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내내 바람에 부딪히는 달그닥거리는 소리에 잠을 못 이뤘다. 금방이라도 유리창을 깰 듯 요란을 떠는 소리가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아마도 연통으로 물이 흘러 내려오지 못하도록 방지하기 위해 설치한 모양인데 역시 아마추어의 손길이 느껴져 웃음이 나왔다. 예전 같으면 짜증이 날 법도 하건만 살아보니 늘 아마추어의 모자람이 마음을 편하게 하는 듯했다. 왜냐면 나 자신도 그 무엇에건 늘 아마추어의 언저리를 벗어나지 못함을 알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 소음의 정체를 확인해보니, 역시 그렇다. 공사담당자를 다시 불러야할 모양이다.
새벽녘에야 설핏 든 잠 때문에 그만 늦잠을 자버리고 말았다. 9시 수업을 일단 제키고 대신 시내를 한 바퀴 산책해보기로 한다. 영화동, 장미동, 구시장을 거쳐 이마트까지 내리 한 시간을 쉬엄쉬엄 걸었다. 예전 친구네가 살던 화력발전소 앞 포구에서 몇 컷의 사진을 찍는다. 혼자 피식 웃음이 났다. 십대가 엊그제였는데, 벌써 반백을 지나다니...... 세월의 무상함이 아찔하다. 잠깐 지난 시간을 반추해본다.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것들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만을 경험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될까?” <리스본행 야간열차 28쪽>
만약 그 때 내가 그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 어땠을까?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과감히 발을 내딛으며 걸어온 지난 시간들에 아쉬움도 없지 않지만 늘 최선이라 자평하며 살았기에 크게 후회 없는 인생이어서 좋았지, 자문해본다.
오늘 아침에도 예정된 수업을 뒤로하고 뚜벅뚜벅 새로운 선택을 하며 새로운 경험을 하나 더 추가시킨다. 발걸음이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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