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戀書시리즈 - 독후감

戀書 - 70 - 부고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2. 7. 13.

 

사람마다 다른 색깔의 두려움, 공포가 있으리라. 인터넷 셔핑을 하다 박경림의 아버지이야기를 읽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월남참전용사였다고 한다.  전쟁터에서 부상을 당하고 술을 많이 드셨는데 술을 드신 다음엔 집안의 물건을 던지고 깨지는 공포를 어린 그녀는 겪고 자랐다 한다. 어느 날 아버지에게 그 이유를 물으니 전쟁 순간이 너무 생생하다. 동료가 매일 죽어나가고 그 공포가 매일 와서 술로 달랜다.” 그런 이야기였다. 술 취하면 공포였던 아버지의 그 이유를 듣고서 아버지를 이해하고 극복했다는 고백이었다.

 

 

 

김이슬의 부고라는 단편소설을 2012 3회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에서 읽었다.

 

새벽 3시 나는 키워준 엄마로부터 생모의 죽음에 대한 소식을 듣는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아버지의 외도로 어린 남매를 아버지에게 남겨 두고 가출한 엄마가 당뇨 휴우증으로 집으로 돌아와 이태 동안 아버지와 새엄마의 보살핌을 받다 돌아가셨단 소식이었다. 엄마의 가출 후 얼마간 아버지와 오빠,그리고 나, 그렇게 셋의 동거가 시작되었고 일방적인  아버지의 양육으로 방황하던  오빠는 결혼해 뉴질랜드로 이민을 가고 나는 이복오빠로부터 윤간을 당한 상처를 안고 자라 외국어 학원에서 상담업무를 맡고 있고 간간히 남의 논문을 대필하며 살아가고 있다. 같은 학원 엄마가 또 둘인 입양아 상준과 동거하다 상준은 떠나고 상준이 모르는 아이를 임신한 나는 두 번 째 낙태를 하게 된다. 그리고  아버지의 자살, “어쩐지 놀랄 일도 아닌 것 같았다. 마치 오래 준비해왔던 소식처럼 들리기까지 했다.”  새벽 네시, 그렇게 나는 또 한 번의 부고를 듣는다.

 

읽는 내내 답답했다. 소설 속의 모든 인물들이 상처와 두려움을 안고 사는 것이다. 아버지의 외도, 그 상처를 안고 가출한 생모, 자신의 외도로 낳은 아들이 딸을 윤간하는 고통과 그 아들의 죽음을 안고 사는 아버지, 자신의 자식을 양육하는 조건으로 철저히 의무로 살아가는 아버지와 사는 새엄마, 미혼모로 잉태한 아이를 입양시키고 이국에서 찾아온 아들마저 거부하는 엄마를 이해하기 위해 10년을 한국땅에서 살고 있는 상준, 엄마의 가출과 그 상처로 인한 오빠의 방황과 떠남, 이복오빠로 부터의 윤간을 당하면서 또 한번 상준으로부터 버림을 받고 낙태를 감행하는 나,

 

친엄마의 유골을 뿌리고 돌아온 나에게 키워준 엄마가 말한다.

 

나는 네가 거짓말을 하면서 살 줄은 몰랐다. 나는 그게 속상해. 그렇게 살지 마. 비밀을 만드는 사람은 결국 외롭게 되어 있어.”

 

소설 속의 모든 인물 들이 하나같이 이 비밀에 갇혀 고통받는다. 철저한 소통의 부재자신 때문에 혹은 가족 때문에 상처받고 두려움이라는 고통 속에서 한 번도 두드림을 감행하지 못한다. 박경림처럼 상처를 안고 사는 아버지에게 과감히 솔직한 고백을 이끌어 내지 못하고 사는 각각의 삶, 그래서 그들은 더 이상 자신의 상처의 고통으로부터 헤어나올 수가 없나보다. 그런 사람들 속의 하나가 나가 될 수 있음, 너가 될 수 있음에 대한 경고일까 작가의 의도된?

 

마지막 장에 작가는 나의 목소리로 말한다.

 

논문의 대필청탁을 했던 선배로부터 네가 대학원에 가지.” 그 말을 농담처럼 들리지 않게 된 나, 유일하게 미안하다는 말을 한 키워준 엄마에게 괜찮아요, 엄마.”라고 응대하며 오래오래 울음을 들어 주는 나, 비로소 상처와 거짓으로부터 벗어나며 상대의 상처를 안아주고자 하는 나의 마음을  담담하게 작가는 그려나갔다.

 

 

하나하나 자세한 설명이 없이 툭툭 던지는 한 마디에서 독자로 하여금 행간을 읽도록 만드는 작가의 의도된 기술, 그것을 이 단편소설로부터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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