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궁, 다정도 병인 우리 銀波님,
어젯 밤 내 눈물을 눈치채셨을까?
댓바람 아침부터
"오키?"
카톡을 날리시네...으ㅎㅎㅎ
"그래, 너 잘 걸렸다." 푸하하핫
"점심 끝나고 사과 찍으려 갈래요?"
"비응항에 매밀꽃밭이 죽여 준다는데..."
"아, 그럼 그쪽으로... 한 시꺼정 가게로 오삼
같이 밥먹고 출발하게쓰리"
가끔씩 세상의 누군가에게 나를 들키고 싶은 날이 있는 법이다.
머저리 같고 눈물 많고 무식한 나를 들키고 싶은
그런 날
그냥 가감없이 나를 있는 그대로 보아주었으면 하는
그런 날
그녀랑 그렇게 비응항으로 떠났다.
역시 바닷바람은
아직도 촐랑거리는 그녀와 나를 들뜨게 한다.
메밀꽃밭도 좋았지만
바닷바람이 주는 무드에 젖어
이처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사진찍기 삼매경에 빠지고 있는 나,
ㅋㅋㅋ
"내가 나를 찍고 싶단 말여,"
덕지 덕지 땟국물이 묻어
도무지 찍어 줄 것 같지 않은 도로의 호젖한 확대경에 나를 찍어 본다.
으아, 어느 새 그녀가 합류한다.
둘은 깔깔 거리며 서로를 찍어 댄다.
그리고
묘한 기술로 또 셋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노는 우리들이 참 예쁘당"
자하자찬 하며
시월 어느 날
내 눈물의 짠 맛이 채 마르기도 전에
벌써
그 하늘 만큼, 그 바람만큼 멀리로 가볍게 날고 있는 나를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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