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에 지쳐 잠을 깨면 어느 덧 아침…….
어제보다 조금씩 더 행복한 기분으로 눈을 뜬다.
"좋아 보여요."
입에 발린 인사치레라도 기분 좋은 말이다.
흥천사 앞쪽 산책로를 쉬엄쉬엄 오르며 오늘 아침은 나에게 자문해본다.
"혹시 리플리 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은 아닐까?"
딱히 좋을 것도 없는 하루하루가 조금씩 더 행복하게 느껴지는 것은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며 꾸며낸 내 허구의 현실만을 인지하고자 하는 정신적 장애를 앓고 있는가? 물으며 웃어본다. 혹시 나 조금씩 바보가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여도 여전히 발걸음도 마음도 경쾌하다.
만추의 호젖함을 즐기며 조각공원을 지나 삼일탑에서 좌회전을 해 동신교회 앞으로 내려오면 딱 한 시간 코스이다.
동신교회 앞 산돌학교에 오게되면 카페 월명과 마주친다,. 10시가 되어서야 문을 여는 월명을 기웃거리려 잠시 동신교회 앞에서 주춤거린다. 이 동네에 언제 샤갈님이 몸소 오셨을까?
기분 좋은 사진 몇 컷을 찍다보니 오늘은 월명의 불빛이 조금 일찍 보인다. 반가운 마음으로 한 걸음에 달려가 쭈뼛거리며 다이소용 1,500원짜리 내 전용 에소프레소 잔을 내민다. 에소프레스를 즐기는 방법 중의 하나는 뭐니 뭐니 해도 앙증맞은 잔에서 풍기는 고소하고 진한 향기와 크레마가 입에 닿는 순간의 절묘한 조화이기에 가방에 살짝 넣어가지고 왔다.
아직 에소프레소 커피머신을 들여놓지 못했다. 하여 내 자신을 위해 이곳 월명에서 3,000원의 행복을 사기로 한다. 응악의 볼륨이 높아지자 내기분도 한껏 업된다.
경쾌한 보사노바의 음율에 몸을 맡기면 3,000원이 아닌 3,000,000만원의 행복감이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오늘도 조금 더 행복하게 나의 하루가 익어간다.
<리플리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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