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벌레들은 두꺼운 껍질을 벗고 여러 빛깔의 사뿐한 나비로 탈바꿈한다.
탈바꿈한 존재는 태양을 향해 날아올라 새로 돋은 젖은 날개를 말릴 수 있다.<제 3의 인류 중>
나는 지금 또 다른 나비로 탈바꿈 중이야.
평생을 걸쳐 몇 번의 탈바꿈의 과정을 겪었지.
그것이 인생이니깐.
살아간다는 것은 늘 나를 바꾸는 일이었어.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지.
고통스럽지 않다고는 말 못해.
하지만 혼자가 아니야.
더 이상 혼자가 아닌 지금, 이젠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않아도 돼.
눈빛만 봐도 내 아픔을 알아차릴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어.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결코 함께 아파해 달라고 기대하지 않아.
아니 함께 아프다면 그건 싫어.
그저 바라다보아 주는 것, 알아봐 주는 것, 더 이상 바라는 것은 없어.
내년 신춘에 도전할 <23.5>라는 단편의 일부야. 작년에 써 놓은 것을 개작하는 중.
며칠전에 말했던 지구의 자전축의 경사 각도이지.
이 말이 참 맘에 들었어.
모든 별들은 기울어진 채 다른 별들의 둘레를 돕니다.
23.5도.
지구가 태양 쪽으로 기울어 꽃이 피고 눈이 내립니다.
모든 자연의 이치는 인간사는 도리와 같다는 생각이야.
누가 누군가에게 기댈 수 있는 23.5도의 경사도.
모티브야.
그 경사도를 유지하며 관계는 지속되는 거지.
그 속에서 꽃이 피고 눈이 내린다는 설정에서 받은 영감.
참 신기하게도 나는 3년하고도 얼마동안
지치지 않고 끊임없이 애걸하고 또 애걸했어.
그저 나를 바라다 보아 달라고, 나를 좀 알아봐 달라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더는 요구 하지 않았지. 내 양심에 거슬리는 일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마음은 지금도 변함없어.
그냥 나를 바라다 보아 주세요.
참, 지겹지.
때론 미안하기도 해.
너무 같은 말만 반복해서.
나는 누군가 필요하고 그것이 하필 그대라는 사실이 어쩔 땐 내 자신에게 화가 나기도 해.
그리고 가끔씩은 그대가 야속하기도 하지만 말이야.
엄연한 사실은 억지로 23.5도를 포기했을 땐
꽃이 피고 눈이 내리는 일 따윈 내 인생에서 없을 것 같다는 것이지.
아니 있을 수도 있지. 시간이 많이 흐른다면 말이야.
그런데 말이야.
그 시간을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는 것.
그것이 나의 23.5도를 유지할 수 밖에 없는 유일한 이유인 것 같아.
이 순간도,
오늘도,
아마 얼마간은 또 내일까지
나는 23.5 도로 그대에게 기댈것 같아.
꽃이 피고 눈이 내렸던 내 과거와
꽃이 지고 달이 차오르는 내 현재와
바람이 일어 폭풍이 올지도 모르는 내 내일을 위해 말이야.
그것이 내가 바라는 인생이란 말이지.
얼마간의 비극이 바로 사는 맛이고.
그리고 지금,
나는 쓰기만 한 인생은 없다는 걸 알았어.
아니 쓴 인생도 달달하기만 하다는 것을 몸으로 안다는 사실,
그대가 날 바라다 보아 주는 것만으로도
내 인생은 더할 나위 없다는 사실,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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