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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사랑에 빠진 다는 것 - 日常茶飯事 68 탄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3. 5. 28.

자장자장 자장가 소리에 잠들고 다정다정 속삭이는 소리에 깨는 하루가 또 시작되었다. 잠들기 전, 김연수를 만났던 시간, '우리가 보내는 순간' 몇 쪽에 무릎을 친다.

"아름답다는 말은 결국 근사近似하다는 말, 내가 아는 뭔가를 닮았다는 말. 그래서 거기 아무리 많은 불빛이 반짝인다고 해도 그중에 무엇이 아름다운 불빛인지 우리는 금방 알아낼 수 있어요. 지금 누군가에게 첫눈에 반했다고 한다면 이미 오래전부터 그 사람을 사랑해왔다고 고백하는 셈이에요. 아름다운, 그러니까 아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과 우리는 사랑에 빠지는 것이니까요."

  그랬다. 지천으로 넘쳐나는 온갖 화려한 꽃들 중에서 유독 마음에 밟히는 것들은 작고 여리고 존재조차 미미해 눈에 잘 띄지 않는 들꽃들이었음을, 그것들 안에 내가 있었음을 그래서 그토록 내 마음을 끈 이유가 이런 것이었구나! 김연수의 통찰력에 무한한 감탄을 하게 된다.

 

  세상은 온갖 아름답고 귀한 것들로 넘쳐나고 있지만 내가 발견하는, 내가 카메라를 들여대고야 마는, 내 마음이 줄달음치고야 하는 것들은 분명 나와 비슷한 것들, 작고 모자라고, 여물지 못해도 자기 색깔의 꽃을 피우는 것들을 향한 감탄과 사랑, 바로 나 자신을 향한 감탄과 사랑이었음을 이제는 알겠다. 그러니깐 오래전부터 알아왔던 익숙한 것들과  사랑에 빠지고 있음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