을까? 별 다를 바 없는 하루를 시작하는 나 자신에게 묻고 있었다. 아침 눈을 뜨면 밀려오는 뜨거운 것들.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축복, 나를 살게 해주는 인연들에 대한 고마움. 새롭게 시작될 내 역사에 대한 설레임……

그렇게 위로를 주고 싶은 것이다.

 

 

느지막이 시작된 아침,

창문 앞에 서니

성긴 눈발에

내 푸른 날개의 날들도 춤을 춘다

 

 

향을 피우고

음악의 볼륨을 조정하고

히타를 튼 후

잔에 막 뽑은 커피를 한 가득 채우면

먼저 앞서가는 사념들이

 

 

멀지 않은 바닷가에서 들려오는 뱃고동 소리에 멈칫거린다

 

 

오늘도

그대는 안녕하신가?

가슴 저릿해 오는

긴 그리움마저

나붓나붓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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