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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말로와 친구가 되고 싶소...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2. 11. 13.

가을 내내 '말로'에 취해 살았다.

 

 

 

움직이는 차속에서 플레이되는 말로 땜시 내 가을이 풍성했다.

 

특히나,

 


헤일 수 없이 수 많은 밤을
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
얼마나 울었던가 동백 아가씨
그리움에 지쳐서 울다 지쳐서
꽃잎은 빨갛게 멍이 들었소

동백꽃잎에 새겨진 사연
말 못할 그 사연을 가슴에 안고
오늘도 기다리는 동백 아가씨
가신 님은 그 언제 그 어느 날에
외로운 동백꽃 찾아오려나.


 

그날밤 그자리에
둘이서 만났을때
똑같은 그순간에
똑같은 마음이
달빛에 젖은채
밤새도록 즐거웠죠
아 그밤이
꿈이었나 비오는데
두고두고 못다한말
가슴에 새기면서
떠날때는 말없이
말없이 가오리다
아무리 불러봐도
그자리는 비어있네
아 그날이
언제였나 비오는데
사무치는 그리움을
나어이 달래라고
떠날때는 말없이
말없이 가오리다


와 같은 가사를 읊조리는 그녀의 넘치는 듯 넘치치 않는 목소리 정말 짱이다.

 

난 유난히 사람의 목소리를 좋아한다.

젊었을 때는 마리아 칼라스 같은 목소리를 좋아했지만

세월의 연륜따라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 같은 굵직한 남성의 목소리에 매혹되기도 하고

로드 맥퀸이나 레너드 코헨, 블라디미르 비소츠키 같은 목소리를 들으면

세상에 내가 둘도 없는 따뜻한 사람이 되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하고

나도 누군가에게 저렇듯 읊조리듯 다정한 저음을 들려줄 수 있다면

소원하기도 한다.

 

때론 황폐하고도 다듬어지지 않는 가슴의 소리를 끌어내는

쳇 베이커에  10여년이 넘게 빠져 살기도 한다.

 

한때, 잠시 서울에 살땐

그래도 폼순이였던 까닭에 가끔씩 라이브 무대에서 노래하는 이들을 훔쳐보기도 했는데

시골 구석에 있다보니

까마득한 옛일이 되었다.

 

야누스가 신촌에 있었을 때

처음으로 박성연이 노래하는 무대를 보고

와, 우리나라에도 재즈를 부르는 보컬이 있네 놀라기도 했다.

그뒤

윤희정을, 나윤선을, 웅산을 거쳐 지금 한 3,4년 전부터 말로를 만났었는데...

역시 내 과는 웅산도 아니고 나윤선도 아닌

말로, 그녀가 되고 말았다.

 

특히 2010년도 발매된 '동백아가씨' 음반은 백미중의 백미이다.

 

 

 

 

딱, 한 번 말로가 '정말로'로 명명되던 시절

군산시민문화관에서 노래한 적이 있었다.

그때 관객이 한 30, 40명 쯤이었나...

좀 미안하기도 했었는데...

 

얼마전에 군산 은파수변에 있는 '파라디소'라는 이탈리안 카페에 초청되어

열화와 같은 갈채를 받았다고 한다.

나는 애석하게도 저녁시간인지라 가지 못했고...

그 자리에서 다시 한 번 군산을 찾아오겠다고 약속했다는 풍문을 들었는데

아마  나는 또 볼 수 없을 것이다.

 

딴은 나도 응큼한 속내를 가지고 있다.

지인을 통해 파라디소 사장님께 음흉한 의향을 한 번 떠 볼꺼나?

 

"저, 말로를 제 식당에 초대하면 안 될까요?

저녁 식사라도 한끼 대접하고 싶은데..."

 

부끄럽고 염치 없어 나는 틀림없이 말꼬리를 내릴 것이다.

 

근데 또 아냐?

인생은 우연의 연속이라는데

정말 어느 날

 

말로가 내 식당 구섞에 앉아 웃을 날이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