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여라
날마다 이런 심정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왜냐
더이상 내 건조한 삶을 방치시킬 수 없어
상상 연애를 하고
그 상상속의 주인공이 되어
오늘도 나는
사랑하는 애인에게 편지를 쓴다
딱히 대상도 없겠지만
그런 심정이 된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이미 나는 절대절명의 하늘님이 나를 이땅에 보내주신
행복하게 살 의무와 권리를 아낌없이 행사하는 하루하루를 보낼것이다.
거의 1년만인가?
은파 세차장에 차를 맡기고
진메 꽃순이를 향해 걷는 길
하늘을 올려다보니
온갖 철탑과 안테나와 전선과 고압선들이 즐비한 하늘
아, 우리 하늘님 참 피곤하시겠다.
저 많은 송수신 신호를 어떻게 다 받아내시고
저 많은 고압전류를의 파장들을 어떻게 견디실까?
찍히지는 않았지만
비행기들이 꼬리를 남긴 긴 행렬들
그많은 굉음들은 또 어떻게 견디실까?
이러다가 나는 아니 우리는
하늘의 하늘님을 잃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그분을 말라 비틀어 고사시키는 것은 아닐까
나는 오늘도 심히 걱정이 되야
또 하늘을 올려다 본다.
나는 하늘님이 안 계신 세상에 살고 싶지 않다.
작은 악행은 미소로 응답하시고
작은 선행은 바람으로 알은채를 하시고
큰 악행은 폭풍과 해일로 씻어내시고
큰 선행은 9월의 마지막 햇살로 익게하시는
그런 하늘님이 안계신 이 세상엔
나는 더이상 머무르고 싶지 않을 것 같다.
그분이 계시기에
나처럼 비루하고 쪼잔하고 겁많은 인간도
끽끽대며 울음을 참고 살 수 있으련만
나처럼 단순하고 무식하고 편협한 인간도
가끔씩 하늘을 올려다보며
내 죄사함을 받을 수 있으련만
나처럼 무대뽀 짝사랑에 목메인 인간도
사랑함으로 진정 행복하다고 설레발을 떨며 오늘도 진정 행복할 수 있으련만
피곤하신 어쩜 아프고 계실 하늘님을 바라다보는
오늘 아침은
참으로 걱정도 되고 겁이 나기도 하고 속도 상해
하늘을 향한 저 철탑과 안테나와 고압선 들을
내 식으로 마구마구 화장하여
하늘님이 보시기에
장난감이 아닌 장난감처럼
그렇게 가지고 노시기를 바라는 마음이 되어
신나게 신나게 분칠에 립스틱까지
향수도 뿌려가며
내 오늘
늘 멋진 하늘님께
선물을 해 드려야 겠다.
부디 부디
멋진 하늘님
언제나 당신이 있어
진정 행복합니다.
언제나 당신이 있어
내 허접한 3류 인생도
어느 날
당신앞에 섰을 때
1류였다는 거룩한 칭찬을 꿈꾸게 됩니다.
부디 부디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항상 그자리 그만큼의 거리에서
당신이 하고 싶으신데로
불쌍하고 쪼잔한 인간들을 굽어 살펴주시길
간절히 간절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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