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정말 하루종일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지냈어요.
책읽고 글쓰고 음악듣고 티비보고 먹고 자고.
이런 생활이 참 편안해서 좋다에 지금은 강력히 한표.
평일에는 아침 저녁으로 타이에 들러 요리법을 전수하고 있어요.
필시 적어도 설 전까지는 계속 되어야 할 듯.
친구라서 외면할 수 없는 오지랖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어 즐기려고 해요.
요즈음엔,
쓰고 싶은 새로운 이야기는 넘쳐 나는데
작년에 쓰다 만 이야기들을 마무리해야한다는 생각으로 지내요.
<별의 노래>와 <빨간 나침판>이라는 두 편의 장편을 동시에 탈고를 하면서.
어제 최근작인 정유정의 28을 읽는데
새로운 사실을 하나 깨달았어요.
그녀는 소설속 한 문장 한 문장을 얼마나 사랑했을까?
단문으로 구성된 문장사이에서 작가의 정성과 작품을 위한 사랑과 그녀의 재능에 감탄했어요.
나 자신이 많이 부끄러웠다고 할까요?
생각해보니
그동안 난 작품쓰기를 일종의 배설의 차원으로 여긴 것은 아닌가?
이야기 자체를 유기체로 느끼면서도 충분히 사랑해주지 않았구나 통감했어요.
얼랑뚱땅, 꼼꼼하지 못한 성격이라서
대충 일사천리, 일필휘지로 써 내려간 작품들을 많이 매만지지 못했구나 하는 통렬한 자기 비판.
어제 장편 탈고를 하면서,
<참으로 미안하구나, 애들아.>
이런 심정이 되더군요.
어디 그것뿐이겠어요.
도무지 난 내 인생에 소중한 것들에 대해 그리 큰 의미를 주지 않고 살았구나.
정성을 다하지 않고 살았구나 그런 생각조차 들더군요.
하여,
이제부터라도 내 마음이 향하는 것들에 대해
좀더 노력하고 정성을 보이고 사랑하겠어, 뭐 이런 생각! ㅋㅋㅋ
기특하죠?
내가 사랑해야 할 것들에 대한 내 책임이 요구되는 순간이었어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내 작품들을 들여다보니
참으로 고칠 곳이 많았고
탈고의 가속도도 붙고
마침내 어떤 희열이 찾아 오더군요.
완벽한 문장들은 아니지만,
정유정의 것 만큼 나도 내 문장들을 사랑할 수 있구나 그런 자신감요.
부끄럽지만
내 베이스도 만만치 않담요. ㅋㅋㅋ
다만 난 지금까지 나를 충분히 이용하지 않았고
내 작품을 충분히 사랑하지 않았을 뿐이다 이런 자신감이 좋았어요.
다시 한 주일의 시작요.
비록 읽어줄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내 속내를 누군가에게 말할 수 있어서 좋아요.
자아도취를 보여주어도 부끄럽지 않은 누군가가 있어서 참말로 좋다요.
내내 건강하고 즐겁게 지내시압.
'일상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포상휴가 (0) | 2014.01.27 |
---|---|
새로운 도전 (0) | 2014.01.17 |
나의 사랑스런 새끼들 (0) | 2014.01.13 |
매, 난, 국, 죽 (0) | 2014.01.07 |
<단편> 23.5 도를 위해서 (0) | 2014.0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