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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들

앗, 거미다.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2. 10. 24.

 

 

 

 

 

 

 

 

 

 

 

 

난 병적으로 곤충들을 싫어했다.

 

물론 어린 아잇적에는

상수리나무 등줄에 다다닥 꼬여있는

몇놈의 풍뎅이를 떼어네

방바닦에 빙글 빙글 돌려가며

그들의 폼새에 재미있어라 하긴 했지만

온갖 곤충들의 징그러운 외모에 기가 질리곤 했다.

 

 

생각해보면

시골에서 자라다보니

수없는 작은 곤충들과 함께 살았던 기억이 나기도 한다.

 

 

파리나 모기, 하루살이 같은 것들 이외에도

특히 노낙가시(노래기)나,지네, 개미, 배추벌레,거머리,굼벵이들...

 

 

기억이 다 나지는 않지만

철철따라

"나, 여기 있어요."

어찌 그리 지들 나타나고 가야할 때를 정확히 고지하며

알은체를 하곤 했는지...

 

 

그들을 만날 때 마다

기겁을 하며 도망치곤 하던 호들갑속엔

누군가가 나를 도와주기를

내가 위험에 처했으니 손을 뻗쳐주기를 바랐던 이면의 또 다른 심사가 있지 않았을까?

 

 

혼자  있었을 때

그들을 만났다면

단지

나는 슬그머니 외면을 하거나

그들로 부터 멀어지는 것으로 끝나고 말았을 것을...

 

 

재미있는 추억 중의 하나는

방바닦을 기어다니는 돈벌레같은 것을 만났을 때 조차도

나와 여동생은 둘다

서로 죽이거나 쓸어버리라고

막무가내로 미루곤 했다.

 

 

결국 벌레들 스스로 제 갈길을 가고야 말았지만...

 

 

어렸을 적에도

생명이 있는 것을 죽이면

꼭 내가 벌을 받을 것 같은 묘한 두려움이 상존해 있었던 것 같았다.

 

 

생명이 있는 것에 애틋함이라기 보다는

벌을 받을 지 모르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이런 막연한 두려움이 사는 내내

나를 힘들게 하곤 했다.

 

 

물론 이 나이에도

이런 두려움이 가끔씩 밀려들기도 한다.

 

 

태연하고 당당한 척

그렇게 잔뜩 어깨에 힘이 들어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곤 하지만

기실 나의 본질은

누군가 날카로운 목소리가 내쪽으로 날아온다는 것만으로도

잔뜩 쪼라들곤 하는 나를 만나곤 한다.

 

 

하여 누군가의 몸 뒤로 살짝 숨어

세상을 엿보며

해꽂이를 당하지 않을 환경에서만

마음 놓고 나를 드러내놓고 살고 싶다는 소망,

 

 

이 나이에 말이다.

 

 

세상 모진 풍파에 아직도 길들여지지 않은 폼새가 분명하다.

아니 생각해보면

감히 맞설 생각조차 못하니

슬슬 도망치며 살았음이 분명하다...

 

 

오늘 거미를 발견하고

그 모습에 수 십번의 셔터를 누르며

"아, 참 예쁘구나"

감탄하는 나 자신을 만난다.

 

 

가까이 그 본질을 알면

이렇듯 징그럽고 요상하게 생긴 것에 조차도

본연의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단 말이지...

 

 

모든 두려움에 대한 본질과 맞설 수만 있다면

아마도 그 두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무엇인가를 내 안에 키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思念들...

 

 

이 나이에 이젠 그만 피하며 살고 싶은데

벌써 난 또 무엇인가에 잔뜩 움츠러들고

도둑이 제발 저리는 꼴을 발견하곤 한다...

 

 

이 몹쓸 병을 어찌 하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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