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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들

나 좀 찍어보게!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2. 10. 23.

 

 

 

 

 

 

 

 

 

 

 

 

 

 

 

 

 

 

 

 

에궁, 다정도 병인 우리 銀波님,

어젯 밤 내 눈물을 눈치채셨을까?

댓바람 아침부터

 

"오키?"

카톡을 날리시네...으ㅎㅎㅎ

 

"그래, 너 잘 걸렸다."  푸하하핫

 

"점심 끝나고 사과 찍으려 갈래요?"

 

"비응항에 매밀꽃밭이 죽여 준다는데..."

 

"아, 그럼 그쪽으로... 한 시꺼정 가게로 오삼

같이 밥먹고 출발하게쓰리"

 

 

가끔씩 세상의 누군가에게  나를 들키고 싶은 날이 있는 법이다.

머저리 같고 눈물 많고 무식한 나를 들키고 싶은

그런 날

그냥  가감없이 나를 있는 그대로 보아주었으면 하는

그런 날

그녀랑 그렇게 비응항으로 떠났다.

 

역시 바닷바람은

아직도 촐랑거리는 그녀와 나를 들뜨게 한다.

 

메밀꽃밭도 좋았지만

바닷바람이 주는 무드에 젖어

이처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사진찍기 삼매경에 빠지고 있는 나,

ㅋㅋㅋ

 

"내가 나를 찍고 싶단 말여,"

 

덕지 덕지  땟국물이 묻어

도무지 찍어 줄 것 같지 않은 도로의 호젖한 확대경에 나를 찍어 본다.

 

으아, 어느 새 그녀가 합류한다.

둘은 깔깔 거리며 서로를 찍어 댄다.

그리고

묘한 기술로 또 셋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노는 우리들이 참 예쁘당"

자하자찬 하며

시월 어느 날

내 눈물의 짠 맛이 채 마르기도 전에

벌써

그 하늘 만큼, 그 바람만큼 멀리로 가볍게 날고 있는 나를 찍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