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네 집은 전북 군산시 옥구군 상평리 668번지이다.
내 집에서 차로 20분이면 언제든 갈 수 있는 곳인데...
내가 사는 일이 지난하여 쉬 가지 못한다.
오늘은 엄마 된장이 탐이나
후딱 시동을 걸고
"엄마, 어디야? 나 된장 필요해, 있어? 통도 가져가야해?"
두서없이 용건만 나불댄다.
"그냥 통채 가져가, 두통 있는데 다 가져갈쳐?"
퍼주기 좋아하는 엄마는 내친 김에 이것도 가져갈래, 저것도 가져갈래 전화가 끊길까봐 마음이 급하시다.
"아니, 나 바빠, 엄마
오늘은 된장만 가져갈께. 나 지금 간다."
그렇게 서둘러 엄마네 가는 길,
하늘의 구름과 노을 사이로 뻬꼼하게 고개를 내미는 석양이 그리는 그림에 잠시 취해본다.
엄마네 가는 길은
시속 60Km인데
내 차는 시속 100Km로 달리고
내 마음은 시속 20Km로 달린다.
나에게 달리는 우리 엄마의 속도는
내 한뼘 가슴으로 가늠 할 수 있을까?
된장 하나면 족하련만
벌써 우리 엄마는
단감 몇 개, 대추 몇 알, 고추 너덧개, 호박 두개를
비닐 푸대에 담아
시동도 끄지 않고 열린 창문으로 된장을 받아넣는 나에게
"단감이 맛있드라, 운전 조심하고, 장사는 어뗘?"
"엄마, 다 좋아, 걱정하덜덜 말아용.
나, 바빠, 엄마, 저녁 시간이잖혀, 담에 또 올께"
서둘러 작별인사를 내팽개치고
고개넘어 돌아오는 길
왜케 내 맘이 짠한겨?
내 인생도 짠하고 엄마 인생도 짠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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