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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한여름의 백일몽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2. 8. 2.

나는 매일 아침 선물을 받습니다. 오늘은 무슨 선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메일을 엽니다. 구본형경영연구소에서 보내는 선물입니다. 연구원들이 정성스레 보내주는 글들을 읽을 때마다 그들의 보여주는 지성과 문장들 하나하나에 감탄을 하며 은근한 부러움마저 생깁니다.  나는 언제나 저런 지적인 글들을 쓰며 많은 사람들에게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그런 고민도 늘 곁에 있습니다. 그들의 지닌 지성이 일상과 만나서 이루어지는 교감엔 내 과거를 반추하고 현재를 측정하며 미래의 지렛데를 설치해줍니다. 어느 날은 마치 내가 그들과 동렬에 서있는 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착각에 빠지기도 합니다. 아니 그 한사람이 되고 싶은 열망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글을 많은 사람이 접할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은데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합니다.

오늘은 며칠 전에 읽은 최우석님의  오직 그것 뿐이라는 글속에 인용된 시 한편을 나도 누구가와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내 눈빛만 보고도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

내 걸음걸이만 보고도

내 마음을 읽어주는 사람

그리고 말도 되지 않는

나의 투정이라도 미소로 받아주는

그런 사람과 걷고 싶다

 

걸음을 한 걸음씩 옮길 때마다

사람 사는 아름다운 이야기며

얼굴을 한 번씩 쳐다볼 때마다

하얀 이 드러내며 웃는 모습까지

포근한 삶의 모습을 느끼는 속에서

가끔씩 닿는 어깨로 인해

약간의 긴장까지 더해주는

그런 사람과 걷고 싶다

 

이제는 세월의 깊이만큼

눈가에는 잔주름이 가득하고

흰 머리칼은 바람 때문에 자꾸 드러나며

앞가슴의 속살까지 햇볕에 그을렸어도

흘러간 먼 먼 시절에

풍뎅이 죽음에도 같이 울면서

하얀 얼굴의 소녀로 남아있는

그런 사람과 걷고 싶다

 

오광수님의 마음에 드는 사람과 걷고 싶다라는 시 전문입니다. 이 시를 읽으며 연상되는 그림 속의 소녀가 바로 '나'라면그런 꿈을 꿉니다. 한 여름의 백일몽 같을지언정 내가 누군가와 함께 이런 그림 속을 걸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상대도 나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 될 것 같은 꿈을 꾸게 됩니다.

 

이런 비슷한 마음을 나도 누구에겐가  보낸 적이 있습니다.

 

"저녁노을이 지는 작은 호숫가에 무심한 듯 그렇게 호숫물에 잠기는 석양을 함께 바라다 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당신이라면  좋겠습니다.

몰려오는 땅거미 무게 만큼의 소소한 일상조차 진지한 감사함이 넘쳐나고, 무심한 듯 스쳐가는 시선조차 다정함이 넘쳐나는 그런 사람이 당신이라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흘리는 노랫소리에 콧노래 흥얼거리며 넘실거리는  기쁨을 실어 보랏빛 석양을 품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나'라면 좋겠습니다.

당신을 바라다보는 내 시선이 당신을 너머 측정할 수 없는 그 거리만큼 당신을 사랑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라면 좋겠습니다…."

 

 

이 삼일 반짝 휴가철임에도 불구하고 총총총총 주방과 홀을 잰걸음으로 들락거리며 부산을 떨었는데 오늘은 어찌 하루 종일 사위가 적막합니다. 이런 시간이 있기에 또 나는 한 여름의 백일몽을 꾸며 잠시 행복한 착각 속에 빠져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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